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k The Oath #08] Perfume – JPN (Tokuma Japan/Universal, 2011)

[Break The Oath #08] Perfume – JPN (Tokuma Japan/Universal, 2011)

Perfume 은 현재 일본 여성 아이돌 그룹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라 칭할 수 있는 존재다. 이들은 그렇게 평가 할 수 밖에 없는 여러 이유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 중에서 무엇보다 가장 먼저 거론 되어야 할 점은 “일본 아이돌의 왕도에 매우 충실한 커리어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점” 일 것이다. 일본 아이돌 특유의 무명의 암흑기에서 부터의 시작, 야심과 달리 꽤나 보기좋게 실패한 데뷔 시절, 그로 인해 생성 된 서바이벌적인 시련, 그것을 극복 해 내가는 성장통, 그 누구도 부정 할 수 없는 최고의 자리의 등극이라는 일본 여자 아이돌의 성공신화는 매우 공식화적이라 식상하기는 하겠지만,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일본 아이돌의 좋은 전통으로써 좋은 위력을 발휘하지 않던가. Perfume 은 그렇게 성공했다. 그리고 Pefume 을 이야기 하는데 있어서 이러한 왕도적인 성공신화와 동급으로 중요한 점이 또 하나 존재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바로 “왕도적이지 않은 전략” 이다.

Perfume 은 매우 지극히 일본 여성 아이돌 그룹의 왕도를 걷는 그룹이지만, 그와 동시에 일본 여성 아이돌 그룹의 왕도를 걷지 않는 얼터너티브적인 토탈 패키지이기도 하다. 프로모션이나 TV 출연을 베이스로 한 활동, 그에 합당한 컨셉과 프로모션은 영락없는 아이돌이다. 하지만 그러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들고 지속적이게 해 주는 음악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아이돌이라는 컨셉에 어울리지 않는 아티스트적 코드를 지니고 있다. 아이돌적인 코드로 튜닝이 되어 있을뿐, 테크노-일렉트로닉스 음악으로 인식하고서 그 쪽 방면의 음악적 잣대로 어느정도 가타부타를 논할 수 있는 레벨의 뮤지션쉽적인 음악을 보유하고 있는것이 Perfume 만의 개성이자 “왕도적이지 않은 전략” 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프로듀서인 나카타 야스타카라는 인물이 Perfume 의 그러한 아티스틱한 코드의 원동력이다. 그는 시부야케이 흉내쟁이 수준으로 커리어를 시작 했지만, 제대로 된 일렉트로닉스-보컬팝 뮤지션 듀오로써 변신을 성공한 테크노 유닛 Capsule 의 브레인이며, 그는 음악적 포텐셜의 폭발 및 직종변경의 성공을 해 낸 시점에서 Perfume 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Perfume 은 그 당시 히로시마 지역에서만 활동하던 로컬 아이돌인 동시에 연예인 양성학교에 다니던 말 그대로 “학생들” 이었고, 중학 시절에 도쿄로 상경 하면서 아이돌로써 성공 한다는 큰 뜻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오타쿠를 겨냥한 아키하바라 아이돌로의 방향을 모색하기도 할 정도로 특출난 것이 보이지 않았던 존재들이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야스타카와의 첫 만남은 꽤나 좋지 않았다. 테크노 팝 유닛이라는 컨셉으로 나온 초기 활동은 참신은 커녕, 키치함의 수준을 넘은 충격의 경지에 오른 일종의 “실수” 였고 (궁금하면 그 당시 대표 싱글인 リニアモ?タ?ガ?ル (리니어 모터 걸) 을 알아서 체크 해 보시도록 하세요…) 서서히 실패한 아이돌이라는 결론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근 미래적 테크노팝을 유지하고, 비주얼적으로는 현대적인 포커스로 맞추기 시작한 싱글들인 エレクトロワ?ルド (Electro World), チョコレイト?ディスコ (Chocolate Disco) 로 부터 포석을 쌓더니 결정타 싱글인 ポリリズム (Polyrythem) 에서 빅 힛트를 시작, Perfume 의 완벽하게 잡힌 컨셉의 풀렝스화에 성공한 Game (2008) 의 앨범차트 1위 기록과 그에 이은 롱런, 그 분위기에 걸맞는 투어 실황 Perfume First Tour – Game (2008) 의 지원사격 성공, Game 프로모션 이후 다음 챕터로 넘어가기 위한 첫번재 포석이었던 싱글 Love The World 의 오리콘 싱글 차트 넘버원 등극과 YMO 이후 첫번째 테크노-일렉트로닉스 싱글 차트 넘버원이라는 음악사적인 기록, 그에 이은 안정적인 연타석 싱글 발매와 성공, 이를 담은 세번째 풀렝스 ? (2009/이하 Triangle) 의 당연한 성공과 아이돌의 진정한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무도관 공연의 성공까지 이어지며 Perfume 은 매우 자연스럽고도 왕도적인 성공신화를 기록한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들은 Triange 때처럼 여러장의 싱글 발표와 이를 모으는 한편 적절한 양의 신곡을 추가하는 공정을 다시 한번 감행한다. JPN 이 바로 그러한 앨범이다.

