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ery Signals – Absent Light (Basic, 2013)

Misery Signals – Absent Light (Basic, 2013)

거두절미하게 말해서 Misery Signals 라는 밴드는 2000년 메탈/하드코어 & 밀레니엄 메탈 계열을 이야기 하는데 있어서, 좀 더 정확히 말해서 “조금, 아주 조금 매니악하게 이야기를 한다면” 절대로 빠트릴 수 없는” 급의 대단한 밴드라고 할 수 있는 존재다. Killswitch Engage, Shadows Fall, Lamb Of God 와 같은 파이오니어급 밴드는 아니었지만, 파이오니어급 밴드들의 평론적/상업적 성공의 토양을 기반으로 등장한 후진 밴드들 중에서 최강의 음악을 들려 준 존재가 바로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데뷔작인 Of Malice And The Magnum Heart (2004) 하나로 이야기는 끝난다. 첫번째 풀렝스 앨범을 통해 이들은 2000년대 메탈코어 & 밀레니엄 메탈 특유의 텍스쳐 모두를 보여주는 한편, 90년대 모던 헤비니스, 인더스트리얼 메탈, 프로그레시브 메탈, 모던 익스트림 메탈까지 두루 손대는 한편 그것을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단숨에 만들어 내는 음악적 괴력을 선사하며 엄청난 호평을 이끌어 냈다는 점은 이미 2000년대 헤비니스를 약간만이라도 좀 깊게 팠다면 다들 알고들 있는 상식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이러한 팔방미인적 장르/스타일은 바로 Killswitch Engage, Deftones, Strapping Young Lad, Soilwork, In Flames 와 같은 밴드들과 전면전에 나서는듯한 재미진 긴장감 마저도 이어지게 만들었다면? 더 이상의 설명인 필요가 없다. 이들만큼 화려하게 등장한 메탈코어 & 밀레니엄 메탈 신예도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밴드는 그렇게까지 잘 굴러가지 못했다. 이들은 헤비 음악 리스너들에게 너무 과할 정도로 그저 “메탈코어 사운드” 로만 받아들여졌다. 1차원적인 메탈코어와 멀어져 엣모스페릭한 분위기 제조와 프록적인 구성/테마에 치중하며 데뷔작에서의 다양한 독창성을 강화한 차기작들인 Mirrors (2006), Controller (2008) 은 평가는 좋지만 대중적인 이슈와 상업적 결과물을 남기는 부분에서는 분명한 실패를 기록하고야 만다. 서서히 폐업을 준비하던 레이블 측의 미적지근한 프로모션도 한 몫 했었고 말이다. 메탈코어 황금기를 이어나갈 영건으로써 100점인, Devin Townsand 의 폭력적 지성을 이끌어 나갈 모쉬코어 밴드로써로 100점인, In Flames/Soilwork 가 시도하고 꽃을 피우고 미국 메탈/하드코어와 교류를 해 나가며 새로운 분위기를 만든 모던 익스트림 메탈에 대한 가장 멋진 미국의 응답으로써 100점인 이 밴드의 실패는 2000년대 메탈을 이야기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고도 가슴 아픈 순간이었다. Controller 앨범 활동을 마지막으로 멤버들은 하나둘 밴드를 이탈했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이는 활동 중단으로 이어진다. 사실상 해산이었다.

하지만 Misery Signals 는 결국 2013년에 새 앨범 Absent Light 로 돌아오고야 만다. 소속 레이블이었던 Ferret Mursic 의 폐업으로 인해 판을 내 줄 레이블도 없는 처량한 신세였지만, 밴드는 2011년에 모여 일단 신작 작업부터 들어갔고, 그와 동시에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팬들에게 앨범 제작에 필요한 기금을 모금했다. 기금은 놀라울 만큼 빨리 모였고, 밴드는 서두르지 않고, 100% DIY 로 기획, 제작, 녹음, 프로듀스까지 해치웠다. 그저 좀 더 유연한 유통을 위해 Basick Records 와의 배급딜을 성사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밴드느 5년만의 신작 Absent Light 를 발표한다.

