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Trip – Nightmare Logic (Southern Lord, 2017)

Power Trip – Nightmare Logic (Southern Lord, 2017)

Municipal Waste 의 두번째 앨범 Hazardous Mutation (2005) 의 후폭풍은 엄청났다. 메탈의 고정적 이미지를 송두리째 뒤집어 엎어 버리는 혁신적 모던 메탈이 쉴 새 없이 쏟아지던 2000년대 초중반에 다큐멘터리 영상에서나 등장 할 법한 80년대 크로스오버 쓰래쉬를 들고 나온건 일종의 무모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도전은 거의 모든 메탈 언론의 극단적 호평을 불러 일으켰으며, 더 나아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10-20대 어린 팬들의 유입이라는 메탈 역사에 길이 남는 기현상까지 남기고야 말았다. 크고 작은 수많은 메탈 레이블들은 이 기현상을 놓치지 않았다. 거의 모든 레이블들은 쓰래쉬 메탈을 구사하는 밴드들에게 쉴 새 없이 계약서를 들이밀며 밴드들을 위로 퍼 올렸다. 메탈 팬들의 당연히 반응은 뜨거웠다. 그렇게 2000년대 메탈씬을 논하는데 절대 빠질 수 없던 큰 사건인 “2000년대 쓰래쉬 리바이블” 이 꽃을 피우게 되었다.

허나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수많은 쓰래쉬 영건들이 화려한 메이저 필드 데뷔를 해 냈고, 각자의 개성을 담은 앨범들 또한 좋은 평가를 받은건 사실이다. 허나 거의 모든 밴드들이 “단 한장만이 가치가 있을 뿐” 이었다. 메이저 레이블에서의 첫 앨범에 자신들의 역량을 쏟아 부은 밴드들은 거짓말처럼 후속작부터는 현저히 떨어진 음악적 역량을 드러내며 “재미 & 가치 없음” 의 극치를 보여 주었다. 이는 당연했다. 한장의 앨범을 만드는 음악적 밑천은 충분 했을지 모르지만, 레이블과의 계약을 통한 여러장의 앨범 계약을 이어 나가기에는 역부족 이었던 것이다. 밴드의 탄탄한 음악적 미래상을 만들기 위한 음악적 휴식기는 너무나도 짦았다. 정해진 기간동안의 3-4장의 발매수를 채워야 하는 계약은 촉박하게 다가왔으며, 여기에 큰 레이블과의 계약을 통해 “기회가 왔을때 타이트하게 활동해서 충분한 인지도를 확보한다.” 라는 밴드측의 조급함도 있었다. 쓰래쉬 리바이블들에 대한 평단과 팬들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지만, 음악적 몰락은 정말 허무할 정도로 빨랐다. 5년, 아니 4년을 채우지 못했으니 말이다.

“쓰래쉬 리바이블은 끝났다” 라고 어느정도 인지가 된 그때, Power Trip 의 데뷔작 Manifest Decimation 이 2013년에 등장했다. 이 앨범은 거짓말과도 같이 가사 상태의 쓰래쉬 리바이블을 다시 살려 내었으며, 더 나아가 “이제 이 장르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 라는 느낌을 모든 메탈 팬들에게 강렬하게 인식하게 만들어 버리고야 말았던 그 앨범 말이다. 말이 데뷔 앨범이지 Manifest Decimation 은 완벽 그 자체의 앨범이었다. 하드코어 펑크와 메탈의 이상적 만남은 당연히 제대로이며, 너무 펑크적으로 단순하지도 않으며 너무 올드 메탈처럼 장황/화려하지 않은 두 장르의 완벽한 장르 밸런싱, 쉴 새 없이 달려대고 밀어 붙이는 거칠디 거친 앨범 페이스, 이 거칠음을 극단적으로 증폭 시키는 리버브 잔뜩 걸린 빈티지한 프로덕션 (Sepultura, Sodom, Kreator, Possessed 의 극 초기 앨범들에서 발견되는 그 저예산 프로덕션의 한계를 역 이용한 쾌감 말이다!) 의 의도적 구현을 통한 컬트한 재미의 창출까지… 이 앨범은 이 장르가 해야하는 모든것을 들려 주었으며, 더 나아가 수많은 쓰래쉬 영건들이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블루오션의 개척까지도 해내며 자신들은 물론이거니와 이 장르의 가치를 극단적으로 끌어 올리는데 성공했다. 일종의 구국의 영웅이었다.

