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lling Joke – Pylon (Spinefarm, 2015)

Killing Joke – Pylon (Spinefarm, 2015)

70 펑크와 포스트 펑크 시대를 동시에 아우르는 명밴드, 전자 악기를 밴드 음악에 도입한 1세대급 밴드, 락 음악에 원시적 비트 (트라이벌 비트) 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엄청난 개성을 만들어 낸 밴드, 인더스트리얼 메탈의 청사진을 제공한 밴드, 모든 종류의 헤비니스 음악에게 큰 영향을 끼친 밴드, 밴드의 보컬리스트 Jaz Coleman 을 중심으로 한 매우 거칠고 인텔리전트한 폴리티컬 캐릭터의 구축 등등… Killing Joke 를 제대로 설명하기 위한 수식어는 정말로 다양하며, 필수적인것들이 참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들을 이야기 하는데 있어서 최고의 수식어는 “앨범 퀄리티가 언제나 보장되는 밴드” 라는 점이다. 뉴웨이브/신스팝 사운드를 표방한, 다소 속물적 상업 사운드의 앨범에서도 음악적 퀄리티만은 굉장 했었고, 상업적 신스팝을 구사하며 따라오는 금전적 이득을 집어치고 과감하게 인더스트리얼 메탈/90 헤비니스 스타일로 과감히 스타일을 바꾼 Extremities, Dirt And Various Repressed Emotions (1990) 부터의 행보는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1996-2002년까지의 휴식기를 가치고 재결성 한 후의 앨범 커리어는 왕년보다도 더욱 굉장했다. 인더스트리얼 메탈을 완벽하게 완성 시킨 후배 밴드들에게 한 수 가르쳐 주려고 벼른듯한 음악적 깊이, 과거보다 더욱 더 헤비한 사운드코드는 자연스레 Killing Joke 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앨범 퀄리티가 언제나 보장되는 밴드” 를 거론하게 만들었다. 2015년 신작 Pylon 은 기대가 안 될 수가 없다. 16번째 앨범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된다는 말이다.

