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gin’ The Grave #02] A – Hi-Fi Serious (London, 2002)

[Diggin’ The Grave #02] A – Hi-Fi Serious (London, 2002)

Oasis, Blur, Radiohead, Manic Street Preachers 등등등으로 대표되는 “브릿팝 시대” 인 90년대 중반에 A 라는 밴드는 데뷔했다. 밴드는 2번째 앨범인 ‘A’ vs. Monkey Kong (1999) 로 본격적인 인기가도를 달리기 시작하며 성장하기 시작 했는데, 이는 그때나 지금이나 매우 놀라운 것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A 는 브릿팝/모던락 스타일의 음악을 연주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팝펑크라는 미국식 음악을 구사했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브리티쉬 인베이전” 이라고 영/미 모두가 호들갑이고 떨던 그 시대에 말이다. 더욱 놀랍고 재미난 사실은 2번째 앨범인 ‘A’ vs. Monkey Kong 의 성공가도를 중심으로 “미국 시장의 러브콜” 이라는 좋은 해외 진출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세번째 앨범 Hi-Fi Serious (2002) 이 발표 되었고, 밴드는 음악적인 성공은 물론이거니와, 상업적인 성공까지 거두는데 성공했고, 나름 영국 락 역사에 있어서 의미있는 족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그렇다. 오늘 이야기 할 앨범이 Hi-Fi Serious 다.

A 는 팝펑크를 구사하는 팀이었지만, 미 서부 하드코어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받은 캐치한 하드코어 펑크적인 의미의 팝펑크를 구사하지 않았다. Bad Religion, NOFX, No Use For A Name 과 같은 순혈파는 아니라는 의미다. 오히려 이들은 90년내 중후반에 메이저 레이블들의 전폭적인 지지라는 꼼수로 성장한 펑크를 가장한 팝락/아이돌 밴드인 Sum 41, Simple Plan 쪽에 가까웠다. 하지만 A 는 절대 우습게 볼 밴드는 아니었는데, 그도 그럴것이 대중적 팝락 노선에 크게 신경쓰고 있지만 메이저 기획상품형 팝펑크 밴드들과는 다른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장르는 아니겠지만 The Who, The Kinks, The Beach Boys 의 심플하고 뛰어난 작곡력과 연주 센스의 밴드 음악 제조의 노하우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어 나가는 범상찮은 친구들이었고, Faith No More 의 팝펑크적/90 팝락적 응용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모던한 기법의 감각 역시 만만찮게 가지고 있는 밴드이기도 했다. “팝펑크 대중화의 가장 모범이 되는 예” 라던지 “고전 기타팝의 모던하고 기분좋은 비틀기” 로 이야기 하는것이 A 에 대한 가장 좋은 설명이 될 것이다. 이러한 특징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기 시작한 두번째 앨범 ‘A’ vs. Monkey Kong 는 그러한 특징을 십분 발휘하기 시작한 앨범이었고, 매우 자연스럽게 자국내 성공과 미국의 러브콜을 달성하기에 이르렀다.

Hi-Fi Serious 라는 앨범은 성공이라는 명제에 어울리는 마지막 한방이 되는 이들의 최고작이다. 이들은 매우 다양한 강점을 보여준다. 정통 팝펑크/스케잇 펑크는 아니지만, 그러한 사운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깔끔한 멜로디와 적절한 에너지와 질주감의 펑크 기타팝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고, 그와 동시에 스타일이 모던하기는 하지만기타팝 황금 시대인 5-60년대 특유의 뛰어난 보컬라인과 기타 리프 제조 센스의 수월함과 조화력의 강점 또한 보여준다. 90년대 중반을 대표하는 뉴메탈/모던 헤비니스적인 헤비-그루브 역시 만만찮게 뿜어내고 있고, 신디사이저/프로그래밍 역시 적절하게 추가하며 심플한 기타팝 뼈대와는 다른, 괴상한 센스에 대한 욕망도 만만찮게 드러내기도 한다. 그리고 꽤나 다양하고 난잡하게 벌여 놓은 음악적 스타일, 시대상, 사운드적 기법의 특징을 너무나도 뛰어나게 정리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놀라운 부분이다. 팝펑크, 기타팝, 모던 헤비니스, 샘플링/프로그래밍이 어울리는 이런저런 장르/스타일… 이러한 것들을 자유자재로 하나 하나 다루는 것도 매우 놀랍지만, 한곡 한곡에 뛰어난 배치감각으로 집어 넣고 조화 시키는 감각 역시 꽤나 놀라웁다. 모든 트랙들이 그러한 강점을 보여준다. 더욱 재미난 점은 수많은 음악적 스타일/코드들이 한곡 한곡의 뼈대를 뒤 흔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수많인 스타일이 작렬하지만, 한곡 한곡의 흐름만큼은 확실하다. 팝펑크면 팝펑크, 기타팝이면 기타팝, 뉴메탈이면 뉴메탈… 그렇게 확실한 흐름으로 가는 가운데, 그 안에 다양한 음악적 스타일을 넣고 조화 시킨다는 것이다. 이 역시 눈여겨 볼 만 한데, 밴드가 매우 뛰어난 하이브리드 사운드라는 동시에, 절대로 난잡하지 않은 사운드의 체계적인 팝펑크-팝락 밴드로의 이미지를 동시에 제대로 모두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음악적 교통정리는 이 밴드와 이 앨범의 가장 뛰어난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그 정도로 수많은 스타일을 나열하고 정리하는 감각과 재능은 너무나도 뛰어나다.

