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I Have – Busan Beach Blues (Townhall, 2013)
“현재 한국 헤비니스 음악 바닥에서 가장 핫 한 지역을 꼽으라면, 1초의 망설임도 없어 “부산” 을 거론 해야만이 말이 된다.” 라는 말부터 남기고 시작하고 싶다. 그렇다. 부산은 한국 헤비니스 음악 역사뿐만 아니라, 한국 인디/언더그라운드 음악 역사에 있어서 “인식변환” 이라는 것을 해 내버린 비범한 지역이다. 90년대 중후반에 Fatal Fear, 과매기, To My Last Breath 와 같은 밴드들을 필두로 한 부산의 메탈/하드코어 연합체로 시작, 음반 레이블과 라이브 클럽에서의 기획 공연 개최, 메탈/하드코어를 넘어서 얼터너티브와 같은 다소 대중적인 음악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Realize Records / 24 Crew 의 활동이 그 인식변환의 원동력이다. 특히 “음악을 하기 위한 서울입성” 이라는 것과 반대 방향으로의 활동은 매우 인상 깊다. 자신들의 홈타운에 음악적 거점을 만들고, 탄탄하고 확실하게 키워 놓는 가운데, 그러한 노선을 보이는 다른 비-서울 지역과의 교류, 과감한 느낌의 잦은 서울에서의 원정 공연/투어까지… 한국에서는 매우 보기 드문것을 행했고, 그로 인해 탄생 된 완벽한 형태의 한국형 로컬 히어로의 탄생은 매우 의미심장한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부산씬만의 브랜드의 완성과 함께 등장한 의미 심장한 밴드가 하나 있다. 바로 하드코어 밴드인 All I Have 다.
All I Have 는 보컬리스트 이건휘를 중심으로 하여 부산 메탈코어 밴드 과매기의 베이시스트이자 All I Have 에서는 기타를 담당하는 박민호, 부산 그런지 밴드 Herz 의 드러머 이기태가 가세하며 모양새를 만들어 나가며 2011년에 결성, 같은해에 데모 음반 Busan City Hardcore Pride 을 발표 하였으며, 이듬해에 EP 앨범 The Path (2012), 그리고 2013년 12월에 Townhall Records 를 통해서 첫 풀렝스 Busan Beach Blues 를 발표 한 바 있는 신예이다. 같은 크루 멤버인 과매기, To My Last Breath 가 데뷔작부터 엄청난 것을 보여 주었듯이, All I Have 역시 데뷔작에서부터 제대로 터트려 준다. 역시 믿고 찾는 부산제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말이다.
All I Have 가 들려주는 것은 하드코어 토탈 패키지, 그 자체이다. 헤비함과 날카로움의 공존. 리드미컬 & 헤비-그루브적인 하드코어, 올드스쿨 하드코어 펑크적인 스트레이트함 등 8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다양한 스타일과 시대상의 하드코어를 모두 들려주려 하고 있으며, 실제로 제대로 들려주고 있기도 하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Madball 의 리드미컬-헤비 그루브 하드코어를 바탕으로 하여 다양한 하드코어 스타일의 템포를 대입 시키는 사운드이며, 이쪽 사운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명 밴드들인 Cruel Hand, No Turning Back 와 일맥상통하는 음악적 노선을 걷고 있다. 스타일 뿐만이 아니다. 그러한 명 밴드들이 보여주던 “하드코어라는 음악이 지는 음악적 한계 이상의 뛰어난 음악적 요소들” 을 역시 이 앨범이 제대로 들려준다는 점이 중요하다. All I Have 가 구사하는 하드코어 공식은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쉴 새 없이 반복되어 왔던,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될 스타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스타일의 헤비니스 음악은 2000년대 들어와 “음악적 새로움은 당연히 없고, 개선하려는 노력도 안 보이고, 듣고 즐기는 재미도 없다” 라는 위기를 맞이 했었다. 허나 최근들어 Hatebreed, Terror, Cruel Hand, No Turning Back 같은 밴드들은 하드코어의 뻔한 공식들을 고수 하면서도 매 앨범마다 신선한 느낌의 재미를 계속 만들어 왔다. All I Have 의 데뷔작인 Busan Beach Blues 역시 그렇다. 헤비함, 날카로움, 그루브함, 스피디함, 케치함, 적절한 블루지함 등 모든 요소들이 빛이 난다. 새롭지 않을지 모르지만, 최종 결과물의 퀄리티와 각 요소들의 퀄리티는 극에 달한 대단함을 자랑한다. 한마디로 멋지디 멋진 데뷔작이다. 더불어서 “역시 부산씬!” 하는 말도 이끌어 낸다는 점, 그리고 지금까지 탄탄하게 다져 둔 부산씬 특유의 브랜드 파워를 토대로 또 한번의 진화를 꿈꾸는 부산씬의 또 한번의 멋진 발걸음의 첫걸음으로의 느낌까지 이끌어 낸다는 점도 추가로 거론하고 싶다. 다시 말하지만 멋진 씬에서 나온, 멋진 앨범이다.
- Mike Villain
The Weight Of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