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Sisters Of Sleep – Ezekiel’s Hags (Relapse, 2016)

Seven Sisters Of Sleep  – Ezekiel’s Hags (Relapse, 2016)

EYEHATEGOD 이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들은 써던락을 즐기는 펑크 키즈들이다” 라고 언급 한 바 있는데, 이는 슬럿지 메탈이라는 장르가 어떠한 독특함을 지니고 있는지를 간략하고 확실하게 정의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둠 메탈이 지닌 극단적 어두움에 대한 표현, 하드코어 펑크 특유의 심플/스트레이트한 구성, 서던락 특유의 끈적한 애드립이 겸비 된, “멋지게 뒤틀린 새로운 메탈 서브장르” 인 슬럿지 메탈은 과격 메탈의 상징물로써 지금도 건재한 장르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와 등장한 수많은 신예 밴드들이 작정하고서 그러한 기본 공식을 붕괴 시키며 슬럿지 메탈을 “장르 경계가 모호한 모던 믹스쳐 헤비니스” 로 만들어 버렸기에 이 장르 특유의 과격 메탈적 질감은 예전 같지는 않은 편이다. (슬럿지 메탈과 궤를 같이 하는 둠메탈, 스토너 사운드 역시 그러하다.) 허나 2010년대 들어와 둠 슬럿지 스토너 태동기 때의 독한맛을 집중적으로 포커싱 하는 신예들이 하나둘씩 등장, 다시금 균형을 맞춰가는 중이기도 하다.

그러한 흐름을 살펴 보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선택 될 법한 밴드가 여기에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LA 출신의 5인조 밴드 Seven Sisters Of Sleep 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큰 네임벨류를 지닌 인기 밴드와는 거리가 먼 편이다. 하지만 블랙큰드 하드코어 전문 레이블이자, 그 장르와 연관되는 언홀리/오컬드/사타닉적인 코드나 분위기를 지닌 다양한 메탈 및 하드코어 장르를 다루는 나름 네임드 레이블 A389 Recordings 를 통해서 두장의 정규작 Seven Sisters Of Sleep (2011), Opium Morals (2013) 및 일련의 EP, 싱글, 스플릿을 통해 “EYEHATGOD 스타일” 로 대변되는 정통 슬럿지 메탈의 계승 & 오컬트/사타닉 이미지를 십분 활용한 가사 제조와 사운드 어레인지를 통한 자신들만의 개성 확보를 충분 해 내며 차근차근히 팬 베이스를 확보, 쉽게 간과 할 수 없는 신진 세력으로 확실히 자리매김 한 바 있기에 마냥 가볍게 보기에도 힘든 밴드이기도 하다. 그러한 활동 이력을 바탕으로 이들은 2015년에 메이저 메탈 레이블 Relapse Records 로 이적 했으며, 2016년에 2월에 신작 앨범이자 통산 3번째 풀렝스 앨범인 Ezekiel’s Hags 을 발표했다.

언더그라운드 기대주에서 거물 밴드로 나아가기 위한 첫번째 시험대에 오른 상황의 신작 Ezekiel’s Hags 은 슬럿지 메탈 태동기의 독함을 얼마나 극단적으로 잘 보여 주는가, 그리고 그 독함을 얼마나 흥미진진 하게 어레인지 해 나가는지에 대한 노력을 담은 앨범이다. 사운드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슬럿지 메탈 원형 그대로의 독함을 제대로 들려준다. 어둡고, 무겁고, 느리고, 사악한 (오컬트/사타닉한 코드를 가사로 여과없이 마구 드러내는 밴드이기에 사악한 맛은 유난히도 특별나다.), 그러한 독함 말이다. EYEHATEGOD 의 데뷔 앨범 In The Name Of Suffering 에서의 그 독한 질감이 바로 떠오를 정도이며, Cathedral 의 초기 모습 또한 연상 될 정도의 둠데스로 넘어가기 직전의 극단적 둠메탈적 코드 또한 매우 묵직하게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슬럿지 메탈 초기, 둠메탈/둠데스 과도기의 (단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지루한 전개만큼은 없다. 확실하게 펑크적 구성이 첨부되어 그에 걸맞는 업템포 분위기가 존재하며, 이에 어울리는 다양한 곡 전개와 연주 패턴을 적절하게 첨부되어 흥미진진함을 유발 시키고 있다. 다이내믹한 구성력을 지닌 업템포의 존재 뿐만 아니라 그라인드코어, 크러스트 펑크, 패스트코어, 파워바이올런스와 같은 다양한 과격 스피드 장르 요소를 듬성듬성 첨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탄생되는 파괴적인 쾌감 & 이 팀만의 스타일리쉬한 묘미의 추가는 굉장한 음악적 임팩트함을 남기며 Seven Sisters Of Sleep 라는 밴드의 독특함을 배가 시키고 있기도 하다.

정통 슬럿지 메탈 특유의 다이하드 코드 재림, 그리고 그 위에 얹어진 변화무쌍한 구성력 & 다양한 음악적 장르들의 흥미진진함, 그 이질적인 것들의 놀라운 황금조합이 바로 본작 되겠다. EYEHATEGOD, Cathedral, Amebix, Spazz, Heresy 등의 수많은 아이콘 밴드들을 떠오르게 만들지만, 그러한 아이콘 밴드들의 코드들을 십분 활용하여 만드는 자신들만의 개성창출 또한 굉장하구나를 느낄 정도의 뛰어난 이들만의 어레인지 센스는 정말 놀라웁다. 슬럿지 메탈의 독함을 2-3분대 러닝타임으로 짦고 간결하며 지루함 없이 컴팩트하게, 하지만 확실한 기승전결 및 트랙마다의 각기 다른 존재감을 표현하는 능력의 업그레이드 수치는 이번 앨범에서 유난히 높다는 점 또한 빠트릴 수 없다. 긴 러닝타임을 바탕으로 거대한 스케일 메이킹을 차분히 진행하는 대곡 2곡 (각각 6분대, 10분대이다.) 의 존재감 또한 그러하다.

메이저 레이블 데뷔작 다운 혁신성으로 꽉 차 있는 한장이며, 슬럿지 메탈 초기의 독기를 한없이 내 뿜으면서도 매우 신선한 여러가지 방법론들을 매우 설득력 있고도 흥미진진하게 풀어 나가는 실력 및 기개의 표출은 정말 최고라는 말을 꺼내게 만든다. 둠 슬럿지 스토너의 메탈의 모던화의 지금까지의 모범답안은 Mastodon 스타일이겠지만, 2016년 부터는 그것이 오답이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 정도! Ezekiel’s Hags, 이 한장으로 다시 슬럿지 메탈은 다시금 독해졌으며, 그와 별개로 여전한 세련됨을 뽐내고 있다. “이 장르의 수많은 변화상을 겪어 본 사람조차 쉽게 판단해서는 안되는 한장입니다” 이라는 말로 이 앨범에 대한 찬양을 이만 줄이겠다.

- Mike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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