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ain – The Wild Hunt (Century Media, 2013)
Watain 은 블랙메탈이 지닌 이미지적인 부분의 식상함이 극에 달했을 때, 그리고 음악적 식상함이 극에 달했을때 등장하여 다시금 블랙메탈이라는 장르를 사상적으로나, 이미지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위험한 장르라는 점을 메탈팬들에게 다시금 확실하게 각인 시키게 만든 밴드다. Mayhem 이 지닌 로우한 사악함을 다시 부활 시키는 한편, Gorgoroth 로 대표되는 사타닉 피바다쇼와 그에 어울리는 비주얼 메이킹의 극을 향하며 블랙메탈 똘아이들의 새로운 안식처로 서서히 명성을 쌓아가기 시작, 그 과격한 이미지뒤에 교묘하게 숨겨진 탄탄한 음악성을 갈고 닦으며 남들과는 차원이 다른 제왕적 지위를 확보 하였기에 그러하다. (여기에 블랙메탈 특유의 사악한 비주얼의 극단성을 하나의 비디오/그래픽 아트로 소화 해 내는 아트웍/프로모션 아트/머천다이즈 등 역시 빠질수가 없고 말이다.) 두번째 앨범인 Casus Luciferi (2003) 부터 얻기 시작한 비범한 시선들은 후속작들인 Sworn To the Dark (2007) 와 Lawless Darkness (2010) 에서 극단적인 음악성으로 폭발,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이 필요없는 “새로운 블랙메탈 클래식/이정표” 로 완벽하게 자리매김 했다는 사실은 이쪽 방면 음악을 듣는다면 이미들 잘 알고들 있을 것이다. 여기에 자국인 스웨덴 그래미에서 메탈부분 최고 앨범으로 수상을 하기도 했다는 점, 앨범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는 점을 덧붙이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필요가 없을 것이다. Watain 은 한마디로 신/구 세대의 블랙메탈 전체를 모두 따져 적수가 없는 밴드가 된 지 오래며, “새로운 제왕” 이라는 타이틀이 부족함이 없는 존재가 된 지도 오래이기도 한, 현재 블랙메탈 랭킹 1위인 밴드인 것이다
2013년에 발표 된 신작 The Wild Hunt 는 Watain 이라는 밴드가 최고의 자리에 등극 한 후에 발표하는 첫번째 앨범이자, 통산 5번째 앨범이다. 그와 더불어 메이저급 메탈 레이블인 Century Media 로 이적하며 발표하는 첫 앨범이기도 하다. 발매 첫주에 자국 스웨덴 앨범차트 1위로 데뷔 하기도 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158위) 차트 성적 하나만으로도 현재 최고의 기량과 인기를 구가하는 밴드라는 점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데 있어서 부족함이 없는 좋은 스타트라고 평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음악은? 이 부분에 있어서는 할 말이 좀 많다. 신작 앨범 The Wild Hunt 는 과감함과 무모함을 동시에 겸비한 Watain 의 블랙메탈 여정 2부가 시작 되었음을 알리는 “논란거리 많은 대변신작” 이기 때문이다.
The Wild Hunt 는 가희 충격적인 변신작이다. 엄청나게 멜로딕 해졌으며, 그에 걸맞게 사운드, 프로덕션, 분위기, 연주 스타일 등 모든것이 바뀌었으며, 한마디로 말해서 “밴드 스타일과 정체성이 송두리채 갈아 엎어져 버렸다” 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이미지 체인지를 행하고 있는 문제작이다. Watain 이 새로운 블랙메탈 시대의 제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소위 “트루 블랙메탈” 이라고 지칭되는 사운드의 미학을 다시금 보여 주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Mayhem 의 로우한 본질성, Immortal 과 Marduk 이 지닌 뛰어난 연주력과 구성력을 바탕으로 한 과격미학, 그리고 이러한 블랙메탈의 거친 과격성을 침범하지 않는 내에서 충분히 발휘되는 Emperor 나 Dimmu Borgir 의 심포닉/멜로디어스한 어레인지, 그리고 이러한 정통파와 절충파적인 블랙메탈 요소들을 매우 뛰어나게 믹스 시키는 이들만의 센스 발휘, 이러한 것들은 Watain 이 왕좌에 올랐던 핵심적 이유였다. 허나 신작 The Wild Hunt 는 로우함과 거리가 먼 깔끔한 프로덕션, 과격하기는 하지만 미드/슬로우 템포와 멜로딕함을 강조하는 흐름으로 포커스를 잡고 있다. 시원하게 말해서 Mayhem 초기 음악을 하는 밴드가 Dimmu Borgir 중후반기 음악을 하는 밴드로 변화하고 있다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럴수도 있지” 하고서 넘길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구사하는 음악이 “블랙메탈” 이라는 점, Watain 이라는 밴드의 명성의 시작점이 “로우/패스트 블랙” 이라는 점을 다시 상기 해 본다면? The Wild Hunt 라는 앨범은 음악적으로 논하기 이전부터 “실패작” 이라는 딱지가 붙고도 남는다. 게다가 9분여의 대곡 They Rode On 에서 보여주는 음악은 멜로딕 블랙메탈도 아닌 80 파워메탈 발라드라는 사실까지 곁들여지면… 이렇다 저렇다 논하기 전부터 아웃이 아닐까? 다시 말하지만 이들이 노는 씬은 트루 블랙메탈 바닥이다. 이건 용납치 않는 행위이기도 하다.
