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ite – A War Against You (Century Media, 2016)

Ignite – A War Against You (Century Media, 2016)

Ignite 는 멜로딕 하드코어의 변화와 성장에 있어서 나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밴드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들의 초기는 대단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할 건 다 했었어도 말이다. 하드코어 펑크 특유의 시원시원한 스피드 위주의 전개, “스피드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패턴의 곡 전개/연주 패턴을 담은” 90년대 포스트 하드코어적 요소, 인상적인 멜로디라인의 구축 등 다양한 것들을 했었고 나름 자신들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구축하며 초창기에 나름 괜찮은 족적을 남긴건 사실이다. 하지만 7 Seconds 로 대변되는 올드스쿨 중심 스타일, H2O 로 대변되는 새로운 스타일, 80 하드코어 + 멜로디어스한 훅의 도입으로 탄생 된 팝펑크/스케잇 펑크에 비하자면 음악적으로나 엔터테인먼트적으로나 많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밴드는 그렇게 3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90년대를 보냈다. 하지만 새천년인 2000년에 발표한 4번째 앨범인 A Place Called Home 은 달랐다. 스트레이트한 스피드 추구에 인상적인 멜로디를 슬쩍 얹어내던 그동안의 멜로딕 하드코어 방법과는 다른, 멜로디어스함이 극히 강조 된 보컬라인 & 그에 걸맞는 변화무쌍한 구성력과 연주를 탑재한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했으며, 이는 밴드의 놀라운 발전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멜로딕 하드코어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했다. (TVT Records 라는 준 메이저 레이블 레이블에서의 발매라는 점도 나름 중요하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 앨범은 발매당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 다들 잘 알다시피 2000년대는 뉴메탈 열풍이 너무 과했던 시기였다. 많은 헤비니스 장르들이 묻혀졌고, 안타깝게도 A Place Called Home 은 그 중 하나였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무려) 6년만의 새 앨범인 Our Darkest Days (2006) 이 꽤나 좋은 반응을 얻어내며 “멜로딕 하드코어 필청 밴드” 로 거듭 났다는 점이다. 전작 A Place Called Home 에서의 남다른 멜로디 창조 센스, 뛰어난 송라이팅, 하드코어/펑크에 매우 충실하면서도 그 장르가 지닌 비-테크니컬한 연주 스타일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연주력에 의한 남다른 존재감은 여전했고, 스피드 & 멜로디의 공존을 극단적인 드라마틱함으로 부풀리는 이 앨범에서 부터의 새로운 감각은 실로 굉장했다. 정통 하드코어 펑크 기반의 멜로디어스한 변화 & 모던화를 보여준 7 Seconds, 변화무쌍하게 짜여진 악곡과 다이내믹한 리듬패턴 제시 & 후렴부에서의 극단적인 하드코어 드라마틱함 폭발을 보여주며 2000년대 하드코어 스탠다드로 자리매김한 Comeback Kid 로 이분화 되던 그 시기에 등장한 Our Darkest Days 은 한마디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고전 하드코어 펑크 중심적인 방법론, 다양한 모던함으로 중무장한 새로운 방법론 모두를 지니고 있었고, 그 두가지 방법론에는 없던 Ignite 만의 오리지널리티의 다양함 또한 굉장했다. 밴드는 커리어 하이를 찍었고, 2006년 최고의 앨범 중 하나로 평가 받았으며, 지금도 2000년대 최고의 앨범으로도 지금도 심심찮게 불려 다니게 되는 수준까지 올라서게 된다. 하지만 나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2016년 1월까지, 즉 10년동안 새 앨범이 나오지 않게 되는 창작 답보 상태에 돌입하게 된 것 말이다.

10년간 밴드는 쉬지 않았다. 투어 활동에 열심이었며, 지속적 이기도 했다. “뭐 그럴수도 있지” 라고 생각 할 수 도 있긴 하지만, 분명 10년만의 새 앨범은 기대 보다는 미덥지 않음이 더 큰 앨범임에 확실하다. 음악적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릴리즈를 남발하지 않는것이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10년이나 신중한 모양새는 정말 아니지 않던가? 그러하기에 2016년 신작 A War Against You 는 영 미덥지 않은 한장이다. 하지만 A War Against You 는 2016년 벽두부터 연말 결산을 한다면 탑10 리스트에 올라야 하는 앨범이라는 생각을 바로 하게끔 만들 정도로 무시무시한 앨범이다. 10년전에 발표되어 멜로딕 하드코어 역사에 신선한 충격을 전해 준 바 있는 Our Darkest Days 앨범에서의 빛나는 성과가 바로 잊혀 질 정도다. 음악적 깊이로나, 개성만점의 밴드 오리지널리티로나 다방면으로 강렬하다.

