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town Killer #03] Naty – Long Time No See (Stomp Music/EMI, 2006)

[Hometown Killer #03] Naty – Long Time No See (Stomp Music/EMI, 2006)

시원스럽게 말하자면 Naty 가 발표한 첫 풀렝스 앨범인 본작은 반갑다기 보다는 “왜?” 라는 의미가 강하게 다가오는 앨범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Naty 는 1986년에 결성 Crash, Turbo 와 함께 1세대 한국 쓰래셔로 활동 했지만, 컴필레이션 앨범 Friday Afternoon 3 (1990) 에 한곡 참여 했을뿐, 단 한장의 풀렝스 조차 낸 적이 없었고, 앨범이 발표되던 2006에는 “이미 80년대 메탈 선구자들의 멸종” 이 완벽하게 행해진지 오랜 시기였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원년 멤버의 라인업도 아니었다. 베이시스트 허준석과 드러머 김태수만이 오리지널이었고, 새 멤버로 Turbo 출신의 보컬/기타리스트 김상수, Crash 출신의 기타리스트 윤두병이 가세한 형태였는데, 이는 냉정하게 말해서 “주객전도 구성” 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막말로 메탈 동창회 그 이상의 그 이하의 의미도 없었다. 하지만 놀라운 일이 터지고야 말았는데, 그 이유는 이러한 전혀 기대 안되는 상황에서 발표 된 첫 앨범 Long Time No See 는 한국 메탈, 아니 한국 헤비니스 역사상 가장 놀라운 퀄리티를 자랑하고야 말았기 때문이다.

