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ally Strange #05] Skid Row – Subhuman Race (Atlantic, 1995)

[Totally Strange #05] Skid Row – Subhuman Race (Atlantic, 1995)

Bon Jovi 의 친분으로 인해 바로 메이저 레이블과의 계약도 따내고, 셀프타이틀 데뷔작이 5백만장이나 팔리면서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Skid Row 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Bon Jovi 가 직접적으로 관여한 데뷔작은 철저하게 밀리언 셀러를 위한 상업적 기획물일 뿐이었고, Skid Row 자신들이 원하던 음악과는 거리가 너무나도 멀었기에 그러했다. 5백만장이나 팔았지만 “능력없고, 아이덴티티 없고, 팔아 먹기위한 전략 빼고는 아무것도 없는, 얼굴만 반반한 그저 그런 하드락 놈팽이들이 또 나왔네?” 라는 세간의 평가는 밴드의 인내심(?) 의 끈을 끊어지게 만들었다. 데뷔작 활동이 마무리 될 즈음에 Skid Row 는 걷잡을 수 없이 삐뚫어지기 시작한다. 각종 음악 언론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Bon Jovi 와 레이블을 맹비난 했으며, 공연장에서는 보컬리스트 Sebastian Bach 를 필두로 한 각종 기행 (관객을 향한 욕설과 도발, 그에 걸맞는 관객과의 물리적 충돌, 말 장난이라고난 하지만 도가 한참 지나친 성소수자 조롱 & 인종차별적 발언 등.. .셀 수 없었다…) 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며 타블로이드지를 뜨겁게 달구었다. 이는 세일링 포인트 빼고는 아무것도 없던 Skid Row 에겐 일종의 자살행위로 비춰졌다. 하지만 밴드는 이러한 깽판 로드쇼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다. “제대로 된 음악을 들려주면 돼. 그리고 자신도 있다고!” 라는 자신감이 충만 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승자는 Skid Row 가 된다.

배은망덕의 극치 덕택에 Bon Jovi 는 Skid Row 에 학을 떼며 손을 털고 나갔고, 5백만장이라는 크나 큰 판매고를 통해 음악 제작에 대해 완벽한 자유를 얻은 이들은 두번째 앨범 Slave To The Grind (1991) 을 통해 자신들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재정의 하는데 성공한다. “고전 하드락, 블루스, 서든락, 헤비메탈의 진수를 제대로 담는다 + 그 진수를 90년대라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공격성과 모던함을 아낌없이 때려 박는다 + 상업적 꼼수따위는 절대적으로 배제한다” 라는 자신들만의 업무 철칙을 철저하게 투영한 Slave To The Grind 는 이들의 데뷔작을 알고 있던 모든 이들이들에게 대충격을 선사했다. Skid Row 는 얼굴만 반반한 판 팔이 가짜 하드로커가 아닌, 고전 하드락/헤비메탈의 모든것을 총집결 하면서도 그것을 한층 새롭고 강력하게 만들 줄 아는 센스와 실력이 충만한 밴드임을 제대로 증명한 것이었다. 더 나아가 이들은 Motley Crue, Faith No More, Gun N’ Roses 와 같이 80년대 상업적 하드락/헤비메탈에 한계를 느끼고 그 스테레오 타입적 음악에서 탈출 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새로운 90년대식 헤비메탈을 만들어 가는 장인급 뮤지션” 의 이미지까지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들의 미래는 너무나도 밝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을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것은 비극이었다. 처참한 상업적 실패, 레이블로부터의 해고통보, 밴드의 음악적 최종 이미지를 제대로 책임지던 메인 보컬리스트의 탈퇴, 밴드 가치/이미지의 급격한 하락이 연달아 터져 버렸다. 그 중심에는 Subhuman Race 라는 앨범이 존재한다.

밴드의 3번째 앨범이 되는 Subhuman Race 는 절대로 실패 할 리가 없는 앨범이 확실한 모양새였다. 데뷔작은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전혀 담지 못했지만 5백만장을 팔았으며, 2번째 앨범엔 음악적으로 매우 비타협적으로 갔음에도 + 소포모어 징크스가 매우 크게 예상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백만장 이라는 매우 좋은 성적을 남긴 바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말이다. 하지만 Subhuman Race 이 나오기 까지의 4년, 정확히 말해서 1991년 부터 1995년 사이의 사정은 이들에게 매우 좋지 못했다. Nirvana 가 등장하고, 수 많은 시애틀 출신 밴드들이 등장하며 메인스트림 락 시장은 하드락/헤비메탈이 아닌, 얼터너티브/그런지가 스탠다드가 되어 버렸다. 모든 메이저 레이블 관계자들은 그러한 새로운 흐름에 올인했다. 80년대 하드락/헤비메탈 스타들은 그때까지 수백만장의 판매고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레이블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게 된다. 음반 레코딩에 대한 금전적/시간적 지원은 예전과 달리 매우 저조 했고, 설사 앨범이 나온다 하더라도 레이블은 “하드락/헤비메탈이 혁신적인 음악성으로 똘똘 뭉쳐진 얼터너티브 태풍 속에서 성공 할 수 있는 묘수가 전혀 없음. 쓸데 없이 서포트 비용을 전혀 들이지 말자.” 식의 태도를 고수하며 앨범을 거의 일부러 사장 시키게 만들기도 했다. 그 이후는? 베스트 앨범과 라이브 앨범을 한장씩 뽑아 낸 뒤에 결별 통지, 그게 전부였다. 수많은 밴드들이 그렇게 나가 떨어졌고, 살아 남은 메탈 밴드는 Metallica, Motley Crue, Bon Jovi, Def Leppard 와 같은 초 거물 정도 뿐이었다. “판매고 천만장 단위 빼고 다 해고” 라는 말이었다.

