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cest – Shelter (Prophecy Productions, 2014)

Alcest – Shelter (Prophecy Productions, 2014)

파이오니어들의 음악적 한계 인식으로 인해 해산과 활동중단으로 말미암아 휴식기에 들어간 2000년대 중후반 부터인가 아마 그럴 것이다. 블랙메탈은 상상치 못한 변화와 진보를 행하게 된다. 노르웨이 & 북유럽 국수/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한 사타닉-노이즈 메탈 아이덴티티의 카데고리에서만 머물렀고, 계속 그러한 행동강령을 고수 할 것으로만 보였던 폐쇄적 음악장르의 대표주자가 말이다. 블랙메탈과 어울리지 않을법한 비-북유럽 지대에서 등장한 신예들은 블랙메탈의 사운드적인 요소를 자신들의 음악적 여정의 연료로만 삼았을 뿐, 블랙메탈 특유의 행동강령에서 한참 벗어난 인디락/힙스터적인 자유로운 음악적 실험을 시작한다. 주요 실험무대는 미국 인디락 씬이었고, 수많은 밴드들의 용감무쌍한 시도들은 백이면 백 성공으로 귀결 되었고, 이를 근간으로 블랙메탈은 이제 매우 실험적인 인디 음악으로써 인식의 변화를 성공하게 된다. 크지도, 적지도 않은 미묘하고도 적절한 비율로 말이다.

Alcest 는 바로 그러한 변화상의 주인공들 중 하나이자, 가장 중요하고도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남긴, 최고의 파이오니어 중 하나다. 프랑스 남부지역 바뇰스흐 셰즈에서 2000년에 결성 된 이들은 데모를 발표 할 때만 하더라도 콥스 페인팅도 하고, 네일 아머도 두르고 사악한 DSBM 을 구사하던 밴드로 시작했다. 하지만 그 이후 발표한 첫 EP 부터 블랙메탈 특유의 스테레오타입적인 사운드와 정반대의 행보를 걸었다. 블랙메탈이 지닌 소량의 유로 포크적 형체만을 남겨둔 채, 슈게이즈/인디락/드림팝을 도입하는 용기를 발휘, 놀라우리만큼의 독창적인 음악을 완성하게 된다. 블랙메탈적 코드가 희미하고도 은은하게 살아 있는 가운데 엣모스페릭 포크와 슈게이즈/모던락 사운드와의 접목을 시도한 1장의 EP 와 3장의 정규작은 논란 그 자체였지만, 엄청난 마력의 음악적 설득력을 지니고 있었고 자연스레 어마어마한 호평을 얻는데 성공했다. 이 호평의 근간이 메탈씬 뿐만이 아니라, 음악 평론 전반에서, 특히 인디락/힙스터 계열의 평단에서의 엄청난 주목은 굉장히 시사하는 바가 컸었다. 3번째 앨범 Les Voyages de l’?me (2012) 에 이르러서는 밴드는 유로 메탈적인 뿌리를 지닌 2010년대 인디락 아이콘이 되어 있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한마디로 Alcest 는 밴드는 꽤나 컬트적인 팬 베이스를 지니고 있는 재미진 이방인 사운드의 아이콘이었다.

2014년 신작이자 통산 4번째 앨범인 Shelter 는 밴드에게 중요한 첫 터닝포인트인 동시에, 블랙메탈의 원조 아이덴티티/스테레오타입/행동강령을 또 한번 과감히 갱신하는 중요한 흐름의 시작이기도 한 앨범이다. 크다면 크고, 적다면 적은, 미묘하고도 깊은 변화가 이 앨범 Shelter 의 포인트이다. 기본적으로 큰 변화는 없다. 블랙메탈적 사악함과 헤비함은 없지만, 그 블랙메탈과 일맥상통하는 멜로디라인, 그러한 것과 연동되는 포크 메탈이나 익스트림 프록 (=Opeth), 엣모스페릭 블랙메탈에서 발견되는 멜랑콜리함, 그리고 슈게이즈/드림팝의 대거 도입과 절묘한 조화 능력의 발휘, 인디락적인 사운드톤의 대거 삽입에도 불구하고 유로 메탈적 아이덴티티를 잊지 않는 디테일한 마무리까지 크게 변화는 없다. 하지만 새 앨범에서는 유로 메탈적 코드가 꽤나 많이, 자신들의 지금까지의 행보를 뒤로 한 채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만들기 위한, 다분히 의도적인 “다양한 유로 메탈적 코드의 과감한 삭제” 를 행하고 있다. 작위적인 느낌을 병적일 정도로 지우지 않았나 생각 들 정도로 말이다. 이들의 전작에서 존재하던 멜랑콜리함이나 엣모스페릭한 코드가 작위적이긴 해도 매우 긍정적인 측면의 적당하고도 수준 높은 이용이었는데, 이걸 호적 파 버리듯 과감히 파 버린건 조금 섣부르지 않았나 생각이 들 정도.

