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s – Monster (Universal, 2012)
Kiss 라는 밴드는 여러모로 참 대단하다. 특히 멘탈은 정말 최강이라고 할 수 있다. 성공으로 인한 흥청망청으로 소위 “락스타” 로의 좋은것 모두와 좋지 않은것 모두를 죄다 경험한 밴드는 인간적으로나 음악적으로 엄청나게 흔들렸고, 결국 두 원년멤버 Ace Frehley 와 Peter Criss 의 탈퇴 이후 “음악적으로 완전 끝났음” 평가를 받고야 만다. 최악의 상황으로 80년대를 시작, 지금까지 악평을 이것저것 받아오면서도, 라이브 표값을 해 내는 밴드라는 간판만은 제대로 지켜 내면서 지금까지 살아 남았다. 그렇게 살아 남았기에 금강불괴 멘탈로 부른다는건 어불성설. 좀 더 가보자. 이들은 Kiss 를 보고 꿈을 키웠다는 80년대 헤어메탈 신예들에게 “우린 끝났어… 돈이나 버는거지…” 라고 직접 면전에다가 말 해줬고, Kiss 보고 상업적이라고 말했던 코카인 중독 얼터 락스타에게는 “넌 예술가 놀음이나 해라. 그동안 우린 돈이나 긁어 모을테니까” 라고 받아쳤던것, 90년대 중반에 왕년의 라인업으로 재결성 하며 다시금 전설을 제대로 부활 시켰다는 점, 돈이 꽤 되었지만 나날히 구려지는 라이브로 인해 그 두명을 가차없이 짤랐다는 점, 원년멤버 재결성 때부터 다시금 사용한 요란한 비주얼을 Ace 와 Peter 의 부재에도 후임 멤버 Tommy Thayer 와 Eric Singer 에 바로 적용시켜서 돈벌이에 매우 매진 했다는 점, 그걸 또 탈퇴 당한 원년 멤버들이 OK 하고 넘어가게 비즈니스적으로나 인간관계 적으로나 잘 해결 해 놨다는 점 정도의 선례를 들어줘야 “멘탈최강” 이라고 부르는데 어울리지 않을까? 그렇게 돈을 제대로 버는 프로패셔널의 아이콘은 요즘 들어 이상해 지고야 마는데… 바로 음악적으로는 70년대 말부터 영 아니었던 Kiss 가 “음악적인 부분에 대해 강한 어필” 을 하려는 시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뭐… 이상한 일은 아니다. Revenge (1992) 같은 괜찮은 야심작도 있었으니까. (문제는 왕년 시기를 빼면 안 좋은 앨범이 거진 다 라는것…) 하지만 이번의 행보는 많이 다르다. 진짜 좋기 때문이다.
Kiss 는 2009년에 9년만에 신보 Sonic Boom 을 냈었다. Kiss 가 레코딩을 한다는 소리에 추억팔이나 하지 왜 레코딩 하고 그러냐고 면박 주는등 반응은 매우 별로였다… 당연했다. 20년 넘게 추억팔이 라이브만 해 온 밴드인데 신보가 가당키나 하냐 이것이었다. 하지만 Sonic Boom 은 의외로 쾌작이었다. 물론 풀 메이크업을 하던 70년대의 음악만큼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70년대 말부터 90년대까지의 그 어떤 음악보다 뛰어나며, 그 뛰어남의 격차는 매우 엄청나게 큰 수위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리고 밴드는 3년 후 또 한장의 앨범을 내며 그 경이로움을 이어간다. 2012년 신보이자 20번째 풀렝스 앨범인 Monster 가 바로 그 Sonic Boom 의 열기를 이어가는 물건이다. 그리고 Sonic Boom 만큼 새로운 Kiss 의 또 다른 면모를 한번 더 여지 없이 보여준다. Kiss 초기의 고전 기타팝에 파워풀한 연주를 곁들인 스타일도 아니고, 80 헤어메탈의 인기에 은근슬쩍 묻어가는 스타일도 아니며, 90년대 초에 깔짝 보여 주었던 어둡고 헤비한 하드락도 아니다. 비슷하긴 해도 스타일은 확실히 다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Led Zeppelin 스타일의 블루스/하드락을 현대적으로 개조한, Kiss 가 절대 시도하지 않고 자신들도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는 아티스트적인 스케일은 죄다 뜯어 낸 적절한 홍키통크와 리듬의 하드락을 시도한다. 적절히 꿀렁거리고, 적절히 리드미컬하고, 적절히 파워풀하고, 적절히 후크하다. 뭐… 솔직히 하드락 하면 생각나는, 2012년에 어울리는 어레인지를 적절히 행한 적당한 물건이다. 허나 그런 음악적 분석은 필요없는 앨범이다. Kiss 하면 생각나는 “아드레날린 유도” 가 너무나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누가 Kiss 를 음악성 좋아서 듣는가? 락앤롤 올나잇 하려고 듣는거지! 그러하기에 Monster 는 쾌작이라고 말 할 수 있다. 흥을 내기 위한 힘찬 락앤롤 평타치 구조물들을 적절히 만들어 놓고서 그 위에 음색적 매력과 의외의 테크닉을 자랑하는 Paul Stanley 와 Gene Simmones 의 보컬 카리스마의 작렬 시키고, 그 어떤 밴드보다 신나는 필을 내 놓고야 마는 보컬 파트 및 연주 파트 제조 센스를 보여주고, 락앤롤 아드레날린 분비를 위한 것 외에는 다 배제 해 버린 담백한 매력까지 선사한다. 음악적 스타일은 다르지만, 에너지 넘치는 그 모습은 Kiss 의 왕년의 그것과 꼭 닮았다. 거기에 원년 멤버들에 비하면 많이 아니겠지만, Monster 라는 앨범의 락앤롤 올나잇을 책임지기에는 매우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실력의 Tommy Thayer 의 기타솔로, 뭐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쾌락주의 하드락 부터 음악적 하드락 밴드까지 전천후 센스 & 테크닉 마스터인 Eric Singer 의 드럼비트 백업까지 얹어지고 있으니 합격점 이상의 결과를 남기는건 당연한 일! 그 시절의 바이브가 제대로 살아 났다는 점 하나만으로 쾌작이라 부를 수 있겠다. Kiss 라는 밴드에 기대는 이유는 그런것을 느끼고 싶어하기 때문이라는 심플한 것 하나뿐이지 않은가? 왕년 시절에 보여준, Kiss 의 유명세의 모든것이라 할 수 있는, 끝장나게 신나는 우리들 모두의 락앤롤 올나잇 노스텔지어의 부활은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Kiss 1기를 제외하면, 최고의 결과물이라 칭하고도 남는 물건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음악적으로나, 아드레날린 유도에서나 말이다. (솔직히 Sonic Boom 이 좀 더 좋았지만은…) 아직 Kiss 죽지 않았다. 라이브에서만 아니라, 레코딩에서 말이다. 너무 많은 장수의 함량미달 앨범이 있기에 그러한 말은 어불성설이 되겠지만, 그래도 Monster 가 너무 뛰어나다. 설레발 1회 정도는 용서 해 달라. 그 정도 설레발은 떨어 줘야 Monster 에 대한 예의니까.
- Mike Villain
Hell Or Halleluja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