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ern Baseball – Holy Ghost (Run For Cover, 2016)

Modern Baseball – Holy Ghost (Run For Cover, 2016)

Finch, The Used, My Chemical Romance 와 같은 “많이 팔아 치우기 위한 메이저 기획상품형 이모” 음악들이 그저 각광받는 그 순간만 반짝 했을 뿐임이 중후기작들을 통해 확연하게 드러나자 메이저 레이블들은 앞다투어 해고 러쉬에 들어갔다. 팔아 먹는것 보다 이모라는 음악이 지닌 컬트한 음악적 코드에 충실히 매진한 제대로 된 밴드들 역시 여러장의 앨범을 발표 했기에 신작이라는 포맷이 지닌 새로움을 더 이상 보여주기 힘들기도 했다. 화제성도 음악성도 모두 바닥이었다. 그렇게도 허무하게 이모 (Emo) 라는 음악의 황금기는 단숨에 사라졌다. 2010년에 이르러 이모라는 장르는 더 이상 음악적으로 신선하지 못한 퇴물 장르임을 부정하지 못했다.

흥미롭게도 그러한 최악의 상황은 2010년대 락 음악의 중요 흐름 중 하나인 “이모 리바이블” 의 토대가 되었다. 펑크/하드코어 인스트루메탈 내지는 엣모스페릭 음악이었던 이모코어 (Emocore) 가 다양한 기타팝/인디락 코드를 만나며 음악적인 깊이, 마이너한 장르 특유의 매니악함, 파퓰러한 장르 특성에서 비롯되는 대중성을 지닌 이모 (Emo) 라는 장르의 탄생이 이뤄지던 90년대 초중반의 황금기를 집중 조명하는 신예 밴드들이 대거 등장하여 이모라는 음악은 또 한번의 대국면을 맞이했다. 힛트를 위한 지나친 메이저 레이블적 튜닝은 전혀 없으며, 그저 90년대 초중반의 이모라는 음악이 지닌 매니악한 음악 장르적 특징에 대한 진지한 디깅만이 있었고 이는 그동안 심하게 변질 된 이모라는 음악의 진정한 가치를 100% 이해 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 졌다는 점은 매우 의미심장한 흐름이었다. Modern Baseball 은 그러한 흐름을 만들어 낸 밴드 중 하나다.

2011년 미국 펜실베니아 필라델피아에서 결성, 지금까지 Sports (2012), You’re Gonna Miss It All (2014) 두장의 앨범을 발표 한 바 있는 Modern Baseball 은 유난히도 충성스러운 컬트 팬들을 꽤나 가지고 있는 언더그라운드 스타 밴드이다. 그리고 현재 이모 리바이블의 흐름과는 조금은 다른 방향성을 지니고 있는 밴드이기도 하다. 거의 대부분의 이모 리바이블 밴드들이 이모코어에서 이모로 변화하던 그 시기의 아티스틱함을 집중 디깅하는 방법론을 채택하고 있으나, Modern Baseball 은 그러한 변화상 그 다음의 “기타팝으로 변화 완료한 90년대 중후반의 파퓰러한 이모” 를 구사하고 있다. 파퓰러한 이모가 지닌 장르 음악적인 컬트함과 대중성의 황금조화를 들려주는 한편, 그러한 이모한 음악들이 들었던 “찌질한 병신들” 이라는 비아냥을 의도적으로 극단적으로 희화화 시킨 가사를 뻔뻔하게 내세우며 굉장한 존재감을 남겼고 (이를 주도하는 보컬리스트 Brendan Lukens 의 찐따 파오후 비주얼이 더해져 총체적 난국적인 매력이 폭발한다는 것도 빠트려서는 매우 곤란하기도 하다.), 이는 자연스레 언더그라운드씬의 스타 밴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들의 두번째 앨범인 You’re Gonna Miss It All 는 완벽하게 2010년대를 대표하는 인디 클래식이 되었고, 이는 2016년에 발표하는 신작 Holy Ghost 를 올해의 초 기대작으로 만들어 버리기 까지 하였다.

