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dy Count – Manslaughter (Sumerian, 2014)

Body Count – Manslaughter (Sumerian, 2014)

Body Count 라는 밴드가 셀프 타이틀을 내던 1992년은 꽤나 충격과 공포였다. 힙합 뮤지션으로 최고의 자리에 있던 Ice-T 가 “내 사촌이 실력있는 메탈 기타리스트인데 말이야, 흑인이라는 이유로 밴드 가입 & 밴드 결성이 힘들더라고. 그래서 내가 발벗고 나서서 흑인들로만 구성 된 밴드를 만들었지.” 라며 메탈 사운드에 과감히 도전을 해서? 그게 전부가 아니다. Body Count 는 고전 하드락 & 헤비메탈, 하드코어, 크로스오버 쓰래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밴드였다는 점, 밴드의 기타리스트 Ernic C 가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실력의 소유자였다는 점, 헤비메탈 보컬로의 테크닉은 하나도 없었지만 힙합 커리어에서 보여준 터프한 보이스 톤으로 모든걸 해결하는 Ice-T 의 용감함이 의외로 좋은 인상을 남겼다는 점이 있었고, 무엇보다 Ice-T 가 힙합 커리어에서 보여준 “거친 흑인 갱스터 멘탈리티를 메탈 사운드에 그대로 이식” 하면서 탄생되는 엄청난 하드코어함 등이 더욱 무시무시하게 날뛰었기 때문이다. 총기/마약 범죄, 여성 비하, 폭력적 갱스터 찬양, 인종차별에 대한 전면전 선포와도 같은 곡들의 난무, 꼬우면 전면적으로 붙어보자는 식의 멘탈 & 캐릭터, 이를 표현하는데 있어 매우 터프하다 못해 다소 천박하다고 생각 될 정도의 과격무쌍한 표현은 더욱 더 이 밴드를 충격과 공포의 대명사로 굳어지게 만들었다. 90년대 초반은 흑인 슬랭의 엔터테인먼트화에 대해 정부와 언론이 “부당하다” 혹은 “천박하다”, “사회에 악영향을 준다” 라고 주장하며 제제를 가하던 시절이었고, 흑인들 역시 힙합 음악을 연료삼아 “흑인의 위험하기 그지 없는 삶은 국가적으로나 언론적으로나 전혀 조명받고 있지 못하다” 라고 외쳐대던 그 분노어린 표현의 강도를 극단적으로 올려 나가며 논란을 일부러 키우던 시대였기에 논란의 태풍의 크기는 더욱 더 커져만 갔다. 데뷔작의 킬링 트랙이자 흑인에게 부당한 폭력과 대우를 행하는 경찰놈을 사냥하는 갱스터를 묘사한 Cop Killer 는 BC 를 논란의 아티스트를 넘어 사회 전복세력으로 만들 정도였다. 하지만 예상보다 이 흑인 친구들이 구사하는 갱스터 메탈, 혹은 게토 메탈은 음악적/사상적으로 완벽했고 평단과 헤비음악 애호가, 다양한 업계 밴드들로부터의 호평과 인정을 얻게 되었다. 의문부호가 붙던 갱스터 래퍼의 메탈 사운드 도전기는 성공이었다.

