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YEHATEGOD – S/T (Housecore, 2014)

EYEHATEGOD – S/T (Housecore, 2014)

4-50년대 의식주가 아직 남아있는 빈티지한 매력적 삶,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재즈 타운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현대 산업화에 크게 뒤쳐졌고 그로 인해 옛 모습 그대로 남겨 질 수 밖에 없었던, 더불어 빈민가의 각종 사회 문제의 창궐로 인해 (가난, 빈부격차, 일자리 부족, 폭력과 약물 남용과 같은것들) 미국 최대의 골칫거리 중 하나가 되어버린 남부 도시 뉴올리언즈. 이러한 뒷배경은 자연스레 뉴올리언즈라는 동네 분위기에 걸맞는 공격적인 성향의 음악 (펑크나 메탈) 이 등장 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80년대 말 – 90년대 초를 기점으로 그러한 밴드들이 하나 둘 등장하였고, 남부 지역 특유의 블루스/서던락적인 유전자를 기본으로 다양한 공격적 락-메탈-펑크 인플런스를 받아 탄생 된 독창성 만점의 메탈 음악들은 어렵지 않게 애호/전문가들의 레이다망에 걸려 남다른 주목과 각광을 받게 된다. 여기에 90년대 초중반의 메탈 넘버원 밴드 Pantera 의 보컬리스트 Phil Anselmo 가 뉴올리언즈 메탈의 열혈팬을 자처하고, 그 지역 밴드들과의 음악적-사적 교류를 행하며 주목도를 크게 올렸다는 점은 신의 한수로 작용했다. 그렇게 90년대 중반부터 (적어도 헤비니스 음악 애호 팬들에게는) 뉴올리언스는 “독창성 넘치는 메탈의 도시” 로 거듭나게 된다.

그리고 그 시작과 중심에 EYEHATEGOD 이란 밴드가 존재한다. “뉴올리언즈 메탈의 정수” 라고 단정 지어도 될 정도로 최고의 위치를 자랑하는 그 밴드 말이다. 서던락/블루스와 같은 정통 아메리카 사운드와 Black Sabbath 로 부터 시작, 헤비함-암울함-느릿함-약물적 코드를 극대화한 메탈 역사와의 접목, 여기에 80 미국 하드코어 펑크에 대한 자신들의 애호까지 한번에 뒤섞어 자기화를 행한 이들만의 사운드가 바로 그 뉴올리언즈 메탈의 기본 텍스쳐가 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둠 메탈의 영향을 받되, 둠 메탈이 지닌 고전 메탈 특유의 중세 음악적 멜로디어스 코드의 절제, 암울함-헤비함의 극대화, 미국적인 하드코어 펑크적 어레인지로 탄생 된 새로운 사운드를 통해 “슬럿지 메탈” 의 서브 메탈 장르를 탄생 시키며 메탈 역사의 중요한 한 획을 그었다는 위대한 순간도 있다. (더불어서 저예산 제작으로 인해 만들어 진 매우 지저분하고 거친, 로우한 프로덕션 역시 “슬럿지 메탈” 의 기본이 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데뷔작 In The Name Of Suffering (1992) 에서 그러한 대단함을 보여주며 큰 주목을 받았으며, Take As Needed For Pain (1993), Dopesick (1996), Confederacy Of Ruined Lives (2000) 과 같은 앨범들을 통해 음악을 좀 더 심도 있게 다듬으며 90 메탈의 아이콘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또한 밴드 활동 중간에 행했던 프로젝트 밴드 Down (Pantera + COC + Crowbar 가 모인 뉴올리언즈 메탈 올스타 밴드) 의 강력한 성공 또한 EHG 의 명성 상승에 엄청난 도움이 되기도 했다는 점 역시 빠질수가 없다.

