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umed – Gore Metal: A Necrospective 1998-2015 (Relapse, 2015)

Exhumed – Gore Metal: A Necrospective 1998-2015 (Relapse, 2015)

헤비메탈이 지닌 과격한 음악적/메시지적 테마는 80년대 들어와서 좀 더 빠르고 헤비하게 메탈을 개조하고 싶어하는 젊은 피들에 의해 그 강도는 점점 높아져 갔으며, 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강해졌다” 레벨이 아닌 “극단적이다” 라는 레벨로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쓰래쉬 메탈, 데스 메탈, 그라인드코어, 블랙 메탈 등등등… 다들 “극단적이다” 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음악이 무엇인지는 잘 알고들 있을 것이다. 헤비메탈의 강함을 측정하는 단위/단어는 “Heavy” 가 아닌 “Brutal” 이 되었다. 그 단위를 넘기 위해 수많은 초과격 밴드들이 지금도 노력하고 있으며, 크고 작은 성과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Exhumed 는 바로 “Brutal” 이라는 단어가 지닌 메탈의 극단적 단위의 새로운 페이지를 쓴 밴드다. Cannibal Corpse, Carcass, Deicide 와 같은 밴드들이 90년대 초중반에 과격함의 정점을 찍자 데스메탈은 변화를 맞이했다. Carcass, Entombed 와 같이 탈-브루탈 & 미드템포 위주의 모던화를 시도한 밴드가 있었고, Cannibal Corpse, Vader, Decapitated 와 같이 과격함을 유지하면서 데스메탈 & 익스트림 메탈이 지니지 못했던 음악적 깊이를 추구하려는 밴드도 있었다. 그렇게 변화하던 90년대 중후반의 데스메탈은 음악적으로 발전하며 쉽게 볼 음악이 아님을 제대로 증명 해 내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초창기의 매력인 “계산되지 않은 로우한 극단적 격렬함” 이 서서히/확실히 거세되며 컬트함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여 주고야 말았다. 그 분위기 속에 등장한 밴드가 Exhumed 였다. 밴드는 80년대 중후반-90년대 초기의 데스메탈 클래식에서의 “로우한 초과격 사운드” 의 그 맛의 부활을 목표로 한 음악을 구사했다. 그리고 전설이 되었다. 초창기 스타일을 노리던 신예 밴드는 많았다. Cannibal Corpse, Carcass 로부터 시작된 고어/스플래터적 코드를 극단화 한 서브 장르적 고어/브루탈 데스메탈 밴드들 역시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그저 과격함만을 강조하던, 초기 데스메탈의 어수룩한 뮤지션쉽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으며, 심지어 음악적으로 왈가왈부 할 수준조차 도달하지 못했다. 허나 Exhumed 는 달랐다. 이들은 데스메탈 초기의 과격함/로우함의 모든것을 부활 시키는 동시에, 90년대 부터 시작 된 데스메탈의 음악적 깊이 추구에도 굉장한 센스를 발휘했다. 데뷔작 Gore Metal (1998) 은 메탈 역사에 있어서 반론의 여지가 없는 마스터피스가 되었고, 후에 발표 된 앨범들 역시 그 퀄리티를 유지했다. 세번째 앨범 Anatomy Is Destiny (2003) 를 마지막으로 밴드는 해산을 선언 했지만, 2010년에 재결성을 발표하고 두장의 앨범 All Guts, No Glory (2011), Necrocracy (2013) 를 통해서 여전한 과격성과 그 과격성에 버금가는 음악적 깊이 추구를 여전히 보여주며 컴백이 아닌, 커리어 하이를 논할 정도까지 발전 해 나아갔다. Gore Metal 앨범이 워낙에 완벽한 한장이기에, 그저 구사하던 스타일의 현상 유지만 해도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컴백 후 두장의 앨범을 통해 고어/데스메탈의 업그레이드를 또 한번 해내는 괴력을 보여주며 많은 메탈 애호가들의 혼을 쏙 빼 놓았으며, 모든 앨범들이 밴드의 넘버원 레코드를 노린다고 할 정도의 엄청난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이는 메탈 애호가들의 기본 상식이 될 정도였다.

