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llica – Hardwired…To Self-Destruct (Blackened Recordings, 2016)

Metallica – Hardwired…To Self-Destruct (Blackened Recordings, 2016)

Metallica 가 음악사에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 그동안 어떤 길을 걸어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시원하게 집어치자. 인터넷 3분 돌리면 전부 알 수 있는 케케묵은 이야기는 신보의 흥미진진함에 오히려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Metallica 의 10번째 정규작인 Hardwired…To Self-Destruct 이 기대와 달리 흥미진진한 한장이라는 점에 대해 논하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얼마나 흥미진진 하냐고? 블랙앨범 이후 보여 준 “Metallica 자신들만이 만족하는 음반들” 행보에 대해 굉장히 실망하다 못해 원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마저 솔깃하게 만들 정도라는 설명을 슬쩍 곁들이면 이해가 빠를까나? 그 솔깃함을 선공개한 Hardwired 와 Moth Into Flame 단 두곡으로만 만들어 냈다는 점이 더해지면? 속된말로 꼴릿하지 않을수가 없다.

신작 Hardwired…To Self-Destruct 는 간단히 말해서 “블랙 앨범 이후 나온 앨범 중에서 최고 작품” 이라는 수식어가 아주 그냥 자동으로 찰지게 딱 하고 붙어 버리는 한장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Metallica 가 오랫동안 하지 않았던 “스피디 하며 타이트한 헤비 사운드” 를 다시, 그리고 제대로 구사 해 냈기 때문이다. Load, Reload, St. Anger, Death Magnetic 도 나름 의미가 있는 앨범이라던 설레발을 치던 놈들을 발본색원 하여 처형해야 할 정도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신보의 인상은 아주 강렬하다. (Death Magnetic 은 Metallica 특유의 헤비/타이트함을 부활 시켰지만, 지나치게 과거 작품들을 뻔뻔하게 복제 해 댔기에 명작 반열에선 과감히 빼도록 하자!) Kill ‘Em All, Ride The Lightning 시절의 스피디함과 타이트함이 매우 강조 된 곡들이 전면배치 되었다는 점 하나만으로 이 앨범의 가치가 급상승 하며, 그동안의 영 좋지 않은 행보조차도 말끔하게 청산이 될 정도다. 이러한 변화는 매우 의미가 있는 것임에 분명하며, 새 앨범의 장점으로 크게 작용한다. 블랙 앨범 활동 마무리 시점에서 돈도 벌만큼 벌었고, 아무것도 안해도 계속해서 꾸준히 과거 앨범들이 팔리고 있고, 그로 인해 앞으로의 금전 창출에 신경쓰지 않으며 과거 스타일을 나름 고수하지 않아도 되고, 실패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과감하게 논란이 있더라도 신보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음악을 올인 할 수 있으며, 그러한 앨범이 여럿 발표 되었어도 과거 명작들과 최근작들이 꾸준히 많이 팔리며 밴드의 위상은 전혀 타격이 없었던 Metallica 의 행보를 대충 떠올려 보자. 밴드는 절대로 블랙 앨범 이전의 것들을 할 이유는 없다. (있다면 아마도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서” 겠지요. 그리고 신보도 그런 측면이 좀 진하다.) 그런 위치의 위대하신 Metallica 께서 선의를 베푸셔서 다시금 자신들의 진면목을 보여주신다 이거다. 그것만으로도 이 앨범의 가치는 급상승이다. 과거에 뭔 해괴망칙을 한 짓을 했던간에, 이 앨범에서의 위대한 컴백만큼은 결코 그 누구도 쉽게 조롱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앨범은 여전히 블랙 앨범 이후의 Metallica 앨범들에서 나타난 이들만의 지나친 음악적 에고가 부정적으로 여전히 표현되고 있는 한장임을 애써 무시 할 수가 없다. 새 앨범이 아무리 과거의 쌈빡함을 다시금 제대로 들려준다 하더라도 그냥 묵인하고 넘어 갈 수 없을 정도다. 왕년의 터프한 트랙들의 부활들은 좋다 이거다. 하지만 더블 디스크 / 총 12곡 / 1시간 27분의 러닝타임을 흥미진진하게 만들 정도의 양은 결코 절대 네버 네버 에버 아니다. Metallica 는 신보 발표 이전에 3곡을 비디오클립으로 공개 했는데, 하나같이 스피디하고 타이트한 트랙들이라 신보의 대한 기대감을 크게 모았다. 허나 막상 앨범을 플레이를 걸면 그러한 곡들은 4곡여에 불과하며, 절반 이상의 트랙들은 미드/슬로우 템포를 지닌 곡들로 차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이 미드/슬로우 템포의 곡들이 블랙 앨범의 긍정적인 하위호환, 혹은 Metallica 라는 간판에 어울릴법한 메탈릭한 어태키함이 담겨진 하드록 성향의 Load/Reload 앨범들의 아쉬움의 해결 된 색채를 지녔음을 자연스레 보여주며 흥미도를 이끌어 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트랙들은 하나같이 스피디한 트랙만큼 청자를 사로잡지 못한다. 빠른 템포의 트랙들과 미드/슬로우 템포의 트랙들의 흥미도 차이가 너무 크며, 재미가 덜 한 미드/슬로우 템포 트랙들이 좀 더 비중이 많기에 그 흥미도의 차이는 “지루함” 으로 변질된다. 매력 넘치는 빠른 트랙들의 배치가 전면에 되어있고, 미드/슬로우 트랙들을 중후반에 왕창 모아져 있고, 느린 곡들 자체의 매력도 별로인데 그 곡들이 한데 뭉쳐져서 앨범 진행을 더욱 지루하게 만들고… 여기에 3-5분의 러닝타임 안에 담백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을 괜히 6-8분대로 거대하게 만들어 나간다는 Metallica 의 버릇이 좋지 않게 작용하며 그 지루함의 불씨에 기름을 부어 버린다면? 아무리 터프한 황금기 시절 스타일이 부활 되었다 하더라도, 도저히 좋은 말만 해 줄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 이 앨범은 황금기의 흥미진진함을 부활 시켰지만, 최근작들의 행보에서의 지나친 음악적 에고와 그로 인한 지루함도 그대로인 앨범이다. “냉정하게” 가 아닌, “그냥 말이 안 나올 수 없을 정도로 빤히 보임” 정도라는 점에서… 여기까지만 하자. 여하간 좋지 않은 부분도 명확하다는 말이다.

