Code Orange – Forever (Roadrunner, 2017)

Code Orange – Forever (Roadrunner, 2017)

하드코어라는 장르는 간단하게 정의 할 수 없는 터닝 포인트를 계속해서 만들어 가고 있는 기괴한 장르다. “짦고 빠르고 날카로운 펑크락” 으로 모든것이 정의 되어 버렸던 80년대 중후반 부터 지금까지 말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펑크와 대척점에 있었던 메탈과의 끝장나는 만남을 보여 준 Suicidal Tendencies, 펑크가 헤비 해 질 수 있음을 보여 준 바 있는 Cro-Mags. 펑크가 그루브 해 질 수 있음도 보여 준 Madball, 하드코어의 메탈릭한 변화상이 데스메탈의 경지까지 왔음을 보여 준 바 있는 Earth Crisis, 그걸 더 헤비하게 & 더욱 멋지게 다듬어 낸 Hatebreed, 유러피언 익스트림 메탈의 수려한 멜로디와 90년대 부터의 하드코어의 헤비한 변화상과의 이상적인 만남을 보여 준 바 있는 Killswitch Engage, 프리/아방가르드 재즈의 기괴한 플레이와 극단적 메탈/하드코어 믹스쳐와의 만남을 행한 The Dillinger Escape Plan, 하드코어의 메탈릭한 변화상의 역사에 매쓰락과 그라인드코어를 얹고서 극단적 굉음을 쥐어 짜 내며 극단적 돌연변이 사운드를 선보인 바 있는 Converge 등등… 이렇게 몇가지의 굵직굵직한 밴드만 거론 하더라도 하드코어라는 장르는 간략하게 정의 할 수 없을 정도로 쉴 새 없이 변화하는 사운드의 극치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가 있다.

그러하기에 Code Orange 는 현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밴드다. 앞서 열거한 하드코어라는 장르가 쉽게 정의 할 수 없는 정도로 파격적인 터닝 포인트를 제공한 밴드의 계보를 잇는 밴드이며, 그러한 혁신성을 추구하는 2010년대 신예 밴드들 중에서도 가장 으뜸인 음악적 개성과 깊이를 지니고 있기에 그러하다. 이들이 Code Orange Kid 라는 이름으로 데뷔 풀렝스 앨범 Love Is Love/Return To Dust (2012) 를 발표 할 때만 하더라도 “Converge 다운 그레이드 카피 + 워너비 키즈” 라는 박한 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그 음악적 존재감은 투명에 가까웠었다. 하지만 밴드명을 지금의 Code Orange 로 개명하고 발표한 두번째 앨범 I Am King (2014) 을 발표 하면서 부터는 그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 앨범 을 통해 지금까지의 하드코어와는 다른, 매우 혁신적이고 새로운 하드코어를 들려주며 극찬을 이끌어 내며 이제는 “2010년대에 가장 뛰어난 밴드” 로의 위치를 확고히 다진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I Am King 은 괴물과도 같은 한장이었다. Converge 로 대표되는 케이오틱/메탈릭 하드코어를 뼈대로 하고 있지만 둠/슬럿지 메탈, 그런지, 90 포스트 하드코어/노이즈락, 매쓰코어, 데스 앤 롤, 얼터너티브 메탈, 블랙큰드 하드코어 등 지금까지의 메탈릭 하드코어에 거의 사용되지 않던 생소한 장르들을 과감히 도입하여 마구 섞은뒤에 자신들의 음악적 재능으로 소화시켜 “자신들이 사용한 장르/스타일의 흔적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매우 새롭고 혁신적인 헤비니스 사운드” 로 귀결 해 낸 혁신 그 자체의 물건의 정체가 I Am King 이었기에 그러하다. 그렇게 Code Orange 는 2010년대 가장 중요한 하드코어 밴드이자 헤비니스 아이콘이 되었으며, 하드코어라는 장르 역사에 또 한번의 대격변의 터닝포인트를 제공한 레전드급 밴드로 기록 되기에 이르른다. 단 두장의 앨범을 발표 한 20대의 어린 친구들이 그 위업을 달성 해 내다니… 다시 생각하면 정말 경이롭기 그지 없다.

I Am King 앨범이 평단의 극찬을 이끌어 내고, 지지 세력의 크기도 하드코어 씬의 한계를 넘어서는 후폭풍을 일으키자 결국 밴드는 메이저 레이블로 그 적을 옳기게 된다. 무려 Roadrunner Records 로 말이다. 메이저 레이블 산하가 된 이후의 행보가 영 아니라 그 위상이 예전 같지가 않은 Roadruuner 지만, 꽤 오랫만의 & 지금까지의 영입 리스트에 비해 꽤나 과감하고 파격적 이기에 (나름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Code Orange 의 영입을 통해 그 간 영 아니었던 Roadrunner 의 비즈니스 행보에 있어 터닝포인트를 마련하는, 뭔가 역전 된 느낌도 꽤나 강하기도 하다.) 그로 인한 화제성 및 주목도는 만만치 않은 편이다. 이적과 동시에 발표 된 것은 Code Orange 의 신보 발표 소식이었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17년 1월에 밴드의 신작이자 첫 메이저 데뷔작인 Forever 가 발표되며 Code Orange 의 메이저 데뷔는 그렇게 이루어졌다.

