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Trip – Manifest Decimation (Southern Lord, 2013)
Municipal Waste 의 임팩트한 등장과 예상외의 엄청난 음악적/상업적 센세이셔널 함이 불씨가 되고, 다양한 메탈 전문 레이블의 아낌없는 신예 발굴과 푸쉬가 기름이 되어 대폭발 한 쓰래쉬 신예들의 대진격이 시작 된 지도 10년이 다 되어오고 있다. 그 “10년” 의 의미는 매우 좋지가 못한 편이다. 쓰래쉬 리바이블 태동기의 엄청난 열기와는 달리 생각보다 꽤나 빨리 실력 및 관심의 열기가 식어 버렸고, “고군분투” 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으며, “보내고 있다” 라는 단어조차 이미 생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뭐… 어느정도 예상은 되던 바였다. 거의 모든 메탈 레이블들은 쓰래쉬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포착 하자마자 너도나도 신예 쓰래셔들을 스카웃 해 왔지만 음악적 커리어 자체가 짦다 못해 어렸기에, 음악적 평타를 겨우 치는 수준이었고, 그나마 잘 하던 밴드들 역시 짦은 텀 속에서 디스코그래피를 3-4장씩 마구잡이로 쌓아가며 빠르게 실력과 센스를 마구 소진 시키며 너도 나도 앞 다투어 자멸로 나아가고야 말았으니까 말이다. 레이블의 과도한 푸쉬 + 밴드의 과도한 자신감과 무리수 어린 앨범 장수 늘리기로 인한 황금조합(?) 으로 더더욱 멸망으로 가는 속도는 빨라지다 못해, 이제는 지옥문 바로 앞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로 멸망 해 버린것이 바로 현재 신예 쓰래셔들의 냉혹한 현실이다. 말 그대로 “호흡기 언제떼나?” 인데… 이러한 현실속에 또 하나의 리바이블 쓰래셔 신예가 등장했다. 바로 텍사스 출신의 Power Trip 이다.
Power Trip 의 뒷배경 및 커리어는 진짜 별것 없다. 2008년 텍사스 댈러스에서 결성되어 지금까지 2장의 EP 와 1장의 싱글을 낸 것이 다이다. 그나마 좀 있는 메리트라고는 Hatred Surge 의 드러머 Chris Ulsh 가 이 밴드에서 뛴다는 점이다. 허나 2013년의 행보를 보면 솔깃 할 수 밖에 없다. 바로 첫번째 풀렝스 앨범인 Manifest Decimation 이 일종의 이 방면 보증수표인 Southern Lord 를 통해서 발표 되었기에 그러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하고야 만다. Manifest Decimation 라는 앨범은 보통 쓰래쉬 앨범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지금까지 나타난 신예 쓰래셔들의 전체적인 음악 커리어 부족으로 인한 퀄리티 별것 없음” 과 거리가 매우 먼, 제대로 된 물건이 아니라는 말이다.
Power Trip 이 구사하는 쓰래쉬는 신예 쓰래셔들의 주요 코드라 할 수 있는 크로스오버 쓰래쉬이다. 허나 지금까지의 신예 크로스오버 쓰래쉬와는 좀 많이 다른데, 지금까지의 밴드들의 D.R.I. Suicidal Tendencies 와 같은 하드코어 펑크 기반의 크로스오버와는 달리 Nuclear Assault, Anthrax, Overkill 고 같은 메탈 근간의 하드코어 펑크 도입의 크로스오버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적절한 리듬/그루브가 첨가된 사운드도 구사하며 Vio-Lence, Sacred Reich 는 물론이거니와 Pantera, Machine Head 와 같은 밴드들의 노선을 이어가는 느낌도 전해준다. 일전에 발표한 2장의 EP 와 1장의 싱글에서 그러한 공식들을 탄탄하게 확보 해 놓았고, 첫 풀렝스 앨범인 Manifest Decimation 에서는 좀 더 유연하고 치밀한 구성으로 퀄리티를 높혔고, 매우 괜찮으면서도 현재 이래저래 영 아닌 80 쓰래쉬 리바이블을 구원 할 만한 결과물을 내 놓고며 좋은 첫 출발을 보이고 있다.
