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ng – X (No Absolutes) (SPV, 2016)

Prong – X (No Absolutes) (SPV, 2016)

Prong 은 Machine Head, Pantera 와 더불어 90년대 메탈 사조인 그루브 메탈의 파이오니어라 할 수 있는 밴드다. 더불어서 뉴메탈/얼터너티브의 탄생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준 밴드 중 하나이기도 하며, 중반기에 선보인 양질의 앨범들의 존재감으로 인해 인더스트리얼 메탈을 논하는데 있어서도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밴드이기도 하다. 2000년대 메탈코어 밴드들이 은근히 Prong 의 곡을 이런저런 앨범들에서 카피 했다는 점에서 드러나는 의외의 영향력 또한 빠트려서는 곤란하기도 하다. 그렇다. Prong 은 90년대 중반 이후 등장한 모든 종류의 헤비니스 음악에 대해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밴드다.

이러한 대단한 음악적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Prong 의 현재 위상은 그다지 크지 않다. 그 이유는 90년대 중반 이후 – 2000년대 초중반까지의 커리어가 너무나도 엉망 이었으며, 그로 인해 자연스레 탄생되는 “퇴물밴드” 이미지가 너무 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멜로디 라인을 배제/뻑뻑한 리듬다이 추구, 그것을 베이스로 한 헤비 그루브를 만들어 내며 색다른 하드함을 추구하며 좋은 이미지를 구축한 Prong 은 5번째 앨범 Cleansing (1994) 을 통해서 캐치한 코드의 어필 / 그 캐치함을 한껏 살려주는 인더스트리얼 메탈적 효과의 조심스런 사용을 통해 가장 뛰어난 음악적/상업적 성공을 거둔 바 있었다. 그것이 문제였다. Cleansing 의 성공에 큰 용기를 얻은 이들은 차기작 Rude Awakening (1996) 을 통해 패셔너블함/댄서블함을 전면적으로 앞세운 인더스트리얼 메탈을 시도 했는데 이 앨범은 보란듯이 실패를 기록했다. Rude Awakening 은 좀 과한 상업적 기획물이라 그렇지 나름 괜찮은 한장이었다. 허나 이들을 지지하던 올드 메탈팬들은 패셔너블한 변화상에 학을떼며 그들과 멀어졌고, 그러한 패셔너블에 꿈틀 할 것만 같았던 젊은 어린 리스너들은 Korn, Deftones 와 같은 “더 젊고 신선한 헤비 사운드 에만” 열광했다. Rude Awakening 는 팬 확보에 대대적으로 실패한 앨범이었고, 당연히 메이저 레이블에서 바로 해고 되었다. 그 앨범 이후 10년간의 활동은 너무나도 처참했다. 단 한장의 앨범 Scorpio Rising (2003) 만이 있을 뿐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 역시 반응은 처참했다.)

흥미롭게도 완벽하게 잊혀진 그 이름 Prong 은 2000년대 말부터 다시 거론되기 시작한다. Rude Awakening 앨범에서의 본격 인더스트리얼 메탈에 대한 Prong 다운 하드함으로 귀결, 밴드 역사를 논하는데 1-2위를 다툴 정도의 퀄리티로 담아 낸 Power Of The Damager (2007) 가 꽤나 좋은 반응을 얻어내는데 성공 하면서 부터 말이다. 뒤이어 발표 된 앨범들인 Carved Into Stone (2012), Ruining Lives (2014) 또한 준수한 퀄리티를 선보였고, 이 역시 괜찮은 반응을 얻어 내기도 하였다. 밴드의 유일한 오리지널 멤버이자 리더인 Tommy Victor 의 음악적 회춘을 근간으로 한 시원스런 행보는 실로 굉장 했으며, 꽤나 눈여겨 봐야 할 정도로 까지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메이저와의 결별 이후 갈팡질팡 하던 Danzig 밴드의 기타리스트로도 맹활약 하며 그마저 퇴물 뮤지션의 수렁에서 건져 냈다는 점 또한 알아두면 좋다.)