JPN 은 간단하게 말해서 Perfume 의 장점을 모두 다 보여주는 앨범이다. 지극히 아이돌적인 보컬팝과 제대로 된 테크노-일렉트로닉스 조화로 인한 전혀 정통적이면서도 매우 파격적 노선으로의 도전이기도 했던 모습은 이미 첫번째 풀렝스인 Game 에서 완성 되었다. Triangle 에서는 어레인지를 주면서 다듬는 과정이었다. JPN 은 그러한 어레인지를 이어 가면서 가장 조심스럽고도 과감하게 시도하는 앨범이다. 음악적인 부분의 이야기는 아니다. 활동적인 부분의 이야기이다. Triangle 까지만 하더라도 앨범 발표 이전의 싱글들로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 후에 앨범을 내 놓으면서 앨범의 수록곡들을 싱글컷을 하여 그에 걸맞는 연예계 활동을 보여 주었지만 JPN 에 들어와서는 지금까지 쌓아 온 거대한 인기가도의 온도를 절대 식히지 않기 위해 휴지기 없이 새 싱글을 계속해서 발매하며 활동했고, 이는 2년간이나 지속 되었다. 그리고 3번째 풀렝스인 JPN 이 나왔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은 JPN 이라는 음반에 대한 음악적 약점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이 앨범은 휴지기 없이 발표한 이전 싱글 타이틀을 5장을 모두 때려 박았을 뿐만 아니라, 싱글 B-Side 수록곡 역시 4곡이나 된다. 총 14곡인데 신곡이 4곡밖에? 새 앨범 보다는 무슨 베스트 컴필레이션과 같은 JPN 은 흥미 없음의 결정체로 밖에 판단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Perfume 이라는 존재가 아이돌 그룹이기는 하지만, 비-아이돌/뮤지션적인 페스티벌들에 꽤나 참여하고, 참여하는것으로 끝나지 않을 정도의 대단한 반응을 얻으며 다소 폐쇄적인 특정 장르 음악팬마저 자신들의 팬 베이스에 늘려 나가면서, 소위 “요즘 일본 음악을 들었다면 Perfume 을 아니 들었을리가 없다” 라는 결론과도 이어지기에 더더욱 JPN 의 식상함, 그에 의한 평가절하적 발언은 나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놀랍게도 JPN 은 “새 앨범” 다운 위용을 잘 발휘하며 약점을 단숨에 장점으로 탈바꿈 시켜 놓는다. 예전에 발표 한 곡들을 흥미있게 배치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순서를 잘 짜 놓았다. 이러한 절묘한 배치는 “싱글 연속 발매 이전에 이미 새 앨범의 윤곽을 완벽히 잡아 놓은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의 경지와도 같은 흐름을 들려준다. Game 앨범에서부터 완성 된 아티스틱한 코드의 제대로 된 테크노/일렉트로닉스 사운드와 전형적인 일본 여성 아이돌 그룹의 보컬 라인과의 완벽한 조화는 여전히 빛이나며, 그 두가지 특징을 각기 분리해서 평가해도 호평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각 장르/스타일의 최고조적 센스 역시 여전하다. 전작 Triangle 부터 시작된 다듬는 과정 역시 JPN 에 들어와 더욱 더 세련된 실력과 센스를 보여 준다는 점 또한 돋보인다. Triangle 때부터 멤버들이 미성년에서 성년으로 변화함에 따라 조심스럽게 곡의 다양한 분위기를 구비하는 한편, 테크노/일렉스트로닉와 아이돌이라는 두가지 장르/스타일의 비율을 공존 시키면서도 기회가 왔다하면 과감히 친-테크노적 트랙 or 친-아이돌적 트랙으로 비중파괴를 감행하며 듣는 재미와 따져보는 재미를 강하게 만들었는데 JPN 에서는 그러한 것들이 좀 더 본격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2/3 이상을 차지하는 예전 싱글들의 재수록은 그들만의 특징 강화에 있어 키포인트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일전 싱글들의 재수록은 날로 먹는 느낌의 그것 보다는 나이를 먹어가며 변화하는,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구비 해 가며 변화하는 그들의 모습을 완벽하게 정의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 외에는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대단한 임팩트를 전해준다. 혹은… 이미 앨범의 전체적 구성은 미리 짜여져 있는 채, 수록 될 곡들을 애써 분할 발표하여 그룹의 시스템 재정의와 팬들의 인식 변화 시도를 천천히 세심하게 진행 시키지 않았는가 하고 뒤집어서 생각 할 수 밖에 없는 또 다른 대단한 센스 역시 강하게 어필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법이 되었건 간에 JPN 은 Pefume 이 지금까지 해 온 모든것과, 앞으로 해야 할 모든것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4곡의 신곡들 역시 만만치 않다. 신곡들 역시 지금까지의 Perfume 공식을 이어 가면서도, JPN 의 싱글컷 처럼 새로운 변화를 적절하게 추구 하면서도, 지금까지와의 스타일과는 사뭇 다른 변화를 주며 차후 활동의 포석을 또 한번 마련하는 긍정적 지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앨범 발표 후 싱글컷이 되지는 않았지만 귀 귀울여 들을만한 것들을 괜찮게 보여 준다는 점은 부정 할 수 없으며, 비록 4곡이지만 지금까지 경험하지 않은 새 앨범만의 진짜 매력을 전해주는데 있어서 부족함이 없는것도 사실이다.