허나 Absent Light 는 아쉽게도 좋은 앨범이 아니라는 쓴소리를 남길 수 밖에 없는, 겨우 턱걸이 레벨로 “평균작” 에 머무르고 마는 앨범이다. 일단 Misery Signals 가 지금까지 만들어 냈던 스타일은 모두 시도한다. 메탈코어/모쉬코어를 근간으로 프로그레시브, 엣모스페릭, 엑스페리멘탈, 뉴메탈/모던 헤비니스, 모던 익스트림 등 다양한 사운드적/프로덕션적 특징과 장르적 묘미와 그럴싸한 믹스쳐, 그리고 뛰어난 자기화는 여전히 이들의 음악적 뼈대로 큰 축을 담당한다. 허나 살을 붙이는 디테일한 과정은 영 아니다. 지성적인 면모와 폭력적인 면모의 공존과 교차가 완벽했던 예전 앨범들과는 달리 지성적인 면모도, 폭력적인 면모도 큰 임팩트를 전혀 남가지 못하고 있고, 더 나아가 곡 제조 레벨이 엄청나게 떨어져 더욱 더 이들의 장점을 하나도 살리지 못하고 예전의 영광들을 깎아만 먹고만 있다. Mirrors, Controller 앨범의 허접 레벨 다운그레이드 자기 카피 정도다 라는 말로 모든것이 설명된다. 한마디로 더 이상 보여 줄 것이 없는, 고만고만한 앨범 1-2장 내고 해산 할 황혼기의 후덜거림 뿐이다.

허나 확실하게 해두고 싶은것이 있다. 이 앨범에 대해서 쓴소리를 남겼지만, 밴드에게는 남기고 싶지 않다는 점이다. 밴드는 일전에 Devin Townsend 와 Ben Schigel 라는 걸출한 프로듀서와 같이 해 왔다. 두 프로듀서 모두 메탈코어 외의 다양한 모던한 메탈/하드코어/뉴메탈적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Misery Signals 처럼 음악적 색채가 급진적이며 다중 복잡적 장르의 디테일함을 살리는데 있어서 멤버와 같은 위력을 발휘하는 걸로 유명한 사람들이었다. 신작은 그러한 프로듀서 없이 자신들만의 노력과 노하우로만 만든 작품이다. 신작은 뼈대를 잘 만들었지만 다양한 모던함과 장르/스타일의 특성을 디테일 하게 다듬는 부분에서는 빵점이었고, 이 사소하게 보이는 단점은 앨범 전체를 망가트리고야 말았다. 이 앨범은 “잘 만든 데모” 라고 생각하면 굉장한 수준이다. 이러한 뼈대에 살을 붙이는 과정에서 노하우를 가진 프로듀서만 있다면 완전히 달라졌을 거라고 사료된다. 앨범은 아니올시다지만, 밴드에게 희망이 없다는 평가만큼은 내리고 싶지 않다. Misery Signals 한번 겪어 봄직한 실수를 지닌, 가혹한 평가를 하더라도 웃으며 바라 볼 수 있는 앨범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리고 이 앨범의 음악 외적의 장점, 음반 제작/비즈니스적인 부분에 있어서의 혁신을 꼭 거론 해야만 할 것이다. 이 앨범은 레이블 없이 (정확하게 말해서 레이블이 주는 앨범 제작비 없이) 크라우드 펀딩 (Crowd Funding) 사이트 중 하나인 Kickstarter 통해 만들어 진 앨범인데, 이러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앨범 제작, 투어 기획, 뮤직 비디오 제작, 판권이 뜬 예전 앨범들의 자주적 재발매 등은 현재 헤비니스 음악계의 따끈한 화두이기도 하다. 특히 이들처럼 마이너와 메이저 사이에 낀 밴드는 이러한 크라우드 펀딩 기획은 최초이자 최고의 돌파구다. 지금까지 투어 기금 정도였던 크라우드 펀딩이 기획-녹음-음반 제작-유통까지 본격적인 부분으로 발전을 이룬 사례는 본작이 헤비니스 음악계에서는 거의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말이다. Absent Light 의 음악 외적인, 비즈니스적인 측면은 메탈/하드코어 및 헤비니스 음악계에 있어서 엄청나게 중요한 이정표로 중요한 위치를 지닌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음악은 좀 많이 부족 할 지 모르지만, 새로운 개념의 DIY 의 창조는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그 점 하나만으로도 이 앨범 Absent Light 는 꽤나 중요하다. 비즈니스적으로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는 점, 빠질수가 없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앨범으로 평가 받아야만 옳을 것이다. 그러한 장점 하나만으로도 이 앨범은 상당한 가치를 가진다. 그 장점은 인정 해야만 옳을 것이오, 차후 후세에 계속해서 거론 되어야 옳을 것이다.

- Mike Villain


Lumin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