밴드의 신작이자, Roadrunner 라는 의미 심장한 간판을 달고 발표되는 Forever 의 첫 인상은 I Am King 만큼 강렬하진 못한게 사실이다. I Am King 에서 보여준, Code Orange 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조금 과하게 재탕하고 있는 앨범이기 때문이다. I Am King 이 지금까지의 메탈릭 하드코어 공식과는 전혀 다른, 또 하나의 혁신적 방법론을 제시한 괴물같은 한장이었기에, 신작 Forever 도 그러한 것을 또 한번 보여 주리라 큰 기대를 했다면 실망감이 꽤 클 것이다. 이미 I Am King 에서 한껏 맛 보았던 혁신성들이 조금은 뻔뻔하게 재 나열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트랙들이 진행되면 될 수록, 이 앨범의 플레이 횟수가 누적 될 수록 Forever 의 진정한 진가가 발휘 된다. 이 앨범만의 묵직한 음악적 위력도 만만찮음을 서서히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I Am King 앨범의 곡 전개 스타일에서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송라이팅과 연주 패턴들의 존재감, 둠 / 슬럿지 / 그런지 / 얼터너티브 등 전작에서 사용한 다양한 음악적 장르들의 더욱 심도 있는 믹스쳐, 그와 반대로 이 앨범에 녹아 있는 특정 장를 좀 더 본격적으로 구사하며 만들어 내는 독특한 묘미 등 이 앨범만의 개성 넘치는 구성력 또한 그 존재감이 만만치 않다. 그렇다. 신작 Forever 또한 Code Orange 의 매력을 십분 발휘 해 내는, 제대로 된 한장인 것이다.

Forever 는 소포모어 징크스에 휩싸인 밴드가 행할 수 있는 여러가지 음악적 돌파 중에서 가장 혁신적 이면서도 이상적인 결과를 담은 한장이다. 청자를 단숨에 넉다운 시킬 정도의 대단함을 지닌 음반, 그 다음에 발표되는 앨범은 극단적인 소포모어 징크를 겪게 된다. 전작만큼의 임팩트함을 다시 한번 만들어 내는건 매우 어렵다 못해 불가능에 가까우며, 전작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한 또 한번의 변신을 행한다 하더라도 대부분은 그 퀄리티가 전작만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전작을 능가하는 퀄리티를 만들어 낸 다 하더라도 “전작에 비해 스타일이 너무 과하게 바뀌어서 낮설고 별로다” 이라는 아쉬운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으며, 최악의 경우는 거기에서 밴드의 가치가 급감 하기도 한다. 본작 Forever 는 그러한 문제를 슬기롭게 해쳐 나가고 있다. 전작의 스타일을 그대로 답습 하는듯 하지만, 누구나 알아 차릴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전작과 다른 것들” 을 교모하게 숨겨두어 청자로 하여금 이 앨범을 지속적으로 디깅하게 만들고, 그렇게 하여 전작과의 차이점을 생성 시키면서 이 앨범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 시킨다. 신보의 이상적인 면모는 “과거의 음악적 행보를 이어감 + 신보 다운 새로운 껀수들의 적당량 제시” 라 할 수 있는데, Code Orange 는 그러한 면모에 충실하며, 그 면모를 만들어 나가는데 있어 흥미진진한 추리 소설적 코드를 제공하며 더욱 더 그 껀수의 깊이와 신선함을 맛깔나게 만들고 있다. 다양한 헤비 장르들의 뒤엉킴, 낮설지만 빠져 들 수 밖에 없는 강렬한 아이덴티티, 광폭한 해드뱅과 모쉬, 턱을 괴고서 곰곰히 생각 해 보게 만드는 힙스터적 코드의 음악적 진중함의 제공까지도 완벽하다는 점 또한 빠트리면 곤란하고 말이다. 솔직히 전작 I Am King 만큼은 아니다. 허나 Forever 는 망작도 아니며, 실망스런 작품도 아니다. 이들이 구축한 음악적 명성다운 묵직함을 제대로 담아 낸 한장임에 틀림이 없으며,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아야만 옳을 것이다. 한마디로 Forever 는 정말 속이 꽉 찬 명작인 것이다.

- Mike Villain


For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