안타깝고도 흥미로운 점 한가지는 Skid Row 의 3번째 앨범 Subhuman Race 만큼은 “그저 그런 물건과는 매우 거리가 먼 쾌작” 이었다는 점이다. 그러한 대대적인 정리해고 수순속에 나온 앨범들은 하나같이 그저 그랬다. 그저 좀 더 90년대라는 시기에 걸맞는 헤비한 사운드 튠으로 슬쩍 업그레이드 한 예전과 별 다를 바 없는 음악을 담고 있었을 뿐이었다. 베테랑다운 음악적 무르익음은 물론 괜찮았지만, 얼터너티브라는 매우 혁신적인 스타일에 비춰보면 한없이 초라해 질 뿐이었다. “정리해고 당할만 하네” 하는 말이 절로 나올 앨범들만이 가득 할 뿐이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앨범 Subhuman Race 는 달랐다. 이 앨범은 Slave To The Grind 로 대표되는 강력하고 도발적인 80 하드락/헤비메탈을 90년대 얼터너티브/그런지로 얼마만큼 튜닝 할 수 있을까 라는, 그 당시 80년대 헤비메탈러들이 전혀 생각조차 못한 과감 하고도 도전적인 선택을 행하고 성공까지 해 내 버린 괴력을 지닌 한장 이었다. 더욱 더 헤비하고 지저분 해 진 기타톤, 미드-슬로우 템포를 바탕으로 한 헤비 그루브, 저음의 블루지 보이스 까지 맛깔나게 소화하는 한편 전매특허 하이톤 보이스까지 시원시원하게 내 지르며 커리어 하이를 보여주는 보컬 Sebastian Bach 의 엄청난 기량, 수는 적지만 심플/격렬하게 질러 버리는 80년대 하드코어 펑크 넘버라는 예상치 못한 기습적인 쾌감까지…. 80년대 헤비메탈과 90년대 그런지의 특징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Skid Row 의 센스는 정말 굉장했다. 그저 1차원적으로 헤비메탈에 그런지 스타일/튠을 입히는 수준 (=My Enemy) 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얼터/그런지 특유의 사이키/할로우 한 느낌을 기본 뼈대로 하여 클래시컬한 하드락/헤비메탈을 얻는 역발상적인 센스 또한 뛰어났으며 (=Into Another), 80년대 밴드들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발라드 넘버까지 메탈과 얼터너티브 두 장르의 매력을 동시에 작렬 시키는 등 (=Breakin’ Down), 첨예하게 대립 할 수 밖에 없는 두 장르의 이질적 요소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센스는 너무나도 놀라운 부분이었다. 전형적인 80년대 하드락/헤비메탈러가 단 한장의 앨범 텀 사이에 이렇게까지 새로운 락 음악 스타일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구사 해 낸 사실은 경악 그 자체였다. 그 당시 80년대 하드락/헤비메탈 밴드들이 그저 과거 스타일을 답습하다가 전력 외 통보를 받던지, 아니면 자신들이 절대로 소화 할 수없는 얼터너티브/그런지를 무리하게 시도하다 조롱만 신나게 먹고 나가 떨어지던지, 둘 중 하나였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더더욱 이 앨범의 대단함은 눈에 띌 수 밖에 없었다.

매우 인상적인 음악을 남겼으나 이 앨범은 보란듯이 실패를 기록한다. 레이블은 이 앨범에 대해 홍보를 거의 하지 않았다. 앨범은 발매 첫주에 35위를 기록했다. 전작이 발매 첫주에 1위를 기록 했기에 이 35위라는 기록은 초라 해 보일지 모르지만, “레이블이 앨범이 나오는 데에도 홍보를 전혀 안함” 이라는 뒷 배경을 따져보면 그래도 선방한 셈이었다. 얼터너티브를 치켜 새우고, 하드락/헤비메탈이라면 일단 비난하고 보던 그 당시 음악 평단에서조차 좋은 평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 까지였다. 레이블은 짦막한 미국 투어 & 중남미 투어, 약간의 아시아 투어/프로모션을 해 줬고, 모든 일정이 끝나자 더 이상 아무것도 없었다. 밴드 멤버들은 각자 뿔뿔히 흩어졌다. 모든 멤버들이 “Skid Row 는 이제 끝이군” 하는 감정을 가지게 된 것이다. 멤버들의 예상대로 “자신들이 원치 않은 / 자신들이 동의 하지도 않은” 라이브 EP 한장, 베스트 앨범 한장 발표 후 밴드는 레이블로 부터 해고 통보를 받게 된다.

