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gin’ The Grave #07] Handsome – S/T (Sony, 1997)

[Diggin’ The Grave #07] Handsome – S/T (Sony, 1997)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90년대 포스트 하드코어에 대한 인지도는 굉장히 처참하다. 그리고 이 처참함에 대해 너무 아쉽다고 따로 언급해야 할 정도로 “90 포스트 하드코어” 의 흐름은 꽤나 굉장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하드코어 펑크라는 장르가 “짦고 빠르고 공격적이고 노이즈함을 지닌 격렬한 도심 청년 애호 컬트 장르/문화” 라는 카데고리에만 묶이지 않고 다양하고도 깊이 있는 음악적 행보를 가능케 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쉽게 정의 할 수 없는 폭넒은 음악적 특징, 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개성의 밴드들의 등장, 그로 인한 또 다른 서브 장르의 탄생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또 다른 업적도 있다. 하드코어 펑크가 프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Fugazi, Jawbox), 펑크라는 장르가 애티투드를 살린 채 대중적이고도 뛰어난 음악적 깊이의 기타팝이 될 수 있음도 보여 주었으며 (The Promise Ring, Texas Is The Reason), 새로운 형태의 기타 테크니션/인스트루멘탈 음악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으며 (Drive Like Jehu), 포스트락 – 슬럿지/스토너 – 크라우트락과 & 앰프의 헤비한 응용법의 역사와도 연결도 될 수 있음을 보여 주기도 했고 (Flipper), , 엔터테인먼트형 헤비니스 또한 탄생 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으며 (Helmet), 하드락-메탈-포스트 펑크의 오묘한 삼각지대에 위치하며 그런지와 맞장을 뜰 수 있을만큼의 개성을 보여 줄 수 있는 토탈 패키지적인 밴드 모습도 보여 주었다 (Quicksand).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탈-하드코어적 하드코어를 시도한 밴드들이 Deftones, Isis, Thursday, Alexisonfire, Coheed And Cambria, Balance And Composure, Will Haven 과 같은 밴드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했다. 한마디로 90년대 펑크/하드코어를 이야기 하는데 있어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터닝포인트 그 자체였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개념이 정착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펑크는 비즈니스적으로 인디 중심적이었기에 국내 발매가 매우 쉽지 않았다는 점, 공격적인 세태 비판적 아이덴티티는 당시 라이센스 발매의 큰 걸림돌인 “심의” 를 통과하고 온전한 앨범이 나올 가능성이 적다는 점은 “펑크라는 장르가 한국에 뿌리 내리기 힘든 이유” 중 가장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다. 국내에 펑크라는 개념이 정착되기 시작한 것은 Green Day 로 대표되는 “펑크락의 팝스타화” 에 의한 것이었고, 시간이 지나도 딱 그 시절의 것만 국내에 정착되어 또 다른 아쉬움을 낳았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Handsome 이라는 밴드의 데뷔작 (이자 유일한 앨범) 이 세계 시장 발매일과 거의 비슷하게 발표 된 것은 너무나도 의아한 것이었다. 의아한 정도가 아니다. “담당자가 너무 좋아해서, 그리고 어느 정도 책임을 감수 할 생각에 냈을거다” 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 수준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이다. 그런 앨범이 국내에 발매 된 것이다.

Handsome 이라는 밴드는 결성과 동시에 세계의 펑크/하드코어 애호가들이 긴장을 타게 만든 슈퍼 밴드였다. 하드코어씬과 메탈씬 모두에 충격을 줄 정도로 새로운 스타일의 헤비니스를 선보인 Helmet 의 초창기를 책임진 기타리스트 Peter Mengede, Judge, Bold 와 같은 올드스쿨 하드코어 펑크 아이콘 밴드에서 활약했으며 90 포스트 하드코어 무브먼트에서 가장 뛰어난 음악적 행보를 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Quicksand 의 멤버였던 Tom Capone, Cro-Mags, Murphy’s Law 와 같은 뉴욕 하드코어 아이콘 밴드에서 뛴 바 있는 드러머 Pete Hines, 당시에는 무명이었지만 훗날 Queens Of The Stone Age, Mark Lanegan, Failure 와 같은 밴드에서 활약하게 되는 Eddie Nappi 이 가세했고, 당연히 하드코어 팬들이 촉을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1996년에 결성, 결성과 동시에 메이저 레이블인 Sony Music 과의 계약, 계약과 동시에 제작에 들어간 앨범엔 90년대 헤비니스 프로듀스의 한 페이지를 쓴 Terry Date 이 매치업, 결성 1년만에 풀렝스 앨범의 등장이라는 호쾌하기 짝이 없는 행보 역시 그 당시 엄청난 눈길을 끌었었다. 그렇게 셀프타이틀 데뷔작은 1997년에 큰 기대속에 발매 되었다.