하지만 밴드는 큰 평가에 비해, 언더그라운드를 확실하게 벗어나지 못했다. 보컬리스트 Mike Williams 약물중독은 꽤나 심각해서 경찰서, 감옥, 법정, 재활원을 꽤나 들락날락 거렸고 (코카인, 마리화나, 헤로인, 아편 등 거의 모든 중독성 약물을 섭렵했다는 이야기는 메탈 좀 듣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상식으로 통할 정도로 악명 높다), 그로 인한 건강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는 점, 그로 인해 라이브 및 레코딩 활동이 멈춰져서 밴드 성장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EHG 의 성장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 2000년대 들어오면서 EHG 은 공식 발표만 없었을 뿐, 거의 활동 중단과도 같은 행보를 보였다. Mike 가 이래저래 힘든 나날을 보내는 와중에, 밴드의 드러머이자 또 다른 중심축 Jimmy Bower 는 Down, COC, Crowbar, Superjoint Ritual 등 다양한 밴드들에서의 활동 비중을 높혔고, 이는 더욱 더 EHG 의 답보 상태를 길게 만들 뿐이었다. 2000년에 발표한 앨범 Confederacy Of Ruined Lives 이후로는 2장의 스플릿, 2장의 싱글만이 (겨우) 발표 될 뿐이었다. 곡 수로 따지면 겨우 7곡. 한마디로 답이 없었다. 재기는 매우 불투명 했다.

하지만 결국 EHG 는 돌아왔다. Mike William 의 옥살이 & 약물/건강문제가 어느정도 해결되고, Jimmy Bower 역시 다양한 음악적 외도를 끝내고 EHG 에 매진하기로 결정하자, 거짓말처럼 밴드는 빠르게 다시 굴러가기 시작한다. 2012년에 부활의 신호탄으로 싱글 앨범 New Orleans Is The New Vietnam 을 발표하였고, 단 한곡이었지만 EHG 의 음악적 건재함과 또 한번의 발전을 기대 하기에는 충분했다. 이 싱글 발표를 기점으로 밴드는 서두르지 않고 중간중간 투어를 돌며 실전 감각을 올렸고, 새 앨범 작업을 차근차근 해 나갔다. 그렇게 무려 14년만의 신작인 셀프 타이틀 앨범 EYEHATEGOD 은 어렵사리, 생각보다 수월하게 발표 되었다.

새 앨범의 호불호의 기준은 매우 심플하다. 14만의 새 앨범이 얼마나 EHG 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보여 주느냐, 그거 딱 하나다. 14년만의 새 앨범이라지만, 작업과정은 후하게 쳐 줘도 2년이다. 라이브 활동은 그 14년 안에 종종 해 왔지만, 그래도 앨범 제작과는 이야기가 다르다. 좋은 그림이 그려지지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셀프 타이틀 앨범 EYEHATEGOD 은 EHG 의 명성을 다시금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그와 동시에 올해 최고의 메탈 앨범을 거론하는 자리에 오를 수 있을 만큼의 굉장한 저력을 보여주는 앨범이다.

새 앨범을 호평 할 수 없게 만드는 원동력은 “EHG 가 왕년에 보여 주었던 것들” 과 “EHG 가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것들을 적절히 꽃아 넣으며 일종의 발전이나 개선을 해 내는데 성공한 인상” 이다. 일단 EHG 하면 생각나는 이들만의 스타일은 100% 들어있다. Black Sabbath-ism 의 헤비-퍼즈-블루지-언홀리한 빈티지 헤비 사운드의 시작과 발전상, 남부 출신다운 블루스/서던락적인 코드의 남다른 강한 어필, 90년대 미국 메탈 밴드다운 하드코어 펑크에 대한 열렬한 애정 표출로 만들어지는 그 스타일 말이다. 느릿함-헤비함-끈적함의 매우 독한 표현방식은 이 밴드가 오랜 시간동안 활동을 하지 않았어도 계속 팬들이 붙어 있게끔 & 새로운 팬들이 영입 되게끔 만든 컬트한 팬층의 원동력이지 않았던가? 그러한 EHG 특유의 독한 카리스마는 여전히 청자를 넉다운 시키기에 충분하다. 보컬 Mike Williams 가 만들어 내는 절망감이 뚝뚝 떨어지는듯한 가사 제조 센스 역시 여전하다. 뉴올리언즈 빈민굴이 지닌 다양한 사회문제에서 비롯된 절망감들을 횡설수설형 단어 나열로 현실 지옥도를 표현하는 그만의 & EHG 만의 메시지적 특징은 여전히 충격적이며, 매력적이다. EHG 는 신보를 통해서 자신들의 왕년을 다시 증명하는데 성공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다.

