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The Lights – Summer Bones (Pure Noise, 2015)
Hit The Lights 는 간단하게 말해서 “곧 사라질 밴드, 사라져도 상관없는 밴드” 그 자체였다. 기타팝 중심의 팝펑크를 구사했지만 Millencolin 과 같은 양질의 팝펑크가 아닌, Sum 41 계열의 지나친 대중적 코드의 추구 & 미천한 실력을 자랑하던 허접 밴드였고, 현재 거의 자취를 감춘 “10대 애들 취향 시다바리나 해서 애들 돈이나 빼먹는 Fueled By Ramen, Victory Records 의 저질 밴드들” 과 별 반 다를 바 없기도 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그 바닥 레벨에서조차 인상적인 성공을 거둔적은 없었고,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 하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간의 비즈니스적 견해차로 결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우왕좌왕 하던차에 Sum 41, Fall Out Boy 로 대표되는 10대 팝펑크 비즈니스의 유행은 끝나 버렸다. 결국 이들은 성공 할 기회를 제대로 놓쳐 버렸고, 남은것은 조용히 사라져 버릴 운명 뿐이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그때 부터다. Hit The Lights 라는 밴드의 대약진이 그 최악의 상황에서 시작 되었기 때문이다.
밴드는 2012년에 준-메이저급 레이블 Razor & Tie 를 통해 3번째 앨범 Invicta 를 발표했다. 메이저 레이블의 팝펑크 비즈니스는 이미 철지난 기획이었고, 팝펑크 언더그라운드는 뛰어난 기타팝 재능을 탑재한 급이 다른 밴드들 & 하드코어 특유의 육중한 에너지를 적극적을 도입하며 파격적 변화를 추구하는 신인 밴드들을 통해 매우 급진적인 패러다임 시프트가 있던 시기에 앨범을 내 논 것이다. Hit The Lights 와 같은 철지난 10대 취향적 밴드가 주목 받을리는 만무했다. 하지만 Invicta 앨범은 그동안 지지부진 하던 기타팝 제조 능력이 꽤 발전 되었음을 보여 주었고, 탈-10대 펑크 시다바리짓 & 팝펑크 특유의 역동성 강조를 통해 애티투드적인 측면 역시 개선 된 모습을 보여 주었다. Def Leppard 와 같이 신스팝을 기반으로 한 대중적 하드록 사운드의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도입, 팝펑크 스타일로 꽤 괜찮게 어레인지 하며 독특한 음악적 결과를 남겼다는 점도 인상적 이었다. Invicta 는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패러다임이 송두리채 뒤바뀐 2010년대에 커리어를 이어 나갈 수 있는 근간을 제대로 마련하는 데에는 성공을 거둔 셈이었다. Razor & Tie 와의 단기 계약은 연장 되지는 못했으나, 대중성과 팝펑크 특유의 마이너리티 모두를 강력하게 추구하는 & 하드코어 특유의 역동적인 사운드까지 적극적으로 흡수하며 색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새로운 언더그라운드 팝펑크의 아이콘 레이블 Pure Noise 와 계약을 따내게 된다. 차근차근 터닝 포인트를 마련한 Hit The Lights 는 2015년에 승부수를 띄운다. 2015년에 신작 앨범 Summer Bones 을 발표하며 음악적 갱생의 피치를 극단적으로 끌어 올리기에 그러하다.
Summer Bones 는 90년대 중후반의 10대 취향 위주의 팝락형 팝펑크 노선을 어른스럽게 다듬으며 터닝 포인트를 마련했던 전작의 분위기를 이어간다. 그와 동시에 2010년대 팝펑크의 특유의 신선한 코드까지 섭취하려는 노력 또한 기울이고 있다. 언더그라운드 음악다운 러프한 면모의 회복, 기타팝 제조 센스에 대한 강한 집착과 그에 상응하는 양질의 결과물 제시, 하드코어 펑크 사운드에 대한 적극 도입으로 인한 패러다임 변화라는 혁신적인 코드들 등, 이 앨범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들이 꽤나 많다. 팝펑크를 조금 유심히 들여다 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도전은 꽤나 난이도 높은, 인생의 승부수와도 같은 노력임을 알 수가 있을 것이다. 팝펑크는 펑크라는 언더그라운드 음악 특유의 스피드와 거친 에너지, 그리고 대중적인 코드를 두루 갖춘 장르이기는 하지만, 이 두개 모두를 극단적으로 표현 하는데 성공한 이상적인 앨범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정도로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은 장르이기 때문이다. 팝펑크는 펑크 특유의 언더그라운드 음악적인 공격성, 기타팝 전통에서 비롯되는 대중성/음악성 중 하나를 선택 해야만 한다. Summer Bones 는 그러한 한계성에 과감히 도전한다. 그동안의 그저 그런 음악적 커리어를 보면 위험한 도전인 인상이 강하다. 하지만 Hit The Lights 는 꽤나 인상적인 음악적 성과를 남기는데 성공했다.
