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m Keifer – The Way Life Goes (Merovee, 2013)

Tom Keifer – The Way Life Goes (Merovee, 2013)

글램메탈이라는 장르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가장 그릇된 기획” 그 자체였기에 수많은 밴드들은 음악적 평가에서는 절대로 선전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 장르는 그런지에 치여서 사망(?) 하기 직전까지도 “진정성 있는 락앤롤 음악인가?” 에 대한 명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기도 했었었다. 그 점 하나만으로 이 장르가 얼마나 음악적으로 막장이었으며, 얼마나 상업적으로 해도해도 너무 했는지 잘 알 수가 있다. 지금까지도 이 장르는 “락앤롤 전통을 망친 녀석들” 로 지금까지도 만만찮게 조롱받고 있지 않던가? 이 장르에 남는건 음악적 유산 보다는 왕년의 즐거웠던 락앤롤 파티의 노스텔지어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 냉정한 평가는 100% 성립되지가 못하는데, 그 이유는 락앤롤의 전통을 제대로 이어 나가는데 성공한 밴드들도 꽤 적지많은 않기 때문이다. 그 밴드중에 하나가 Cinderella 였다. 비주얼은 요란 뻑적지근한 80 글램메탈의 극 그 자체였지만, 음악만큼은 블루스, 컨트리, 락앤롤, 하드락 등 지금까지 쌓여 온 미국 락의 대단한 유산을 제대로 이해하고서 화려한 80년대에 어울리는 감각으로 재 해석 해 내며 긍정적인 측면의 “락앤롤의 화려한 상업화” 를 성공 시켰기 때문이다. 글램메탈 밴드라면 일단 이를 갈고보던 평론가들도 Cinderella 에게 만큼은 호평 일색이었고, 지금도 “Cinderella 만은 레벨이 달랐지” 라는 이야기가 나오며 진짜배기 락앤롤러 혹은 레전드로 대접하는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 호평의 중심인, Cinderella 의 보컬/기타리스트이자 메인 송라이터 Tom Keifer 가 첫 솔로 앨범을 2013년에 발표했다.

Tom Keifer 의 첫 솔로작 The Way Life Goes 은 음악적인 평가에 앞서서 존재감부터 남다른 앨범이라 할 수 있다. 그도 그럴것이 90년대에 들어서 계약을 맺은 Universal 이 완성 시켜 둔 Cinderella 의 앨범 발매를 거부했고, 이에 대해서 밴드가 앨범에 대한 권리 소유와 계약 파기를 주장하고, 그로 인해서 법적 싸움이 지금까지 이어지며 “그동안 그 어떤 정규작 발표를 할 수 없다” 라는 법적 조치로 인해 Cinderella 라는 밴드가 오랜 시간동안 고통을 받아왔다는 사실과 그렇게 된 비운의 밴드 Cinderella 의 리더 Tom Keifer 의 솔로 앨범 발매는 말 그대로 짠한 여운부터 남기며 다가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지 열풍을 버티지는 못했지만, 90년대 들어서도 대단한 음악적 레벨을 자랑하던 Cinderella 였기에 이 앨범의 발표가 풍기는 뉘앙스는 “한물간 왕년의 밴드 멤버의 앨범” 보다는 “비운의 진짜배기 락앤롤러의 반가운 컴백으로” 비춰지기에 더더욱 어떤 음악을 들려 줄 것인가에 대한 두근거림 마저 전해준다. 그리고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는다.

