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ackest #04] Lifetime – Jersey’s Best Dancers (Jade Tree, 1997)

[The Blackest #04] Lifetime – Jersey’s Best Dancers (Jade Tree, 1997)

펑크/하드코어, 그리고 감성적인 코드의 모든것의 조화는 말도 안되는 일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90-2000년대의 수많은 펑크/하드코어 중에서 의외로 큰 비중으로 그러한 조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 아무도 이런 이율배반적인 행동에 태클을 걸지 않느다는 점, 진지한 분위기로 음악적/애티투드적인 평가와 토론을 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시도는 매우 당연하게 비춰지고 있다. 심지어 “멜로딕 하드코어” 라는 애매모호한 카데고리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서브장르 특별화적인 흐름도 있고, 역사도 꽤나 오래 되었다. 왜 거친 언더그라운드 락 음악의 대명사인 펑크/하드코어가 그렇게 변한 것일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대단한 설득력의 계기 말이다. 그 계기를 마련한 밴드는 의외로 많은 편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확실한 이정표를 찍은 밴드가 하나 있다. Lifetime 이다.

Lifetime 은 90-2000년대에 나름 멋진 획을 그었던 하드코어 밴드인 Kid Dynamite 의 기타리스트인 Dan Yemin 과 Enuf 출신의 보컬리스트 Ari Katz 가 주축이 되어 일종의 “프로젝트 밴드” 로 1990년에 결성한 밴드였다. 밴드는 1993년에 데뷔 풀렝스 Background 를 발표했고, 그 뒤를 이어서 Hello Bastard (1995) 와 Jersey’s Best Dancers (1997) 를 발표했고, 1997년에 밴드를 해산했고 다시 Kid Dynamite 활동과 현대적인 감각으로 올드스쿨 하드코어 펑크를 부활 시켰다는 평가를 얻은 또 하나의 리빙 레전드 Paint It Black 를 결성하고 멋진 활동을 남겼다. 그게 다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매우 심플한 3장의 앨범활동이 펑크/하드코어 역사상 절대 빠질 수 없는 위대한 한 순간으로 기억 되었다는 점이다. 그럴수 밖에 없는 이유중에 가장 확실한 물건은 이들의 3번째 앨범인 Jersey’s Best Dancers 이다.

밴드는 데뷔작 Background 부터 꽤나 재미지고 짜릿한 위험성이 있는 음악적 도전을 행했다. 그 앨범을 통해서 밴드는 하드코어펑크가 화끈하고 화려하게 점화/연소/폭발을 하기 위해서는 좋게 말해서 심플하게, 나쁘게 말하자면 구성미에 침을 뱉는 행위를 해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하나 둘 부수기 시작했다. 밴드는 듣는 순간 하드코어 펑크라는 생각이 확 오게 만드는 빠른 드럼비트를 쉴 새 없이 두드려대고, 쉴 새 없는 다운피킹을 통해 탄생되는 스피드를 쉴 새 없이 추구했지만, 도입-후렴-솔로까지는 뭐하지만 적절한 멜로디컬한 기타 애드립이라는 기타팝적 요소에 대해 강한 집착을 보였다. 이는 자연스러웠다. 밴드는 하드코어 펑크의 뿌리에서 태어난 기타팝 밴드라 할 수 있는 Husker Du 의 강한 팬이었고, 그러한 사운드를 자신들의 스타일로 만들어 보고 싶어 했는데 그것이 구체화 시킨것이 Lifetime 이었기 때문이었다. 밴드는 과감하되 서두르지 않았다. 데뷔작부터 착실히 들어보면 알 수 있다. 하드코어 펑크의 스피드와 에너지를 그대로 살리고, 기타팝적인 요소의 도입과 조화의 강도는 몸을 풀듯이 살살 추구했고, 앨범의 장수를 하나하나 올리면서 기타팝적인 요소의 비중과 하드코어 펑크와의 믹스와 그로 인한 음악적 화학반응으로 인한 독창적인 변화 역시 강화하기 시작했다. 3번째 앨범인 Jersey’s Best Dancers 는 그러한 떡밥강화의 라지에타가 터진 순간이었다.