하지만 아쉽고도 놀랍게도 그게 전부였다. 레이블은 정부와 언론의 비난을 감당하기 힘들어했고, 결국 BC 의 차기작들을 고의적으로 홍보하지 않는 꼼수를 부리며 계약 문제를 해결하며 BC 를 음지로 내몰았다. 앨범들은 당연히 주목받지 못했다. Ice-T 역시 90년대에 들어오며 힙합 음악이 G-Funk 위주로 돌아가자 넘버원 힙합 아티스트로의 자리마저 잃어갔고, 이 역시 알게 모르게 BC 에게 영향을 주었다. Ice-T 는 일단 음악 활동의 비중을 줄이고 연기자 생활에 크게 비중을 두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지만 (국내에서도 인기만점의 미국 드라마 Raw & Order SVU 의 인기 캐릭터가 아니던가!), BC 는 그 반대였다. “예전에 그런 밴드가 있었지. 지금도 활동하네? 왜?” 라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게다가 음악이 핵심인 Ice-T 와 Ernie C 를 제외한 멤버들이 림프종, 백혈병, 총기 사고로 차례차례 사망하며 그 악재를 더해갔다. 하지만 남은 두명은 굴하지 않았다. 새 멤버를 영입하고 2009년에 컴백을 선언했고, 젊고 기발한 메탈과 하드코어의 변화상을 보여주지만 너무 도를 지나쳐서 “뭔가 잘못 된 느낌의 메탈/하드코어” 까지 나아갔던 밴드들의 전당인 Sumerian Records 와의 깜짝 계약을 하며 놀라움을 선사 하면서 새 앨범 제작에 들어갔다. 그렇게 8년만의 신작/통산 5번째 앨범인 Manslaughter 가 발표 되었다.

하지만 Manslaughter 는 눈물 어릴 정도로 “기대 할 껀덕지가 하나도 없는 앨범” 인 인상이다. 8년만의 새 앨범이었고, 8년전에 발표 되었던 Murder 4 Hire (2006) 은 송라이팅, 연주, 프로덕션 등 모든 부분에서 망작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던 작품이라는 점에서 BC 의 신작은 한마디로 “하나도 기대되지 않는다” 의 극을 점령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Manslaughter 는 “BC 역사의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는 앨범이자, 그 강도가 너무나도 강해서 “올해 최고의 충격적 반전” 이라고 할 수 있기도 한 앨범이다.

Manslaughter 는 간단하게 “92년 셀프타이틀 풀렝스의 밀레니엄 업그레이드 판” 이라고 간단하게 정의가 되는 앨범이다. 정통 헤비메탈/블루스/하드락, 하드코어 펑크, 그루브 메탈, 그리고 메탈과 하드코어의 합체로 만들어지는 크로스오버 쓰래쉬적인 색채의 핵심적 응집과 그것을 BC 만의 센스로 해치우며 “제대로 된 헤비니스 사운드” 와 “BC 라는 밴드만의 오리지널리티 창출” 의 두마리의 토끼를 잡는 모양새이다. 펑크 (funk 아님!)-메탈의 퓨전을 통한 스피드 구사, 정통 하드락에 뿌리를 둔 화려한 솔로잉 파트, 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의 시대상을 관통하는 다양한 스타일의 헤비 그루브 등 다양한 스타일과 패턴까지 보유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그동안 BC 의 큰 문제였던 “작곡의 디테일함 절대부족” 과 “앨범 프로덕션에 대한 과도할 정도의 무지” 를 해결하였고, 더욱 더 BC 의 터프 만점 하이브리드 사운드는 진정한 의미의 정점을 찍는다. 곡 하나 하나의 흐름과 보컬/연주의 연계가 매우 뛰어나게 발전했고, 스피드-그루브-슬로우 넘버까지 고루 갖춘 다양한 패턴들로 만들어지는 앨범 전체의 근사한 흐름으로 BC 만의 장르적 특징은 한치의 아쉬움 조차 없이 발휘되고 있으며, “최고” 라는 말을 꺼내게 만드는 선동력까지 생성한다. 뛰어난 리프 메이킹 센스와 화려한 비루투오조 플레이어로의 매력을 동시에 터트리는 Erine C 의 플레이는 그의 커리어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며, 새롭게 가입된 3인의 플레이 역시 조연 이상의 엄청난 카리스마를 자랑한다는 점도 이 앨범에서 빠질 수 없는 장점 되겠다.

