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shbone – Truth And Soul (Columbia, 1988)

Fishbone – Truth And Soul (Columbia, 1988)

Fishbone 은 현재 들어서 거의 언급되지 않은 밴드이기는 하지만, 80년대에 이들의 사운드를 경험 한 사람들이라면 그들이 대단한 밴드이자, 락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밴드들 중 하나라는 말을 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다. Fishbone 이라는 밴드는 그만큼 대단한 음악과 사회적 파급효과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Sly And The Family Stone, Funkadelic, (재즈-락 퓨전을 시도하던 시기의) Miles Davis, The Isley Brothers, Curtis Mayfield, Isaac Hayes, Bob Marley And The Wailers 와 같은 밴드 형태의 R&B, 소울, 훵크, 사이키델릭, 레게 등 모든 흑인 밴드 음악의 모든것을 총괄하는 가운데, 다양한 흑인 음악의 요소들을 얼마나 신선하게 뒤틀어 댈 것인가에 온 힘을 쏟아 부었던 괴짜 집단이었고, 그와 끈한 라이브를 보장하던 티 몬스터였다. Red Hot Chilli Peppers, No Doubt, Faith No More, Primus 와 같은 훵크 메탈/하이브리드 락 밴드들의 원조이자 선배였으며, 그런 밴드들의 입에서 “Fishbone 이 하는 독창성 넘치는 음악,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배우려 많이 노력했다” 하는 말을 내 뱉게끔 만들기도 했다는 점에서도 이들이 보통 밴드가 아님을 눈치 챌 수 있다. 또한 80년대에 유난 했던 아프로-아메리칸들의 뿌리 찾기와 그에 걸맞는 음악적 표출 중 하나인 흑인 음악의 역사를 근거로 한 펑크-하드코어-메탈 하이브리드 사운드로의 파격적 시도 (얼터너티브 락의 대명사로도 이야기 할 수 있겠지요!) 를 통한 흑인의 정체성 표출이 있었는데, 그런 흐름을 주도한 대표 밴드들인 Bad Brains, Living Colour, 24-7 Spyz 와 같은 밴드들과 함께 멋진 행보를 남기기도 했다는 점도 중요 하겠다..

이러한 명성을 만들어 낸 최초이자 최고의 원동력은 2번째 풀렝스 앨범인 Truth And Soul 이다. 1979년에 중학교 스쿨 밴드로 결성하여 훵크와 레게를 연습하던 Fishbone 은 셀프 타이틀 데뷔 EP Fishbone (1985), 첫번째 풀렝스 앨범인 In Your Face (1986) 을 통해서 차근 차근히 흑인 밴드 음악의 멋진 유산을 하나 하나 섭렵하기 시작했고, 그런 고전들을 완벽하게 이해 및 구사가 가능하고 자신들의 개성 역시 소신껏 껴 넣을 수 있을 시기가 되자 야심찬 레코딩에 들어가는데 이것이 바로 Truth And Soul 의 시작이었다. 그 시점을 기점으로 밴드는 훵크, 재즈-락 퓨전, 레게, 소울, R&B 등 다양한 흑인 밴드음악을 자유자재로 구사 할 수 있었지만, 그것만에 만족하지 않고 흑인 밴드 음악 역사상 처음이라고 할 수 있는 하드락/펑크/메탈적인 다이내믹한 사운드의 도입까지도 시도하는 화끈한 결정을 내렸다. 결과는 전통적이면서도 파격적인 현대적/미래적 흑인 밴드 음악이 탄생 되었다. 5-70년대의 다양한 흑인 음악 장르들의 요소들이 한방에 뒤섞인 토탈 하이브리드로도 작렬하기도 하고, 각기 다른 장르 조각들이 독특한 패턴으로 재미지게 배열되며 흑인 음악 역사를 한곡에 해결되는 총결상 무대를 보여주기도 하며, 펑크/하드락/메탈의 에너지를 얻어 지금까지의 흑인 음악과 다른 느낌의 파워풀한 캐릭터성을 선보이는 등의 다양함은 물론이거니와 헤비, 스트레이트, 훵키, 그루브, 댄서블, 소울풀, 무드 넘치는 등등등등… 지금까지의 흑인 음악 및 앞으로의 흑인 음악이 보여줘야 할 모든 분위기 역시 모두 다 보여주는 괴력까지 보여준다. 거기에 진지함과 광기가 교차하는 보컬, 흑인적 밴드 음악과 백인적 밴드 음악의 특징이 마구 교차하는 가운데 (당시에 기준으로) 파격적이고 화려한 플레이 테크닉을 펼치는 기타/베이스/드럼 파트, 다양한 분위기를 더더욱 고조 시키는 브라스 섹션과 키보드, 그 당시에 그 어떤 장르 음악에도 사용하면 꽤나 파격적이었던 다양한 샘플링 기법 등 연주적 요소의 개성과 테크닉 역시 굉장했다. 거기에 정통성과 컬트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밴드색 다운 괴상한 패션 감각과 비주얼, 이를 바탕으로 한 화려/현란 하고도 과감/광기/엽기적인 퍼포먼스, 그리고 핵전쟁-인종차별-파시즘-바닥 인생의 고뇌와 폭력을 다룬 현실 등 진지하고도 시원스런 메시지 표출까지 더해지면 이들의 캐릭터는 정말 기절초풍한 레벨임의 괴수가 등장 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업적은 흑인들이 락 음악에 관심을, 백인들이 흑인 음악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심은 두 상반된 음악적/사회적 위치의 인종들을 공연장에서 뭉쳐져 신나게 놀게 만들며 80년대적인 음악 문화적인 융합을 해 내는데 성공했는데, 이는 그 당시 관점으로 보면 굉장한 대사건 그 자체였이다. 이 앨범이 나온 80년대 중반은 백인이 랩/힙합에 적응하기엔 너무나 흑인들만의 것이었고, 락 음악 역시 펑크-하드코어-스래쉬-글램메탈 등 과도하게 백인적으로 나아가던 시기였다. Truth And Soul 은 흑백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시작되던 음악적 갈등을 한번에 좁히는 앨범이었고, 무엇보다 그들을 공연장에 불러와서 서로 즐겁게 부대끼게 만든 점은 이들이 남긴 최고의 유산이 아닌가 싶다. (이들의 성공과 몰락, 재기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Everyday Sunshine: The Story Of Fishbone 의 예고편에서의 첫 나레이션 “Fishbone 은 흑인들에게 슬램 댄스를, 펑크에다가 훵크를 안겨 준 그룹이다.” 을 언급 해 주면 그게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Fishbone 의 라이브를 감명 깊게 본 인물들이 훗날 현대적 하이브리드 락 사운드의 이정표인 Red Hot Chilli Peppers, No Doubt 과 같은 기라성 같은 밴드를 결성하게 된다는 점 또한 의미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다양한 음악적/문화적 파급력을 끼친 앨범이 바로 Truth And Soul 이다.

