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fheaven – Sunbather (Deathwish INC., 2013)

Deafheaven – Sunbather (Deathwish INC., 2013)

2000년대 초반의 미국 하드코어씬은 스웨디시 멜로딕 데스메탈의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매우 놀라운 혁신적 메탈을 만들어 냈다. 그렇다면 10년이 지난 2010년대인 현재는 어떨까? 현재의 흐름은 더욱 놀랍다. 미국의 인디락-포스트락 or 하드코어 세력은 무려 “스칸디나비아 블랙메탈” 을 적극적으로 도입, 새로운 블랙메탈의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 미국 지역에 블랙메탈이 아예 존재하지 않은건 아니지만, 현재 등장하고 있는 블랙메탈러는 꽤나 반갑지 않을 정도로 이질적이다. 콥스페인팅과 대못이 주렁주렁 달린 아대, 전투종족을 연상 시키는 메탈 아머를 전혀 하지 않은, 그저 인디 락커와 별 반 다를 바 없는 초식남적인 비주얼과 수수한 옷차림을 하고서 무지막지한 & 컬트한 메탈의 극인 블랙메탈을 구사하는 자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신선함을 넘어선 의아하고도 걱정되는 기현상임에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유별날 정도로 행동강령(?) 이 난무하는 블랙메탈이기에 “인디 락커들의 블랙메탈 재해석” 으로 탄생되는 비난의 강도는 매우 강력하게 행해지고 있다. 허나 그러한 비난과 동시에 2000년대 들어와 새로이 생긴 깊은 음악적 내공과 불쾌할 정도의 자기 세게음악 평론 세계를 지닌 선비집단 “힙스터” 들에게는 극단적인 환영을 받고 있는 중이다. 한마디로 블랙메탈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시는 정파와 사파의 극렬한 대립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대충 정의 할 수 있을듯… 이번에 소개 할 Deafheaven 역시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다.

Deafheaven 은 블랙메탈의 이미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곳인 미국 하고도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2010년에 보컬리스트 George Clarke 과 기타리스트 Kerry McCoy 와의 2인 프로젝트로 시작된 밴드다. 밴드는 올드스쿨 블랙메탈 특유의 로우하고도 격렬한 노이즈 태풍을 근간으로, 포스트락의 거대한 스케일을 이어 붙이는 대담한 시도를 했고, 블랙메탈의 격렬한 다운피킹으로 만들어 지는 사악한 덩어리와 포스트락 특유의 남다른 엣모스페릭 덩어리가 놀라운 상승 교집합을 거두며 뭔가 새로운 사운드를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어 일으켰다. 이러한 새로움은 앞서 말한 미국 인디락 관점에서의 블랙 메탈 재해석과 그로 인한 패러다임의 시작점 밴드로도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로 치고 나오던 타이밍 역시 남다르기도 했다. 결성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낸 이름없는 데모부터 그러한 엄청남을 보여 주었고, 평론가 및 음악 비즈니스 업계인들의 강렬한 호평과 러브콜을 얻은 밴드는 Converge 의 보컬리스트 Jacob Bannon 의 레이다망의 포착, 그들을 자신이 운영진으로 일하고 있는 하드코어 레이블이자 매우 독창적인 색채로 중무장한 레이블이기도 한 Deathwish INC. 로 스카웃 되기에 이르렀다. Deafheaven 은 이 레이블을 통해서 첫 풀렝스 Roads To Judah (2011) 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2013년 6월에 신작이자 두번째 풀렝스 앨범인 Sunbather 를 발표했다.

