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remony – Zoo (Matador, 2012)

Ceremony – Zoo (Matador, 2012)

현재 의미심장할 정도로 활기차며 펑크 애호가들의 당연한 환영과 비-펑크 애호가/힙스터 세력들의 의외의 호평으로 인해 더더욱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하드코어 펑크/패스트코어/파워바이올런스 리바이벌, 그 시작에 Ceremony 라는 밴드가 있었다. Trash Talk 와 더불어서 이러한 흐름의 아이콘이자 파이오니어라 할 수 있는 이들은 2005년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결성하여, 데뷔 EP Ruined (2005) 와 데뷔 풀렝스 Violence Violence (2006) 을 통해 파괴감 넘치는 스피드의 하드코어 펑크 리바이블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동료이자 라이벌인 Trash Talk 가 더욱 더 파괴적인 진화를 보여 주는것과 달리, 이들은 두번째 풀렝스 Still Nothing Moves You (2008) 에서는 파괴적 질주에다가 포스트 펑크/포스트 하드코어적인 특징을 가미하며 변화를 시작, 세번째 풀렝스인 Rohnert Park (2010) 에 이르러서는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의 명 하드코어 아이콘들의 변화상과 파장이 딱 맞아 떨어지는 하드코어 펑크의 찬반양론적 과거의 재발굴과 개선을 통해 그들만의 리바이블 공식을 확립한다. 이러한 변화로 Ceremony 는 하드코어 펑크 황금기의 한 순간만 리바이블 하는 밴드가 아닌, 7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의 하드코어 펑크 역사의 흐름 전체를 리바이블 하는 독특한 방향성을 확립하게 되는 결론을 낳게 되었다. 이는 2012년에 발표한 새 앨범 Zoo 에서도 이어진다.

이들의 지금까지의 커리어는 마치 Black Flag 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순례자와도 같았다. 초기는 매우 격렬했고, 중후반기에 들어서는 느리고 헤비하며 엣모스페릭/엑스페리멘탈 했던 Black Flag 의 역사는 Ceremony 의 초기 2장의 풀렝스 / Rohnert Park 의 변화와 똑같은 파장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신보 Zoo 는 Rohnert Park 의 흐름을 이어가는 동시에, Black Flag 의 뒤를 따라가는 모습을 벗어나 하드코어 펑크 전체의 흐름을 따라가는 느낌의 확장팩과 같으며, 무엇보다 매우 도전적인 동시에 청자를 향해 얼마나 광활한 넒이와 깊은 깊이로 하드코어 펑크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집착하는지 시험대에 올려 버리는 유쾌한 발칙함도 보여주는 앨범이다. 전작 Rohnert Park 가 80년대 후반이었다면, 신작 Zoo 는 90년대 초반의 하드코어 펑크인 동시에 돌연변이화 하여 태어난 하드코어 펑크 뿌리의 얼터너티브 흐름과도 이어지는 물건이라 할 수 있겠다. 격렬한 스피드를 내뿜던 하드코어 아이콘 밴드들이 80년대 후반으로 갈 수록 멜로디, 캐치한 송라이팅, 엑스페리멘탈적 요소, 하드락/락앤롤 시도, 퍼즈한 느낌의 이펙터적 사운드에 대한 연구와 집착 등 다양한 스타일의 자기화로 통해서 변화 했었다. 이러한 변화를 Rohnert Park 에서 보여줬고, Zoo 에서도 보여준다. 대신 Zoo 에서는 좀 더 90년대적 느낌이 난다는 것이다. 하드코어 펑크의 퍼즈톤에 대한 집착은 얼터너티브/그런지의 탄생에 많은 도움을 주었지 않던가? 일단 그런 퍼즈한 톤을 선보이고 있고, 하드코어 펑크다운 스트레이트한 연주를 선보이고 있는 동시에 전통적 올드락/락앤롤 특유의 화성악적 전개를 통한 파퓰러한 느낌에 대한 선호와 재현을 선보인다. 이는 빼도박도 못하는 90년대 초중기의 실험적이자 대중적 변화의 하드코어 펑크 및 얼터너티브로 돌연변이화 하던 시기를 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앨범를 절대로 Nirvana 부터 시작된 얼터붐적인 것과 혼동 해서는 안되는 함정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앨범은 80년대 하드코어 펑크에 큰 뿌리를 박고 있고, 그러한 하드코어 펑크 특유의 비-메이저 스타일의 곤조를 반드시 보여주는 밴드들인 Dinosaur Jr., Pixies, Mudhoney 와 같은 밴드들의 또 다른 얼터너티브의 위대한 유산과 이어지는 앨범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일전에 낸 커버 EP 가 이 앨범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Wire 와 Pixies 커버는 이 앨범 특유의 괴상한 펑크락 사운드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는데 있어서 최고의 힌트 였으니까!)

한마디로 Zoo 앨범은 하드코어 펑크의 파괴적 코드의 탈피화와 그에 합당한 정체불명의 돌연변이 사운드화의 시도와 완성에 완벽한 앨범이다. 하드코어 펑크 역사 전체를 리바이블 해 버리는 패기를 보여주려 노력하는 Ceremony 만의 원대한 도전에 정점을 찍는 앨범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80-90년대 하드코어 펑크 흐름은 그 당시에 그다지 좋은 평가를 얻지 못했으며, 합당한 수의 추종자를 를 내리지 못했다. 그로 인해서 매우 컬트적인 사운드로 남아 버렸으며, 그만큼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에 더욱 더 이해하기 힘든 코드로 이어진다는 점, 그러한 흐름속에 자연스레 생성된 얼터너티브적 요소 역시 많은 사람들이 그거겠구나 하는 얼터너티브가 아니라는 점, 이러한 점들의 컴비네이션으로 인해 제대로 이해 하기에는 적잖은 음악적 내공이 쌓여 있어야만 한다는 등등등… 청자를 시험하는 오타쿠적 코드의 높은 난이도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좋게 들릴 것인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얼마나 많은 음악을 좋아하고 이해하는지에 따라 좋게 들리는 강도가 결정되는 앨범임에 틀림이 없다. 이는 괘씸하고도 매우 바람직 하다. 하드코어 펑크 골수팬, 얼터너티브 골수팬 보다 힙스터가 더 꼬이게 만들 음반이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이러한 흐름은 요즘들어 많이 발생하는 데다가 당연하게 “좋지 않다” 라고 말 할 수 있기에 마냥 반갑지 않은 흐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Zoo 는 분명 좋은 관점을 지닌 하드코어 펑크 음반임에는 틀림이 없다. 멋 모르는 찬양가들이 거슬려서 “빠가 까를 만든다” 는 현대 진리를 굳이 리뷰로 실현 시킬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 Mike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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