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ieg – Transient (Candlelight, 2014)

Krieg – Transient (Candlelight, 2014)

1995년에 결성, 지금까지 총 6장의 앨범과 헤아리기도 힘든 숫자의 스플릿과 EP 를 낸 바 있는 Krieg 는 US 블랙메탈의 파이오니어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다. 블랙메탈의 불모지 미국에서 등장, 10여년간 꾸준히 활동 해 온 뚝심에 비해서 이들이 발표한 정규작 여러장과 수많은 스플릿/EP 들의 음악적 가치는 없어도 될 정도로 정말 너무나도 별 볼일 없었기에 그러하다. 수많은 멤버교체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유일한 원년멤버) Neil Jameson 을 주축을 계속 꾸준한 활동을 이어갔고, 그가 Nachtmystium, Judas Iscariot, Twilight 과 같은 또 다른 거물 USBM 밴드에서 활약을 했어도 Kreig 의 음악적 가치는 절대로 상승치 않는다. 2010년대 들어서 등장한 인디 로커형 블랙메탈러들의 등장으로 인해 (예: Liturgy, Deafheaven) 본의 아니게 상대평가를 당하며 더욱 더 별 볼일 없는 밴드로 비춰지고 있다는 점도 무시 할 수 없다. Krieg 라는 밴드를 그럴싸하게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음악적 실력” 보다는, “꾸준한 활동 내역” 만을 언급 해야만 해야만 옳을 정도다. 그래야 비참 해지지 않으니까 말이다.

앞서서 이야기 한 냉정한 평가는 Krieg 가 결성 된 1995년부터 5번째 앨범인 The Isolationist 가 발표 된 2010년 까지마 유효하다. 2010년작 The Isolationist 을 기점으로 라인업을 대대적으로 뜯어 고치며 “별 볼일 없는 음악성의 저질 블랙메탈 클리셰 그 자체” 였던 밴드의 컬러를 개혁하기 시작했고, Krieg 라는 밴드를 견적이 다 나와버린 별 볼일 없는 밴드에서 블랙메탈의 음악적 위기를 개선 할 대표적 밴드로써 이미지를 서서히 심어 나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블랙메탈의 정통파라 할 수 있는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모든 스타일의 과감한 나열, USBM & 마이너 블랙메탈만의 (형편없는) 음악적 개성 유지에 대한 여전한 고집, 그 고집이 정당하다는 것을 자연스레 보여주는 다양한 음악적 개선적 노력, 2010년대에 기하급수적으로 등장한 인디로커형 블랙메탈러이 구사하는 비-블랙메탈적 요소에 대한 연구/자기화라는 전반적인 대개혁을 행한 The Isolationist 는 Krieg 라는 밴드 뿐만 아니라 1세대 USBM 전체의 이미지를 재고 할 수 있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로써 큰 역활을 해 냈고 자신들에 대한 평가를 아직 끝내서는 아니됨을 직접 증명했다. 그리고 4년뒤인 2014년에 이들은 신작 Transient 를 발표한다. 뒤늦게 걸린 음악적 시동을 헛되이 하지 않은 앨범이자, Krieg 와 USBM 1세대의 커리어 하이를 찍는 앨범으로 설명 가능한 그 앨범 말이다.

Krieg 의 통산 6번째 풀렝스 Transient 은 소위 “골방블랙”, “똥블랙” 으로 대표되는 저질 마이너 블랙메탈 베테랑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어찌 움직여야 하는가에 대한 롤모델로 삼아야만 하는 앨범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쾌작이다. 이러한 Transient 의 호평을 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과감한 음악적 개혁 + 과거 음악 스타일에 대해 자기 자신부터 존중하는 모습의 완벽한 조화가 있기 때문이다. Kreig 는 자신의 지금까지의 별 볼일 없었던 과거의 음악적 스타일을 파기하지 않고, 새로운것들을 다양하게 시도하되 지금까지의 음악 커리어를 살리고 개선하며 이어 나가는 방법을 택했다. Mayhem, Satyricon, Darkthrone 의 초기작의 모듬과도 같은 정통파의 로우함 & 그리고 그러한 노르웨이 파이오니어 밴드들의 최근작들 및 신예 인디로커형 블랙메탈러들에서 발견되는 탈-블랙메탈적 시도들 (펑크/하드코어, 슈게이즈, 포스트락, 둠/슬럿지, 엑스페리멘탈리즘적인 요소들) 의 과감한 시도와 다양한 구비가 먼저 존재한다. 그러한 신/구 블랙메탈들의 방대한 나열/정리 실력도 놀라웁지만, 여기에 The Isolationist 이전에 선보인 골방 블랙메탈 특유의 맛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가세되어 더욱 더 흥미진진한 부분을 증폭 시킨다. 골방 블랙메탈 특유의 로우한 매력을 살리고, 그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음악적인 부분의 개선이 행해지며 Kreig 는 해 낼 수 없을것만 같았던 음악적 단점 개선 + 자신들의 커리어 및 개성 극대화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물을 남기며 청자를 쉴 새 없이 놀라게 만든다.

Transient 은 한없이 구린 골방 블랙메탈의 아이콘이 블랙메탈이 지닌 음악적 위기를 개선하는 하나의 텍스쳐로 대변신한 쾌거라 할 수 있는 앨범이다. 초기 블랙메탈의 다양한 스타일의 구비, 블랙메탈의 지닌 음악적 한계의 슬기로운 돌파 모두 멋지게 존재하기에 그러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 허나 이 앨범은 그렇게 간단히 단정 지어서는 안된다. 골방 블랙메탈 특유의 분위기를 음악적인 뛰어남으로 멋지게 개선 해 낸 매우 보기 긍정적 모습을 제대로 만들어 내기도 했고, 그러한 모습에서 비롯되는 트루 블랙메탈러로써 마냥 달갑지 많은 않은 인디로커형 블랙메탈러들의 득세에 대한 가장 제대로 된 카운터를 만들어 냈다는 점 역시 꽤나 의미심장 하기 때문이기에 그러하다. 지금까지 블랙메탈의 음악적 한계를 넘어서는 명반들이 주로 비-블랙메탈적 특징을 지닌 블랙메탈 밴드들에서 등장 했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 Transient 은 블랙메탈의 자체 검열/개선으로의 하나의 기준이 되었고, 앞으로 가장 뛰어난 지침으로 맹활약 할 것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양하게 노력했고, 다양하게 결과물을 내렸으며, 그 원동력이 “노력” 이었기 때문이다. 나태와 노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들의 과거는 나타녔고, Transient 은 노력으로 이야기 할 수 있겠다.

- Mike Villain


Ruin Our Li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