셀프 타이틀 앨범 Handsome 은 기대한 대로의 쾌작이었다. 이 앨범은 간단하게 말해서 “90 포스트 하드코어의 최종결론” 이라고 정의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다양하다 못해 방만한 90 포스트 하드코어의 스타일을 단 한장의 앨범으로 토탈 패키지화 하는데 성공한 앨범이다. 저음 튜닝으로 인한 헤비함의 보유, 그것을 십분 활용한 헤비 앰플리파이어적인 효과, 역동적이지만 흑인적인 코드와 먼 헤비/락킹 그루브, 직선적인 리듬커팅을 추구하지만 80 하드코어 펑크와 거리를 분명하게 하는 미드-슬로우 템포, 헤비하기는 하지만 지금까지의 메탈 역사의 흐름과 매우 거리가 먼 메탈릭한 아우라의 보유 등 다양한 90 포스트 하드코어의 모든 특징이 응집 해 있다. (혹은 Deep Purple, Black Sabbath, MC5 에 대한 80 하드코어 펑크 주역들의 다소 삐딱하고도 그럴싸한 펑크적 재해석으로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Helmet, Quicksand 와 같은 밴드들이 이미 한번 제대로 뭔가 보여주며 메탈-하드코어 & 헤비니스 음악 역사에 중요한 포인트를 기록 했기에, Handsome 은 그저 그것을 괜찮게 답습 한 밴드로 결론 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밴드들이 가지지 못했던 보컬과 연주 파트에서 발생되는 엄청난 훅의 보유는 “그런지/얼터너티브의 긍정적 느낌의 대중적 변화” 를 위협할 정도였고, 더욱 더 90 포스트 하드코어의 음악적 깊이와 상업적 위력을 상승 시키며 궁극적인 “진화” 에 성공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앨범은 실패를 기록하고야 만다. 90년대 포스트 하드코어의 모든것을 응집 시키고, 그것을 좀 더 긍정적 측면의 대중화를 성공 시켰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Handsome 은 이 앨범을 통해서 엔터테인먼트형 헤비니스의 귀감이 되었지만, 이 앨범이 발표 된 1997년은 80년대 못지 않은 락 엔터테인먼트가 엄청났던 시기였다. Handsome 의 음악적 깊이와 대중성은 뛰어났지만 Korn, Limp Bizkit, Deftones 와 같은 밴드들에게 적수가 되지 못했다는 말이다. 특히 음악적 가치를 논하는 자리를 무색하게 만드는 뉴메탈 특유의 엔터테인먼트적 위력은 어마어마 했으며, 그로 인해 Handsome 의 앨범은 등장과 동시에 논외 꺼리가 되어 버렸다. 이는 비단 Handsome 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새로운 90 헤비니스” 로 각광 받으며 상업적 성공과 인지도 확보만이 남은 90 포스트 하드코어 전체가 한방에 무너질 정도로 뉴메탈의 열기는 강렬했다. Handsome 은 엄청난 평단의 호평과 메이저 레이블의 빅푸쉬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측의 피드백은 제로에 가까웠고, 이에 크게 상심한 멤버들이 바로 해산을 결정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허나 매우 흥미롭게도 Handsome 은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오랫동안 “비운의 명작” 으로써 스테디하게 이런저런 음악 언론과 음악 전문 블로그를 통해서 언급 되었고 지금도 그러한 피드백을 유지하고 있다. 90년대 포스트 하드코어 펑크들의 음악에 적잖에 영향을 받은 새로운 펑크/하드코어/메탈의 흐름이 있었고, Handsome 도 그 흐름에 적절히 동참하기도 했다. 이러한 지속적인 관심과 아쉬움의 목소리는 여러번의 단발성 재결성 투어를 하게 만들었고, 2013년에는 하드코어 펑크 전문 레이블인 6131 Records 를 통해서 12인치 LP 로 재발매 되면서 충분한 재평가 까지 얻는데 성공했다. LP 는 재발매 되었지만, CD 는 1997년 발매 이후 재판이 이뤄지지 않았고 그대로 품절 상태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이 쾌작의 악성 재고와 중고품들은 한국에서 꽤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쉬운 구매 방법과 적절한 가격으로 비운의 쾌작을 즐겨 보는건 어떨까 싶다. 싫음 말고.

- Mike Villain


Need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