과했다를 넘어서 해도 너무한게 아닌가라는 결론이기는 하지만, 이 앨범이 지닌 퀄리티는 앞서 말한 트루 블랙메탈 이념을 뭉개 버리는데 부족함이 없기도 하다. 그리고 그러한 점은 이 앨범을 알아가는데 있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과도 이어진다. 특히 메탈바닥의 컬트함은 종종 장르의 진정성이 음악적 퀄리티보다 높게 평가되곤 했다. 특히나 블랙메탈 바닥의 평가 기준은 거의 인민재판 수준이기도 하다. Watain 도 그러한 분위기를 주도하던 밴드였다. 그리고 그 괴상한 평가기준에서 왕이 된 이 밴드는, 그 기준에 해서는 안되는 (허나 정당한) 변신을 시도했다. 그리고 대단한 결과물을 내리는데 성공했다. 로우/패스트 블랙이 미드/슬로우 템포인 멜로딕 블랙으로 변화를 했지만, 멜로딕한 꼼수에 기대는 블랙메탈 보다는 공격성과 암흑성 짙은 블랙메탈에 적절히 침투 된 멜로디어스한 변화를 보여주는 블랙메탈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내려야만 옳을 정도로 매우 이상적인 변화를 시도했고, 예상과 달리 멋진 결론으로 마무리 짓는데에도 성공했다. 전작에 비해 거친 사운드적 묘미, 스피드적인 묘미가 거의 없어졌지만, 분명히 블랙메탈이 지닌 거친면, 어두운면, 스피드적인면 모두의 할당치를 채우는데에 부족함은 없다. 블랙메탈적으로 성실치 못하다고(?) 트집을 잡을만 하지만, 유죄/무죄를 묻는다면 당연 무죄다. 오히려 블랙메탈이 지닌 거친 사운드와 멜로딕한 사운드로의 양극화적 세태를 제대로 해결하는 보기 드문, 새롭고도 긍정적이며 타의 모범이 될 만한 새로운 블랙메탈 기준이자 텍스쳐로 부족함이 없다고 역으로 칭찬을 해 주어야만 옳을 정도로 매우 좋은 새로운 결과를 내리고 있기도 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멜로디어스한 시도를 하면서 밴드는 고전 메탈의 요소들을 적극 사용/응용 하였는데, 이는 놀라울 정도로 혁신적 밴드 색채의 확보 뿐만 아니라 Darkthrone, Satyricon, Dessection 과 같은 밴드들이 시도했던 “블랙메탈과 정통 메탈과의 미싱 링크 연결/대통합과 그를 바탕으로 한 블랙메탈의 발전상” 을 논하는데 있어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순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The Wild Hunt 를 논하는데 절대로 빠져서는 안 될 정도로 굉장한 요소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그것을 이해하고 앞서 설명한 배신자의 극치를 보여 주는듯한 80 파워메탈적 넘버 They Rode On 을 다시 한번 들어보도록 하자. 이 앨범의 백미, 그 자체다.)
The Wild Hunt 는 그동안의 팬들이 원하는 사운드를 들려주지는 않는 앨범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원하는 사운드와는 많이 반대되는 것들로 또 다른 색채의 만족감을 제대로 전해 주는데 부족함이 없다는 점이다. 배신한 만큼 갚아주는, 독특한 포커스의 완성도와 만족감으로 똘똘뭉친 앨범이다. 어쩌면 이 앨범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블랙메탈 제왕 Watain 을 대표하는 한장으로 이야기 해야만 옳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바뀌고 있고, 그 세상속에 있는 사람들은 변화를 원한다. 밴드가 원하는 바램과, 팬들이 원하느 바램의 간극은 크다. The Wild Hunt 는 한가지 관점으로는 극단적인 간극을 벌이는 한장인 동시에, 또 다른 관점으로는 간극을 엄청나게 좁히는 한장이기도 하다. 그리고 후자의 장점의 전자의 단점을 충분히 짓뭉개는데 부족함이 없다. 무슨 말이냐고? 이 앨범의 새로움이 굉장히 높게 평가 받아야만 한다는 의미이며, The Wild Hunt 는 새로운 블랙메탈의 제왕다운 새로운 블랙메탈 텍스쳐라는 의미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Watain 이라는 밴드는 신/구 블랙메탈러 모두 따져서 최고의 밴드를 넘어, 블랙메탈의 긍정적인 파격적 변화상을 리드하는 밴드 사이에서도 최고가 되고야 만 것이다. 진정한 제왕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밴드이자 앨범 되겠다.
- Mike Villain
De Profund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