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ultura – The Mediator Between Head And Hands Must Be The Heart (Nuclear Blast, 2013)

Sepultura – The Mediator Between Head And Hands Must Be The Heart (Nuclear Blast, 2013)

Roots 앨범까지의 업적, Max Cavalera 이탈과 그로 인한 Sepultura 의 몰락에 대한 이야기는 메탈팬에게 있어서 “구구단 숙지” 보다도 못한 사항이므로 이에 대한 지겨운 메탈 야사 반복질은 일단 생략부터 하고서 이야기를 시작 하겠다. 중요한 것은 지겨운 메탈지식 추억팔이가 아니다. 진정 중요한 것은 “현재 Sepultura 의 처지와 Max Cavalera 의 처지가 뒤집혀져 버렸다” 라는 냉정한 현실이라는 점이다. 이제 더 이상 “Max 없는 Sepultura 는 Sepultura 가 아니다” 라는 주장은 개소리일 뿐이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Sepultura 의 복수극이 조용히, 그리고 차근차근히 행해졌고, Max 는 산소 호흡기를 달고 병원에 누워서 헐떡 거리며 Sepultura 를 헐뜯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이게 지나친 발언 같은가? 절대 아니다. 이는 냉정하지만, 매우 사실적인 평가라고 말하고 싶다. Sepultura 는 Max 를 잃고서 놀라우리만큼 빠른 속도로 음악적 실력과 팬 베이스 기반을 잃어 버렸고, Max 는 Soulfly 를 출범하며 많은 80 쓰래셔들이 실패하고야 만 “90년대에 살아남기” 및 “90년에 어울리는 성공적인 음악적 변화” 를 해냈다. 그와 더불어서 “수많은 90년대 헤비니스 밴드들의 롤모델” 이라는 영역까지 나아가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여기까지는 다들 잘 알 것이다. 그런데 이는 10년을 가지 못하고야 만다는 점은 한국에 잘 알려진 사실이 아니다. Soulfly 는 2번째 앨범 Primitive (2000) 부터 이상하더니만, 3번째 앨범 3 (2002) 부터 9번째 앨범 Savages (2013) 까지 ‘Roots 앨범의 다운그레이드 추억팔이’ 빼고는 보여준 것이 없는 수준까지 떨어지게 되었고, 반면에 Sepultura 는 10번째 풀렝스 앨범 Dante XXI (2006) 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음악적 변신과 재능폭발을 행하며 엄청난 호평을 얻었다. 차기작 A-Lex (2009) 에서도 그 호평을 이어가는데 성공했다. 그 다음에 나온 앨범 Kairos (2011) 는 그 상승세를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Nuclear Blast 라는 메이저급 메탈 레이블로의 이적 작품이라는 사항에 충분히 어울리는 작품임에 틀림이 없었기도 했다. 바로 이때다. Soulfly 의 음악적 후퇴, Sepultura 의 새로운 스타일의 발견 & 음악적 재능 대폭발로 음악적 격차가 급격하게 좁혀지며 많은 메탈러들에게 심상찮음을 전해주게 된 그때부터다. 역전극이 시작되고야 만다.

음악적 퀄리티도 급격히 좁혀진것과 더불어, 팬 베이스적인 부분의 급격한 차이 좁혀짐도 눈여겨 봐야만 한다. Max 는 Sepultura 의 탈퇴 직후 미국으로 이주하며 Soulfly 를 결성, 이제는 “미국 뮤지션” 이라고 칭해야 될 정도로 미국 위주의 활동을 보여왔다. 반면에 Sepultura 는 월드와이드 밴드로써의 힘이 다했다는 냉정한 사실을 깨닮고 고국인 브라질로 돌아와 로컬 라이브, TV 출연, 자국 페스티벌 출연등을 행하며 지지기반 재구축에 힘썼다. Soulfly 는 미국에서 엄청난 호응을 얻으며 승승장구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Sepultura 는 고향팔이나 하는것 처럼 보였지만, 자국 메탈러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다이하드한 팬 베이스를 구축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Soulfly 이 하락세의 크리티컬, Sepultura 의 상승세의 크리티컬과 맞물리면서 이제는 “Sepultura 가 Max 에게 시비를 걸어도 될 만큼 커졌다” 까지 오게 되었다. 세계적인 인지도와 판매고는 Soulfly 가 강했지만 실하지 못했고, 미국 시장에서는 만장도 못파는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자국내에서는 넘버원 스타로 완벽하게 지지기반을 마련한 (브라질 인구수를 생각 해 보면 자국 올인은 절대 무시 할 사항이 아니다!) Sepultura 의 처지를 비교하면 솔직히 “누가 더 세다” 의 평가는 기준이 다르기에 측정이 힘든 부분이 있기도 하다. 허나 Sepultura 의 2013년 신작 The Mediator Between Head And Hands Must Be The Heart 가 출동하면 어떨까? “Sepultura 가 기어코 Max 에게 한방 먹이고 마는구나” 라는 말 밖에는 나올수가 없게 만든다.

