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rning Love – Rotten Thing To Say (Southern Lord, 2012)
Discharge 로 부터 시작 된 크러스트 펑크의 모든것과 시대에 걸맞는 발전상, Black Flag 으로 부터 시작 된 하드코어 펑크의 모든것과 시대에 걸맞는 발전상, Venom 으로 부터 시작 된 사타닉/스피드 메탈의 모든것과 시대에 걸맞는 발전상을 모두 가지고 있는 밴드. 서로 비슷하게 보이지만, 융합하기 힘든 스타일/장르를 근사하게 하나로 만들어 낸 밴드. 그러면서도 강한 그들이 아니면 그 누구도 만들 수 없는 그들만의 개성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한 밴드. 그러한 사악한 하드코어 밴드 Cursed 는 등장과 함께 펑크와 메탈 언더그라운드를 긴장 시켰고, 더 나아가 사악한 코드의 펑크와 메탈씬이 교류하는 예상치 못한 후폭풍까지 만들어 내면서 조용하지만 탄탄하게 입지를 다져갔다. 하지만 밴드는 너무나도 허무하게 공중분해 되고야 말았다. 밴드는 본격적인 상승기/안정기였던 시기였던 2008년에 3번째 앨범 III: Architects Of Troubled Sleep (2008) 을 발표하고 바로 유럽투어를 나서는데… 이때 밴드는 독일의 펑크 스쾃에서 하룻밤을 지내다가 모든것을 도둑맞게 되었으며 (정말 말 그대로 모든것이었다고 한다. 악기, 돈, 머천다이즈는 물론 패스포트까지 도둑 맞았다고…), 결국 이 비극적 사건은 Cursed 에게 막대한 금전적, 정신적 타격이 되면서 밴드는 바로 그 시점에서 해산을 결정하게 된다. 그 충격은 장난이 아니었었다. 해산 소식은 강도 사건과 동시에 바로 올라왔고, 그러한 필요 이상의 신속함은 “밴드가 얻은 절망감” 의 증거이기도 했다. 더불어서 해산 발표문에 묻어져 나오는 절망감은 장난이 아니었었다… 그렇게 혁신적인 음악적 코드의 집합체였던 Cursed 전혀 혁신적이지 못한, 허무함에 극에 달하는 비극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들은 돌아왔다. Cursed 해산 당시에 말 그대로 “다시는 밴드 활동을 하지 않을거 같다” 와 같은 뉘앙스를 강하게 풍겼기에, 그들의 컴백은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컴백을 타진한다. 좀 아쉽게도 Cursed 라는 이름이 아닌, Burning Love 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Cursed 의 보컬리스트 Chris Colohan 만의 컴백이기도 하다. 여하간 그를 중심으로 하여 Our Father 출신의 멤버들과의 교집합으로 결성 된 Burning Love 는 밴드명에서 부터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 강한 존재들이다. 사악한 하드코어 펑크 밴드 출신의 멤버의 새 밴드치고는 이름이 꽤나 이질감 세다는 점, 게다가 Elvis Presley 의 대표곡과 동명이라는 점은 그럴것이다. 락앤롤이라도 하는 것일까나? 그렇다. 그들은 밴드명에 걸맞게 락앤롤/락커빌리 사운드를 추구한다. 이에 대해 너무 놀라거나, 너무 실망하거나 할 사람도 있게씨만, 과하게 넘겨 짚으며 실망부터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왜냐면 Burning Love 에는 파워풀한 하드코어 펑크의 질주감, Cursed 로 대표되는 어둡고 사악한 공격성이 아낌없이 듬뿍 함유된 락앤롤/락커빌리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악한 공격성은 변하지 않았다. 조금 어레인지 되었을 뿐이다. 아주 쿨하게 말이다.
2008년에 데모, 2009년에 셀프타이틀 7인치 & Don’t Ever Change 7인치, 2010년에 첫번째 풀렝스 Songs For Burning Lovers, 2011년에는 락앤롤 성향의 하드코어 펑크 밴드 Coliseum 과의 스플릿을 발표한 Burning Love 는 Cursed 때와 마찬가지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지는 않았지만, 색다름에 있어서는 Cursed 때와 마찬가지로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그것을 무기삼아 서서히 자리매김 하고 있는 중이다. Elvis Presley 가 Venom 이나 Discharge, Slayer 의 사악함에 물들면 나올법한 파워풀한 락커빌리 사운드, 혹은 The Cramps, Misfits 와 같이 락커빌리에 뿌리를 둔 펑크 사운드의 미래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어찌 자리매김 안 할 수 있을까? 그리고 현재 2012년에 밴드는 둠/드론/슬럿지/스토너 사운드의 메카이자 그쪽방면 사운드에서도 컬트로 손꼽히며 악명을 떨치는 레이블이자, 최근 들어서 크러스트, 블랙메탈, 하드코어 펑크, 노이즈락 등 다양한 장르의 밴드를 섭외하는 가운데, 자신들의 레이블이 가지고 있던 색채와 새로운 로스터들의 색채를 융합 시키며 무서운 속도로 발전 및 새로운 컬트화에 매진하고 있는 레이블인 Southern Lord 로 이적하며 2번째 풀렝스 앨범인 Rotten Thing To Say 를 발표 하였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의 새 앨범인 본작은 “거칠고 빠르고 헤비하고 사악하고 절망적인 사운드에 관심이 있는 모든 종자들의 필수 코스” 가 될 앨범이라는 점이다.