컴백이 아닌, 커리어 하이의 갱신을 계속 행하고 있는 Exhumed 이기에 데뷔작 재녹음 발표는 꽤나 의미심장한 모양새가 나올 수 밖에 없다. 데스메탈/익스트림 메탈의 내실 다지기 & 대외적으로 새로운 레벨로의 변화를 보여주며 완벽함의 극치를 보여 주었기에 그러하다. 그와 동시에 의문도 든다. Gore Metal 은 그다지 약점이 없는 앨범이기 때문이다. 곡 제조 능력도, 연주 패턴과 테크닉도, 한곡 한곡의 개성도, 앨범 전체적인 흐름도 완벽한 한장이었지 않은가? 굳이 재녹음이 필요하나 싶은 느낌이 꽤 강하다. “프로덕션이 별로라서 재녹음 할 수 밖에 없었다” 라는 이유 하나 정도가 그나마 정당한 이유일 터인데, 90-2000년대 익스트림 메탈 프로덕션 흐름을 상기 해 본다면 조금 아쉬울 정도이지 재녹음을 해야 할 정도로 나쁘지는 않은 사운드였다. 허나 밴드는 Gore Metal 발표 당시의 호평에 대해서 언제나처럼 프로덕션이 매우 아쉽다는 말을 늘 강조 해 왔다. 이 재녹음 앨범은 결국 이들이 해야만 하던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것이다. 밴드가 하고 싶어서 하겠다는 걸로 이야기는 끝이다. 외부자들의 왈가왈부가 필요하지는 않은 것이다.

여하간 앨범을 들어본다면, 재결성 이후의 앨범들을 다시 상기 시켜 본다면 이 재녹음 앨범 Gore Metal – A Necrospective 1998?-?2015 은 꽤나 꽤나 의미있는 한장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재녹음 버전은 재결성 후 발표한 두장의 앨범인 All Guts, No Glory 와 Necrocracy 의 그것과 이어지는 프로덕션이 특징이다. 드라이하고 하울링이 없는, 러프함과 모던함이 적절히 공존하는 그 사운드 톤 말이다. Exhumed 의 극단적 공격성과 컬트함 & 튼실한 음악적 기량의 자연스러운 표출을 행하는 이들의 음악 여정에 어울리는 사운드라는 느낌이 바로 들 정도이며, 이는 재녹음 앨범 제작 의도가 매우 정당함으로 바로 이어진다. Exhumed 라는 밴드가 고어 성향의 브루탈 데스메탈의 스테레오타입적인 부분에 매우 집착 하지만, 연주 패턴 & 테크닉 표출과 사운드 프로덕션에 있어서 차별화와 모던화를 확보하기 위해서 매 앨범마다 노력을 행했고, 상승곡선을 늘 그려 냈던것을 상기 해 본다면 더욱 더 이 앨범의 정당성은 커지며, 앨범의 음악적 가치도 커진다. 그리고…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가 없을듯 싶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Gore Metal 은 곡 제조 능력도, 연주 패턴과 테크닉도, 한곡 한곡의 개성도, 앨범 전체적인 흐름도 완벽한 한장이었다. 프로덕션이라는 아쉬움만이 있을 뿐이었다. 음악적인 부분에 있어서, 익스트림 메탈적인 컬트함의 강도에 대해서 별다른 설명은 생략 하도록 하겠다.

솔직히 Gore Metal – A Necrospective 1998?-?2015 는 별것이 없다. 새로운 해석, 연주 파트 추가, 그 당시 빠졌던 곡들의 추가 없이, 예전 앨범 그대로를 녹음했다. (참고로 Gore Metal 의 오리지널 앨범은 몇곡이 빠져 버린 앨범이었다. 앨범의 프로듀스를 담당한 명 기타리스트 James Murphy 가 암투병으로 부득이하게 프로듀스에서 하차하게 되었고, 그로인해 이 앨범은 좋지 않은 프로덕션 + 앨범에 넣으려 했던 몇곡을 누락 할 수 밖에 없었던 결과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저 프로덕션이 양질의 퀄리티로 귀결 될 뿐이다. 하지만 “이 앨범의 최종 감상평은 예상 이상” 이라는 점을 쉽게 간과 할 수는 없는 모양새이다. “익스트림 메탈 마스터피스 Gore Metal” 이라는 어드밴티지를 제외 하더라도 굉장히 좋다는 말이다. All Guts, No Glory 와 Necrocracy 에서 보여준 자신들만의 프로덕션 튠 확보로 인한 음악적 개성 확보가 이번에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으며, 그러한 새로움을 과거의 앨범에 투영하여 자신들의 음악 커리어에 플러스 효과를 제대로 내고 있다는 점은 이 앨범의 핵심이 아닌가 싶다. 과거의 아쉬움을 해결하는 밴드 내실 다지기인 동시에, 대외적으로 Exhumbed 라는 밴드의 매력의 핵심인 특정 장르의 컬트함과 그 컬트함이 지닌 음악적 한계성 & 발전 저하 요소의 분쇄라는 이들의 음악 커리어의 핵심을 영악하게 제대로 보여주는, 멋진 앨범 되겠다. 프로덕션 하나만 바뀌었지만, 최종 결과물은 전혀 다르다. 추억팔이라는 단어는 입에 담지도 말아야 할 정도다. 최근 두장 All Guts, No Glory 와 Necrocracy 에서 보여준 엄청난 상승곡선의 연장선이자 정점 기록이라 칭하고 싶다. 더 대단한 것들을 보여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일단 지금까지는 최고다. 그렇게 말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한장 되겠다.

- Mike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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