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ent K – Collapsible Lung (Mono VS Stereo, 2013)

Relient K – Collapsible Lung (Mono VS Stereo, 2013)

메이저 레이블들의 이런저런 상업적 플랜 덕택에 한번에 긍정적 음악행보가 뒤틀려 버렸던 이모와 팝펑크의 암흑기 2000년대 초반에 등장, The Get Up Kids, New Found Glory, Jimmy Eat World, MxPx 의 뒤를 잇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던 풋풋한 이모/팝펑크 신예 밴드 (이자 크리스천 펑크의 뉴 제네레이션인) 였던 Relient K, 이들도 이제 어느덧 활동 15주년을 눈앞에 둔 중견으로 성장했다. 4번째 앨범이자 메이저 레이블 첫 데뷔작이었던 Mmhmm (2004) 이 상업적 힛트와 음악적 호평을 얻어내며 화려한 나날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이모나 팝펑크를 논하는데 절대 빠져서 안되는 2000년대 명반이라는 말도 꼭 남기고 싶다!), 전체적인 이모와 팝펑크의 열기 저하와 그러한 문제점을 돌파하기 위해 시작한 전형적인 이모/팝펑크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그다지 좋지 않은 상업적/평론적 평가만을 남기며 Mmhmm 시절만큼의 좋은 페이스를 이어나가고는 있지 못하다.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평균점 이상의 퀄리티의 앨범들을 보장하며 좋은 인상을 남겨주는 밴드도 Relient K 다. 확실하게 정리하여 이야기 하자면 Jimmy Eat World 를 제외하면 한번도 쉬지 않으면서도, 꾸준한 퀄리티를 내 놓고 있는 조용한 강자라는 이야기. 이러한 이들이 2013년에 신작이자 베테랑다운 장수인 7번째 풀렝스인 Collapsible Lung 을 내 놓았다.

상큼한 감성적 멜로디로 나긋나긋하게 풀어가지만, 그래도 해 줘야 할 부분에서는 펑크적인 에너지를 여지없이 툭툭 던져대며 의외로 만들어지기 힘들었던 “팝이 중심이 되는 긍정적 측면의 90-2000 펑크” 의 표본이었던 Relient K. 스케잇 펑크와 이모의 장점과 특징을 다 가지고 있었던 데다가, Maroon 5 라던지 Ben Folds Five 같은 지극히 메이저한 기타팝 밴드들의 코드까지도 적당히, 그리고 적재적소에서 사용하며 만들어지는 마이너 음악과 메이저 음악의 양질의 공존은 언제나 보장되던 것이었다. 하지만 새 앨범 Collapsible Lung 은 다소 소프트한 펑크를 추구하는 밴드가 할 수 없는, 음악적 대변혁에 도전하는 야심작이자 파격작이다.

새 앨범은 전작까지만 해도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던 펑크적 색채가 거의 완벽한 형태로 드러내진, 한마디로 부가적 요소였던 기타팝만이 남은 앨범이다. 팝펑크 특유의 스피디하고 파퓰러한 질주와 에너지 표출은 당연히 없고, 심지어 이모적인 코드 역시 거의 자취를 감추고야 말았다. 이모도 없고, 펑크도 없는, 펑크 밴드의 앨범인 것이다. 이들이 구사하는것은 오로지 기타팝인데, Maroon 5, Bruno Mars 를 비롯한 요즘 팝필드의 기타팝이나 디즈니 스타들이나 할 법한 기타팝 (이라고 쓰고 걍 좀 색다른 뻔한 빌보드 100 스타일의 쓰레기 싱글류 음악으로 이해한다.) 과 거의 일치하는 음악을 구사한다. 그렇다면 이 앨범은 돈을 어찌저찌 만져 보겠다는 심상으로의 외도? 표면적으로 그렇게 보이지만 알맹이는 그렇게까지 비하 할 수는 없다. 펑크는 물론이고, 이모에서도 완벽히 손을 땐 요즘 기타팝을 선사하지만, 매우 놀랍게도 “뻔함” 과 거리가 멀며, “놀라울 정도의 양질의 곡 제조 능력, 연주, 어레인지, 다양한 샘플링과 기타 애드립” 등 상당히 요즘 인기 밴드 음악의 평균치 보다 훨씬 더 음악적 우위를 점하는 음악을 만들어 내며 실력행사를 있는대로 멋지게 해내기 때문이다. 스타일상으로 보면 지겨울 정도로 반복되고 화가 날 정도로 비슷하고 뻔하며 메이저 기획물 다운 정형성에 치가 떨리지만, 내용물적으로 보면 엄청나게 잘 만든 앨범이다. 매우 뛰어난 기타팝 제조 능력 덕택에 Maroon 5, Bruno Mars 와 같은 밴드들과 비교하면 안 될 정도이며, Journey 까지는 무리겠지만 Huey Lewis And The News, Hall & Oates 만큼의 기타팝 제조 능력과 견줄 만 한, 혹은 그러한 예전 세대들에 대한 2000년대 밴드의 응답과도 같다고 할 수 있는 퀄리티를 보여준다.

말 그대로 파격적이면서도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는 앨범이다. 이모와 펑크밖에 할 줄 몰랐던 밴드가, 그것을 안 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커리어 수어사이드 그 자체인데, 놀라울 정도의 퀄리티의 기타팝 제조능력과 센스의 아낌없는 실력발휘로 분위기를 한번에 좋은쪽으로 돌려 잡는다는 점은 놀랄만하다. 요즘 기타팝을 흉내 낸 듯 싶지만, 꽤나 만만찮은 실력발휘를 보여주며 “이놈이 하건 저놈이 하건 연주부터 보컬까지 다 똑같이 들린다.” 와는 거리가 엄청나게 먼, Relient K 만의 오리지널티를 허허실실하고도 완벽하게 만들어 낸다는 점은 이 앨범의 가장 큰 장점 되겠다. 특히 후렴부의 남다른 훅, 만만찮은 기타 애드립과 멜로디 라인 제조능력, 요즘의 광범위한 팝 음악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톤의 신디사이저/샘플링의 과감한 도입과 자기화의 강한 어필, 이모/팝펑크에서 손을 뗐지만 그래도 여기저기에 터져 나오는 비트함이 더해지며 더욱 더 그 장점을 더해 가기도 하다. 여하간 스타일상으로는 절대 좋은 소리를 해 줄 수 없는 변화지만, 놀랍게도 퀄리티는 예상을 초월하는 수준을 담았기에 괜찮다라는 말 정도는 해 줄 수는 있다. 어느쪽에 포커스를 두던 상관 없지만, 후자의 부분만큼은 무시 할 수 없다. 나는 퀄리티가 엄청났기에 괜찮은 변화라고 생각된다. 물론 해외의 대부분의 평가는 좋지가 못하다. 여하간 선택은 여러분의 몫.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그러한 앨범 되겠다. 이러한 앨범은 뭐다? 이렇다 저렇다 떠들며 듣는 재미가 있다는 거다. 그 부분이 좋은 앨범이기도 하다. 재밌게 듣고, 즐겁게 떠들 수 있는, 보기 드문 앨범이다. 그래서 더 좋게 다가오는듯.

- Mike Villain


Don’t B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