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rissey – World Peace Is None Of Your Business (Capital, 2014)

Morrissey – World Peace Is None Of Your Business (Capital, 2014)

1982년에 결성, 지금까지의 컨트리, 블루스, 하드록, 사이키델릭 등 고전적인 장르에서 “영국색” 만을 남겨놓고 모든 사운드 특징에 대해 쓸데없는 구닥다리라는 딱지를 붙이고 조롱하는 가운데, 그러한 태도를 기반으로 펑크의 미니멀리즘적 구조를 십분 이용하며 영국 락 전통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던 밴드. 그 사운드에 (치기어린 청소년적 마인드라 놀림을 받긴 하지만) 뛰어난 문학적 가사,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굉장히 위험하지만 재미진 독설을 첨부하며 유니크한 밴드로의 이미지를 구축한 한 밴드. 5년이라는 짦은 시간동안 활동하며 큰 상업적 성공을 낳지는 못했으나 “80년대 중반 이후 모든 영국 락 음악의 기본” 이 될 정도로 모든 모던락의 음악적/정신적 지주로 등극한 바 있는 소프트하고도 거친 밴드, The Smith. 그리고 그 밴드에서 문학적 독설을 담당 했으며, 그만의 똥고집과 어그로 끌기 능력으로 인해 The Smith 의 인기의 원동력이 되었던 동시에 밴드의 존재 자체를 파탄 낸 남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로 커리어를 26년/10장 넘게 행해오고 있는 인물, 솔로 커리어에서 천국과 지옥을 여러번 맛 본 바 있는 팔자 강렬한 남자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는 Morrissey. 이 양반이 2014년에 신작을 발표했다. 무려 10번째 앨범이란다. 게다가 앨범명도 그다운 어그로킹 & 과도한 블랙 유머의 극치인 World Peace Is None Of Your Business 이기에 기대감을 한껏 부풀린다. (게다가 Capital 과의 계약을 통해 다시금 메이저 레이블에 복귀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과연?

영국 모던락의 영원한 부동의 1위 The Smith 출신이라는 점과 긴 솔로 커리어를 자랑하기는 하지만, “Morrissey 의 신보” 는 언제나 늘 취급주의 수준을 넘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극도의 위험천만한 폭발물이라 불러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Morrissey 는 종종 도를 넘어서는 불쾌함을 선사하기는 하지만, 정치/경제/사회/인종/식문화 문제에 대한 매우 감각있는 냉소적 태도와 이를 예술로 승화 시키는 가사 제조가 & 이를 통한 이슈 제조가 & 그것들을 무대에서 근사하게 폭발 시키는 뛰어난 퍼포임에는 만점을 줄 수 있지만, 음악 직접 만드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뮤지션” 으로는 의문감 그 자체로 밖에 평가 할 수 밖에 없다. 레전드라는 간판 뒤에는 극도의 음악적 롤러코스터 행보가 가려져 있다. 멋진 데뷔이후 차기작 폭망, 쾌작으로 다시 재기, 또 한번의 폭망, 이를 계기로 행해진 영국 모던락 황금기에 레이블에서의 해고/퇴출이라는 대 치욕을 맛 보았으며, (그가 그토록 냉소적이었던) 미국 & 인디 필드로 건너가 영/미 혼합 사운드를 통해 극적으로 부활한 그의 커리어를 다시금 생각 해 보자. 절대적으로 그의 신보는 일단 의심과 걱정부터 하게 된다. 음악적 사망 진단서를 부정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자 미국 펑크의 에너지를 빌려 새로움으로 변신/갱신/재기를 한번에 보여준 You Are The Quarry (2004), 6-70년대 클래식 락앤롤의 품위와 스케일을 Morrissey 화 하는데 성공한 Ringleader Of The Tormentors (2006), You Are The Quarry 2 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자 더욱 더 강화한 미국 펑크적 에너지와 그만의 영국색 어린 소화력을 과시 해 낸 쾌작 Years Of Refusal (2009) 이라는 연타석 쾌작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는 예나 지금이나 음악적인 뮤지션은 아니었으며, 그 문제를 타파하기 위한 노력은 그를 잘 이해하고 그의 음악적 욕망을 잘 실현 해 주는 좋은 작곡자/기타리스트와 프로듀서의 나이스한 백업빨이 있어야 한다는 단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의 부활을 선도한 You Are The Quarry 와 Years Of Refusal 의 진정한 음악적 주축인 프로듀서 Jerry Finn 은 운명을 달리했다. 가장 큰 조력자이자 안정적인 음악 지원을 잃은 셈이다. 그 분위기 속에서 신보 작업에 들어갔다는 점, 지금까지의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면 타이밍이 “망작” 이 터질 타이밍이라는 점에서 신작은 걱정부터 앞선다.