신작은 EHG 의 전성기를 다시 들려주면서도, EHG 의 과거와는 다른 것들도 꽤 쏠쏠하게 보여주는 앨범이기도 하다. 느릿함-헤비함을 구사 하다가도, 일정 포인트에서 하드코어 펑크적인 심플한 질주감을 폭발 시키며 자신들만의 팀 컬러를 만들어 냈었는데, 신작은 바로 그런 하드코어 펑크적 코드를 좀 더 많이 이용하고, 연구하고, 개조하며 새로운 EHG 의 음악적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EHG 은 곡 구성/연주 패턴 변화를 적절히 행하며 “곡 구성이 곧 바뀝니다” 를 알리는듯한 사전 언질 없이 바로바로 뻥뻥 내지르듯 메탈/블루스와 펑크를 난잡하게 오고가는 모습은 “뛰어난 팀 컬러에 비해 구성력이 영 아니다” 라는 평을 듣기 충분했던, 음악적인 디테일함이 꽤 부족한 밴드였다. 하지만 신작은 다르다. 느릿한 메탈과 스피디한 펑크의 교차시 생기는 이질감의 무마 능력, 그리고 그러한 이질감을 좀 더 수월하게 누그러 트리는 구성적인 부분의 디테일한 변화 추구는 신작의 새로움의 간판적 요소로 맹활약을 펼친다. 여기에 예전 작품들에 비해 곡들이 조금 더 캐치 해 졌다는 면모의 가세, 프로덕션적 부분 역시 과도한 로우함에서 깔끔하고 기름지면서도 슬럿지 메탈 특유의 지저분한 묘미 역시 제대로 살리며 신/구의 조화에 큰 도움을 주는 모습도 빠트릴 수가 없다. 팀 컬러는 변하지 않지만, 방법론은 크게 바뀐, 조용한 음악적 터닝포인트라 할 수 있는 변화상들이다.

신작은 EHG 만의 컬트한 사운드는 변함이 없는 여전히 독한 작품이다. 하지만 그 독한 컬트함을 만들어 나가는 방식에서의 변화폭은 꽤 크기도 하다. 한마디로 신작 EYEHATEGOD 은 자신들만의 강렬한 오리지널리티를 고수 하면서, 얼마나 혁신적으로 변화 할 수 있느냐를 보여주느냐에 포커스를 맞춘 앨범이며, 결과 역시 매우 훌륭하다. EHG 의 신작은 14년이라는 오랜 공백후에 발표되는 작품이기에 컬트한 매력과 혁신적 변화를 동시에 보여줘야 했다. 그 두가지를 모두 보여 주기에는 무리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들은 해내고야 말았다. EHG 만의 독한맛, EHG 라는 밴드가 해결 해야만 하는 음악적 레벨업의 과제, 이 두가지를 제대로 성취 하였다. 컴백 정도만 해도 대단한 이 밴드가 자신들이 지닌 지금까지의 모든 음악적 문제를 2년 남짓한 시간에 해결 하고야 말았다. 그 잃어버린 10여년을 되찾는데 문제가 없으며, “음악적인 부분” 으로 따져 본다면 역대 최고의 작품이기도 하다. 올해 가장 돋보이는 컴백 앨범이며, 올해의 앨범을 노릴 정도로 엄청난 실력과 센스를 자랑하는 앨범임에 틀림이 없다.

- Mike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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