Holy Ghost 는 2010년대 펑크/이모 클래식이라 할 수 밖에 없는 쾌작인 전작 You’re Gonna Miss It All 의 아성을 “그건 아무것도 아님” 하는 식으로 무너트려 버리는 굉장한 한장이다. 이모라는 음악이 지닌 컬트한 매력을 고스란히 가지고 가면서 최대한 대중적인 파워를 발휘 해 내며 가장 이상적 결론을 남긴 90-2000년대 히어로 밴드들인 Talking Back Sunday, Weezer, Dashboard Confessional 이후 최고라는 말 또한 반드시 덧붙여야 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그런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파퓰러한 이모의 모든것이 들어있다. 펑크라는 장르에서 비롯되는 적당한 스트레이트함/파워풀함, 80년대 말-90년대 초의 인디락/기타팝 코드에서 비롯되는 파퓰러함, 그 두가지의 이상적인 조합이라는 뼈대에 매우 충실한 한장이다. 펑크에서 비롯 된 장르답게 대중적인 코드에 있어 작위적인 근사함이나 감성 쥐어짜기는 당연히 없으며, 펑크의 파워와 파워팝의 섬세함으로 만들어 내는 단촐/담백한 곡 전개는 그 심플함에 비해 음악적인 무게감은 굉장하다. 펑크적인 파워코드로만 쉴 새 없이 파워풀한 에너지, 감성 포인트, 인상적인 멜로디 라인을 만들어 낸다는 점 또한 이 앨범의 백미 중 하나다. 이어 뚱보 진따 보컬리스트 Brendan Lukens 가 쥐어 짜내는 다분히 의도적 이모의 스테레오타입적인 희화화와 패배주의적 가사의 매력도 여전하며, 그러한 찌질함의 핵폭발의 여전함 있지만 그와 동시에 전작과는 확연히 다른 섬세한 보컬/연주의 기승전결의 튼실한 음악적 내실의 강렬함이라는 신작만의 음악적 대치점의 강렬함도 있다.

본작은 심플하면서도 복잡한 매력들이 마구 날뀌는 흥미진진한 한장이다. 90년대 중후반 이모 황금기의 모든것을 100% 제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그것을 또 한번 새롭게 바꾸려는 야심이 있다. 굉장히 파퓰러 하지만, 그와 동시에 “펑크에서 비롯된 장르다운 마이너/컬트함” 을 징글맞게 내뿜고 있기도 하며, 그러한 컬트함을 보컬리스트의 강렬한 찐따 개성으로 매우 독창적인 팀 컬러로 귀결 시키며 자신들만의 오리지널리티로 승화 시키기까지 한다. 이모라는 정형적 스타일에 매우 충실한 한편, 그 정형성을 한참 넘어가는 뛰어난 작곡/연주 센스의 발휘와 그렇게 만들어지는 앨범 전체적으로 곡 스타일이 겹치지 않고 매우 다양한 구색을 자랑한다는 의외의 음악적 강렬함도 있다. 펑크에서 비롯되는 장르인 이모가 지닌 컬트함과 대중적 코드가 50:50, 아니 100:100 으로 구사되고 있는 멋진 한장이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걱정 들 정도로 지나치게 담백할 정도다. 하지만 이모라는 장르가 지닌 모든 미덕을 선사하는 음악적 깊이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깊디 깊다. 이러한 극단적 외유내강이야말로 이모 리바이블에 가장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강렬한 여운을 남길 정도다. 30분의 러닝타임에서 알 수 있는 펑크적 매력, 그와 동시에 철두철미하게 뿜어져 나오는 탈-펑크적 음악적 무게감, 그 두가지의 1그램의 미스도 없는 황금조합, 최고의 작품이 될 수 밖에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말로써는 그 대단함을 설명하기엔 다소 힘들다. 하지만 30분만 투자 한다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최고의 한장임에 믿어 의심치 않으며, 2010년대를 대표 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 Mike Villain


Wedding Sin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