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makil – Flies Will Starve (Relapse, 2013)

Mumakil – Flies Will Starve (Relapse, 2013)

Nasum, Pig Destroyer, Cephalic Carnage, Rotten Sound 와 같은 밴드들에 의해 시작 된 그라인드코어의 모던화와 그로 인한 장르 재정의의 흐름은 2000년대의 헤비 음악의 중요한 이정표였고, 지금 소개 할 Mumakil 이라는 밴드도 그 카데고리 안에 존재하며 한 획을 그은 바 있다.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앞서 설명한 파이오니어급 밴드들에 비해 늦은것도 사실이지만, 데뷔작 Customized Warfare (2006) 은 등장과 동시에 2000년대 그라인드코어의 모든것을 꽤나 잘 응축 해 내며 씬을 단번에 긴장 시킨 바 있는 핵폭탄적인 데뷔작이었고, Relapse Records 와의 딜을 어렵지 않게 바로 따내고 발표한 두번째 앨범 Behold The Failure (2009) 는 그 누구도 부정 할 수 없는 “또 하나의 2000년대 그라인드코어 클래식” 으로 완벽함을 보여주며 현 시대를 대표하는 그라인드코어 1군에 이름을 남기는데 성공 하였기에 그러하다. 여기에 이들이 전혀 예상 할 수 없던 지역인 스위스 제네바 출신이라는 점이 더해지면 놀라움의 강도는 배가 된다.

그로부터 4년뒤인 2013년, 밴드는 신작 Flies Will Starve 을 들고 컴백했다. 햇수로 4년이며, 전작 Beyond The Failure 와 신작 사이에는 단 한장의 싱글이나 EP, 스플릿조차 없었다. 베이시스트와 드러머의 탈퇴로 라인업을 재정비 하고 투어를 하며 호흡을 맞추고, 그 후에서야 신보를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만들어 나갔기 때문이었다. 전작에서의 호평을 바탕으로 한 상승세를 이어 갔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고, 4년후에서야 발표 된 신작은 어찌보면 전작에서의 상승세를 다 까먹은 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악조건에서 다시 시작하는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신작 Flies Will Starve 은 어찌보면 뭔가 좀 더 좋은 모습을 얻어야만 하는 나름 긴박한 상황에 놓여있다. Flies Will Starve 은 나름 위기에 놓인 밴드를 구해 낼 구국의 명작이 될 것인가가 관건이긴 관건일 것이다.

Flies Will Starve 은 1-2집에서의 호평의 근간, 뛰어난 그라인드코어를 다시금 보여주는데 있어서 부족함이 없는 앨범이다. 그리고 전작에서의 사운드와는 거리를 두는, 적절한 변화상을 지닌, “새출발” 이라는 단어가 어느정도 어울리는 소박한 레벨의 변신작이기도 하다. 신작 Flies Will Starve 은 과격무쌍한 연주 스타일과 그러한 과격한 메탈/그라인드코어 음악이 가질 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다양한 연주패턴, 캐치한 훅, 뛰어난 구성미와 팀웍, 그에 합당한 뛰어난 테크닉과 센스의 과감한 표출의 중무장이라는 2000년대 그라인드코어의 특징이자 제조법을 아낌없이 또 한번 발휘하고 있다. 허나 제작법은 똑같을지 몰라도, 최종 출력되는 음악은 전작과 꽤 다르다. 그리고 이것이 새 앨범의 여러 장점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키 포인트가 된다. 전작들이 그라인드코어적인 관점으로는 완벽 그 자체였지만, 스타일적으로 논해 본다면 “Nasum 의 아류” 를 절대로 벗어나지 못한것도 사실이었는데, 신작은 바로 그러한 스타일적인 매너리즘을 타파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신작은 그라인드코어적인 결론에 놓이기는 하지만, 스피드를 좀 더 과격하게 추구한 쓰래쉬 메탈로도 느껴지기도 하는 특징, 데스코어와도 이어지는 모던한 리듬/그루브의 다이내믹한 면모, 그로인해 탄생되는 그라인드코어면서도 지금까지의 그라인드코어와는 다른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과격함은 살짝 덜하지만, 전작들보다 좀 더 음악적인 개성을 가지게 되었고, 더 나아가 2000년대 그라인드코어에서 한 발자욱 더 나아간 긍정적 변화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결론을 담는데 성공 했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최근들어서 익스트림 메탈/그라인드코어의 한계를 로우하고 다이하드한 방법으로 또 한번 돌파하려고 했고, 이에 성공한 결론을 내리고 있는 Misery Index, Pig Destroyer, Morbid Angel 를 잇는 또 하나의/또 한번의 긍정적 익스트림 사운드 개념 파괴작이라고 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빼놓지 않고 거론 해야만 할 것이다.

4년의 시간은 헛되지 않은듯 싶다. 두장의 전작들에서 얻은 호평의 버프는 거진 사라졌지만, Flies Will Starve 은 그러한 버프가 오히려 없는것이 더 좋은 그림일 정도로 매우 의미심장한 새 출발을 해냈다. 또한 전작에서의 명성 잇기에 전혀 지장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변화상의 연결고리를 잘 만들어 낸 것도 빠트릴 수 없는 장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탄생 된, “혁신적인 2000년대 그라인드코어 사운드보다 좀 더 혁신적인 또 하나의 변화상” 의 익스트림한 사운드는 영악하게 움직이고 있는 몇몇 익스트림 지니어스 밴드들에 비해 뒤지지도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그렇다. Flies Will Starve 는 진정한 의미의 “또 한번의 새로운 이정표” 라 할 수 있는 앨범인 것이다. 단 3장만에 텍스쳐를 2개나 낸 이 괴물스런 밴드 Mumakil 의 이름을 기억하는것이 좋을듯 싶다. 그건 미래의 일이니 일단 접어두고, 일단은 위대한 Flies Will Starve 을 충분히 들어보도록 하자. 헤비-익스트림 사운드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2013년에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그 일일 것이다.

- Mike Villain


Death From Bel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