하드코어 펑크라고는 생각 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곡 흐름, 그에 어울리는 다양한 연주패턴, 보컬라인 & 보컬 테크닉의 남다른 존재감, 강력하다라는 느낌을 넘어 드라마틱하다 라는 말을 꺼내게 만드는 후렴부에서의 엄청난 존재감, 뮤지션쉽적인 부분이 매우 강하면서도 하드코어 펑크 밴드라는 아이덴티티에 걸맞는 격렬한 사운드로의 결론내림 까지… Ignite 의 대단한 것들이 새 앨범 A War Against You 에서 다시 한번 펼쳐진다. 허나 재탕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 앞서 설명한 모든 것들이 매우 극단적으로 발전 되었으며, 그것을 더욱 멋지게 포장하기 위한 센스 발휘 역시 최고조로 구현 된 물건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발전상을 보여 준 것은 보컬라인이다. “멜로디어스함과 드라마틱함을 강조한다” 수준이 아니다. The Beach Boys, Queen 같은 클래식 락 밴드에서나 찾아 볼 법한 화성악적 코드를 강하게 어필하고 있으며, 그렇게 만들어진 드라마틱함의 존재감은 차원이 다르다. 하이톤의 소유자이자 의외의 테크니션이기도 한 보컬리스트 Zolt án Téglás 의 뛰어난 퍼포먼스로 인해 더욱 더 그러한 화성악적 묘미가 제대로 표현 된다는 점 또한 신작만의 굉장한 존재감이다. 게다가 화성악적 코드의 강렬함은 앞서 설명한 뛰어난 작곡력, 남다른 연주, 드라마틱한 후렴부 클라이맥스의 남다른 존재감 등과 같은 Ignite 의 예전 특징들을 더욱 근사하게 꾸며 주기도 한다. “전작과 차원이 다르다” 라는 말을 꺼내게 만들 정도로 말이다.

Ignite 는 전작 Our Darkest Days 를 통해서 멜로딕 하드코어의 절대진리 중 하나가 되는 위업을 달성 한 바 있었다. 10년만의 신작 A War Against You 은 전작의 위업을 “아무것도 아닌 것” 으로 환원 시킬 정도로 강렬하다. 모든 부분에서 전작보다 뛰어나다. 더욱 치밀해진 구성과 연주, 하드코어 펑크의 한계를 일찌감치 넘어선 딥한 화성악 탐구 마인드와 예상 그 이상의 음악적 결과물 창출, 더욱 더 자연스러워진 드라마틱한 구성 및 카타르시스 폭발 구조, 묵직한 음악성의 다량구비에도 변함없는 정통 하드코어 펑크로의 확실한 마무리까지, 여러모로 완벽하다. 게다가 약점도 없다. 2000년대의 모던한 멜로딕 하드코어가 공통적으로 지닌 약점인 “작위적인 드라마틱함” 과는 거리가 먼 자연스러움, 올드스쿨 하드코어 펑크 기준으로의 멜로디어스한 변화상을 시도하는 밴드들이 지닌 “심각하게 재미없는, 올드스쿨적 묘미도 현대적 묘미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음악” 과는 거리가 먼 확실한 음악적 & 엔터테인먼트적 무게감, 하드코어 펑크의 뮤지션쉽 강화로 인해 발생하는 “하드코어 펑크적인 힙스터 인디뮤직화” 에 대해 확실하게 거리감을 두는 모습까지, 실로 완벽하기 그지없다. 작곡, 연주, 개성창출 등 다양한 부분에서 만점을 내리고 있고, 이는 꽤나 다양한 방법론들을 제시하는 많은 신예들에 의해 많이 새로워진 2010년대 멜로딕 하드코어씬에서도 엄청난 족적을 남기기도 한다. Ignite 는 90년대 멜로딕 하드코어를 논하는데에도, 2000년대 멜로딕 하드코어를 논하는 데에도 이들이 거론 되었다. 그리고 2010년도에도 “반드시 거론 되어야 하는 밴드” 가 되었다.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의 디케이드 트리플 크라운이다. 정말 다양하게 놀라웁고 경악스러운 밴드가 아닌가 싶다. 2016년이 끝나기전에, 2010년도가 끝나기전에, 꼭 이 앨범 A War Against You 을 놓치지 마시길 심히 당부드릴 뿐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품질보증 된 영원불멸의 하드코어 명반 그 자체다.

- Mike Villain


Nothing Can Stop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