The Mediator Between Head And Hands Must Be The Heart 는 긴가민가 했던 양측의 우위의 척도를 한눈에 알기 쉽게 가늠 할 수 있게 만드는 묵직한 무게추가 되는 앨범이다. 결론부터 매우 간단히 말하자면 “역전상황의 그 순간” 자체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본작은 “Max 탈퇴 이후 Sepultura 앨범 중 최고” 이며, “Roots 의 아성에 가장 근접한 후기 쾌작” 으로도 말 할 수 있는 앨범이다. 그렇게 대단하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주저없이 “물론이지” 가 될 정도다.

The Mediator Between Head And Hands Must Be The Heart 은 Sepultura 의 재도약의 발판이자 새로운 스타일의 시도였던 Dante XXI 의 연장선상에 있는 “보완형” 앨범이다. 하지만 결과물의 퀄리티는 그저 “보완형” 과는 거리가 먼, “초월” 의 의미와 가까운 앨범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다지 새로운것은 없다. Roots 앨범의 응용이라 할 수 있는 헤비-그루브적인 구성과 밴드를 이끄는 기타리스트 Andreas Kisser 의 적절한 어레인지, 스피디한 템포와 그에 어울리는 파괴력의 시원시원한 폭발, 헤비-엑스페리멘탈 or 프록-테크메탈적인 구성과 시도의 괜찮은 결과물 등 Dante XXI 의 스타일은 여전하다. 하지만 더욱 더 흉폭해진 표현방식은 이 앨범의 격을 다르게 만든다. 본작은 Roots 앨범과 같이 했던 (추억의) 프로듀서 Ross Robinsson 과 다시금 호흡을 맞춘 앨범이기도 한데, 그 양반이 한 시대의 헤비함의 척도보다 더 거칠고 헤비한 질감을 쥐어 짜내는데 특화 된 프로듀서이자 모든 연주파트 및 보컬파트까지 차원이 다른 광기를 부여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안다면 이 앨범이 얼마나 “예상범위 이상의 헤비함” 을 지니는지는 대충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앨범의 강점이자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엄청난 헤비함과 스피드함에 있다. Dante XXI 가 헤비하고 스피드하기는 했지만, Sepultura 의 초중기작의 정통 쓰래쉬적 스피드이 영역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허나 본작은 무엇보다 중시되는건 스피드와 헤비함의 극단적인 만남이다. 새 앨범의 스피드는 꽤나 남다르다. Beneath The Remains, Arise 와 같은 초중기 대표작의 바이브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스피디함을 밀어 붙이고 있고, 거기에 Roots 앨범의 모던 헤비니스, Dante XXI 의 다양한 혁신성을 매우 짜임새 있게 조합 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Ross Robinsson 만의 “광기 파워업 노하우” 가 더해져 Roots 시절에 있었던 파괴적인 스피리추얼함의 놀라움과 재미가 더해진다. (이 과정에서 계속 Max 에게 비교 당하며 평가절하 당한 보컬리스트 Derrick Green 의 진정한 포텐셜 폭발은 새 앨범의 또 다른 포인트로 큰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표면적으로는 Roots 혹은 Dante XXI 의 스피드업 & 헤비업 앨범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용물은 완전 다르다. 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의 Sepultura 가 행해 온 것들의 버라이어티한 나열과 체계적인 배열과 믹스, 그리고 그것을 “그 어떤 앨범과도 다른 스타일로 만들어 내려는 노력과 성공” 으로 귀결 시켰다는 점이다. The Mediator Between Head And Hands Must Be The Heart 은 Sepultura 의 모든 노스텔지어의 부활과 그것을 철저하게 부정하고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 가려는 집착이 매우 큰 결실을 맺은 앨범이라고 말 할 수 있다.