하지만 이러한 결정은 섣불러 보이지만, 절대로 잘못된 선택이 아님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이것이 Shelter 의 특징이자 음악적 강점의 원동력이 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들의 과감한 가감법은 좋은 결론으로 나아간다. 밴드는 유로 메탈/포크적 코드를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그러한 사운드의 매력을 십분 끌어내고 있으며, 형태는 닮지 않아도 그 쪽 사운드의 아이덴티티와 충분히 연동되는 공감적 특징을 실하게 보여준다. 그와 동시에 그렇게 지워내린 유로 메탈적 코드들은 슈게이즈/인디/모던락쪽과 더욱 더 잘 어우러지고 있다. 이렇게 친 슈게이즈 노선으로 가나 싶지만, Alcest 는 이 부분에서도 결국 슈게이즈 쪽으로 귀결 할 수 없는 놀라운 선 긋기를 행하여 (앞서 설명한 유로 메탈적 요소와의 완벽한 단절법과 일맥상통 하는) 그 쪽 사운드의 작위적 코드 방지, 더 나아가 더욱 더 Alcest 를 한가지 정의 할 수 없는 밴드로 만들고야 만다. 물론 긍정적인 쪽으로 말이다.

Shelter 는 겉으로만 보면 좀 더 힙스터 취향의 모던/인디락으로 귀결되어 보이는 앨범이며, 포스트락쪽으의 기울어짐도 보여진다. (Sigur Ros 가 녹음했던 아이슬란드 스튜디오에 직접가서 작업 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약간만 자세히 귀 귀울여 들어보며 분석을 해 보면, 이들은 다양한 장르의 특징을 극단적으로 끌어내고, 각 장르들을 좀 더 조화롭게, 한쪽에 기울어지지 않게 구사하며 그 어떤 장르쪽으로 가지 않는, 밴드의 정체성을 매우 긍정적으로 모호하게 만들어 버린다. Alcest 의 커리어를 더욱 살려주면서, Alcest 라는 밴드를 더욱 더 정의하게 힘들게 만드는 쾌작이자 괴작이 바로 Shelter 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흥미로운 변화상은 당연히 높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으며, Alcest 가 블랙메탈러나 슈게이징 밴드냐 하는 논쟁은 더 이상 필요가 없게 만들어 버린다. 더불어서 이러한 변화가 블랙메탈의 또 하나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아닌가 싶다. 블랙메탈 아이덴티티 + 블랙메탈과 전혀 상관없는 장르들 (=슈게이즈, 포스트락, 인디락, 힙스터 음악적 코드) 와의 접목으로 인한 사운드 혁신에 적응이 되자마자, Alcest 는 또 다른 영역으로의 변화를 시도하는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 변화상이 꽤나 의미심장하다 이 말이다. 이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Alcest 라는 밴드가 새로운 블랙메탈의 패러다임을 그 누구보다 빠르고 확실하고 깊게 변화 시킨 발 빠르고 재능있는 듀오였다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는 분명 놀라운 결과를 낳으리라 믿어 의심치가 않다. 훗날 음악적 행보와 타 밴드들의 긍정적 흐름 & Alcest 가 한발 빨랐다는 점에 대한 재발견이 제대로 이뤄저야 Shelter 의 위대함이 100% 증명 되겠지만, 그래도 김칫국은 미리 마셔두고 싶다. 그 정도로 이들의 변화상을 즐기며 얻는 놀라움과 기분 좋음의 레벨이 다르기 때문이다.

- Mike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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