JPN 은 아이돌 음악에 있어서 극단적 이상성과 현실성 모두를 보여주는 앨범이라 할 수 밖에 없다. 아이돌 다운 원초적 감각에 대한 어필과 뮤지션적인 음악적 재미에 대한 어필 모두의 강함과 조화는 이미 대단했고, 그러한 것들이 조심스럽고도 확실하게 갈고 닦아져 나온데다가, 또 한번의 미래를 위해 이것저것 소신껏 준비하고 실행하며 적절한 결과까지 내렸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비록 아이돌 음악이 가지는 색안경적인 시선에서 비롯된 취향적 기준의 리스크를 가지고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취향적 리스크는 이미 예전부터 극복하다 못해, 아이돌에 관심없는 자들도 팬 베이스로 만든 전례가 있다. 약점이 있지만 약점이 없는 것이다. JPN 은 Perfume 이 시도 해 온 아이돌의 왕도 계승과 아이돌이 가진 음악적 한계를 뛰어 넘으려는 계획을 완벽하게 마무리 짓는 한방인 것이다. 특히나 한수 아래로 평가받던 한국 아이돌에 의한 아이돌의 중심 일본 침략에 대해 상업성과 퀄리티로 카운터를 날릴 수 있는 유일하고도 진정한 아이돌의 자존심으로써 더더욱 의미가 깊다. 또한 세계 진출을 선언한 시점에서 일본에서의 가장 완벽한 모습의 결론을 내린다는 점에서도 엄청난 의미가 있다. Perfume 은 여러가지 판단 기준에서 넘버원을 쟁취 하는데 있서 문제가 없다. 아이돌의 최고봉은 일본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가 Perfume 이며, 그 중심에는 가장 완벽한 JPN 이 존재한다. 하나의 혁명적인 텍스쳐로써 말이다.

- Mike Villain


不自然なガ?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