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ally Strange #01] Finch – Say Hello To Sunshine (Drive-Thru/Geffen, 2005)

[Totally Strange #01] Finch – Say Hello To Sunshine (Drive-Thru/Geffen, 2005)

탈 80 하드코어 아젠다 이자 “펑크의 아트락 화” 라는 놀라운 음악적 변화를 보여 주었던 포스트 하드코어 사운드, 그 사조/장르의 주축인 이모코어는 90년대 중반에 들어와 인디락/기타팝과 만나며 점차 캐치한 코드를 가지게 된다. 이모코어에서 코어라는 단어가 없어지며 이모 (Emo) 라는 장르/스타일로 서브 장르화 되었고, 캐치한 코드는 세일링 포인트적인 대중성으로 급격히 변화하게 된다. 그리고 90년대 중반부터 등장한 신인 밴드들은 아예 이모를 가지고서 “전형적인 록앤롤 엔터테인먼트” 를 구사하며 락스타 워너비 세계에 발을 들인다. 감성 넘치는 사운드와 가사를 포함하고 있지만, 펑크/하드코어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가지고 있던 “언더그라운드 컬쳐/사운드” 였던 이모였기에 이러한 엔터테인트적인 변화는 꽤나 논란이었다. 돈 냄새를 맡은 메이저 레이블들이 끼어들어 도가 지나친 스타 만들기로 인해 이모는 빠르게 “특이한 취향을 뽐내고 싶어하는 10대들을 위한 저질 락 엔터테인먼트” 로 급격하게 그 취지 및 퀄리티가 몰락하게 된다. 결과적으로는 매우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흐름은 괜찮은 편이었다. 이모라는 장르 특유의 컬트한 코드에 매우 충실 하면서도, 메이저 힛트를 해 낼 법한 좋은 곡을 선사하는 영악한 실력과 센스의 밴드가 꽤나 존재했기 때문이다.

Finch 는 그러한 흐름의 중심에, 그리고 가장 최전방에 있던 밴드였다. 틴에이저 뮤직 전문 레이블인 동시에 팝펑크 전문 레이블이라는 매우 논란적인 위치의, 하지만 펑크락 비즈니스의 가장 좋은 현실적 대안을 보여주던 레이블 Drive-Thru 의 많은 기라성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던 밴드이기도 했다. 데뷔 풀렝스 What It Is To Burn (2002) 를 대충 살펴보면 왜 그런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What It Is To Burn 은 한마디로 “팝펑크 비즈니스의 새로운 장을 연 작품들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앨범” 그 자체인 작품이었다. 저질 감성 멜로디 구축으로 곡을 만들어 나가고, 후렴부에서 스크리밍 보컬을 내지르며 이모코어 특유의 감성 폭발을 적당히 구색 맞추기를 한 What It Is To Burn 은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후반까지의 이모코어/이모 역사를 30분 정도 대충 훑고 만듬” 을 부정 할 수 없는, 건방지기 짝이 없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 단점을 장점으로 환원 시키고도 남을 “뛰어난 송라이팅 센스” 로 중무장한 무서운 앨범이기도 했다. 그리고 후자의 설득력은 정말로 강했다. “악의적인 느낌마저 나는 저질 이모코어 패러디” 보다는 “음악적인 부분에서 많은 약점을 노출 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느낌의 새로운 코드의 펑크락 엔터테인먼트 제공” 으로 잘 받아 들여졌다. What It Is To Burn 는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강력하게 힛트했고, 펑크락 비즈니스의 새로운 장을 여는데 꽤 큰 역활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들의 “얄팍한 이모코어” 는 그 당시 초거대 락 비즈니스였던 뉴메탈의 뒤를 이어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Finch 는 새로운 조류를 이끄는 선봉장이었고, 2000년대를 대표하는 대표 락 밴드가 될 것임도 의심치 않던 존재였다. 2005년 6월 7일 전까지는 그러했다. 그날이 무슨 날이었냐고? 바로 이들의 두번째 앨범 Say Hello To Sunshine 이 발표되던 날이다.

Say Hello To Sunshine 은 야심작이다. 굉장히 많은 것을 담으려 노력한다. The Who 와 일맥상통하는 클래식 락 특유의 스케일과 뛰어난 송라이팅 센스에 도전을 하고 있고, 이모코어-매쓰락 등 80-90년대 포스트 하드코어 사운드의 음악적 깊이에 대한 탐구/자기화에도 힘쓴다. 90년대 얼터너티브 사운드 서브 장르/스타일인 그런지, 노이즈락, 엑스페리멘탈리즘에 대한 재해석도 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90년대를 관통하는 수많은 사운드들에 대한 탐구, 그것을 바탕으로 한 Finch 만의 개성과 예술성을 창조하려는 진지하고도 거대한 계획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다양한 장르/스타일 탐구가 단 하나도 제대로 구사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데뷔작 What It Is To Burn 의 크나 큰 장점이었던 “어거지라도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작곡 센스” 는 발휘 되기는 한다. 하지만 그러한 센스 발휘는 그저 음악적 자질 부족을 가리기 위한 페이크일 뿐이다. 그러한 페이크는 처참한 음악적 결론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며 총체적 난국까지 나아간다. 이 앨범은 간단하게 말해서 “주제들 모르고 음악적 허세/지랄들 떨고 있다” 라는 평이 매우 어울릴 정도다.

