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ptists – Bloodmines (Southern Lord, 2014)

Baptists – Bloodmines (Southern Lord, 2014)

Baptists 는 Integrity, Cursed 이후 블랙엔디드 하드코어의 대명사가 될 가장 큰 재목으로 평가 받았던 밴드다. 그것도 단 두장의 EP 로 그러한 평가를 이끌어 냈다. 그리고 둠/슬럿지/드론 메탈의 명가에서, 블랙엔디드 하드코어 레이블로의 변화를 매우 멋지게 행하고 있던 네임드 레이블 Southern Lord 와의 계약도 무리 없이 성사 시켰으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주목과 기대속에 풀렝스 데뷔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발표 된 데뷔 풀렝스 앨범 Bushcraft (2013) 는 대체적으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지만, “EP 두장에서의 놀라운 페이스 & 그것에서 비롯되는 팬들과 언론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함” 이라는 약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형태는 앨범이지만, 퀄리티는 EP” 라는 평으로 간단히 설명된다. 후반에 배치 된 곡들이 초반의 굉장한 곡 퀄리티와 앨범 흐름에 비해 너무나도 떨어졌고, 적당히 넘어 갈 수준조차 아니었기에 더더욱 그러한 평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대체적으로 평단과 팬들의 반응은 괜찮다고 생각하고 넘어갔기에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하지만 밴드는 아니었나 보다. Bushcraft 앨범 활동이 끝나자마자 밴드는 앨범을 녹음 할 곡들이 충분히 모여 있음을 바로 SNS 및 인터뷰를 통해 언급했고, 바로 레코딩에 들어가기도 했다. 햇수로는 1년이지만, 정확히 1년도 안되는 텀을 두고 그렇게 신작 앨범이자 두번째 앨범인 Bloodmines 가 발표 되었다.

무슨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발표 된 신작 Bloodmines 는 밴드가 직접 언급하지 않아도 “데뷔 앨범에서의 허술함을 빨리 해결하고 싶다” 임을 너무나도 강하게 어필하지 않던가. (심지어 녹음 장소, 프로듀서 기용, 믹싱 기용까지 똑같다!) 이 앨범의 궁극적 목표 역시 너무나도 확실하며, 단순하다. 뛰어난 흐름의 앨범을 만드는 것이다.

당연히 음악적 스타일의 변화는 전혀 없다. 하지만 데뷔 때부터 매우 강렬했던 Baptists 만의 음악색은 여전히 신선하다. US 올드스쿨 하드코어 펑크를 빼대로 하여 크러스트, 쓰래쉬, 블랙메탈, 그라인드코어가 하드코어 펑크적 특징을 크게 변화 시키지 않으면서 다양하게 응용디고 있는 사운드의 매력은 여전 하다는 말이다. 간간히 슬로우 템포의 곡들을 통해 둠/슬럿지적 스타일까지 시도하며 서브 장르 응용력의 깊이와 넒이를 넒힌다는 점도 귀 귀울일만 하기도 하다. “다양한 사악/불경한 코드의 펑크-메탈의 서브 장르를 이용한 이들만의 US 하드코어 펑크 사운드” 를 이 앨범에서도 멋지게 정의한다. Baptists 만의 팀 컬러 확보에도 꽤나 열심이며, 결과 역시 좋은 모양새이다. 남은건 하나다. 바로 앨범 전체적 흐름의 뛰어남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것을 의식한 만큼, 앨범의 흐름은 매우 좋다. 곡을 일단 많이 만들고 앨범 흐름에 어울리게 배치 했다기 보다는, 좋은 앨범 흐름을 먼저 그려두고 그에 맞춰서 곡을 만든듯한 느낌마저 전해 질 정도로 신경을 쓴 티가 역력하다. 이 계획은 매우 좋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매우 심플하고 스트레이트한 구성의 곡들을 연달아 질러 대어도 쉬 지루 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하지만 앨범 전체적인 흐름에 너무 신경 썼다는 점은 독이 되기도 한다. 무난한 곡들의 연속은, 킬러 타이틀의 부재로 이어진다. 데뷔작 Bushcraft 가 앨범 전체적인 흐름은 별로였지만, 초반 4곡의 엄청난 페이스 & 4곡 모두의 엄청난 킬러 타이틀로의 엄청난 존재감을 발휘했던 과거가 너무나도 굉장했기에, (더불어서 이러한 장점은 데뷔작의 허술한 흐름을 용인하고 넘어가는 면죄부가 되기도 했다.) 본작 Bloodmines 에서의 앨범 전체를 위해 희생 된듯한 킬러 트랙의 존재감은 꽤나 문제가 된다. Bushcraft 의 단점을 해결했더니, 이제는 Bushcraft 의 장점이 실종되어 버렸다. 흐름은 좋은데, 기억에 남는곡은 없다. 전작의 단점을 해결 했더니, 전작의 장점이 단점이 되어 버렸다는… 실로 코메디 같은 결론이 나와 버린 것이다.

전작의 단점을 메꾸다 보니 전작의 장점의 부재가 일어 났다는 황당한 결론을 맞이한 앨범, Bloodmines 의 종합적인 평가를 내리면 그러하다. 이러한 비극은 예견 된 것이기도 하다. 1년도 안되는 짦은 사이에 신보를 내며, 자신들의 단점을 단숨에 해결 하겠다는 발상은 결국 무모한 행동으로 귀결이 나 버렸다. 음악적 자신감을 가질만한 실력과 센스를 가진 밴드가 Baptists 이기는 하지만, 이번에도 자만한듯… 그래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적당히 넘어 갈 만 하고, 평가 역시 나름 괜찮게 해 줄 수 있다” 를 충분히 보여주기도 했고, 이번 앨범에서의 단점 역시 충분히 만회가 가능한 기량을 가진 밴드이기에 그렇게까지 이 밴드와 앨범을 과하게 평가절하 한다는 것은 옳지 않기도 하다. “시간과 신중함이 해결 해 줄 것이다” 라는 말 만은 남기고 싶을 뿐이다. 조금 시간이 걸려도 좋다. 좀 더 신중 했으면 좋겠다.

- Mike Villain


Harm Indu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