신작 Sunbather 는 그렇게 많은것을 시도하지 않는, Deafheaven 이 선보이는 새로운 블랙메탈 공식을 또 한번 그대로 한번 더 시도 해 보는 앨범이다. 하지만 신작은 여전히 먹어주는 앨범이다. 이들이 데모 앨범부터 흠칫 놀랄만큼의 강렬한 센스를 십분 발휘한 로우하고 빠른 블랙메탈과 거대한 스케일과 깊은 무드메이킹 분위기를 자랑하는 포스트락의 공존은 여전히 신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작은 전작들을 그저 “그저 그런 데모 쪼가리” 로 만들고도 남는, 공들여서 행한 자신들의 스타일의 견고한 어레인지가 너무나도 강한 앨범이다. 신작의 최고 장점은 블랙메탈과 포스트락의 만남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 보다는, 그것을 그 어떤 반발 세력들의 격렬한 비난이 있다 하더라도 결국 이들이 행한 음악적 시도가 승리로 끝나고야 마는 극단적인 매력을 완벽하게 완성 시키는 점이라고 말하는것이 옳다. 솔직히 Sunbather 이전의 활동까지만 하더라도 소위 “힙스터 메탈” 이라고 불리우는 것들의 특유의 장점이자 단점인 “컬트한 장르에 대한 비아냥 혹은 존경심 없는 느낌마저 자아 낼 정도로 과도하게 자기식대로 재해석 함” 이 강했다. (그래도 다른 힙스터 메탈러들 보다는 그런 지멋대로적 해석이 스트라이크 존 안인 밴드가 이들이기도 하다.) 신작 Sunbather 도 여전히 자기식대로의 재해석의 강도가 강하다. 하지만 전작과는 확연히 다르게 이번에 행한 블랙메탈에 대한 재해석은 긍정적이다. 블랙메탈과 포스트락을 동시에 시도하지만, 따로 따로 교하며 진행하며 융합이 아닌 이질감만 증폭 시켰던 전작과는 다르게 신작에서의 블랙메탈과 포스트락과의 공존은 완벽하게 행해지고 있기에 그러하다. 특히 블랙메탈 특유의 사악한 배킹의 난사로 인해 만들어지는 노이즈 덩어리를 포스트락 특유의 자연스럽고도 잔잔하고도 무게감 있는 분위기 있는 거대 스케일로 이어 나가는 부분은 너무나도 훌륭하다. 또한 그렇게 만들어 진 포스트락적인 코드의 블랙메탈 사운드로의 역-포지션 체인지 역시 만만찮은 굉장함을 보여준다. 잔잔하고도 차근차근하게 스케일을 키우다가 거대한 아우라를 폭발하는 포스트락 특유의 구성을 행하고 있는데, 그 폭발점에서 행하는 것은 포스트락의 전형적인 헤비하고 육중한 덩어리의 폭발이 아닌, 블랙메탈의 격렬한 질주감으로 표현하며 역-포지션 체인지에 있어서도 기발하고도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변화를 보여준다. 이러한 기발하고도 완벽한 장르 체인지를 통해 단 한번의 지루함 없이 10분이 넘는 거대한 곡들을 & 앨범의 전체를 끌고 나간다는 점도 빠질 수 없는 이 앨범의 경이로움이다.

블랙메탈과 포스트락의 자연스럽고도 자유자재적인 변화와 응용, 그것을 통한 공존은 앞서 말한 “그 어떤 반발 세력들의 격렬한 비난이 있다 하더라도 결국 이들이 행한 음악적 시도가 승리로 끝나고야 마는 극단적인 매력을 완벽하게 완성 시키는 점” 과 바로 이어진다. 그것이 이 앨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호평의 원동력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블랙메탈의 포스트락적인 응용, 그것으로 인한 새로운 블랙메탈의 방향제시는 너무나도 “자아도취” 적인 면이 강했다. 물론 Sunbather 도 자아도취형 앨범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앨범은 취향적인 기준으로써 영 아닐지 몰라고, 음악적 혁신성의 기준으로 이야기 한다면 절대로 비난 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하디 강력한 “설득력” 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렇게 강력한 설득력과 그로 인해서 만들어지는 긍정적인 파격적 변화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모든 힙스터 메탈에 있어서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다. Deafheaven 은 뭔가 좀 앞서 나가는 밴드였다. 자기들 멋대로의 파격성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발전에 가장 앞장서는 밴드의 이미지가 꽤 강했다는 의미다. Sunbather 는 그러한 느낌을 완벽하게 정의하는, 한마디로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이정표라 할 수 있다. 2010년대 블랙메탈을 논하는데 있어서 이 앨범을 빠트릴 수 없다고도 말 할 수 밖에 없는 앨범 되겠다.

- Mike Villain


Dream Ho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