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xis – Abalam (Halo Of Flies, 2014)
Alcest, Liturgy, Deafheaven, Bosse-de-Nage, Wolves In The Throne Room 와 같은 밴드들의 등장과 높은 음악적 설득력은 블랙메탈이라는 장르를 더 이상 다이하드함의 극에 달한 장르로 바라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콥스 페인팅, 네일 아머, 종교에 대한 테러 행위, 국수/민족주의/유럽 전통 신화적 색채 등은 아직 블랙메탈의 아이덴티티로 여전히 건재하긴 하지만, 그것이 전부라고 말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는 말이다. 2010년도 들어와서 그러한 인식변화의 강도와 속도, 그리고 정당한 느낌의 음악적 설득력은 점점 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고, 심지어 몇몇 아이콘적 존재들에 의해 “올해 최고의 앨범” 을 호시탐탐 노리는 놀라운 경지까지 이르렀다. 올해도 그러한 흐름이 계속 될 것이라 생각하자마자, 또 하나 등장했다. 그것도 무려 블랙메탈 아이덴티티의 본고장 스칸디나비아의 나라 중 하나인 덴마크 코펜하겐 출신이다. Hexis 라는 밴드다.
Hexis 는 2010년에 결성, 지금까지 3장의 EP 와 2장의 스플릿을 발표했고, 2014년 1월 11일에 대망의 첫 풀렝스 Abalam 를 발표한 신예다. 블랙메탈과 하드코어 펑크의 믹스쳐를 시도한다는 코멘트를 자신들의 바이오그래피 떡 하니 박아 놓았는데, 들려주는 음악을 들어보면 그렇구나 하고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와 동시에 Darkthrone, Craft 와 같은 하드코어 펑크적인 코드가 강한, 블랙메탈 아이덴티티를 중심으로 한 변화와는 많이 다르다는 점도 바로 느낄 수 있다. 그와 동시에 현재 Southern Lord, Deathwish INC 와 같은 레이블 로스터들을 중심으로 한 하드코어 펑크 중심축의 블랙메탈 도입/적응의 변화상과 일맥 상통하구나 라는 점을 느낄수도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러한 밴드들과는 다르다는 점, 더 나아가 지금까지 경험한 블랙메탈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한 자들과도 전혀 다르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 이 밴드는 비슷하되 매우 다른 블랙메탈 & 블랙메탈 믹스쳐 사운드와 공식을 자랑하는 이방인이오, 변종 생물인 것이다.
Hexis 의 데뷔작 Abalam 은 무엇보다 사악한 오오라와 그에 걸맞는 과격한 스피드와 노이즈와 가득한, 말 그대로 불경함의 극을 달리는 직관적인 사운드 이미지로 가득차 있다. Mayhem 와 일맥상통 하는 오오라를 느낄 정도다. 허나 결국엔 Mayhem 과는 다른 , 그리고 새로운 종자임을 결론 내릴 수 밖에 없다. 이들이 구사하는 과격한 사악함 안에는 날카롭고 기계적인 느낌의 프로덕션, 블랙메탈 특유의 사악함을 증폭 시키는 멜로디 애드립의 철저한 배제, 케이오틱/매쓰코어적인 펑크적 혼돈미의 존재감, Amebix 나 His Hero Is Gone 과 같은 코드의 둠 크러스트적 헤비-슬로우 애드립, 이러한 요소들의 매우 미니멀한 표현 등 블랙메탈 특유의 스테레오타입에 반대하는 입장의 다양한 모던함이 굉장히 임팩트하게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Hexis 는 콥스페인팅 부류보다는, 브루탈 힙스터 부류에 어울린다.
하지만 재밌게도 이들의 음악은 힙스터 블랙메탈에 가두기에는 꽤나 무리가 있기도 하다. 이들이 아무리 다양한 모던 요소를 가지고 있어도, 블랙메탈 아이덴티티, 즉 사타닉한 아우라 창출의 비중이 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앨범은 “블랙메탈의 재해석 or 재창조” 보다는 “블랙메탈 아이덴티티의 모던한 변화” 에 가깝기도 하고, 큰 설득력도 지닌다. 콥스 페인팅 부류와 포마드 헤어스타일 부류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를 시도하는 이들의 뛰어난 음악적 결론이 아닌가 라는 결론이 가장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재미난 현상이다. 솔직히 이들을 콥스 페인팅 부류에 놓고 싶지는 않다. 모던한 요소도 굉장히 많고 독창적이며 임팩트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콥스 페인팅 부류만큼 과격하고 악마적인 표현법을 밴드색의 첫번째로 지정하고 있다는 점은 쉽게 간과하기 힘들다. 너무 음악적인 부분에 매진하는 힙스터 블랙에 대한 일갈인지, 아니면 가장 이상적인 블랙메탈의 진화인지… 어디다가 힘을 실어줘야 할지는 나도 잘은 모르겠다. 한가지 확실한 점은 두 부류 모두 놀랄만한 충격과 설득력을 지녔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기준이라 할 수 있을까? 100% 는 아니겠지만, 분명 그렇다 라는 대답과 올해 가장 뛰어난 신예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의견 만큼은 입에서 자연스레 나올만 하다.
- Mike Villain
Teneb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