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e Love – Anthems (Mercury, 2013)
80 하드코어의 날것 특유의 감각, 90년대 포스트 하드코어 특유의 혁신성, 70 영국펑크 및 영국 특유의 노동자 계급적인 거칠음이 동시에 작렬하던 밴드이자 90-2000년대 영국 헤비니스를 대표하는 밴드인 동시에 미국 펑크/하드코어 씬에 만만찮은 충격을 가하며 존경심을 얻어 낸 밴드인 Gallows 라는 밴드가 있었다. 그리고 스킨헤드 라던지, 루드보이와 같은 70 펑크 특유의 거친 청년의 모습의 2000년대화 및 미국 하드코어 펑크로의 어레인지적 표현을 제대로 작렬 시키던 보컬리스트 Frank Carter 는 그 밴드의 색채를 한방에 정의하는 인물이었다. UK 펑크의 노동자적 특징과 US 하드코어 특유의 하드코어 파티 크래셔적 광기로 중무장하고 무대 위에서 “미친놈” 혹은 “싸움개” 적인 카리스마를 와장창 뿜어내던 그는 Gallows 에서 두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밴드를 탈퇴했다. 거기까진 괜찮았다. 그 후 그가 전개한 음악적 행보는 일종의 경악이라 할 수 있었다. 그는 얼마지나지 않아서 언홀리 하드코어 밴드 The Hope Conspiracy 와 올드스쿨 하드코어 펑크 밴드 The Suicide File 에서 활약한 바 있는 기타리스트 Jim Caroll 과 팀을 짜게 된다. 밴드명은 무려 Pure Love 였고, 그들의 음악적 백그라운드와 거리가 어마어마하게 먼 펑크 “기타팝 사운드” 를 추구했다. 이는 실로 엄청난 충격이었다. Gallows 라는 밴드에서 쉴 새 없이 광기를 토해대다 못해 광기에 사로잡혀 자해로 인한 유혈사태 및 관객과의 사투까지 행하던 Frank Carter 라는 인물이 팝락이라니? 게다가 그가 직접 밴드 탈퇴 및 새 밴드 결성에 대해 “음악적 견해차가 있어서 그랬음” 을 직접 밝혔다는 사실이 더해지면? 충격중의 충격이 아니겠는가?
2012년 4월에 발표 된 첫 싱글 Bury My Bones 에서 드러난 이들의 음악적 특징은 놀라움과 걱정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었다. 펑크/하드코어적인 에너지와 거친 가사 표현방식이 있었기는 하지만, 그 둘의 지금까지의 커리어에 있어서는 전혀 예상치도 못한 심플한 구성, 인상적인 멜로디의 대거 구사, 훅이 뛰어난 기타 애드립이 전면적으로 부각된 파워팝/펑크팝이었고, 프로듀서로 80년대 후반부터 활동 해 온 프로듀서이자 Pixies, Throwing Muses, Foo Fighters, Terrorvision, SR-71, Feeder, Dashboard Confessional 등 방대한 스케이프의 인디/메이저 가리지 않는 모던락/얼터너티브 계열의 명작들을 담당 해 온 백전노장 거물 프로듀서 Gil Norton 을 영입하여 앨범을 만든다는 소식이 더해지며 더욱 더 놀라움과 걱정의 강도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2012년 11월 발매를 목표로 하여 밴드는 앨범제작에 매진하는 가운데, Burn My Bones 이후 3곡의 싱글컷을 더 행하였고, 4개의 싱글모두 만만찮은 영상미를 자랑하는 비디오클립의 흡인력을 통해 새로운 음악에 대한 자신만만함을 더욱 본격적으로 뽐냈다. 싱글의 개수가 더해지면서 강해진 “기타팝적 면모” 는 의아감을 증폭 시켰지만, 뛰어난 기타팝 밴드로의 재능과 센스의 대폭발은 기대감이란 감정을 청자에게 충분히 심어주는데 부족함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10월 발매가 2013년 2월 4일로 엄청나게 미뤄지며 4장의 싱글의 에스컬레이트하게 진행된 관심 유도가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는 점은 너무나도 아쉬웠다. 하지만 너무 아쉬워 할 필요도 없다. 의아함과 걱정으로 시작하여, 단 4장의 싱글발표가 진행되는 동안 대단한 기대감을 가지게 했던 풀렝스 Anthems 는 말 그대로 “명작” 으로 귀결 되는데 성공 했으니까 말이다.