캐치한 멜로디 제조 능력/센스는 전작의 그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고, 그와 연동되는 곡 제조의 무르익음 역시 인상적이다. 뛰어난 멜로디와 송라이팅이 기반이 된 기타팝 뿌리에 펑크/하드코어 특유의 지글거리는 기타 사운드에서 비롯되는 스피드/헤비 그루브가 얹혀지고 있는데, 이 믹스쳐 부분은 신작 Summer Bones 의 하일라이트 그 자체로 큰 인상을 남기고 있다. 팝펑크와 하드코어의 믹스쳐를 꾀하는 밴드는 팝펑크 쪽에서도, 하드코어 쪽에서도 꽤 많았다. 하지만 그 두가지 음악적 특징이 아쉬움 없는 황금비율로 완벽하게 믹스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꽤나 희귀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았다. 흥미로운 점은 Summer Bones 가 그 어려운 미션을 매우 수월하게 달성 해 낸다는 점이다. 두 장르가 따로따로 번갈아 가며 구사되던 대부분의 사례와는 다르다. 하드코어적인 스피드/헤비 그루브를 기타팝 라인에 실어 보내는 방식, 하드코어 사운드 특유의 터프함을 뿜어 내면서도 아기자기한 멜로디와 훅을 꽃아 넣는 방식으로 앨범을 풀어 나가고 있으며, 이는 기발한 방식은 아니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매우 이상적이고도 현실적인 결론들로 가득하다. New Found Glory, Fall Out Boy, Madball, H2O 와 같은 밴드들에서의 다양한 개성들이 담겨있고, 다양한 스타일의 나열이 아닌, Hit The Lights 라는 밴드의 오리지널리티라 할 수 있는 “그들만의 음악적 소화 방식” 을 통해 자신들의 오리지널리티를 강화 하는데에도 큰 인상을 남긴다. 여기에 80년대 말 – 90년대 초중반의 고전 팝펑크적 특유의 러프함, 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의 팝펑크 특유의 대중성, 2010년대 팝펑크 특유의 헤비함 추구 & 기타팝 강화형 등등의 여러 방법론 등 다양한 시대별 팝펑크 특징을 잘 구현 해 냈고, 각각의 시기의 텍스쳐들과 비교해도 좋은 인상을 남긴다는 점 또한 “Hit The Lights 만의 오리지널리티” 에 힘을 실어 준다는 점도 빠질 수 없는 이 앨범의 장점이기도 하다.
Summer Bones 는 한마디로 2010년대 팝펑크 마스터피스 앨범이라 부를 수 있는 앨범이다. 팝펑크가 지닌 다양한 시대상, 그 시대상 안의 이런저런 세밀한 스타일을 하나하나 이해/분석하여 음악적 자양분으로 만들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로 완벽하게 재 정의한 본작은 너무나도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단점 투성이의 자신들의 과거를 부정하지 않고 겸허하게 받아 들이면서 좋은 모습으로 변하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는 점, 서두르지 않고 하나하나 개선 해 나가며 최고의 결론을 맞이 해 냈다는 점 등 좋은 인상들이 하나하나 쌓이며 생성되는 “롤모델” 적인 면모의 강렬함은 뛰어난 음악 만큼이나 매력적이다. 적당한 스토리가 버무려진 뛰어난 음악적 결론들, 최고라는 한마디를 내뱉게 만든다. 여러가지 측면으로 최고인 작품 되겠다. 매우 이상적이며, 매우 현실적인 최고작 말이다.
- Mike Villain
Fucked Up Ki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