Rotten Thing To Say 는 앞서 언급한 대로 Burning Love 만의 사악하고 파워풀한 락커빌리/락앤롤 사운드를 보여주는 앨범이다. 하지만 그 레벨은 첫번째 풀렝스 앨범이었던 Songs For Burning Lovers (2010) 과는 차원이 엄청나게 다른 앨범이다. 단 한장만의 텀 사이에 밴드는 예상치 못한 발전을 보여주며 다른 밴드가 되어 버렸다고 말 할 수 밖에 없을 정도의 레벨이다. 데뷔작 Songs For Burning Lovers 은 상당히 뛰어난 실력과 개성을 가진 앨범이었다. 락커빌리 사운드에 헤비함과 스피드, 그리고 적절한 언홀함의 첨부가 일품이었고, 그로인한 음악적 개성과 레벨은 매우 높았다. 하지만 (거듭 강조하지만) Rotten Thing To Say 차원이 다른 앨범이다. 전작이 락커빌리를 근간으로 하드코어 펑크에 접근했다면, 본작은 하드코어 펑크의 스트레이트함에 뿌리를 두고, 그에 걸맞게 스피드에 좀 더 매진하는 가운데, 락커빌리/락앤롤 스타일의 어레인지를 더하고 있는 앨범이다. Venom, Black Flag, Misfits, Ramones, Motorhead 가 융합 된 사운드인 동시에, 그저 그것들의 융합으로 탄생 된 결과물만이 아닌, 그들만의 강력한 개성으로 융합해서 개조 해 낸 새로운 형태의 사운드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강력한 카리스마의 결과물들을 쉴 새 없이 작렬 시킨다. 락앤롤 특유의 리드미컬한 꿀렁 거림도 일품이요, 하드락-펑크-메탈의 스피드 프릭들의 계보를 잇는 대견함도 일품이다. Misfits 스타일이 극단적으로 발전 되었을 때 탄생되는 돌연변이/컬트적 펑크-락앤롤? 그렇다. Venom 과 Motorhead 가 낳은 아이들이 하드코어 펑크 키즈가 된다면 이들? 그렇기도 하다. 사악하고 젊으며 세련된 은 Ramones? 그말도 일리가 있다. 몇몇 멍청한 기독교 권위주의자들이 지껄이는 “엘비스는 사탄이다” 라는 주장에 가장 부합되는 강하고 어두운 락앤롤? 그것도 어울리는구만! 펑크/하드코어에 큰 인플런스를 받은 데스메탈인 데스 앤 롤, 그리고 그러한 사운드의 창시자이자 영원한 두목인 Entombed 에게 던지는 색다른 방향성의 도전자? 그러한 의외적 부분의 개성도 무시 할 수 없다. 이 앨범은 상상 이상의 무시무시한 매력과 컬트한 음악성,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탄생되는 강력한 음악적 파워를 자랑하는 괴물임에 틀림이 없다.
뛰어난 음악적 개성과 카리스마 뿐만 아니라, 지루함 하나 없이 즐기는데 있어서 최고라 할 수 있는 전체적인 흐름역시 엄청나게 뛰어나다. 락커빌리의 꿀렁거림과 하드코어 펑크 특유의 호쾌한 질주와의 융합공식에 입각한 곡들이 가장 많지만, 펑크적인 스피드를 죽이지 않은채 둠 메탈 스타일의 스케일을 도입한 곡, 1분도 아닌 러닝타임에 개박살을 내버리는 올드스쿨 하드코어 펑크 스타일의 곡도 중간중간 넣으며 일관적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를 살짝 뒤틀어 댄다는 점, 그리고 락앤롤과 펑크와의 융합의 비율을 조절하며 곡들을 좀 더 다양한 느낌을 내려 노력했고 효과도 있다는 점, 그리고 최종적으로 다양한 곡들을 기가 막히게 배치 해 두며 앨범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극단적인 재미를 청자에게 쥐어 준다는 점은 반드시 높게 평가 받아야만 하는 부분이다. 다들 알고 있지 않던가? 뛰어난 개성을 만드는 것이 힘들지만, 음반이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번의 지루함을 느끼게 하지 않게 만드는 점이 더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Burning Love 는 그 어려운 미션을 아주 간단하게 해치우고 있다. 그것도 뛰어나기 그지 없는 음악적 개성을 겸비해서 말이다. 이 정도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최고인 것이다.
뭐 더 이상 무엇을 말하겠는가? Rotting Thing To Say 는 이 시대의 클래식인 것이다. 펑크/하드코어, 메탈, 락앤롤/락커빌리, 데스 앤 롤 등 다양한 장르/서브장르/스타일을 기준으로 놓고 까다롭게 보아도 만점이요, 또한 “Burning Love 만의 사운드” 로 귀결되는 뛰어난 개성창출의 완벽함이 짙게 존재하는데 어찌 클래식이라 아니 부를 수 있단 말인가. 단 2장만에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는 가운데, 하나의 장르의 카데고리 안에 귀결되지 않는 독립된 사운드를 만들어 냈다는 점도 놀라우며, 이 앨범을 들은 사람들 모두가 “앞으로 이 밴드가 또 하나의 독립된 서브 장르를 만들어 낼 것이다!” 라는 느낌을 충만히 전해주는 점은 이들과 이 앨범의 진정한 진면목이 아닌가 한다. 세기의 클래식으로 손색이 없으며, 또 하나의 세계를 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Burning Love 와 그들의 앨범 Rotten Thing To Say 는 그들의 말과는 달리 별로 할 말이 필요가 없는 완벽한 앨범이다. 개성으로 따지면, 헤비-스피드 음악의 카데고리 안에서는 2012년 최고라고 칭하고 싶다.
- Mike Villain
Kar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