Pylon 은 2003년에 발표했던 셀프타이틀 앨범부터 지금까지 발표한 5장의 쾌작 앨범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한장이라고 단정 지을 수 밖에 없는 앨범이다. Killing Joke 의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장점이 발휘되고 있고, 많은 양은 아니지만 언제나처럼 꾸준히 구비 해 둔 신작 다운 신선함의 제공 또한 전작보다 뛰어남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기에 그러하다. 초기작의 대표 특징이었으며, 90년대 들어와 본격적인 헤비니스 밴드로 변화하며 더욱 본격적으로 부각 되었던 밴드 특유의 트라이벌 비트는 여전히 강하게 밴드 오리지널리티로 쉴 새 없이 꿈틀거린다. 그 남다른 비트/리듬위에 얹혀져서 더욱 더 강렬한 오리지널리티를 창출하는 헤비 기타리프, 일렉트로닉스 샘플링과의 조화 또한 16번째 앨범임에도 여전한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다. 워낙에 Killing Joke 의 리듬 센스가 강렬하고, 최근 헤비니스 톤에 대한 연구와의 조화는 90년대부터 단 한번도 소홀히 다룬법이 없지 않던가? 이번에도 그러하다는 점은 매우 묵직한 인상을 남긴다. 인더스트리얼 메탈의 근간이 되는 90년대 헤비-그루브와는 거리가 먼, 90년대 중반부터 등장한 하드한 테크노/일렉트로닉스와도 거리가 먼, 여하간 모든 90년대 헤비-일렉트로 사운드의 그룹들과 극명하게 구분되는 이들만의 강렬한 오리지널리티는 여전하다. 그러한 방법론은 8번째 앨범째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식상함과는 거리가 멀다. 워낙에 Killing Joke 만의 개성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8번째 계속되는 방법론이기는 하지만, Pylon 은 전작과는 극명하게 차별되는 것들도 잘 구비 해 두었다. 전작까지 트라이벌한 비트에 근간하여 단순한 헤비 리듬의 기계적인 반복을 통한 무뚝뚝한 파워풀함을 선보였다면, 신작은 그러한 것들을 계속 선보이면서도 80년대 뉴웨이브/씬스팝 시절이 단번에 떠오를 정도의 멜로디어스한 트랙들을 꽤나 많이 만들어 놓았다는 점은 바로 새 앨범만의 차별적 요소의 핵심,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뉴웨이브/씬스팝이 지닌 멜로디어스함을 사용하며 노스텔지어한 매력을 이끌어 내면서도, 헤비한 리프/리듬이 중심되는 최근 행보에 걸맞는 튜닝을 통해 앨범 퀄리티 및 팀 컬러의 밸런스를 잘 유지한 점 또한 매우 인상적이며, 새 앨범만의 묘미로 큰 역활을 해내고 있다. 파워풀이 가미 된 씬스팝적 트랙들에서 보여지는 특징이자, 꽤나 사람들이 잊고 있었던 “Killing Joke 는 독특한 트라이벌 리듬다이 뿐만 아니라 멜로디함도 잘 만들어 내는 밴드” 를 다시금 상기 시킨다는 점도 빠트릴 수 없다. 무미건조한 리듬다이의 무한반복을 구사하는 트랙에서도 그러한 멜로디어스함이 보컬파트에 침투, 예전 앨범에서 찾아 볼 수 없었던 이 앨범만의 매력을 잘 이끌어 나간다는 점도 빠트릴 수 없는 감상 포인트이다. 건조한 헤비/리듬 사운드 + 80 포스트펑크/뉴웨이브/씬스팝 멜로디어스와의 이상적인 조합이 이 앨범의 하일라이트라고 해도 무방 할 정도다. 그러한 코드를 완벽하게 담은 트랙은 I Am The Virus 를 자신만만하게 첫 싱글로 걸어 둔 것을 보면 말이다.

Killing Joke 의 신작 Pylon 은 밴드의 최고작으로 평가하기엔 고개가 기우뚱 하지만, “2000년대 Killing Joke 앨범 중 최고” 라는 말을 꺼낼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괴물같은 작품이다. Nine Inch Nails, Ministry, White Zombie, Marilyn Manson, The Prodigy 와 같은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배울건 배우고, 그러면서도 자신들만의 오리지널리티는 철저하게 창출하려 노력 해 온 지가 10년이 넘었다. 그들이 신보를 발표하며 음악적 매너리즘에 빠졌음을 숨기는데 고전 했다면, Killing Joke 는 소소하게 나마 새 앨범다운 새로움을 매 앨범마다 쏠쏠하게 만들었었다. 과거를 고수하고, 현재를 적극적으로 배우고, 그 둘을 멋지게 믹스 하려는 쉴 새 없는 음악적 노력에 의해서 말이다. 좋은 음악, 그들만의 개성적인 음악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새 앨범은 좀 더 그러한 것을 많이, 그리고 좀 더 깊고 진하게 보여주려 하며, 성과는 노력의 양 보다도 더 크게 귀결 되었다. 타 밴드들과의 격차는 한없이 또 한번 벌어진다. 90 헤비그루브, 인더스트리얼 메탈, 일렉트로닉스/테크노 등 다양한 종목에서 앞서 나가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헤비니스와 일렉트로닉스를 섞는 음악만큼은 토론 필요없이 Killing Joke 가 무조건 최고” 라는 지극히 당연한 커먼센스에 종지부를 한번 더 찍어 버리는, 무자비한 피니쉬 그 자체다. 이 50대 영국 중년들의 가늠 할 수 없는 음악적 센서블함의 한계에 기립 박수를 남기고 싶다는 말 또한 추가적으로 남기고 싶다.

- Mike Villain


I Am The Vi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