물론 Ice-T 의 발전상도 있다. 따로 떼 놓고 이야기 해야 할 정도로 다양한 것을 보여준다. 일단 보컬 기량의 업그레이드 이야기 해 보자. 메탈 보컬리스트로의 기량은 떨어져도 터프한 래퍼로써의 커리어에서 시작된 터프한 발음과 엑센트를 바탕으로 메탈에 어울리는 자신의 스타일을 보여주며 강한 인상을 남겼었다. 하지만 그의 스타일은 메탈 음악에 완벽하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고, 분명 보완이 필요한것도 사실이었다. 그는 신작에서 보컬 테크닉을 늘린건 아니지만, 앞서 설명한 발음 방식을 좀 더 갈고 닦으며 발전이라는 것을 꽤나 잘 보여주고야 만다. 그와 동시에 곡의 흐름이 Ice-T 의 한계에 어느정도 맞춰주며 그의 약점을 적절하게 해결 해 주고 있기도 하다. 이는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겠지만 꽤 괜찮은 해결방안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 신작에서 대거 늘어난 그루브 위주 & 스피드 위주에 트랙과 Ice-T 의 래퍼 뿌리에서의 메탈 보컬 스타일로의 완벽한 조화는 신의 한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기가 막히기에, “BC 꽤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해결해했다” 라는 말을 자연스레 꺼내게 만든다. 여기에 그가 래퍼 시절/데뷔 시절부터 변하지 않는 메시지가 여지없이 첨가된다. 흑인 빈민가가 지닌 각종 범죄와 사회문제에 대한 거침없는 이슈 제기, 이를 거침없는 흑인식 슬랭 남발로 표현하며 Ice-T 가 30여년 넘게 구축한 거칠고 인텔리한 스트리트 갱스터 캐릭터의 이야기 그것 말이다. 그러한 강력한 캐릭터로 풀어 나가는 흑인 헤비메탈 리더로써 활동하며 만나게 된 또 다른 편견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주목 할 만하다. 흑인이 헤비메탈을 제대로 하겠냐는 흑백 양쪽에 비난에 대해 “헛소리 하다간 총 맞는다” 라는 무시무시한 갱스터 메탈 판타지로 응수한다던지, 매 공연때마다 보이는 슬램핏안의 여성들에 대한 갱스터 래퍼적인 해석과 존경을 담는다던지 하는것 말이다.

Manslaughter 는 놀랄만한 앨범이다. 음악적으로 뛰어나고, 엔터테인트적으로 뛰어나며, 오리지널리티적으로 뛰어나다. Anthrax, Slayer, Pantera, Dead Kennedys 에 대해 오랜 팬이었음을 밝히고, “힙합과 메탈은 전혀 다르다고 말하지만 똑같다. 나도 제대로 보여 줄 수 있다.” 라며 호언장담 할 만한, 아니 오히려 그 호언장담이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겸손치 않았나 싶을 정도로 굉장하다. BC 는 꽤 잘하는 밴드였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 리더인 Ice-T 가 갱스터 래퍼로써의 & 배우로써의 커리어가 꽤나 강렬해서 오히려 평가 기준이 가혹 했었고, 의외로 악의적인 평가를 많이 받아 온 밴드였다. 그리고 밴드 역시 그 편견을 박살내기 위해선 “우리도 할 수 있다” 라는 말보단, 92년의 데뷔작만큼의 충격을 지닌 작품을, 그것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만 했다. Manslaughter 는 그 문제를 해결하는 앨범이며, 그동안의 복수심(?) 까지 이자로 청산 해 주고 있다. 굉장한 앨범이다. “흑인이 메탈 음악을?” 과 “BC 가 그래도 좀 하지” 둘 다 개박살을 내 버릴 정도다. 예상을 넘어서는, 괴물과도 같은 앨범 되겠다. 인종이 어떻고 ,힙합 뮤지션이 어떻고 하는 이슈성 멘트가 필요가 없기도 하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 앨범은 간단하게 “Anthrax, Slayer, Anthrax 와 같은 미국 쓰래쉬 메탈에 대한 가장 뛰어나고 개성적인 2010대적 서비스패치/업그레이성 앨범” 이라고 말하는게 좋다. 크로스오버 쓰래쉬 리바이블이 아닌, 2014년에 어울리는 크로스오버 쓰래쉬컬 모던 메탈 클래식 말이다. 명반이다. 그리고 올해를 빛내는 한장 되겠다.

- Mike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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