밴드 또한 이 앨범에 대해 아쉬움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증오했다. 밴드의 음악적 부분을 책임지는 기타리스트 Dave “Snake” Sabo 는 인터뷰를 통해 “절대 기억조차 하고 싶지 않은 앨범” 이라며 학을 여러번 뗐다. 그도 그럴것이 Subhuman Race 는 밴드가 원하는 음악을 전혀 담지 못했기에 그러했다. 밴드의 대 성공작 Slave To The Grind 를 담당한 Michael Wagener 을 기용하여 앨범을 만들려 했지만, 모종의 이유로 취소되고 레이블의 추천으로 Bob Rock 이 가세 하였는데 이는 밴드에게는 생각조차 하기 싫은 악몽이 되어 버리고 만다. Subhuman Race 의 뛰어난 80 헤비메탈과 90 얼터너티브와의 조화는 밴드의 의도가 아닌, Bob Rock 의 강요였다고 하며 (허나 메탈과 얼터너티브와의 기막힌 믹스를 한껏 살려주는 그의 프로덕션 센스 만큼은 인정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밴드는 절대로 그러한 시도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계약서대로 “정해진 시기까지 앨범이 3번째 앨범이 나와야 함” 이었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새로운 음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앨범이 발매 될 즈음엔 메이저씬의 주도권은 완전 얼터너티브로 바뀐지 오래였다. 레이블은 그러한 분위기속에 메탈 밴드가 성공 할 리 없다는 판단속에 홍보를 포기하며 이 앨범과 밴드 자체를 사장 시켜 버렸다.

그리고 Skid Row 는 멸망했다. 레이블로 부터의 해고 통지서가 날아오기 직전, 밴드의 메인 송 라이터인 기타 Dave “Snake” Sabo 와 베이시스트 Rachel Bolan 은 새로운 음악 스타일로 다시 한번 밴드를 재건하려 했다. 하지만 보컬리스트 Sebastian Bach 는 무슨 새로운 음악 스타일이냐며 밴드와 그 자리에서 대판 싸우고 밴드에서 “거의 해고” 형태로 밴드에서 나가게 된다. 그 이후는 더욱 처참했다. 새 보컬리스트 Johnny Solinger 를 기용 (매우 아이러니컬 하게도 그는 Skid Row 에서 가장 오래 뛴 보컬이 된다.) 하고 새 앨범이 나오기까지는 무려 8년이 걸렸으며, 더욱 얼터너티브 해 진 Thickskin (2003) 은 완벽한 실패작이었다. 3년뒤에 Slave To The Grind 스타일의 초강력 메탈을 가득 담은 Revolutions per Minute (2006) 은 음악은 나름 괜찮았지만, 더 큰 조롱을 얻을 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Sebastian Bach 의 행보는 예상외로 괜찮았다는 점이다. 컨트리 음악과는 전혀 상관없는 힙합, 하드락, 메탈, 셀리브리티 인사들이 컨트리 음악에 도전하는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 Gone Country 에서 우승을 하며 얼굴을 다시 알리더니만, Slave To The Grind 앨범에서의 전형적인 80 헤비메탈을 징글맞게 시도한 솔로 데뷔 풀렝스 Angel Down (2007) 가 예상치 못하게 성공하고, 후속작 앨범들 또한 차트에서 선방하는 기록을 남기며 한 텀 늦었지만 나이스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참으로 아이러니 한 일이 아닐 수 없다. 80년대 헤비메탈과 90년대 얼터너티브의 가장 뛰어난 퀄리의 믹스를 보여 준 비운의 명작 Subhuman Race 가 밴드가 전혀 원치 않은 앨범이었으며, 밴드의 앞으로의 20여년을 힘들게 만든 절망의 씨앗이 되었다는 점이다. 벤드의 의지가 전혀 담겨있지 않지만, 그와 상관없이 청자로 하여금 뛰어난 쾌감을 선사한 이 앨범은 과연 괜찮은 앨범인 것일까? 아니면 밴드가 전혀 원치 않은 데다가, 그 당시의 기억을 더듬는 것조차 (더 나아가 최근 Sebastian Bach 가 먼저 던진 재결합 의견까지 NO 할 정도로)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아픈 기억만이 남아 있기에 이 앨범은 졸작인 것일까? 판단은 개개인의 몫이지만, 그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찜찜하기 이를데가 없다. 일본과 한국, 정확히 말해서 동양에서는 Subhuman Race 가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꽤 괜찮게 인정 받았기에 그 찜찜함은 더욱 크다. 이 앨범에 대한 판단은… 아마도 본인만큼은 영원히 보류 일 것 같다. 이 앨범을 사랑한 한 사람으로써, Skid Row 라는 밴드를 지금도 존중하고 있는 한 사람이기에 말이다.

- Mike Vill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