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shboard Confessional – MTV Unplugged v2.0 (Vagrant, 2002)

Dashboard Confessional – MTV Unplugged v2.0 (Vagrant, 2002)

Fugazi 로 인해 탄생 된 하드코어의 엑스페리멘틀, 재즈 퓨전, 프록 사운드화였던 이모코어는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기타팝/얼트락/모던락 스타일을 덧대기 시작했고, 그 흐름에 뭔가를 느낀 신예 밴드들은 그러한 부가요소를 아예 음악적 뿌리로 하는 새로운 사운드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하드코어라는 단어에 걸맞는 파워와 에너지가 사라졌기에, 이모코어는 그냥 이모 (Emo) 가 되었고, 아주 자연스럽게 골수 팬들로부터 셀아웃이니, 애들이나 듣는 저질 장르니 하는 소리를 들으며 가시밭길을 걸어오게 된다. 돈이 될 만함을 느낀 메이저 레이블들의 성화로 인해 과도한 상업적 포커스의 애송이 밴드들의 범람으로 인한 90년대 후반의 상황을 생각 해 보면, 그러한 비아냥이 매우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메이저 레이블이 욕심을 내기 전인 90년대 중반은 비아냥을 들을 지언정 음악적으로는 절대로 폄하 할 수도, 폄하 해서도 안되는 만만찮은 음악적 개성과 레벨을 보여 준 것도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Further Seems Forever 라는 밴드는 증거 밴드 중 하나였고, 진정한 이모 사운드의 전설이었다. 그리고 그 밴드로부터 “진정한 의미의 청년 문화/감성의 전설” 이 태어나게 된다. 바로 Dashboard Confessional 이다.

Further Seems Forever 는 2001년에 발표한 데뷔작 The Moon Is Down 부터 만만치 않은 언더그라운드 힛트를 기록하며 나름 화려하게 등장했다. 특히 밴드의 미남 보컬리스트이자, 찌질하고 오글거리지만 절대로 그러한 성향을 비난 할 수 없게끔 만드는 대단한 설득력/공감력의 가사를 쓰는 주인공인 Chris Carrabba 의 존재감은 특히나 대단했다. 그만의 감성 어린 보컬 스타일과 가사는 Further Seems Forever 의 뛰어난 이모 기타팝 사운드의 정점을 찍는데 있어서 빠질 수 없는 마무리이기도 했다. 자신만의 캐릭터와 밴드 구성원으로써의 역활 모두 만점을 기록 했지만, 그는 그만의 음악적 비전을 가지고 있었고, 밴드가 인기가도에 막 들어 설 때 그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해서 밴드를 탈퇴하게 된다. 그는 Further Seems Forever 의 프론트맨의 역활도 좋았지만, 좀 더 싱어 송 라이터로의 재능을 펼치고 싶었다. 그는 The Moon Is Down 앨범의 발표 1년전에 자신의 솔로 프로젝트 Dashboard Confessional 의 이름으로 The Swiss Army Romance (2000) 라는 앨범을 이미 낸 상황이었고, 이 역시 적잖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밴드를 탈퇴하여 좀 더 자신의 재능을 폭발 시키며 발표한 두번째 앨범인 The Places You Have Come To Fear The Most (2001) 는 언더그라운드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명성을 얻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Chris Carrabba 는 꽤나 놀랄만한 팬 베이스를 얻게된다. 그의 잘생긴 외모보다 더 근사한 송라이팅 기술, 10-20대에게서 강제적이라 할 수 밖에 없을 정도의 무시무시한 심리적 공감성을 이끌어 내는 섬세한 가사는 이모/팝펑크씬을 넘어서 틴에이저 문화 전체의 대변인으로 서서히 자리매김 하게 되었고, 이는 감성적 코드에 공감하는 10-20대의 모두가 그의 팬이라는 결론과도 이어지게 된다. 얼마나 그에 대한 지지도/충성도가 대단했냐면, 그의 이야기를 다룬 기사가 Britney Spears, Backstreet Boys 같은 아이돌/보이밴드만 나오는 틴에이지 잡지들이 그에 대한 기사 및 인터뷰를 실을 수 밖에 없을 정도였다고… 그리고 그러한 존재가 되어 갈 무렵, MTV 는 그에게 언플러거드 공연을 제안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라이브를 담은 실황은 전설이 된다.