허나 이 앨범 Manifest Decimation 은 그저 80 쓰래쉬 리바이블로 끝나지 않으며, 더욱 더 강한 충격을 전해 주는점을 잊어서는 안되는, 한마디로 “문제작” 으로 귀결되고야 마는데… 이 앨범의 엄청난 프로덕션이 쾌작을 문제작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이 앨범은 쓰래쉬 태동기의 앨범들에서나 찾아 볼 수 있을법한 조악한 프로듀스의 그 느낌을 어거지로 되살려 낸 컬트함을 지니고 있다.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 할 것 없이 모든 파트에 죄다 걸린 리버브와 하울링, 헤비하고 날카롭지만 기자재가 감당 할 수 없을 정도로 오버 튜닝 해 버린듯한 먹먹한 톤, 모든 파트가 뭉쳐서 달려들기 시작하면 해일처럼 몰려드는 지독한 사운드 떡짐 현상 등… Manifest Decimation 앨범은 2013년의 레코딩을 듣는게 아니라, 메탈 올드비들의 씨디장 구석에 쳐박힌 낡고 손 때묻은 80 쓰래쉬 명작들을 다시 꺼내서 듣는듯한 착각을 전해준다. 그 당시 레코딩과 다른건 그저 “볼륨만 크다” 정도랄까나? 허나 이 지독한 초기 쓰래쉬 프로덕션 덕후질의 B급 프로덕션은 Power Trip 만의 격렬한 질주감과 유연하고 치밀한 구성의 곡들과 연주와 만나며 끝내주는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Combat Records 시절의 명반의 그 매력적인 바이브는 물론이거니와 Possessed, Devastation, Sodom, Kreator 와 같이 쓰래쉬 중에서도 매우 컬트한 노선의 과격함을 자랑하던 밴드들의 느낌마저 부활 시키고 만다. 이러한 독창적 프로덕션의 면모는 이 앨범의 가치를 높혀 주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한마디로 차원이 다른 앨범이다. 프로덕션 하나를 좀 더 레트로하게 바꾸었을 뿐이지만, 그 선택은 탁월하다 못해 차원이 다른 결과물을 낳고 말았다. 지금까지의 쓰래쉬 리바이벌이 너무 한두가지 스타일, 1차원적인 방법론으로만 재해석 되지 않았나 다시금 생각 해 보게 만들 정도로 임팩트 한 결과물이 나온것은 굉장히 의미가 깊다. 또한 독창적 프로덕션과 그 프로덕션의 힘을 얻어서 더욱 격렬한 파워를 내뿜는 앨범 전체의 분위기는, 뒤로 갈수록 뒷 부분에 배치 된 트랙들이 꽤 곡 전개가 초반 트랙에 비해 매우 부실하다는 단점을 가려주는데 부족함이 없고, 이들 역시 레트로 쓰래셔기에 이들 역시 음악적 자질이 부족하다는 부분에서 어느정도 자유로운 위치를 보장 해 주기도 하다. 그 뿐만인가? 막말로 Municipal Waste 를 제외 하고는 지금까지의 쓰래쉬 리바이벌 신예들의 랭킹을 죄다 밑으로 끌어 내릴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절대기준으로 이야기 하는데 부족함이 없기도 하다. 쓰래쉬 리바이블의 위기 극복의 좋은 예이자, 랭킹 파괴자로써 전혀 부족함이 없는, 한마디로 “최고의 쓰래쉬 리바이벌 마스터피스” 라 할 수 있다. 올타임 쓰래쉬 킬러 앨범 중 한장으로도 말 할 수도 있기도 하다. 그 정도로 이 앨범의 쓰래쉬적 껀수는 충분하다.
- Mike Villain
Manifest Deci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