The Way Life Goes 는 다양한 긍정적 뉘앙스를 남기는 앨범이지만, 일단 가장 큰 핵심적 장점은 무엇보다 제대로 된 락앤롤을 들려준다는 점이다. Tom Keifer 라는 인물의 솔로작으로의 관점으로도 뛰어나며, 오랜 시간동안 활동을 할 수 없었던 비운의 Cinderella 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관점으로도 뛰어난, 한마디로 어떤 관점으로 봐도 뛰어 날 수 밖에 없는 락앤롤을 연신 계속 들려준다. 락앤롤-블루스-컨트리의 깊은 음악적 유산의 멋진 어레인지는 두 말 할 나위가 없이 최고조의 기량을 선사한다. Cinderella 시절을 그대로 가져 온 오프닝 트랙 Solid Ground 하나만으로 더 이상의 음악적 평가가 필요 없을 정도다. 뒤이어 터져 나오는 곡들은 더욱 놀랍다. Cinderella 의 모든 것을 한곡에 다 보여주고 나서 펼쳐내는 것들은 2010년대에 어울리는 모던한 변화상을 그린 블루스/락앤롤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2013년에 Cinderella 의 신보가 나온다면? 그리고 최고 레벨의 블루스/락앤롤 전통을 이어가면서, 시대에 도태되지 않는 현대적 감각 또한 중무장 한다면?” 이라는 명제에 매우 충실한 것들이 이 앨범에서 쉴 새 없이 작렬한다는 말이다. 매 앨범마다 시대를 역행하던 Cinderella 의 행보에 비춰본다면 너무나 놀랄 정도로 모던 해 졌으며, 그와 동시에 더 놀랄만한 레벨로의 빈티지 사운드와 모던한 어레인지와의 완벽하고도 경이로운 공존도 이뤄지고 있다. 이 앨범의 포인트는 실력의 재증명이나 노스텔지어 부활만이 아니다. 이 앨범이 보여주는 최고의 장점은 바로 “진화” 그 자체다. 과감한 시도와 상상이상의 놀라운 결과물들은 무려 80 글램메탈러가 달성하지 못했던 음악적 쾌거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다. 그와 동시에 2000년대 최고의 블루스 현대화의 텍스쳐로도 이야기 할 수 있기도 하다. 어떤 관점으로 봐도 굉장히 뛰어난 결론들만으로 똘똘 뭉쳐있는 최고의 앨범인 것이다. 그렇게 밖에 말 할 수가 없다. 여기에 세월이 지나도 여전한 Tome Keifer 의 카랑카랑한 쇳소리 블루지 보이스, 아날로그한 감성의 어쿠스틱 넘버들, Cinderella 시절의 노스텔지어 부활 요소들 중 가장 임팩트한 여전한 피아노 라인, 소울풀한 여성 코러스의 남다른 존재감과 나이스한 배치까지 더해진다면? 더 이상의 미사여구는 첨가하지 않겠다. 말 그대로 그냥 끝난다.

Tom Keifer 의 솔로 데뷔작 The Way Life Goes 은 원래 2000년대 들어서 Universal 과의 관계가 틀어졌을 때 자신만의 음악을 해 보고 싶어서 차근차근 준비 해 온 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앨범의 결과물은 그런 소박한 목표가 마치 거짓 립서비스 처럼 느껴질 정도로 A 부터 Z 까지 완벽함과 치밀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Cinderella 사운드의 노스텔지어를 원하는 팬들의 욕구를 모두 채워주는 동시에, 그들을 놀래키기에 충분 하면서도 자신의 야심에 충실한, 혹은 Cinderella 에서 풀지 못했던 잃어버린 20여년의 음악적 한을 푸는데 있어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그러하다. 다시 말하지만 이 앨범은 보통 솔로 앨범이 아니다. 이 정도의 레벨이면 글램메탈 역사에 길이 남는 금자탑 그 자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정도다. 굉장하다. 다시 말하지만 이 앨범은 추억팔이가 아니다. 이것은 또 다른 레벨로의, 새로운 제네레이션으로의 진화, 그 자체인 것이다. 그와 동시에 2013년에 발표 된 모든 종류의 락 앨범들 중 반드시 들어 봐야만 하는, 올해를 빛내는 앨범이라는 말도 남기도 싶다. 이 앨범에서의 빈티지 락앤롤의 현대화는 혁신적인 음악이 여전히 난무하는 2013년에의 상황에서도 영롱한 빛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 앨범도 혁신이다.

- Mike Villain


Solid Grou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