Anthems 는 간단하게 말해서 펑크/하드코어 오오라를 지닌 양질의 파워팝/기타팝 사운드를 들려주는 쾌작이다. 엄청난 매력을 보컬파트와 리프의 진행, 적재적소에서 터지는 멜로디 감각, 그에 합당한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굉장한 임팩트를 전해주는 핵심적인 연주로 소위 말하는 “밴드 음악의 최대매력” 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주는 무시무시한 앨범이다. 그리고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장르 음악적 색채도 엄청난 매력을 발휘한다. 징그러울 정도로 팝튠으로 튜닝되어 있어도 여기저기에서 걸걸하게 터져 나오는 펑크/하드코어가 지닌 에너지와 거칠고 진솔한 가사표현 방식의 스트레이트함은 분명 장르 음악 펑크/하드코어가 지닌 그것의 진수로 이 역시 상당한 임팩트를 남기는데 부족함이 없다. 영국인과 미국인과의 프로젝트답게 영국적 색채와 미국적 색채가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고, 매우 인상적인 융합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미국적인 관점으로 보면 캐치한 펑크/하드코어 기타팝이지만, 영국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면 펑크적 파워를 지닌 UK 모던락/브릿팝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영국적인 색채도 상당하다. 물론 이러한 두가지 사운드로의 정체성은 굉장한 임팩트를 남기고 있으며, 이 앨범의 장점으로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에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거기에 인디적인 사운드와 메이적인 사운드의 매력을 120% 끌어내는데 엄청난 재능과 커리어를 지닌 Gil Norton 의 프로듀스는 밴드의 듀얼코어적인 매력을 한계까지 증폭 시켜 버린다면? 이야기는 끝이다. 명작으로 밖에 이야기 할 수가 없다.
한마디로 최고의 결론을 보여주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인류멸망의 그날까지 절대로 깨어지지 않을 기타팝 마법공식의 모든 것을 다 보여준다는 점부터 칭찬감이다. 매우 팝튠으로 변화하기는 했지만 펑크/하드코어의 애티투드가 건재해 있고, 그 애티투드가 미국 펑크/하드코어를 근간으로 한 거칠고 정당한 마인드인 동시에 모드-비트-펑크 등 70년대부터 2000년대 까지의 영국 락 문화의 애티투드를 관통하는 점 또한 엄청나다. 그에 발 맞추어서 사운드 역시 굉장한 국가적 특징 및 시대적 혼합물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빠질 수 없는 칭찬거리다. The Get Up Kids, Texas Is The Reason 의 이은 긍정적 사운드와 애티투드의 펑크/하드코어 대중화의 새로운 지평, The Who, Manic Street Preachers 다음에 가장 중요한 분노와 로맨스의 UK 애티투드, 전통적이면서도 진보적인 US/UK 펑크/하드코어 믹스쳐, Social Distortion 이 보여준 분노와 로맨스의 결합의 현대적 재해석, 그리고 그것을 행하는 동시에 현대적으로 변화를 만드는 새로운 펑크 아이덴티티의 창시자들인 The Gaslight Anthem, Sharks 와 같은 밴드들과의 음악적 경쟁구도 생성 등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봐도 최고 수준의 인상을 남기고야 만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특히나 개인적으로 펑크라는 장르가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대중성을 추구 하면서도, 에너지와 애티투드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는 점, 그 두가지의 강점이 융합되며 최고의 결과를 내리는데 성공하고야 만다는 점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펑크/하드코어 역사상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되며, 모두가 인정하지는 않겠지만 조금 정도 억지 부려서 통과되는 수준이기에 감히 “2000년대 펑크 클래식” 으로 부르고 싶다. 2013년 벽두는 이제서야 열렸지만, 상반기는 물론 올해를 책임질 쾌작임에 틀림이 없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 Mike Villain
Bury My Bo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