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davar – Berlin (Nuclear Blast, 2015)

Kadavar – Berlin (Nuclear Blast, 2015)

블랙메탈 힙스터화, 블랙메탈-둠슬럿지-데스 앤 롤-크러스트 펑크-케이오틱 하드코어의 경계 모호화, 고전 헤비메탈 리바이블의 뒤를 잇는 2010년대 헤비니스 중요 흐름이자, 2014-2015년에 들어와서 눈에 띄게 큰 판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흥미롭게도 “메탈 전문 레이블을 중심으로 한 싸이키델릭 하드락 리바이블” 이다. 60년대 플라워 무브먼트의 그것 보다는 짦고 심플한 구성, 비트의 드라이브함, 모던한 프로덕션으로 인해 그 시절 사운드 그대로를 부활 시키는 의미의 리바이블은 아니다. 하지만 그 시대 하드락 특유의 환각적이며 끈적한 바이브의 사용/응용만큼은 제대로이기에 그냥 지나 칠 수 없는 흥미진진한 흐름이기도 하다. 이러한 흐름은 어느정도 예견 된 것이기도 했다. Mastodon 과 같 2000년대 슬럿지 메탈 신조류에서도 싸이키델릭 하드락에 대한 사용/응용이 만만찮게 존재하고 있았고, 80년대 초반의 헤비메탈 태동기의 “하드락 냄새 진한 과도기적 사운드 특징” 을 집중적으로 구사했던 고전 헤비메탈 리바이블러들이 알게 모르게 꽤나 사용 해 버렸던것이 싸이키델릭 하드락적인 요소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메탈 전문 레이블을 기점으로 하나 둘 등장한 본격 사이키델릭 리바이블 밴드들은 꽤나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는 중이다. 메탈이라는 장르가 은근히 “히피 배척” 이라는 코드를 적잖게 가지고 가지고 있음을 되새겨 본다면 더더욱 말이다.

그러한 흐름에 관심이 있다면 그 어떤 밴드들 보다 독일 베를린 출신의 Kavadar 에게 가장 먼저 귀를 귀울여야만 옳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기적으로도 한 타이밍 빠르게 등장했고, 음악적으로 가장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메탈 전문 레이블들로 하여금 싸이키델릭 하드락이 차세대 헤비니스 흐름임을 감지하게 만든 밴드도 이들이며, 그러한 흐름을 한 타이밍 빠르게 캐치한 Nuclear Blast 의 첫 싸이키델릭 하드락 리바이블 릴리즈 또한 이들이었다는 점 또한 빠트릴 수가 없다. 2010년 밴드 결성, 2012년에 셀프타이틀 데뷔작을 발표하며 적잖은 관심을 얻었으며, 메이저 메탈 레이블 Nuclear Blast 과의 계약을 통해 발표 된 2번째 앨범 Abra Kadavar (2013) 을 통해 본격적인 “싸이키델릭 하드락 리바이블 시대 개막” 을 알린 바 있다는 짦고 굵직한 커리어는 2015년 신작 Berlin 이 만만찮은 한장이 될 것임을 암시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한 기대감만큼 Berlin 이라는 앨범은 무언가를 제대로 들려준다.