본작 Hardwired…To Self-Destruct 앨범은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며, 그 비율도 비등비등 하여 생각보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만한 앨범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본작은 “쾌작” 이라는 칭호를 붙여줘야만 옳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할 이유가 없었던 왕년 스타일을 다시금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전작 Death Magnetic 에서의 지나친 자기 복제와는 달리 신보에 걸맞는 신선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과거와는 어떻게던 밴드를 이끌어 나가고자 하지만 힘이 부쳤던 과거와는 다른, 멋진 말년의 순간을 앨범이라는 포맷에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 해 왔고 완벽치는 않아도 긍정적 측면의 결과물들을 제대로 담아 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한 열정들은 Metallica 의 YouTube 채널에서의 비디오클립, 라이브, 스튜디오 리포트 영상들을 찾아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St. Anger 나 Death Magnetic 시절보다 더 나이가 들었으나, 밴드 구성원들의 노력들은 그 시절을 상회한다. 그러한 에너지 넘치는 바이브를 다시 이 한장을 통해 살려 낸 것은 의미가 정말로 크다. 조금 냉정하게 생각 해 보자. Metallica 는 블랙 앨범 이후 뭐 있던가? 없지 않던가!!! 과거 작품들을 통한 위대한 유산을 가지고 있어도 어이없는 신보들로 수많은 사람들을 빡치게 만들었던게 Metallica 의 부정 할 수 없는 후기 역사였다. (더블 앨범이라 좀 큰 사이즈이기만 하지만 명백한) 단 한장의 앨범, 그것도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앨범 비중으로 수많은 팬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만든다는건 의미가 크다. 뭘 하던간에 언제나 승자는 Metallica 다. 여전히 훌륭한 판매고와 투어 관객동원이 그들의 승리를 늘 증명했다. 허나 이번 승리만큼은 그 모양새가 다르다. 멋진 트랙들이 담긴 쾌작 앨범으로 증명 해 냈으니까 말이다. 이번에도 승자는 Metallica 가 맞다. 허나 지금은 과거와 달리 웃으면서 박수를 쳐 줄 수가 있다. 기꺼이 말이다. 좀 모자르긴 하지만 그거면 된 거 아닌가. 사람들이 원하는걸 절대 안 해주던 밴드가 결국 멋지게 해 준 앨범 하나, 그거 말이다.

- Mike Villain


Moth Into Fl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