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 Of Hell – Rudiments Of Mutilation (A389, 2013)
Full Of Hell 은 Integrity, Darkthrone, Cursed, Nails, Burning Love, All Pigs Must Die, Gaza 와 같은 사타닉/언홀리 하드코어 펑크, 블랙메탈, 크러스트, 그라인드코어, 둠/슬럿지의 토탈 패키지이자 장르 경계의 붕괴라는 펑크/하드코어와 익스트림 메탈과의 새로운 방법론의 믹스쳐를 구사하는 팀으로 간단하게 설명되는 존재들이다. 밴드 커리어에 대해서 별로 떠들것이 없다. 2009년 미국 펜실베니아 메릴랜드에서 결성, 데뷔작 Roots Of Earth Are Consuming My Home ?(2011) 발표, 2013년에 2번째 풀렝스Rudiments Of Mutilation ?발표. 그게 다이다. 하지만 이 밴드 Full Of Hell 은 쉽게 생각하고 넘어가서는 안된다. 이들은 데뷔작부터 언홀리/사타닉 하드코어의 전체적인 흐름에 있어서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만한 꽤 새롭고 임팩트한 과격 사운드 제조 방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드코어 펑크의 언홀리/사타닉적인 테마와 헤비하고 어두운 프로덕션의 사용, 블랙메탈의 올드스쿨 하드코어 펑크와 크러스트 스타일의 적극 도입, 이 두가지를 바탕으로 한 장르간의 교류, 여기에 하나 둘 숟가락을 얹듯 동참하기 시작한 둠/슬럿지씬 & 그라인드코어씬의 밴드들, 그러한 흐름에 걸맞게 행해진 하드코어 펑크 & 블랙메탈씬의 적절한 장르 믹스쳐, 이러한 흐름까지 충분히 살펴 보아 온 바 있는 이바닥의 베테랑 리스너라도 Full Of Hell 이 구사하는 사운드는 꽤나 놀랄만 하다. 이들은 사타닉/언홀리 하드코어 & 메탈의 믹스쳐를 그라인드코어적인 어레인지로 과감하게 해석하고 있으며, 일단 이러한 시도는 확실히 보기 드문 개성 이기에 “꽤 놀랄 만하다”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걸로 끝났으면 “놀랍다” 라는 표현 자체를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언홀리 하드코어의 그라인드코어적 해석과 더불어 매쓰코어/케이오틱 하드코어적인 치밀하게 계산 된 혼돈미학도 들어가 있는데, 그것이 불경하고 거친 사운드와 합쳐져 더더욱 무지막지하고도 매우 새로운 느낌의 어둠의 미학으로 승화되기 때문이다. 마치 Converge, Daughters 같은 밴드들이 로우 블랙을 구사하는듯한 느낌의 새로움이다. Big Black 이나 The Jesus Lizard, The Melvins 와 같은 노이즈 헤비락의 즉흥적 헤비 퍼포먼스적 사운드 & 그에 합당한 러프한 공간감을 지닌 녹음 프로덕션적 특징도 들어있기도 하다는 점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이들의 특징이자 숨겨진 장점이기도 하다. 이는 Gaza 와 같은 그라인드코어형 언홀리 하드코어의 이정표와도 비슷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매우 다른, 이들만이 가진 개성을 듬뿍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할 정도로 확실한 한방이 있다.
데뷔작 Roots Of Earth Are Consuming My Home ?부터 Full Of Hell 의 그러한 진가는 발휘 되었다. 두번째 앨범이자 2013년작 Rudiments Of Mutilation ?역시 그러하다. 하지만 좀 더 로우하게, 좀 더 기승전결적 구성보다는 퍼포먼스적 음악에 어울리는 즉흥적 내지름의 묘미의 증대, “곡이 하나하나 분리되어 존재한다” 라는 개념과 완전히 다른 모든 트랙이 하나의 거대한 혼돈 미학으로 덩어리 진 색다른 개념으로의 앨범 전개방법 등 더욱 더 Full Of Hell 이라는 밴드가 원하는 그들만의 개성을 더욱 더 강화하여 “발전” 을 이루어 나가고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하지만 단점도 명백하게 존재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굉장히 자신들만의 오리지널리티가 강하지만, 새로운 언홀리/사타닉 하드코어의 공식 하나를 완벽하게 만들었지만, 듣는 재미가 굉장히 약하다는 것이 이 앨범의 가장 큰 맹점이다. 곡들이 훅은 둘째치고 굉장히 특징이 없으며, 심지어 곡을 어찌 만들려 해 보지도 않았나 의심조차 들 정도로 모든 곡들이 극심하게 똑같다. 굉장한 사운드 오리지널리티에 비해, 그것을 담는 기본적인 그릇인 송라이팅이 전혀 되고 있지 않는다는 점은 실소를 자아 낼 정도다. 그래도 이 앨범은 높게 평가하고 싶다. 곡을 만드는 노하우는 시간이 지나고 앨범의 장수가 하나둘 쌓여 나가면 해결되는 시간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언홀리/사타닉 하드코어 & 타 과격 장르와의 융합적 발전에 있어서 새로운 이정표가 되는 의미심장한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이러한 흐름을 서서히 만들어 나가고 있는 레이블, A389 Records 의 아이덴티티를 좀 더 우렁차게 알리는 작품이라는 점 역시 거론하고 싶다. “이 레이블을 눈여겨 보는게 좋을 것이다” 라는 의미다.
- Mike Villain
The Lord Is My L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