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 Orange – I Am King (Deathwish INC., 2014)
2008년 미국 펜실베니아 피츠버그에서 결성, 2010년에 첫 데모, 2011년에 데뷔 EP Cycles, 2012년에 풀렝스 Love Is Love // Return To Dust 를 발표 할 때만 하더라도 Code Orange (2014년 새 앨범 I Am King 이전에는 Code Orange Kids 로 활동) 는 그렇게 까지 주목 할 만한 밴드는 아니었다. Integrity, The Hopes Conspiracy, Cursed, Trap Them, Oathbreaker 와 같은 네거티브 하드코어/블랙엔디드 하드코어의 계보를 잇는 영건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A급 영건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분명 모자랐기 때문이다. (타 밴드들의 엄청남에 비해서는 너무 평범한 것이 주 된 이유라 할 수 있겠다.) 데뷔 풀렝스 Love Is Love // Return To Dust 가 꽤 좋은 평가를 받았긴 했었다. 그러나 “과대평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슬쩍 하게끔 만들 정도로 실력과 센스 모두 약간 의심스럽기도 했다. 여하간 밴드는 밴드는 그러한 의문을 뒤로 한 채 Deathwish INC. 라는 준-메이저 레이블로 이적했고, Code Orange Kids 에서 Code Orange 로 이름을 바꾸며 신작 제작에 돌입, 2014년 9월에 신작 앨범 I Am King 을 발표 한다고 공지한다. 동명의 타이틀곡의 비디오클립이 공개되자, Code Orange 는 의심스러운 신예에서 네거티브 하드코어/블랙엔디드 하드코어라는 장르를 아는 모든 이들에게 이 장르/스타일이 또 한번의 거대한 진화를 했음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만들었다. 단 한곡만으로 새 앨범의 기대는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9월에 두번째 풀렝스 앨범 I Am King 이 발표 되었고 이 앨범은 블랙엔디드 하드코어의 새로운 터닝포인트, 올해 가장 중요한 헤비니스 앨범, 펑크/하드코어 역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순간이 되었다. 그렇다. 마스터피스가 등장한 것이다.
데뷔 EP 와 풀렝스 앨범에서 보여진 “음악적 결과물” 은 A급이 아니었지만, 이들이 들려준 “자신들만의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 만큼은 엄청난 포텐셜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었다는 Code Orange 의 과거를 한번 생각 해 보자. “방법은 아는데 결과물이 잘 안 나온다는 점은 시간이 해결 해 줄 것” 이라는 결론에 어렵지 않게 도달 할 것이다. I Am King 은 바로 그러한 아쉬움을 시원스레 해결 해 버리는 앨범이다. Code Orange 는 표현 방법이 서툴렀을 뿐, 이미 한장의 EP 와 풀렝스에서 네거티브 하드코어 & 블랙엔디드 하드코어의 모든것을 섭렵 한 바 있었다. Integrity 로 대변되는 사타닉/언홀리 코드를 지닌 메탈릭 하드코어, Cursed 로 대표되는 하드코어 펑크 + 크러스트 + 사타닉 메탈 코드 융합체, Trap Them 으로 대표되는 불경한 코드의 그라인드코어까지, 이들은 네거티브 하드코어/블랙엔디드 하드코어의 역사를 꿰뚫고 있었다. 여기에 EYEHATEGOD 과 같은 펑크 친화적 둠-슬럿지, Isis 와 같은 슬럿지 메탈 뿌리의 헤비 포스트락, Entombed 와 같은 데스 앤 롤, Unsane 과 같은 노이즈락 까지 자신들의 오리지널리티 창출을 위해 다양한 장르들을 구비하고 사용 해 보면서 남다른 사운드 스케이프/구색력을 보여 주기도 했다. 그저 “데뷔작을 발표하는 신예” 이기에 이 많은 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표현 할 수 있는 노하우가 없었을 뿐이었다.
I Am King 은 다르다. 이들은 노하우를 깨닮고야 말았다. 90년대 초중반 때부터 2014년까지, 네거티브 하드코어 & 블랙엔디드 하드코어의 모든 특징들을 완벽하게 배분하고 조율하고 완벽하게 구사한다. 그리고 그와 어느정도 일맥 상통하는 타 장르/스타일들까지 네거티브 하드코어/블랙엔디드 하드코어에 근사하게 적용 시키는데 있어서도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포스트 락/메탈, 엣모스페릭 헤비니스, 노이즈락 등 반-하드코어적 코드의 스타일을 뿌리로 하여 하드코어 펑크적인 어프로치를 가미하는 역발상적인 곡들도 잘 만들고 있다는 점, 적재적소에서 그러한 역발상적인 감각을 매우 멋지게 발휘하며 놀라운 음악적 재능을 표출하고 있다는 점도 빠질 수 없기도 하다. 다양한 장르들의 충돌과 융합, 뛰어난 정리는 경이롭다. 이를 근간으로 하여 탄생 시키는 다양한 팀 컬러의 제공도 있다. 광기 어린 스피드를 지닌 파괴왕적인 캐릭터 창출, 불경함을 잔뜩 지닌 느림의 미학, 센스 넘치는 그루브, 아티스틱한 사운드 스케이프 창출 능력 등 매우 다양하고 깊이 넘치는 밴드 오리지널리티티를 창조하고 뛰어나게 정리하는 능력 또한 경이롭기 그지 없다. 이 역시 I Am King 과 Code Orange 의 그냥 넘어 갈 수 없는 위대한 점이기도 하다.
다양한 장르/스타일의 화려한 나열과 격렬한 충돌, 그로 인한 융합, 그리고 그렇게 탄생 된 것들을 앨범이라는 포맷에 걸맞게 흐름 좋게 배열 시키기를 해 내며 Code Orange 라는 밴드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극단적으로 만들어 낸 I Am King 은 한마디로 최고의 작품이라 말 할 수 밖에 없다. 블랙엔디드 하드코어의 20여년의 역사안의 모든 스타일을 완벽하게 정리했고 자기것으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제네레이션이 탄생했다라는 말을 쓸 수 밖에 없는 새로운 기준을 완벽하게 제시 했으며, 더 많은 하드코어 유사 장르와의 융합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폭력적 해드뱅/모쉬핏 엔터테인먼트적 재미와 뇌를 굴려대며 듣는 지적 디깅용 음악으로의 재미 모두의 제공이라는 기발한 면모도 가세한다. 하드코어 면서도 탈-하드코어적 장르이기도 한 매우 새로운 관점으로 곡을 만들 수 있다는 새로운 방법론의 제시 또한 그냥 넘어 갈 수도 없다. 장점이 한두개가 아닌 앨범이다. 네거티브 하드코어/블랙엔디드 하드코어의 명작은 물론이며, 더 나아가 펑크/하드코어 역사에 길이 남는 한장임에도 틀림없다고 할 수 있겠다. 2014년 최고의 앨범 중 하나로 평가 받아야만 옳으며, 2010년대에 가장 중요한 헤비니스 음반 중 하나로도 매우 당연하다. 그러한 앨범이다. 여러분은 새로운 장르/스타일을 탄생 시킨, 시대의 영웅을 만나게 된 것이다. I Am King 은 그러한 앨범이다. 세기적인 헤비니스 앨범인 것이다. 여러분은 지금 전설을 보고 있는 것이다.
- Mike Villain
I Am 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