Jersey’s Best Dancers 는 혁신적인 음악성을 지닌 음반은 아니다. 하지만 이질감 넘치는 두가지 스타일/장르를 너무나도 놀라운 레벨로 믹스 시켰다는 스타일적 관심에서는 90점 이상을 받고도 남는 대단한 앨범이다. 하드코어 펑크의 끗발 날리는 스피드와 에너지, 그리고 변하지 않는 기타팝의 진리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충분히 잡아 낸다는 사실 하나로 말이다. 심플하게 봐도, 심오하게 들여다 봐도 놀라운 것들 투성이다. 펑크적 질주감의 기타/드럼의 배경에 분노적인 구토(?) 가 아닌 멜로디어스한 흥얼거림이 보컬을 얹는다는 점, 그리고 그 두가지가 서로 각기 다른 세계를 구축하면서도 둘도 없는 단짝처럼 놀라운 앙상블을 이뤄 낸다는 점이 귀에 확 들어오는 부분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아서 놀라운 점은 질주감을 바탕으로 한 기타 리프로만 상당한 멜로디어스한 느낌을 자아낸는 점이다. 거기에 약간의 보컬 화음이 첨가되면 더욱 더 그러한 느낌이 살아나며, 하드코어 펑크에 있어서는 안되지만 막상 들어보면 말문이 막힐 정도로 기막히게 어울리는 감성적인 코드의 정당한 구축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감성적 부분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슬로우 템포곡의 적절한 구사와 배치는 더욱 더 Lifetime 이 노리고 있는 하드코어 펑크의 무모하지만 그럴싸한 멜로디어스한 변화 & 기타팝화의 완성에 있어서 심오함을 더해간다. 가사 역시 눈여겨 볼 부분이다. 1차원적인 사회에 대한 분노와 그를 극복하기 위한 자신의 다짐을 구토 해 내던 하드코어 펑크의 메시지가 좀 더 감성적이고 내면적인 진지한 성찰로 멋지게 변화하고 있고, 적잖은 양의 러브스토리 추구 역시 놀랍다. 하지만 이러한 메시지의 파격성도 음악적인 파격성 만큼이나 이상하지만 문제가 없다. 왜냐고? 캐치하지만 펑크적인 부분의 강한 사운드적인 어필 만큼이나, 메시지 역시 감성적이지만 펑크와 일맥상통하는 진지함을 충분히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앨범의 진정 위대한 점은 앞으로의 20여년간의 하드코어 펑크의 판도를 좌지우지 해 버렸고 지금도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앨범에서 완벽하게 구사된 하드코어 펑크의 에너지와 감성이 넘치는 멜로디어한 코드의 완벽조화는 아예 “멜로딕 하드코어” 라는 장르를 탄생하게 했고, 더 나아가 수많은 후배 하드코어 밴드들이 격한 사운드에 감성과 멜로디를 망설이 없게, 음악적/애티투드적으로 이상하지 않게 시도하고 다듬어 갈 수 있는 계기이자 참고서적인 위치로 맹활약 하기에 이르른다. 게다가 강한 감성적 코드의 사운드와 메시지는 본격적이고도 직접적으로 이모 사운드에 엄청난 인플런스를 주게 되었다. 특히 이 부분은 이모라는 카데고리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Lifetime 은 일종의 신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의 하자면? “90-2000년대에 감성적 멜로디를 지닌 펑크/하드코어 밴드들은 Lifetime 에게 엄청난 빚을 지었다” 라는 것이다. 이는 그 누구도 부정 할 수 없는 부분이다. New Found Glory, Jimmy Eat World, Midtown, Taking Back Sunday, Comeback Kid, Propagandhi, Set Your Goals, Fall Out Boy, Paramore, Rise Against 등 수많은 밴드들에게서 발견된다. (그리고 그러한 밴드들이 직접 커버를 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심지어 이들과 거리가 꽤나 멀지 않나 싶었던 아이돌적인 펑크밴드 Fall Out Boy 의 아이돌적 아이덴티티 부여의 주동자 Peter Wentz 는 Lifetime 의 2006년 재결성에 대해서 가장 큰 존경의 리액션을 보이지 않았던가? (그의 아이돌 펑크적 레이블 Decaydance 에서 재결성 앨범이 나왔다!) Lifetime 은 틴에이저 펑크의 진정한 텍스쳐로도 위대한(?) 위치를 지닌다고도 말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 역시 틀린말은 아니다. 왜냐면 그러한 밴드들 모두가 Lifetime 을 듣고 자랐으니까, 그리고 그것을 자양분으로 음악 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정도 이야기 해 드린다면 왜 내가 서문에 이 다소 괴상한 펑크 애티투드 망치는 집단이 왜 “레전드” 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들이 만들어 낸 의아 하지만 대단한 긍정적 매력의 하드코어는 음악적인 부분에서 일종의 긍정적인 혁신이었고, 그러한 혁신을 바탕으로 시작 된 펑크의 대중화와 90-2000년대 10-20대 문화화 (꽤나 10대가 지멋대로 뒤틀어 댔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이들을 기점으로 수많은 후배 밴드들이 하드코어 펑크가 감성적이며 격정적인 코드로 대단하고도 다양한 긍정적 변화를 거쳤다는 점, 그리고 이것이 지금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있는데 아니 대단 할리가 있을까나? 그 누구도 부정 할 수 없는 펑크 역사의 중요한 순간이자, 90년대 최고의 펑크 마스터피스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서 90년대 펑크 열풍 중에서 한국의 음악 언론들이 가장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들의 발자국을 되새겨 보자. 반드시 그래야만 옳다. 이들의 광범위한 영향력은 2013년에도 유효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Jersey’s Best Dancers 의 유산을 뼈대로 한 펑크 음악이 쉴 새 없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라는 말로 마무리 하겠다.

- Mike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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