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 – 멸절 (GMC, 2014)

삼청 – 멸절 (GMC, 2014)

한국 펑크/하드코어의 시작과 함께 해 오고 있는 밴드, 한국에서 하드코어라는 장르를 가장 처음으로 시도한 밴드, 1997년 결성 때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쉬지 않고 활동을 해 오고 있는 밴드 등등등… 한국 펑크/하드코어를 논하는 부분에서 삼청만큼 커리어가 초강력한 밴드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삼청의 튼실한 커리어의 중심축은 “긴 활동 시간” 보다는 “뛰어난 양질의 앨범들” 이 함께 했다. 크러스트/그라인드코어라는 매우 매니악한 장르를 펑크 태동기에 구사 해 버린 앞서갔던 데뷔작 이라던지, 대대적인 라인업의 변화와 함께 고전 메탈 + 올드스쿨 하드코어 펑크 + 오이 펑크의 유니크한 혼합을 보여주던 2집 이후의 활약상과 같은것들 말이다. 극단적인 가사 사용 & 정치적 성향의 추구, 비난적 목소리에 대한 강경한 카운터로 인해 적잖은 논란을 일으키며 비판적 시전의 핸디캡을 짊어지고 가고 있기는 하지만, 이들의 음악은 너무나도 개성적이며 뛰어난 퀄리티마저 갖추었기에 그러한 비난적 시선조차 무용지물일 정도다. 수는 적지만 매 앨범마다 스타일의 변화와 음악적 기량/센스의 업그레이드를 언제나 예상범위 이상으로 제공 한다는 점이야 말로 삼청의 진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인식이 제대로 박힌 가운데 오랫만에 새 EP 가 발표 되었다라? 자연스레 기대가 될 수 밖에 없다.

삼청의 새 EP 멸절은 밴드가 2번째 앨범부터 시작한 고전 메탈 + 올드스쿨 하드코어 펑크 + 오이 펑크의 유니크한 혼합 공식의 정점을 찍는 동시에, 그러한 스타일로 또 하나의 새로운 삼청만의 스타일로 나아 가겠음을 알리는 알리는 출사표 이기도 한, 한마디로 매우 중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물건이다. 밴드의 3번째 앨범 남도, Captain Bootbois 와의 스플릿인 백절불굴에서 여러 장르/스타일의 멋진 콤비네이션을 보여 주었지만, 솔직히 매우 독창적인 스타일 제시에 비해서 각 장르/스타일간의 완벽한 조화 및 디테일한 마무리에 대해서는 조금 부족 했었다. 하지만 새 EP 멸절은 확실히 다르다. 다양한 장르들의 완벽한 장르/스타일 조화, 각 장르의 디테일한 코드들의 완벽한 구사가 행해지며 엄청난 음악적 충격을 선사한다. “보완” 의 수준이 아닌 “진화” 의 수준으로 충격적이란 의미다.

메탈과 하드코어의 조화는 당연히 뛰어나며, 서양적인 직선미와 동양적 서정미와의 조화 역시 뛰어나다. 80년대의 크로스오버 쓰래쉬적인 메탈-하드코어 융합이 있고, 메탈코어와 같은 90-2000년대식 메탈- 하드코어 융합이라는 독창성도 가세한다. Motorhead, Venom 과 같은 프로토 스피드 메탈적 레트로함도 존재하며, 동양 메탈/하드락적 코드 특유의 멜로디어스함과의 조화로 그 맛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여기에 전작들에서 부족했던 펑크/하드코어와 메탈의 융합시의 디테일한 구사가 첨부되며 화룡정점을 찍는다. 펑크/하드코어와 메탈의 융합도 전작들보다 한 수 위의 레벨을 자랑하며, 각 장르의 구사에 있어서도 좀 더 매니악하며, 이 두 주축 장르의 서로간의 스타일 체인지의 스무쓰함은 가희 경이로울 정도다. 스피디한 리프에서 펑크/하드코어적 단단함, 화려한 솔로잉의 홍수속에 나타나는 메탈 음악적 매력의 극한표출, 이 두가지의 완벽 구사와 서로간의 스타일 체인시 필요한 중간 연결 고리 제조의 탁월한 센스 발휘는 바로 그러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뛰어난 사운드 프로덕션 또한 빠질 수 없다.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이 필요없는 한국 하드코어 전담 마크맨 프로듀스 시스템 MOL 스튜디오의 여전한 퀄리티, 그리고 스칸디나비아 명 뮤지션이자 명 프로듀서인 Dan Swan? 의 Unisound 스튜디오 마스터링으로 마무리 지어진 것이 이 앨범인데, 이는 사운드 프로덕션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다면 이 EP 는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자신들이 제시한 스타일의 완벽한 구사와 이런저런 자잘한 문제점들을 완벽하게 정리를 보여주는 본작은 한마디로 “밴드의 커리어 하이” 로 설명이 되는 앨범이다. 단 5곡에 불과한 EP 이지만, 전작들의 매력을 이어 가면서도 차원이 다른 놀라운 결과물의 완벽한 귀결은 그러한 호평을 내릴 수 밖에 없게 만들 정도다. 특히 “차원이 다른 결과물” 들로 인해 탄생되는 새로운 느낌들은 이 밴드가 2번째 시즌을 끝내고, 3번째 시즌을 시작하고 있음을 매우 수월하게 청자들에게 인식 시키기도 한다. 새 EP 멸절은 분명 과거에 있었던 펑크/하드코어와 메탈, 고전 헤비니스 공식과 최신 헤비니스의 조합이지만, 이 삼청이라는 밴드가 앞으로 더 많은 새로운 것들을 펼쳐 낼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만든다. 이들은 언제나 긴 밴드 커리어에서 비롯되는 최고의 자리 뿐만 아니라, 작품들의 뛰어남에 의한 최고 자리를 언제나 지켜왔다. 그리고 새 EP 를 통해 그것에 대한 더욱 강렬한 재증명을 행했고, 앞으로 펼쳐 질 새로운 삼청의 3번째 시즌의 음악 역시 굉장할 것이라는 세뇌까지도 완벽하게 행한다. 과거, 현재, 미래의 완벽한 것을 보여준다. 올해 최고의 작품 되겠다.

- Mike Villain


문경지교


Panzerfau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