매우 좋은 그림이 나오지는 않는 모습이지만, 결론은 꽤나 놀라웁다. 신작인 World Peace Is None Of Your Business 는 Morrissey 의 음악적 커리어에 있어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의 가치를 가진 앨범이자, 또 다른 Morrissey 의 특징이 터지는, 또 하나의 패러다임 시프트와도 같은 앨범이다. 전전작 Ringleader Of The Tormentors 에서 보여 준 바 있는 클래식 락적인 빈티지한 품위와 스케일의 또 한번의 시도, You Are The Quarry 와는 사운드적 특징은 다르지만 미국적인 인디/얼터너티브 락적인 사운드를 채택하며 전작에서의 방법론을 계속 이어 나간다. 색다른 사운드, 여전한 제조 방법을 보여 주는것이 본작의 기본적인 틀 되겠다. 퍼즈함-사이키델릭함-라우드한 기타 사운드의 강조를 통해 90년대 그런지 열풍의 그 바이브를 살려내는 느낌이기도 하며, 영국색을 내는데 있어서 꽤 집착하는 Morrissey 다운 근사하고도 능수능란한 소화력은 You Are The Quarry 만큼 강렬하기도 하다. 여기에 Ringleader Of The Tormentors 에서 선보였던 클래식 락 적인 스케일을 좀 더 강조, 뮤지컬적인 요소와도 일맥상통하는 품위와 깊이를 보여주면서 Frank Sinatra 와 같은 고전 극장형 퍼포머의 매력이라는 것도 확실히 보여주며 신선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여기에 Morrissey 다운 냉소적이고도 센스 넘치는 시적인 블랙유머가 강렬히 터지며 그 스케일을 좀 더 키워주고 있고, 삐딱한 메세지 제조 센스가 음악적인 부분과 절묘하게 이어지면서 (가사와 사운드가 매우 서로를 잘 받쳐주는 인상이다. 이 점 역시 이 앨범의 백미.) Nick Cave 와 같은 기인적 묘미까지도 발생 시킨다. 한마디로 꽤 익숙하면서도, 꽤 도전적이고 색다른 양질의 결론을 내 놓는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Morrissey 의 신작은 한마디로 성공적이다. 비슷한 방법론 & 새로운 사운드 스타일의 꽤 놀라운 확보를 통해서 어렵사리 만들어 논 고정 팬 베이스를 더욱 다졌고, 새로운 팬 베이스를 늘려 나갈 껀수를 잘 만들어 두었기 때문이다. Jerry Finn 이라는 인물에 이어 Joe Chiccarelli 라는 또 하나의 음악적 조력자이자 프로듀서를 발견 했다는 점 역시 의미가 깊다. (Joe Chiccarelli 는 Counting Crows, My Morning Jacket, Minus The Bear, Rufus Wainright, The Strokes, Tori Amos 등과 같이 작업 한 바 있는 프로듀서다.) 무엇보다 3장의 쾌작을 발표 했음에도 불구하고 영 불안했던 음악적 기복을 잠잠하게 만든 확실한 한방이라는 점은 이 앨범의 가장 큰 수확이 아닌가 싶다. Morrissey 의 음악 여정의 연장선이면서도, 꽤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데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기에 그러하다. You Are The Quarry 가 부활이라면, 본작은 터닝포인트라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정기에 들어서긴 했지만, 여전히 음악성 폭락의 위험이 있는 그이기에 앞으로 나올 앨범들을 좀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지만, 믿음이 간다. 확실히 이 앨범은 Morrissey 의 또 한번의 변화와 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다. 앞으로 두세장은 제대로 해 먹을듯 싶다. The Smith 는 그의 바램대로 더욱 더 한때의 전설이 되어 가는듯 싶다. 그런게 듣기에도, 보기에도 좋은 앨범이더라.

- Mike Villain


World Peace Is None Of Your Busi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