그러한 쓰래쉬 리바이블 괴물 영건이 2017년에 두번째 앨범 Nightmare Logic 을 발표했다. 크게 변한건 없다. 그대로라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 앨범은 신작 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신선함으로 가득하다. 하드코어 펑크와 스피드 메탈의 뛰어난 밸런싱, 두 장르가 지닌 장르적 매력의 극단화, 지나친 펑크적의 심플함/지나친 메탈의 장황한 구성적 약점은 격렬함과 심플함으로의 정면 돌파, 80년대 초기 쓰래쉬 클래식에서나 찾아 볼 법한 더럽고 지저분한 매력의 독특한 프로덕션 질감의 쾌감마저 그대로다. 허나 전작에 비해 훨씬 구성이 스무쓰하게 흘러 간다는 점이 특징이며, 그것은 이 앨범만의 아이덴티티가 된다. 쉴 새 없이 담백하고 직선적인 스피드 일변도로 앨범 전체를 관통하고 있으나, 한곡 한곡의 기승전결이 더욱 더 자연스럽고 버라이어티하며 다이내믹하게 구현되고 있다는 점, 그러면서도 Metallica 로 대표 되는 장황성 & D.R.I. 로 대표 되는 지나친 심플함에서 그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끝장나는 장르/스타일적 줄타기의 진수가 더욱 더 정교해지고 교묘 해 졌다는 점은 흥미진진함 그 자체다. 쉴 새 없이 헐떡 거리는 구성에 귀를 먼저 빼앗겨 버리지만, 일정한 반복청취를 통해 찾아오는 이 절묘한 장르/스타일의 밸런싱적 묘미는 파괴력 넘치는 사운드의 말초적 쾌감보다도 훨씬 강렬하다. 초기 쓰래쉬 메탈의 러프한 프로덕션의 진수를 들려주면서도 그걸 또 이 앨범의 구성적 매력과 일맥상통하게 매끈하게 다듬어 내는 사운드적 절묘함 또한 앞서 설명한 독특한 묘미를 극단적으로 증폭 시킨다는 점 또한 이 앨범의 숨겨진 묘미고 말이다.

Nightmare Logic 은 Power Trip 이란 밴드는 타 쓰래쉬 리바이블러와는 다른 무언가를 지니고 있음을 제대로 보여주는 한장이 아닌가 싶다. 전작과 거의 똑같이, 하지만 곳곳에 신작다운 새로움을 많지도 적지도 않게 딱 맞게 구비 해 두는 이들만의 센스는 가희 놀랍다. “극단적 스트레이트함의 쾌감 창출 밴드” 로써의 이미지와 “극단적 스트레이트함을 추구하는 가운데 타 밴드들과 확실히 다른 뛰어난 구성력을 지닌 밴드” 로의 이미지 모두를 거머 쥐는데 성공하기는 쉽지가 않다. 그런데 이 앨범은 그걸 해냈다. 그러한 성취에 대해 “노력 했습니다” 도 아닌, “우린 그냥 다 된다니깐?” 하는 자신만만함으로의 이미지로 큼지막하게 뇌리에 남는다는 점은 너무나도 인상적이다. A 부터 Z 까지 쉴 새 없이 달려드는 스타일을 구사하는 쓰래쉬 리바이블러 일수록 후반기 활동은 정말 처참했다. “허나 Power Trip 은 아닐거야. 이들은 완전 달라!” 하는 생각을 전해주는데 부족함이 없는 또 한번의 괴물과도 같은 한장 되겠다. 뭐 하나 부족함이 없는 한장이란건 이런걸 두고 말하는 것일 것이다. 이번에도 완벽 그 자체다.

- Mike Vill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