Long Time No See 은 다양한 호평을 내릴 수 밖에 없는, 매우 대단한 것들과 놀라운 것들로 가득찬 앨범이다. 먼저 못박고서 이야기 하고 싶은건 이 앨범은 그저 “80년대 메탈 추억팔이” 가 아니라는 점이다. 쓰래쉬 메탈러로 알려진 Naty 는 이 앨범을 통해 쓰래쉬 메탈 그 이상의 음악을 들려주며, 더 나아가 “80년대 메탈 형님의 이미지를 지워라” 라고 청자에게 끊임없이 강요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이 앨범은 80년대 메탈 올드비들이 구사 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모던한 헤비니스 감각이 펑펑 터지는 앨범이다. 2006년 부터 새롭게 시작된 Naty 의 음악적 중심축은 뉴메탈/모던 헤비니스라고 간단히 정의 할 수 있다. 저음의 헤비톤, 쉴 새 없이 바운스를 타는 리듬, 멜로디 보다는 리프에 치중하는 모습은 그렇게 정의 내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앨범은 뉴메탈/모던 헤비니스 그 이상이기도 하다. 전직 메탈 형님들 다운 뛰어난 메탈 브레이크다운 감각과 그를 기반으로 한 뛰어난 메탈 리프, 자주는 선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적재적소에서 멋지게 작렬되고 있는 솔로잉에서 비롯되는 본격적 메탈 본능도 있고, Led Zepellin 이나 Black Sabbath 와 같은 헤비-올드락적인 레트로함, Alice In Chains 와 일맥상통하는 90년대식 얼트/헤비 하드락적인 아우라까지 골고루 보여준다. 60년대부터 2000년대 까지의 헤비락 집대성으로 이야기 해도 될 정도로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하고, 섭렵하고, 구사 해 내는데 너무나도 능수능란하며, 빠르고 공격적인 템포의 곡들로 끝내지 않고 미드 템포의 느슨한 스타일은 물론이거나와, 멜로디컬한 리프와 보컬을 앞세운 슬로우 템포의 파워 발라드까지 시도하는 등 곡의 스타일 까지도 다양하게 구비하며 더더욱 헤비락 토탈 패키지적인 아우라를 진하게 리드한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 낸 결과물들이 90-2000년대의 미국 모던 헤비니스의 그것을 능가 한다는 점은 너무나도 경악 스럽다. 센스 넘치는 헤비 리듬을 자랑하기는 했지만, 헤비한 음악 특유의 마이너리티들을 위한 사운드라기 보다 그렇게 어필하면서 보통 사람들에게 어필하며 세일즈 포인트에 매진하여 “가짜 메탈” 의 오명을 뒤집어 썼던 뉴메탈/모던 헤비니스는 제대로 된 메탈적 마이너리티 사운드요소를 폭발 시킨 Slipknot, Mudvayne, System Of A Down 과 같은 밴드들의 등장과 메탈러들의 호응이 있었지 아니한가? Naty 는 그러한 호응을 유도 해 냈던 유명 밴드들의 센스보다 더 앞서 있다고 단언 할 수 있을 정도로 차원이 다른 퀄리티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앞서서 말한 60-2000년대 까지의 헤비니스 코드 및 스타일의 완전 정복, 뛰어난 작곡 능력, 메탈/헤비니스 음악의 한계를 넘어선 스타일의 다양화에서 비롯되는 대단함은 서구권의 아이콘들과 견주어서 그 이상이면 이상이지, 절대 이하는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대단함은 나타날 수 밖에 없었다. Naty 는 그저 풀렝스 앨범을 내지 않았을 뿐이지, 90년대 초반부터 계속 밴드를 갈고 닦아왔었던 준비 된 팀이었다. 메탈러들의 얼터너티브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강했던 그 시기에 Naty 는 얼터너티브 곡 카피에도 열심이었고, 그와 더불어서 올드락 넘버들에 대한 카피도 꾸준히 해 오던 밴드로도 유명했다. 그저 앨범이 나오지 않았을 뿐이다. 꽤 오랜 시간동안 행해 온 새로운 것에 대한 탐구, 뿌리에 대한 재인식 과정이 없었다면 이 앨범의 놀라운 퀄리티는 전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레코딩 퀄리티에 대해서도 임팩트한 족적을 남겼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이 앨범은 미국의 Teresa Bustillo The Mastering Lab 쪽에 의뢰하여 마스터링을 맏겼는데, 그러한 자본과 노력의 투자에 합당한 하이 퀄리티 사운드로 귀결 되었고, 이는 한국 메탈 및 모든 헤비니스 역사에 있어서 다섯 손가락에 꼽힐만큼의 놀라운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 뛰어난 사운드 마스터링은 앞서 설명 한 바 있는 모던한 헤비 사운드의 추구, 60-2000년 까지의 헤비 사운드 특징의 집대성이라는 이 앨범의 특징을 더욱 더 제대로 돋보이는 촉매제로도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다. 게다가 마스터링을 맏긴 미국측으로부터 굉장한 앨범이며 꼭 한장 소장하고프다는 코멘트까지 얻었다는 점 역시 추가되면 이 앨범의 완벽성은 더더욱 깊어진다고 할 수 있다. 립서비스가 포함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하지 않는것이 좋을듯 하다. 왜냐고? 앞서서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던가? 헤비 사운드의 시대적/스타일적 집대성을 제대로 해 낸 이들만의 높은 음악적 퀄리티가 있으니까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앨범은 그저 왕형님의 컴백 정도의 레벨의 물건이 절대 아니다. 놀라울 정도로 그렇게 포장되어 있다. 절대 그러선 안된다. 이 앨범은 세계의 기라성 같은 밴드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아니 오히려 그들을 적당히 능가하는 대단함을 보여주는 모던 헤비니스/밀레니엄 메탈 아이콘 앨범인 동시에 한국 메탈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모던함을 시도하고 완벽하게 완성 시킨 초절정 쾌작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결과적으로 한국이란 시장을 넘지 못했고, 메탈 왕형님의 컴백작 이상의 평가를 얻지 못했다. 이는 30여년의 한국 메탈 평론의 가장 치욕스런 오류라고 밖에 표현을 할 수 밖에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앨범은 세계적 레벨이다. 파격적인 모던함, 그와 반대되는 뛰어난 메탈-하드락 클래식에 대한 존경어린 복습, 뛰어난 레벨의 레코딩 결과물, 그리고 이 모든것을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구현 해 낸 뛰어난 밸런스까지… 이 앨범은 쾌거 그 자체이다. 그걸 잊어서는 아니 될 듯 하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Naty 는 이러한 대단함을 조용하지만 부지런히 이어나가고 있기 떄문이다. 2번째 앨범 Pride (2011) 에서도 이 앨범을 잇는 대단함을 또 한번 보여주는데 성공했고, 수는 적지만 존재감 넘치는 라이브 무대 역시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메탈 역사상 가장 높은 퀄리티의 쾌거는 현재 진행중이다.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이들에게 덤벼들여만 한다. 그게 정당할 지어다.

- Mike Vill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