Berlin 는 간단히 말해서 싸이키델릭 하드락 리바이블에 대한 기준 그 자체와도 같은 한장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약물감 쩌는 매력적 하울링의 기타톤/프로덕션과 멜로디 라인-하드락 솔로잉 작렬은 고전 싸이키델릭 탐구 그 자체이며, 고전 싸이키델릭이 지닌 지나친 음악적 에고 거들먹 거림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흐름인 짦고 심플한 곡 구성, 캐치한 리프, 깔끔한 프로덕션을 통한 모던한 느낌의 창출은 싸이키델릭 사운드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 제시인데, 이 두가지의 적절한 밸런싱은 거의 모든 싸이키델릭 리바이블에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요소다. 싸이키델릭 하드락에 대한 깊은 탐구와 모던한 어레인지가 이 장르 리바이블의 핵심 그 자체라 할 수 있는데, Kavadar 는 이전에 발표한 두장에서 그것들을 가장 흥미진진하게 들려 준 바 있고, 새 앨범 Berlin 은 그 보다도 더 한 수 위의 결과물을 들려주고 있다. Kyuss, Fu Manchu 와 같은 90년대 스토너 사운드와 같은 모던한 싸이키델릭 하드락 어레인지가 일단 뼈대를 잡고 있으며, 그 위에 고전 사이키델릭 특유의 퍼즈-하울링적 톤의 기타플레이 중심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며 살을 붙여 나간다. 기타 애드립이나 솔로잉에서의 하울링한 질감에서 우러 나오는 싸이키델릭 특유의 약물적 환각미는 이 장르 특유의 매력을 극대화 시킨다. 빈티지함과 모던함의 두가지의 조화는 매우 놀랍다. 곡 전체적 흐름, 기타 사운드적 흐름, 프로덕션적 흐름 등등등…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봐도 하드락의 과거와 현재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이들의 센스는 감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한 흐름속에 만들어지는 “헤비메탈 태동기 특유의 하드락 친화적 컬트함” 또한 빠트릴 수 없는 부가적인 이들만의 매력요소이며, 200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고전 헤비메탈 리바이블러와의 접점 (특히 헤비메탈 태동기를 집중적으로 디깅하는 밴드들과의) 은 더욱 더 이 앨범/밴드의 흥미도를 올려간다. 이 앨범은 싸이키델릭 하드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취향을 저격하기도 하지만, 하드락 색 진한 헤비메탈 특징을 지니고 있는 헤비메탈러들인 Judas Priest, Scorpions 와 같은 밴드들의 팬심 마저도 가차없이 정복하는 의외의 굉장함도 지니고 있다. 괜히 싸이키델릭 하드락 리바이블이 메탈 전문 레이블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Kadavar 의 3번째 앨범 Berlin 2010년대의 싸이키델릭 하드락 리바이블의 결정판, 그 자체인 앨범이다. 과거 싸이키델릭의 어떤점을 계승하고 있는지, 어떤 부분을 과감히 버려 버리는지, 어떻게 2010년대의 시간에 걸맞게 모던한 어레인지를 더하게 설득력 넘치게 개조 해 나가는지에 대해 완벽하게 보여 준다는 말이다. 싸이키델릭 하드락 이라는 장르 특유의 컬트함을 매우 잘 다루는 가운데, 그 장르가 지닌 다소 지루한 면모를 과감하게 모던한 어레인지로 고쳐 나가며 빈티지한 매력과 새로운 매력을 동시에 청자에게 전해주는 센스는 매우 놀랄만 하다. 싸이키델릭 하드락이라는, 단어부터 왠지 음악적 허들이 높은 그 장르를 엔터테인먼트적 하드락/헤비메탈적 코드로 누구나 쉽고 흥겨웁게 즐길 수 있게 뜯어 고쳤다는 점도 매우 놀라우며, 매우 엔터테인먼트적인 코드로 변화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장르 특유의 매력과 음악적 깊이가 매우 강렬하다는 점은 더욱 놀랄만 하다. 한마디로 간단히 설명된다. 완벽한 진화를 이룬, 새로운 싸이키델릭 하드락 그 자체로 말이다. 싸이키델릭 하드락이 지닌 매력을 극대화 하는 가운데, 과거의 수많은 약점 요소를 신선하게 개선하는 멋진 한장 되겠다. 이 장르에 애정이 있는 사람, 이 장르에 관심이 없는 사람, 이 장르에 적개심(?) 을 품고 있는 사람 모두를 능수능란히 공략한다. 그리고 싸이키델릭 하드락이라는 장르 전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만들어 버린다. 끝내주지 않은가? 그러한 앨범이다.

- Mike Villain


Last Living Dinosa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