이러한 처참한 음악적 결과는 매우 당연한 것이다. Finch 는 너무나 음악적으로 건방졌기 때문이다. 데뷔작 What It Is To Burn 에서의 좋은 인상으로 귀결 될 수 밖에 없는 송라이팅 센스는 인정한다. 하지만 분명히 그 앨범은 80년대 후반 – 90년대 중반까지의 이모코어/이모를 꽤나 대충 탐구한 티가 역력했다. 이들이 가진 장점은 냉정하게 말해서 “꽤 놀기 좋은 분위기를 만든다” 뿐이었다. Say Hello To Sunshine 은 10대용 파티락 이미지를 넘어, 아트락 성향의 펑크/하드코어에 도전하는 작품이었다. 도전 정신도 좋고, 패기도 좋다. 하지만 자신의 위치와 한계는 알아야 하는 법이다. Finch 는 아트한 성향의 밴드로 단숨에 변신 하기엔 너무나도 음악적 소양이 약한 밴드였다. 그리고 딥한 음악성의 음반을 만들기 위한 사전 준비의 양, 레벨, 기간 등등 모든것이 너무나도 짦았다. “건방지구나” 라는 말이 매우 어울릴 정도로 말이다. Say Hello To Sunshine 는 에어 조던 신발을 사서 신으면 NBA 급 선수들의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초등학생적 망상과도 같은, 그러한 평이 어울리는 작품으로 쉽게 설명이 가능하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자.

Say Hello To Sunshine 발표 이후 Finch 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무기한 활동중단” 에 들어간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앨범이 매우 빠르게, 그리고 처참하게 망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스타일 추구에 대해 함구하던 멤버들 역시 밴드가 기울자 탈퇴를 감행했다. 레이블 Drive-Thru 는 이 앨범 한장의 대실패로 10대 팝펑크 키드들의 넘버원 레이블에서 폐업 위기의 레이블로 대몰락하게 된다. Drive-Thru 는 MCA 산하의 레이블이었다가, MCA 가 Geffen 으로부터 인수 되면서 Geffen 의 산하게 있게 되었는데, 이 앨범의 실패로 Geffen 에게 큰 금전적 손실을 가했고, 이는 Geffen 측의 월권행위와도 같은 비즈니스 컨트롤로 이어졌다. 레이블 최고의 스타인 New Found Glory 를 Geffen 측에게 날로 빼앗겼으며, 과거의 명 타이틀만 적당히 재발매 하는 추억팔이 레이블로 몰락하게 된다. Say Hello To Sunshine 의 실패의 여파는 그 정도로 무지막지 했다.

Say Hello To Sunshine 실패의 최대 피해자는 뭐니뭐니 해도 Finch 였다. 밴드는 이 앨범 한장으로 인해 “10대 팝펑크 비즈니스의 반면교사의 아이콘” 이 되었다. 이 앨범은 Finch 와 비슷하게 빠르게 음악적 깊이를 노리는 밴드로 변신하려 하려던 많은 밴드들을 위기에서 구해 낸 셈이 되었다. (Finch 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코드로 앨범을 낸 수많은 기대주들인 A Static Lullaby, The Used 역시 이 앨범만큼 대박 망하며 그 경종에 보탬이 되었다는 점도 빠트려서는 곤란 하겠다.) 그리고 그 반면교사로의 악몽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08년에 셀프타이틀 EP 를 발표하며 컴백을 타진하지만 정말 처참하게 묻히며 다시 활동 중단에 들어갔고, 2014년 에는 “What It Is To Burn 의 발매 10주년” 라는 구태의연한 이유를 대며 활동을 이어갔다. 같은해에 9년만의 신작 앨범 Back To Oblivion 을 발표하며 재기를 모색하지만… 이 역시 좋은 평을 해 주긴 그렇다. Say Hello To Sunshine 에서의 음악적 야심을 기필코 달성 해 낸 앨범이기는 하지만, “애초부터 아트한 성향으로의 재능은 전혀 없음” 을 더 많이 재증명 할 뿐이었다. What It Is To Burn 앨범의 추억팔이를 징글맞을 정도로 해 놓았다는 점이 더해지며 이들의 컴백은 더욱 더 총체적 난국으로 나아간다. 다시 그렇게 Finch 는 의미없는 부활과 9년전과 다를 바 없는 몰락의 길을 다시 한번 걷는 중이다. Say Hello To Sunshine 처럼 빠르지 않다는 점 만이 다를 뿐이다.

Say Hello To Sunshine 이 주는 교훈은 간단하다. 화려하게 데뷔 했다고 해서 그것이 뛰어난 음악성을 보장 해 주지 않는다는 점, 10대용 사운드의 밴드가 뛰어난 예술성이 담긴 음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동안의 음악 공부가 충분히 되어 있어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더 공부해서 매우 신중하게 & 시간을 들여야 만들어야만 한다는 점 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애초에 근사한 것을 할 밴드는 태초부터 다르다” 라는 점의 매우 뼈아픈 재 증명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어느정도 음악적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야 한다는 진리의 씁쓸함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준다는 말이다. 그렇게 Say Hello To Sunshine 는 올해로 발매 10주년을 맞이했다. 만약 당신이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밴드를 하는 이유가 특정 장르가 지닌 컬트함에 끌려서가 아닌, 밴드라는 폼에 취해서였다면… 이 앨범을 꼭 공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Say Hello To Sunshine 는 인기 밴드의 음악적 욕심에 대해서 가장 적나라한 치부를 보여주는, 반면교사의 극치이기 때문이다.

- Mike Villain


Bitemarks And Bloodsta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