Truth And Soul 의 놀라운 음악적 파격성과 화제에도 불구하고 밴드는 놀라울 정도로 90-2000년대 들어서 이름조차 남기기 힘든 위치까지 떨어지게 된다. Truth And Soul 은 굉장히 파격적이면서도 뛰어난 능력을 담았던 작품이었고, 그에 합당한 적절한 힛트를 기록한다. 메이저씬을 초토화 시키는 레벨까진 아니더라도 분명 그들은 언더그라운드의 유명 인사이자, 얼터너티브 1세대 중에서 탑 페이스로써 맹활약을 했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Truth And Soul 은 성공으로 가는 매우 멋진 인트로 였다. 이들에게는 그저 좀 더 앨범 활동을 이어가며 추종자들을 늘리기만 하면 되는 쉬운 미션만이 남아 있었다. Fishbone 은 입소문이 굉장한 밴드였다. 나날히 팬이 늘어갔고, 메이저에서의 성공은 그저 시간 문제였다. 하지만 원년 기타리스트 Kendall Jones 의 어린 시절부터 존재한 애정 결핍으로 인한 정신병적 증세의 심화, 그로 인한 밴드 멤버간의 다툼과 탈퇴는 더욱 더 밴드를 안 좋은 상황에 몰고 갔다. 기타리스트 Kendall 과 키보디스트 Christopher Dowd 가 차례로 나갔고, Truth And Soul 이후의 괜찮은 앨범들은 탈퇴로 인한 어수선함으로 투어를 제대로 하지 못해 상승세를 타지 못하는 결과로도 이어진다. 그게 끝이었다. 메인스트림의 관심을 얻어서 앞으로 잘 해 나가야 할 시점이 최고의 전성기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결국 밴드는 Truth And Soul 이후 음악적으로나, 밴드 분위기로나, 상업적으로나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하지만 Truth And Soul 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빛을 내며 존재한다. 그것도 이 앨범이 발표 된 이후의 모든 흑인 밴드 음악, 하이브리드 락/메탈 앨범들을 가볍게 즈려 밞을 정도의 음악적 압도함을 가지고서 말이다. Fishbone 보다 더 인기 있는 흑백 하이브리드 사운드, 흑인 밴드 음악은 존재 하겠지만, 더 뛰어난 모습을 보여 준 이들은 없다. 음악적인 과감함, 번뜩이는 센스, 뛰어난 연주 테크닉, 광기의 스테이지, 괴이 하지만 그 어떤 밴드보다 더 임팩트한 비주얼 등 모든 부분에서 말이다. 그 원동력과 증거로 Truth And Soul 가 존재한다. Truth And Soul 는 당분간, 그리고 아마도 영원히 깨어지지 않을 끝판왕 같은 앨범임에 틀림이 없다. 이상할 정도로 위상이 영 아닌 Fishbone 이지만, 흑백 하이브리드와 흑인 밴드 음악, 흑인 음악 전반에 관심이 있다면 이 앨범의 구입과 감상, 즐김과 숙지는 반드시 이뤄져야만 할 것이다. 2012년에 리뷰해도 전혀 이상 할 것이 없는, 오히려 재조명이 너무 안 되어서 해야만 하는, 그런 앨범이다.

- Mike Villain


Freddie’s D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