2007년대 말부터 지금까지의 Prong 의 행보는 언제나 예상을 훨씬 웃도는 음악적 결론을 늘 내 놓았기에 2016년 신작이자 10번째 풀렝쓰 앨범인 X (No Absolutes) 는 기대작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기대만큼의 무언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한장이다. 멋진 컴백작 Power Of The Damager 을 기준으로 그 뒤에 나오는 앨범들은 Prong 의 초기 스타일로 차근차근 역행 해 나가고 있는데, 신작 X (No Absolutes) 역시 그 연장선에 놓여있다. 드라이한 프로덕션과 Prong 이라는 밴드에 어울리는 건조한 리듬다이를 한껏 살렸고, 인더스트리얼 메탈적 요소는 완전 걷어 내어져 있기에 더더욱 초기 스타일적인 묘미를 자아내고 있다. 그러한 방식을 통해 초기 Prong 특유의 미니멀/하드함의 미학을 제대로 어필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초기 Prong 과는 전혀 상관없는 모던함/캐치함을 꽤나 많이 시도하며 밴드 이미지를 바꿔 보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도 본작이다. 하드코어 펑크, 크로스오버 쓰래쉬, 뉴메탈 등 초기 Prong 특유의 미니멀한 하드함에 위배되는 것들을 잔뜩 넣고 있으며, 이러한 요소들이 Prong 의 매력을 깎아 먹으며 Rude Awakening 시절의 악몽을 되살리지 않나 하는 우려를 자아내기도 하지만… 결론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정 반대의 긍정적 결론만이 도출되고 있다.

본작은 밴드 커리어 사상 가장 멜로디어스한 앨범이긴 하지만, Prong 중기에 있었던 “상업적 성공을 위한 기획적 대중성” 이라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곡을 좀 더 캐치하게/다이내믹하게 만들어 주고 있으며, 앨범 전체적으로 비슷한 곡들이 전혀 없이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며 구색력 까지고 겸비하고 있음 또한 강렬하게 어필하고 있다. 하드코어 펑크적인 광폭한 스피드의 추구, 쓰래쉬 메탈풍의 화려한 솔로잉 & 그에 걸맞는 멜로디컬한 애드립과 리프들, 캐치함과 커머셜함의 미묘한 중간지대에 놓인 뉴메탈 그루브, 뉴메탈 마지막 황금기 시절을 연상 시키는 멜로디어스함을 전면에 배치한 헤비 그루브 (=Linkin Park 같은것 말이다!) 등 Prong 이라는 밴드에 쉽게 적용 할 수 없는 것들을 오버페이스 하듯 마구 사용 해 대고 있지만, 결론은 늘 Prong 이라는 밴드가 지닌 미니멀 헤비 그루브가 지닌 긍정적 측면의 독특함으로만 귀결되고 있다. 사운드적 흥미로움도 강하긴 하지만, 어떻게든 긍정적인 측면으로 결론짓는 방법론은 그보다 더욱 임팩트 하다.

본작은 솔직하게 말해 치밀한 계획을 짜고 하나하나 차근히 만들어 나가는 앨범은 아니다. 자신들에게 어울리지 않더라도 일단 해 싶은거 모두 저질러보고, Prong 이라는 밴드에 어울리는 모양새로 무마(?) 해 나가고 있는 앨범이라고 말하는게 옳다. 무리수를 과감하게/다양하게 던져대고 있는 앨범이지만, 놀랍게도 모든 시도들은 하나같이 긍정적 결론을 도출 해 나가고 있다. 하드코어 펑크/쓰래쉬 메탈의 광폭한 스피드와 화려한 솔로잉은 멋진 요소지만 Prong 에 어울리는 것일까나? 아닐것이다. 뉴메탈 탄생에 지대한 기여를 한 바 있는 진짜배기 헤비 그루브 아이콘이 철도 지나고, 자신의 상업적 커리어때의 그것보다 노골적으로 대중적인 뉴메탈의 캐치 그루브와 멜로디어스함을 시도하는게 옳은 선택일까? 이 역시 아닐 것이다. 놀랍게도 그러한 무리수들을 Prong 이라는 밴드에 어울리게 긍정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스타일 확장을 통해 다소 정체되어 있던 밴드색을 화려하게 만들었으며, 과감한 변화상에 비해 이들다운 미니멀한 매력 또한 충분히 구축되어 밴드 본질에 충실하기도 한, 꽤나 완벽한 한장이다.

밴드의 커리어가 길어지면 밴드의 음악적 스타일을 고수해야 할 지, 파격적인 변화를 가져야 할 지에 대한 “모 아니면 도” 식의 결정을 내려 할 때가 오고야 마는데, Prong 은 두가지를 모두 골라 버리는 괴상하지만 이상적인 현답을 내리고 있다. 가능 할 리 없는 방법론으로 가능함을 만들었다는 것 만으로 이 앨범 X (No Absolutes) 의 가치는 어마어마 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어마어마함은 커리어가 긴 밴드에게서 언제나 처럼 들이 닥치는 시련인 “신보다운 새로움이 있느냐?” 을 가장 멋지게 박살 내 버리고 있다. 밴드 커리어 최고의 앨범이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다만 밴드로써의 가치가 완전히 죽어 버렸던 Prong 을 되살린 최근 앨범들의 행보중에선 가장 돋보이다는 말은 꼭 남기고 싶다. 그 말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가득하다. 새로운 시도, 올드한 요소의 건재 모두에서 말이다.

- Mike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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