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gin’ The Grave #06] Kerbdog – On The Turn (Fontana, 1997)

[Diggin’ The Grave #06] Kerbdog – On The Turn (Fontana, 1997)

90년대 말 부터인가 그럴거다. 60년대 부터 차근차근 쌓였던 영국락의 전통, 다양한 지역색을 더한 개성적이고 현대적인 재해석으로 통해 멋지게 발전 된 브릿팝 사운드가 90년대 초중반에 대박을 치고, 몇몇 밴드가 미국에서도 성공하던 시기인 90년대 말 부터인가 그럴거다. 브릿팝은 그 시기에 들어와 아이콘적인 베테랑이나 신예들이나 할 것 없이 음악적 기아에 허덕이며 존재가치 마저 위협받게 된다. 베테랑들은 앨범 장수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디어 부족으로 인해 퇴보했으며, 신예들은 선배들의 선례가 너무나 뛰어나 비교를 당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레이블과 음악 언론들의 지나친 호들갑에 의한 애송이 밴드들의 과도한 레이블측의 픽업과 뻥이 섞인 과도한 평론적 푸쉬 덕택에 자멸하고야 말았다. 놀랍게도 그 시점에서 브릿팝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영국 출신의, 뉴메탈, 하드코어, 모던 익스트림 메탈과 같은 미국식 헤비니스를 구사하는 밴드들의 과감한 등장과 성공이 있게 된다. (게다가 몇몇 밴드는 미국 시장으로의 진출과 성공까지 이루기도 한다.) Lostprophets, Hundred Reasons, Funeral For A Friend, Biffy Clyro, earthtone9, Raging Speedhorn, SikTh, Skindred, InMe, Bullet For My Valentine, Gallows, The Ghost Of A Thousand, Bring Me The Horizon 같은 밴드들의 이름을 거론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바로 이해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UK 헤비니스의 흐름을 살펴 보는데 있어서 빠질 수 없는 밴드가 몇 존재한다. 바로 90년대 초중반에 활동 했으며, 90년대 후반부터 일어난 헤비니스 열풍의 주인공들에게 많은 음악적 영감을 주었던 영국 출신의 미국식 헤비니스 밴드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그 중 가장 많이 알려지지 않은, 가장 많이 잊혀져 버린 존재이자 그와 반대로 너무나 음악적으로 번뜩였던 Kerbdog 은 꼭 짚고 넘어 가야만 하는 존재다.

Kerbdog 은 1991년에 아일랜드에서 결성, 2장의 앨범을 내고 1998년에 해산 했다는 것이 다일 정도로 아주 심플한 바이오그래피를 자랑하는 밴드다. 너무나 심플한 바이오그래피고, 좀 더 뒷조사를 해보면 2장의 앨범이 중박조차 거두지 못한 차트 성적을 자랑하기에 기량 미달의 밴드로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90년대 말부터 등장한 UK 헤비니스 흐름에 한 획을 그은 밴드인 Biffy Clyro 와 InMe 가 가장 큰 영감을 받았던 밴드로 Kerbdog 을 거론하고 있다는 점과 무려 이 망한 밴드에게 헌정하는 트리뷰트 앨범이 나왔다는 점은 시시하는 바가 나름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이들의 두번째 앨범 On The Turn 을 살펴 본다면 바로 이해 할 수 있다. 그 앨범이 꽤나 UK 헤비니스 열풍 탄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주춧돌로 맹활약 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Kerbdog 은 결성 1년후인 1992년에 (또 다른 영국/아일랜드 헤비니스 전설인) Theraphy? 의 오프닝을 하면서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 1993년에 메이저 레이블 Vertigo Records 와의 딜을 성공하고 첫 풀렝스 앨범인 Kerbdog (1994) 을 내 놓으며 본격적인 데뷔를 하게 된다. 영국차트 97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그 당시는 “영국 락 음악의 전통이 초토화 되었다” 라고 할 정도로 얼터너티브/그런지에 제대로 당하던 영국이었고 Kerbdog 는 놀랍게도 그러한 공세에 맞불을 놓는 유일한 얼터너티브/그런지 자존심 이었다. 게다가 이들의 사운드는 “영국에서도 그런지를?” 하는 정도의 체면치례 레벨이 아닌, 수많은 미국 얼트 밴드들의 공세에 모두 대항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카운터” 일 정도로 괜찮은 음악성을 자랑하기도 했다. 심지어 셀프 타이틀 데뷔작은 의외로 미국 언더그라운드쪽에서 괜찮은 반응을 얻어내기도 했다. 그리고 밴드는 (지금까지도 독창적인 헤비니스 창조의 아이콘으로 좋은 인상을 남기고 있는) GGGarth Richardson 과 미국 캘리포니아의 명 스튜디오 Sound City Studios 에 들어가 두번째 작업에 들어가는데, 그것이 지금부터 이야기 할 On The Turn 의 시작이 된다.