Dashboard Confessional 의 MTV Unplugged 출연은 의문점 투성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일련의 출연자들을 보면 그런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MTV Unplugged 는 뛰어난 테크닉을 지닌 보컬리스트, 혹은 연주자, 혹은 인기가수나 밴드, 혹은 그러한 명성을 얻게끔 해주는 싱어 송 라이터 or 프로듀서형 아티스트만의 실력표출의 전유물로써 오랜 시간동안 굳건히 자리매김 하고 있었고, Dashboard Confessional 의 출연은 그 어떤 기준에서 바라봐도 “함량미달” 이라는 결론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의문점은 첫곡이자 Dashboard Confessional 의 첫 앨범 타이틀 넘버이기도 한 Swiss Army Romance 가 울려 퍼지면서 완벽하게 사라지게 된다. 홀을 가득 매운 10대들은 빌보드 싱글차트를 강타한 곡 하나없는 그의 노래를, 말 그대로 모든 곡들을 하나하나를 웃으면서, 또는 울먹거리며 따라부르는 진풍경을 손수 연출한다. 그들 세대의 송가로 여기지 않으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그러한 그림을 보여 준다는 이야기다. 이는 청자/시청자로 하여금 “이 친구가 10-20대를 대표하는 대단한 음악적 인물이구나” 하는 점을 바로 인식하게 만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그가 범상치 않는 인물이라 느끼게 하는 이유가 10-20대의 열렬한 지지만이 전부가 아닌, 음악적 레벨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을 한치의 아쉬움 없이 이 라이브에서 제대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 라이브는 분명 10-20대 문화 특유의 필요 이상의 호들갑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을 애써 무시 하더라도 Dashboard Confessional 의 뛰어난 음악적 레벨의 광채는 찬란하게 나고야 만다. 그리고 그것이 중요하다. Chris Carrabba 와 그의 밴드 메이트들이 선보이는 보컬 테크닉, 연주 테크닉, 밴드 팀웍은 10-20대가 지지하는 음악은 질이 낮다는 고정관념을 박살 내는데 부족함이 없으며, 오히려 이런 뛰어난 실력과 센스를 지닌 밴드가 10-20대 문화의 대명사로만 평가받고 있는것이 부적당 하다라는 생각까지 이끌어 내기도 할 정도로 매우 뛰어난 퍼모먼스를 선보인다. 일전에 발표한 2장의 앨범과 EP 에서는 느낄 수 없는 라이브에서의 뛰어난 퍼모먼스를 통해 만들어진 대단한 카리스마는 이 시대의 아이콘적인 오오라로도 이어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또한 밴드는 데뷔작에서 선보였던 어쿠스틱 솔로 프로젝트의 모습과 두번째 앨범부터 보여주기 시작한 밴드 구성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며 그의 음악적 변화상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 점 역시 높게 평가 할 만한 부분이다. 이 앨범은 Dashboard Confessional 이라는 존재의 대단함을 빠르게 캐치 할 수 있는 베스트 컴필레이션으로의 역활도 굉장한데, 그러한 점을 만들어 내는것은 Chris 의 솔로적 라이브 퍼포먼스와 그의 밴드 메이트를 이용한 라이브의 교차 구사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또한 곧 나올 세번째 앨범 A Mark, A Mission, A Brand, A Scar 에서의 밴드 진용으로의 사운드에 대한 완벽한 예고편으로의 역활이 매우 뛰어 나기도 했다는 점도 무시 할 수 없다. 여하간 의외로 놀랄만한 음악적 재능은 시작부터 끝까지 멈추지 않고, 빛이 바래지 않고 진행된다. 의도하여 색안경을 끼고 바라봐도 놀랄 정도로 말이다.

10-20대 사이에서 묘하게 인기가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는 Dashboard Confessional 는 그들의 진정한 음악적 실력과 명성의 이유를 완벽하게 보여 주었다. 이 공연이 방송되자 생각 외로 큰 피드백이 일었고, Dashboard Confessional 의 소속 레이블인 Vagrant 는 이 실황을 담은 CD/DVD 셋트를 긴급하게 출시했다. 앨범은 고작 빌보드 앨범차트 111위만을 기록 했지만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음반이 계속 팔려 나갔으며, 10여년이 지난 지금엔 무려 플래티넘 (100만장) 을 달성하게 된다. 또한 이 공연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차기작이자 3번째 앨범인 A Mark, A Mission, A Brand, A Scar (2003) 은 놀랍게도 발매 첫주에 빌보드 앨범차트 2위로 데뷔하게 된다. 이 MTV 실황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 시점부터 그는 진정한 의미의 빅스타 대열에 합류하며 10-20대 문화의 진정한 아이콘적 인물을 넘어선 이 시대를 대변하는 송라이터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성공의 뒷바탕에는 10-20대의 열렬한 지지가 있었고, (그의 핸섬한 얼굴이 도움이 되긴 되었겠지만) 그 원동력은 그 세대에게 어필하는 화려한 팝스타적/아이돌적 메리트와 전혀 상관없는 진심어린 음악과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론으로 지지를 얻어 냈다는 점은 정말 중요하고 대단하며, 무엇보다 Dashboard Confessional 의 커리어 역사상 가장 빛나는 업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90-2000년대의 10-20대 문화란 Britney Spears 로 대표되는 인조미적인 불쾌감과 일맥상통 하지 않았던가. 그러한 불쾌감을 종식 시키며 10-20대 음악 문화가 매우 진실됨을 보여주는 예로써 맹활약을 한 Dashboard Confessional 의 존재는 의미심장 하다. (막말로 이러한 진실됨은 Madonna 이후 처음이 아니던가?)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좋은 흐름을 보여준 그의 행보에서 가장 뛰어난 순간은 바로 이 MTV 공연 실황이었다. 실력적으로나, 애티투드적으로나, 거의 모든 부분에서 말이다. 이 앨범은 이모 음악이 가진 미덕의 모든것이자, 그 카데고리를 초월하여 생각치도 못한 긍정적 파장을 만들어 낸 놀라운 음악적 이정표이다. 이모 음악이 가진 스테레오 타입적인 조롱? 그만 두도록 하자. 아무리 깎아 내려도 이 앨범은 전설이기 때문이다. 강한 고집과 취향을 가지고 있어도 무너트려 버리는 그만의 무서운 설득력으로 전설이 되었기 때문이다. 찌질한 마인드를 가진 10-20대를 위한 90-2000년대의 새로운 Peter Frampton, (오버해서) Bob Dylan 그렇게 등장했고 최고가 되었다. 전설이라 불릴만 한 것이다. 그럴 것이다.

- Mike Villain


Swiss Army Rom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