밴드 음악 역사의 집대성과 대개혁의 성공의 주축이 “Max 가 리드하던 시절에 비해 평가절하 받았던 인물들” 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막말로 기타 시다바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Andreas Kisser 는 Max 결별 직후의 앨범들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었다. 허나 그가 밴드를 좌지우지 할 권한이 많아지자 자신만의 색깔을 충분히 낼 수 있었고, 이는 Sepultura 의 음악적 터닝포인트로 귀결되고야 말았다. 신작 The Mediator Between Head And Hands Must Be The Heart 은 그의 숨겨졌던 재능과 야심의 승부처라고 해도 될 정도로, 가장 야심이 두둑한 모양새로 표출 된 앨범이다. 이는 당연히 앨범의 플러스 요소가 되고야 말았다. (Max 의 Sepultura 재결성 권유를 받고도 됐다고 거절 할 정도로 믿을 구석이 있다는 말이다!) Andreas 뿐만 아니다. 실력은 출중허나 Max 라는 거물과 계속 비교되어 Sepultura 에 어울리지 않다는 보컬리스트 Derrick Green 은 앨범 숫자가 하나둘 쌓이면서 실력도 업그레이드 됨을 보여 주었는데, 본작에서 광기 어린 캐릭터를 쥐어 짜 내 주는데 일가견이 있는 Ross Robinson 과 만나며 최고의 보컬을 들려주며 더욱 더 Sepultura 식 역전극에 불을 붙이고 있다. Igor Cavalera 탈퇴 이후 두번째 드러머로 기용 된 Eloy Casagrande 의 드러밍은 Sepultura 의 모든 스타일의 집대성과 또 다른 차원으로의 진화를 행하는 새 앨범에서 가장 중요한 응원군이기도 하다. 그는 업계인이 아니라면 유명하지 않은 어린 친구지만 (허나 10대 시절부터 신동 메탈 드러머로 유명했던 친구다) Andreas 가 이끄는 음악적 욕구를 가장 잘 뒷받침 해 주는 스피드-에너지-다이내믹함을 고루 갖춘 “완벽에 가까운 드러머” 이기도 하기에 말이다. Eloy 의 예상외의 엄청난 실력발휘, 탈퇴 이후 실력과 센스가 급격히 떨어진 Igor 의 아쉬움을 비교 해 보는것도 이 앨범의 또 하나의 재미진 포인트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The Mediator Between Head And Hands Must Be The Heart 는 완벽한 앨범이다. Max Cavalera 라는 “Sepultura 의 음악 지분 2/3 을 지닌 사나이” 에 대한 악령을 완벽히 걷어 낸 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Beneath The Remains, Arise, Roots 와 같은 명작들의 바이브를 다시 살려내면서도, 새로운 Sepultura 이 정점을 보여주며 진정한 의미의, 최고의 복수극을 선사하는데 있어서 쾌거를 달성하기 때문이다. 두 밴드를 비교하는 저울에 이 앨범이 무게추로 추가 되는 순간, 게임은 또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게 된다. 아직 Max 의 추종자들은 많다. 허나 거의 비슷한 시기에 Soulfly 의 이름으로 앨범을 내어 비교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은 Max 는 음악적으로 뒤쳐지게 되었음을 아니 인정하기 힘들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가? 무언가를 알아 차렸던 것일까? 그는 이 앨범 발매 이전부터, Dante XXI 와 A-Lex 앨범 발표 당시에 꽤나 보기에 치졸한 Sepultura 깎아 내리기를 인터뷰를 이용하여 시전했다. 또한 “한수 접고 나에게 연락해서 같이 하자고 부탁해라” 라는 투의 리유니언 변화구 발언도 했었다. 그러나 Andreas 는 “예전의 크기로의 밴드로 돌아 갈 수 없어도 지금 우리가 원하는 음악을 마음껏 할 수 있는 Sepultura 에 만족한다” 라고 발언했다. 그 당시가 몇년전이었고, 누구나 그를 비웃고 아쉬워 했다. 이는 재고 되어야만 한다. Sepultura 의 신작 The Mediator Between Head And Hands Must Be The Heart 그 발언이 객기가 아닌 현실임을 아주 처절하게 들려주기 때문이다. 밴드를 좌지우지 하는 아이콘을 잃어 버리고 성공한 밴드의 경우는 매우 적다. 특히 음악적인 퀄리티를 따지는 부분에서 말이다. 허나 Sepultura 는 그 세상의 편견을 개박살 내고야 말았다. 그 정도의 거대한 개념을 박살낸 명반급이다. The Mediator Between Head And Hands Must Be The Heart 라는 앨범은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Max 가 졌다. 확실하게 말이다.

- Mike Villain


The Vatic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