On The Turn 은 간단히 말해서 그런지/얼터너티브 사운드이며,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그 시대까지의 그런지/얼터너티브 보다 한 레벨위의 그런지/얼터너티브” 라 말 할 수 있는 앨범이다. 이 앨범의 핵심적 포인트는 겉으로는 심플하고 뻔하지만, 내면적으로는 꽤나 레벨있고 심오한 앨범이라 부를 수 있겠다. 그 색다름의 첫번째는 그런지/얼터너티브가 가진 평균적인 곡 전개 스타일과는 좀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Kerbdog 은 퍼즈한 헤비 기타로 대변되는 그런지를 펼치고 있지만, 이들의 곡 흐름에는 보통 그런지/얼터너티브적 특징인 다소 왜곡된 사운드 톤/프로듀스, 그에 걸맞는 기괴하고 키치한 곡 전개/연주/보컬 스타일로 대표되는 “객기 넘치는 파격적 음악적 행보” 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이들이 선보이는 곡들은 사운드적으로 락앤롤 전통에서 멀어져 있을 뿐, 전통적인 기타팝 특유의 전주-도입-후렴-솔로/애드립-후렴 스타일의 전통적인 구성미학에 매우 충실하다. 게다가 보컬라인, 캐치한 리프, 인상적인 보컬, 재미를 더해주는 애드립 등 모든 부분에서 꽤나 발군의 실력을 보인다. 그런지/얼터너티브의 사운드 보다 기타팝/파워팝적인 재능이 돋보이며, 그 쪽 밴드로 보는게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 될 정도다. 얼터너티브적 사운드로 파워팝을 이끌어 나가는 스타일의 밴드인 The Toadies 와 같은 비슷한 부류의 밴드로 취급해도 좋고, 그런쪽 사운드의 밴드로 상위 랭크에 오르고도 남는 감각과 실력을 넘치게 보여준다. 그러한 기타팝적인 재능을 보여 주면서도 적재적소에 퍼즈톤의 파워리프를 발산 해 대면서 그런지/얼터너티브적인 매력과 재능을 잘 발휘 해야만 한다는 점도 잊지 않는다는 점도 돋보인다. 하지만 “이는 On The Turn 의 진정한 매력은 아니다” 라고 말 할 수 밖에 없다. 이들의 팝적인 능력이 매우 번뜩이기는 하지만, 이들과 이 앨범에서 정말 중요한 점은 중후반부에 펼쳐지는 육중한 헤비함 대폭발 이기 때문이다.

초반부에 선보이는 얼터너티브식 파워팝 스타일의 아기자기함/깔끔함은 중반부로 들어오며 서서히 헤비하게 변한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Kerbdog 과 On The Turn 앨범에 있어서의 진면목이라 할 수 있다. 중반부 부터 토해내는 헤비리프는 매우 놀랄만한 레벨이다. 그도 그럴것이 이들이 뿜어내는 헤비한 톤과 리듬/그루브는 그런지의 그것이 아닌, 포스트 하드코어적인 그것이다. 무미건조한 리듬웍 위주의 헤비 덩어리의 단단함과 헤비함을 느끼게 해 주는 Helmet, Quicksand 적인 사운드 말이다. 이러한 육중한 헤비리프가 터져 나오면서도 밴드는 그런지/얼터너티브적인 필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는 노력을 행하고 있는데, 이는 그런지 스타일의 퍼즈 마왕들인 The Jesus Lizard, Mudhoney, Butthole Surfers 와 같은 컬트한 밴드의 후계자로의 정체성과도 이어진다. 그리고 초반부에 보여 주었던 발군의 기타팝 센스의 적절한 도입에 대한 고집은 뉴메탈/얼터너티브 메탈의 초석으로 이어 질 수 없는 인상을 전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헤비 덩어리와 깔끔한 기타팝 센스와의 조화를 완벽한 사운드로 귀결 시켜내는 GGGarth Richard 의 대단한 실력에 의한 완벽한 사운드적 마무리가 첨부되면 이야기는 끝난다. 여담으로 독창적인 음악 스타일을 제쳐 두고서라도 GGGarth 의 뛰어난 프로듀스는 사운드에 대해 따져보고 듣는다면 꼭 한번 경험 해 보야야만 하는 레벨이라고 언급하고 싶다. 장비가 터질듯한 느낌의 허용 출력범위 이상의 헤비함의 매력과 그것을 듣기 좋은 90년대식 메이저 헤비니스의 표본으로써 깔끔하게 마무리 한 매력 모두를 모두 표현하는데 성공한 앨범이 본작이기 때문이다. GGGarth 의 프로듀스 커리어를 이야기 하는데 있어서 빠질 수 없는 한장이라는 점도 이 앨범의 또 다른 장점이라는 점도 빠트릴 수 없다는 점도 중요 하겠다.