이 뛰어난 펑크-하이브리드 헤비 기타팝 앨범은 뛰어난 호평과 상업적 성공을 거둘 수 밖에 없는 요소가 다분했고, 정당한 보상을 받는 데에도 성공했다. 대대적인 힛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앨범은 자국인 영국에서 18위까지 오르며 상업적 힛트의 본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고, 팝펑크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예상외로 펑크 언론과 커뮤니티 사이트 사이에서 호평을 받는데에도 성공했다. 또한 일본의 다양한 락/메탈/펑크 언론들에게 상당한 호평과 상당한 힛트를 기록하며 Alister, Zebrahead 에 이은 일본내에서 컬트적으로 인기 있는 팝펑크 밴드로의 위치에 도달했고, 일본 시장 한정 라이브 EP 인 Rockin’ Like Dokken (2001) 이 따로 발매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거기 까지였다. 단순한 펑크적 팝락 밴드로 보이지만, 다양한 매니아적 관점에서 대단한 음악적인 무언가를 보여 준 바 있는 이 밴드는 차기작 Teen Dance Ordinance (2005) 에서 승부수를 띄웠고, 음악적으로 또 한번 발전한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더 이상 커지지 못하는 상업적 결과와 핵심 멤버들의 이탈로 해산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앨범 Hi-Fi Serious 는 브릿팝의 음악적 몰락과 영국 언론들의 과도한 뻥튀기 호평, 그와 맞춰서 등장했고, 그에 대한 반감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반-브릿팝 스타일의 밴드들 (Lostprophets 부터 현재의 Gallows 까지의 그것!) 의 랜드마크 앨범으로 지금까지도 꽤나 불려다니고 있는 중이다. 특히 이러한 반-브릿팝/미국식 헤비니스 사운드의 흐름이 이제는 영국 락 음악의 부정 할 수 없는 한 페이지로 장식 되고야 말았다는 점에서, 미국식 팝락 제조방식 및 스트레이트-헤비함-하이브리드 공식을 지닌 이 앨범의 가치는 높다고 밖에 할 수 없지 않던가? 게다가 밴드의 브레인급 멤버이자 보컬리스트 Jason Perry 는 A 에서 갈고 닦은 프로듀스 실력을 훗날 반-브릿팝 스타일의 밴드들의 프로듀서로 활약하며 또 다른 의미의 교두보를 닦기도 했다. 이 점도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말 정말 놀라웁고 개같은 점은 이 앨범이 국내에 발매 되었다는 점이다. 발매 되었는데 자랑스럽지 않고 개같다라…? 왜냐고? 그저 발매 되고 방치 되었기 때문이다. 이 앨범엔 그 당시에 그렇게 흔하던 해설지 한장 첨부되지 않았고, Hot Music 을 통한 한 페이지의 소개를 제외하고선 한 차례도 음악 언론의 “언급조차”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조금 지각 발매 되었는데, 그때는 이미 영국 싱글차트에서 앨범 수록곡들이 힘을 얻고 있었고, 미국에서도 이런저런 메이저급 펑크 언론을 통해서 의외의 호평적 이야기와 리뷰가 나오고 있었었다. 해외에서나 있을법한 이야기인 “발매 후 홍보 완전포기” 가 한국에서도 무시무시하게 일어 나다니… 눈물이 아니 날 수가 없다. 이렇게 호들갑을 떨어 댈 정도다. Hi-Fi Serious 는 그러한 앨범이다. 상업적 팝펑크지만 뛰어나며, 팝펑크를 넘어선 기타팝적인 재능과 하이브리드 락 사운드로의 번뜩임, 그리고 “90-2000년대 영국 락 음악=브릿팝” 이라는 공식을 작살 낸 멋진 교두보이자 텍스쳐로 최강의 멋짐을 보여 주는데 성공한 매우 중요한 앨범인 것이다. 더 이상의 충고는 필요 없을듯 하다. 문제는? 뭐긴 뭐겠는가. 재고겠지. 어서 당신의 인터넷 음반 재고 파악 및 구매 기능을 발휘하라.

- Mike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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