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ck Of It All – Last Act Of Defiance (Century Media, 2014)
하드코어 펑크가 지닌 과도한 심플함을 개선하는 다양한 템포의 시도, 다이내믹한 구성력의 확보, 메탈릭함을 더하며 한차원 더 헤비해지는 사운드를 통해 80 하드코어 펑크의 레벨업을 보여 주여주며 90년대로 나아갔던 뉴욕 하드코어. Sick Of It All 은 그러한 뉴욕 하드코어의 음악적 특징을 그 어떤 밴드들 보다 한차원 높게 보여 주었던 최고의 밴드였다. 이들은 그 어떤 NYHC 밴드들 보다도 음악적인 부분과 엔터테인먼트적 부분 모두 몇 수는 뛰어남을 어렵지 않게 매번 증명 해 댔었고, 그와 더불어서 “NYHC & SOIA 스타일” 로 대변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 나려는 노력 또한 만만찮게 보여주었고 꽤 괜찮은 결과물로도 도출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들 최고의 성공작인 Scratch The Surface 말하는거다. 다들 NYHC 의 대표작이라고 말하는데, 맞는 말이면서도 “탈-NYHC 의 진수” 라고도 해도 과언은 아닌 앨범이기도 하다고 생각된다.), 그러한 점은 더더욱 NYHC 의 진정한 제왕으로 평가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허나 그러한 “탈-NYHC” 로 대표되는 중후기 커리어는 그다지 좋은 소리를 듣진 못했다. 메이저 레이블과 결별하고 Fat Wreck Chords 라는 다소 파격적인 이적을 한 뒤 발표된 Call To Arms (1999), Yours Truly (2000) 는 과거의 매력을 멋지게 이어 나갔으며, 그와 동시에 전형적인 80-90년대 HYHC/SOIA 에서 벗어나 또 한번의 진화를 하려는 노력을 행했다. 나름 괜찮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평단과 팬들의 반응은 좋지 못했다. 그런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나온 Life On The Ropes (2003) 는 가장 논란적인 색채를 앨범이었고, 퀄리티도 SOIA 앨범들의 평균치에 비해 심각히 떨어졌다. 2000년대 SOIA 스타일은 (아쉽게) 인정 받지 못하고 “실패” 로 기록 되고야 만다.
그렇게 SOIA 은 퇴물이 될 듯 보였다. 허나 그 차기작인 Death To Tyrants (2006) 은 황금기 시절의 스타일의 그것을 다시 구사하며 부활을 알렸고, 그 뒤에 발표한 Based On A True Story (2010) 에서는 초중기 스타일의 고수와 동시에 가장 공격적인 페이스로 밀어 붙이며 가장 터프한 결론을 내리며 아주 좋은 평가를 얻어냈다. 이는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 뒤를 이어서 초중기 명작을 재녹음한 Non-Stop (2011) 이 이어졌고, SOIA 의 네임벨류는 다시금 왕년 때만큼 입지가 단단 해졌다. 굳이 간단하게 써도 될 것들을 왜 이렇게 길게 쓰냐면… 2014년 신작이자, 통산 10번째 정규작인 Last Act Of Defiance 이 고생해서 다시 쌓아올린 SOIA 의 네임벨류가 또 다시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순간을 포착한 앨범이기 때문이다.
Last Act Of Defiance 는 SOIA 하면 떠오르는 “남다른 NYHC” 의 모든것이 그대로 들어있는 앨범이다. 격렬한 스피드, 다이내믹한 리듬/그루브, 스피드 메탈적 광기, 70 펑크적인 레트로함, 그리고 앞서 나열한 스타일들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다양한 템포의 완벽구비, 뛰어난 송라이팅/연주 센스를 첨부하여 재미를 극대화 함 등등등 그러한 것 말이다. Last Act Of Defiance 역시 그러한 것을 시도하며 자신들의 헤비니스 음악 여정을 관철한다. 30여년의 SOIA 의 음악적 여정에서 만들어진 모든 스타일이 다 들어있다. 이 앨범에서도 SOIA 특유의 남다른 강렬한 매력이 터질 것처럼 보여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Last Act Of Defiance 는 참으로 재미없고, 특징없으며, 그러하기에 “이게 SOIA 앨범이 맞는건가?” 하는 의문감까지도 이어지게 만들 정도로 이들 역사에서 가장 재미없는 앨범이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앨범” 수준까지 나아간다. 그러한 인상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바로 “SOIA 이 늘 보여주던 뛰어난 작곡력, 센스 넘치는 연주, 그러한 음악적 기본기를 전혀 만들어 내고 있지 못하다” 라는 점이다. 그렇다. “10번째 앨범” Last Act Of Defiance 은 드디어 이들의 창작 스테미너가 바닥이 났음을 증명하는 가슴 아픈 순간을 보여주는 앨범이다. 30여년의 세월동안 선보인 SOIA 의 모든 스타일을 구사 하지만, 전혀 재미가 없다못해 지루함을 전해준다면… 별다른 할 말이 없다. “밴드 수명이 다 되어 버렸다” 라는 말만 나올 뿐이다.
SOIA 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아쉬움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창작을 하는 밴드로써의 종말을 알리는 앨범, 그것이 Last Act Of Defiance 이 모든것이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다시금 돌이켜 본다면 SOIA 이라는 밴드와 이 신보의 가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무리수라도 뭔가 새로운 것을 해 보려는 노력은 Fat Wreck Chord 시절의 3장에서 이미 할만큼 다 했고 한계도 보여주지 않았던가? 가장 반응이 좋았던 왕년 시절을 그대로 다시 구사하던 추억팔이 역시 최근의 3장에서 다 하지 않았던가? A 부터 Z 까지 극한으로 밀어 붙이는 스타일도 했고, 재녹음 베스트 앨범 제작도 했다. 더 이상 뭘 더 할 방법 자체가 없었다. 플레이 하기 전부터 “아쉬운 앨범” 임을 내포하고 있는것이 이 앨범의 현실이더라. 매우 허술하기 짝이 없는 재미없는 곡들로 SOIA 의 색채를 모두 발휘 해 낸것이 오히려 대단하게 느껴 질 정도다.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 주면서도, 어거지로 페이드 아웃 당하는 상황에서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제왕의 면모를 보여주는것, 이 앨범의 유일한 장점이 아닌가 싶다. 앨범 수준을 놓고 본다면 심히 안타깝다. 허나 존경심이 든다는 사실만은 애써 부정 할 수 없다. 절대 좋다고 할 수가 없는 앨범이다. 허나 존경스럽다고 말 하고 싶은 앨범 되겠다. “현실은 무서운 법이며, 레전드라도 피해 갈 수 없다” 라는 처절한 교훈도 제대로 깨우쳐 준다. 그러한 앨범이다. 호불호적인 판단, 그것을 넘어선 무언가를 깨닮게 해주는 앨범으로 이야기 하고 싶을 뿐이다.
- Mike Villain
Get Bron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