On The Turn 은 매우 다양한 장점을 멋지게 담은 앨범이었다. 그런지/얼터너티브의 매력, 그리고 그 장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스타일의 제시, 그런저/얼터너티브에 적잖게 자존심을 잃은 영국의 거의 첫번째이자 가장 멋졌던 카운터, 그런지/얼터너티브가 소홀히 했던 기타팝적인 재능의 유별난 능력 어필, 프로토 뉴메탈/얼터너티브 메탈 사운드로의 뛰어난 역활, 얼터너티브적 관점의 헤비 사운드의 표본적인 프로듀스 이정표 등의 다양한 것들을 담는데 부족함이 전혀 없었다 이 말이다. 그리고 “순조롭다” 의 레벨을 넘어서 “경이스럽다” 할 정도의 제작에 있어서의 거침없는 행보도 빠질수 없는 이야기 거리다. 뛰어나기 그지 없는 사운드가 나올 수 밖에 없는 Sound City Studios 에서 노이즈/퍼즈적인 실험에 꽤나 집착하는 GGGarth 의 의중이 반영된 산더미 같은 앰프와 다양한 픽업으로 인한 사운드적인 실험의 동시적 추구는 오래 걸릴 수 밖에 없었지만, 놀랍게도 밴드와 프로듀서와의 완벽한 이해로 인해 녹음은 고작 이틀만에 걸리지 않았다. 또한 GGGarth 는 음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Kerbdog 이라는 무명 밴드에 대한 재능과 On The Turn 앨범 제작에 대한 경이로운 레벨의 순조로운 작업에 대해 꽤나 자주 언급하며 그들을 띄워주기 까지도 했다. 허나 이러한 대단한 음악성과 대단한 프로듀싱 프로세스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On The Turn 은 처참하게 실패하고 만다. 뛰어난 기타팝적인 재능을 보이는 앨범 초반에서 두곡의 싱글컷을 냈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고, 앨범 역시 고작 UK 앨범차트 64위를 기록하는게 전부였다. 그러한 결과가 나오자마자 메이저 레이블은 이들에게 해고 통지서를 날렸으며, 밴드는 주저하지 않고 해산을 결정하게 된다. 그렇게 Kerbdog 은 실패한 밴드로 기록된다.

하지만 On The Turn 은 훗날 꽤나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이 앨범을 구입한 영국의 모던 헤비니스 애호가들이자 밴드 멤버들은 자연스럽게 Kerbdog 의 사운드에 영감을 받았고, 그러한 인물들이 훗날 Biffy Clyro, Cars On Fire, InMe 와 같이 90년대 후반 영국 락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영국 모던 헤비니스 파이오니어 밴드의 중심 멤버가 된다. 그리고 그들의 입으로 Kerbdog 은 진정한 영국 모던 헤비니스의 파이오니어로써 칭송받게 된다. 비록 상업적으로 실패하고 평론적으로도 뭍혀버린 이들이지만, 분명 이들은 영국 락 음악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의 큰 원동력이 되었음은 분명했다. 영국이 헤비한 사운드에 일가견이 있는 밴드를 10년 주기로 뽑아 낸 사실을 본인은 알고 있기에, Kerbdog 역시 그러한 전설들 사이에 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Black Sabbath 나 Iron Maiden 과 같은 탑 클래스 레벨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On The Turn 을 들어 본다면 Kerbdog 이라는 밴드가 적당한 위치의 레전드로 불려야만 한다는 결론에 도달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적절한 헤비니스 아이콘, Kerbdog 이다. 좀 깊게 듣는다면 경험 해 보아야만 할 것이다.

- Mike Villain


On The Tur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