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sh Talk – Eyes And Nine (Trash Talk Collective, 2010)
최근 언더그라운드 음악계의 여러가지 특징적 흐름중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누가 뭐라건간에 “하드코어 펑크 리바이벌” 이라고 할 수 있다. 철저한 아마추어리즘과 한계를 모르는 객기로 10여년간 화끈하게 불타오르고 매우 조용하게 사라진 그 80년대 하드코어 펑크가 돌아 온 것이다 이 말이다. The Circle Jerks/Black Flag 의 보컬 Keith Morris 가 새 밴드 OFF! 로 돌아왔고, Mission Of Buma 가 새 앨범을 발표 했으며, Negative Approach 가 돌아와서 왕성한 라이브 활동을 보여주고 있으며, 무엇보다 이러한 하드코어 펑크 격동기를 겪었던 그 당시의 젊은이들/현대 4-50대의 나이를 지닌 올드 스쿨측의 지지층 뿐만 아니라 10-20대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의 재조명이 행해지며 완벽한 컴백을 해 냈다는 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자기 시대의 음악이 아닌데도 큰 관심과 호평을 날려 준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놀라운 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지극히 정상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왜냐면 10-20대 청년들이 되살릴 조차 없을것만 같았던 시체와도 같은 장르, 하드코어 펑크를 눈여겨 보게끔 하는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10-20대 세대가 꽃힐 수 밖에 없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하드코어 펑크 히어로들의 등장이다. 그러한 다양한 밴드들 중에서 흐름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자, 최고의 위치에 존재하는 밴드가 있으니, 그 이름은 바로 Trash Talk 다.
Trash Talk 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하드코어 펑크 리바이블을 주도 했고, 다양한 음악 언론의 강력한 호평, 아직은 언더그라운드지만 무시 할 수 없는 엄청난 덩치의 장르 팬층의 확립이라는 불가능한 것들을 달성한 신과 같은 존재다. 그들이 다 만들었다고 단정지어도 과언이 절대로 아닐 정도다. 무엇보다 팬들이나 평론가들의 입맛에 맞는 음악적 알랑방구와는 거리가 먼 지독하게 빠르고 헤비한 광기의 사운드와 철저하고도 무모한 DIY 애티투드로 이러한 성과를 낳았다는 점은 “일종의 신화” 로써 이야기 할 수 있겠다. 특히 무모할 정도의 DIY 미학은 무서울 정도다. 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서 결성 후 2년간 하드코어 펑크 레이블인 Six Feet Under 와 Deathwish INC. 산하 레이블 Malfunction 에서 EP/스플릿/풀렝스를 내며 워밍업을 끝내자 마자, 자신들만의 레이블이자 소규모 기획사인 Trash Talk Collective 를 설립하더니 앨범 및 머천다이즈의 기획/제작, 프로모션, 뮤직비디오 촬영, 세계로의 앨범 디스트로는 물론이거니와 지도 한장/밴 한대 끌고서 불러주는데 어디로나 공연하러 달려가는 “80년대 하드코어 펑크 투어의 미학” 까지 모두 해치우는 괴력을 보여주며 엄청난 임팩트를 남긴바 있다. 한마디로 Trash Talk 는 사운드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적/정신적인 면까지 80 하드코어 펑크의 모든것을 보여주는 밴드였다. (스케이드 보드 컬쳐에 대한 부분도 있는데… 이는 알아서들 찾아 보도록!)
이러한 하드코어 펑크 리바이벌 메시아 Trash Talk 를 논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이들의 세번째 풀렝스 앨범인 Eyes And Nine 이다. 가장 음악적으로/하드코어 펑크적으로 뛰어나며, 하드코어 펑크의 극단화라는 돌연변이적 변화에 있어서도 최고의 결론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Trash Talk 는 등장부터 80년대 하드코어 펑크 뿐만 아니라, 하드코어 펑크를 바탕으로 극단적으로 발전한 서브 장르인 쓰래쉬코어/파워바이올런스쪽으로의 집착성도 대단했다. 하지만 초기작들은 패기에 비해 음악적 결론을 내리는데 있어서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 주었고, 2번째 셀프 타이틀 풀렝스 앨범 Trash Talk (2010) 에서 서서히 확립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은 차기작이자 본작 Eyes And Nine 에서 최고조로 폭발한다. 80 하드코어 펑크의 모든것이라 할 수 있는 심플한 형태의 연주와 그에 합당한 스트레이트한 미학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기회만 났다 하면 패스트코어/파워바이올런스 스타일의 격렬한 그라인드 리프 난사 및 머신건/블라스트 비트 난타로 인한 하이브리드적인 난입과 그로 인한 광기/분노/혼돈의 샤우팅의 쉴 새 없는 구토적 난사는 정통 하드코어 형태에서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카리스마를 보여준다고 말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이들만의 캐릭터성으로 멋지게 확립되고 말이다. 1-2분대의 짦은 러닝타임 안에 무차별하게 난사 해 대지만, 놀라울 정도로 철저하게 계산되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오차없는 구성력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도 놀라운 부분이다. 매우 격렬하고 혼돈스럽지만, 기승전결의 완벽한 확립과 및 각종 애드립의 적재적소의 배치 등 짦은 시간안에 뛰어난 송라이팅과 연주의 모든걸 보여준다는 점은 너무나 인상 깊으며, Trash Talk 의 역사에 있어서 첫번째 음악적 피크로써 평가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약간의 아쉬운 부분 (단점이라고는 하고 싶지는 않다) 도 존재한다. 쓰래쉬코어/파워바이올런스적 도입에 있어서 블라스트 비트의 격렬한 폭발적 부분만을 가지고 왔는데, 이는 매우 단순하고 테크닉의 유무를 논하는 행위 자체가 실수일 정도로 객기 넘치는 플레이가 주가 될 지언정 분명 연주 패턴과 곡의 구성적 부분에 있어서 독창적인 특징이 존재하는 쓰래쉬코어/파워바이올런스 음악의 본질을 망각하지 않았냐는 지적에는 나름 할 말이 없어진다는 점은 아쉬움이 아니고 무엇이냔 말이던가? 또한 전작 Trash Talk 에서 보여 준 둠/드론적인 공간적 공포감의 개성이 거의 숙청 당하다 싶이 잘려 나갔다는 점 역시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고 말이다. 물론 이러한 점은 “그저 약간의 아쉬움” 이라는 점으로 치부하고서 대충 얼렁뚱땅 넘어 갈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왜냐면 하드코어 펑크의 뼈대, 뛰어난 밸런스와 배치의 쓰래쉬코어/파워바이올런스적 요소의 추가, 과격한 사운드 뒤에 숨겨진 야심찬 구성력이라는 장점들이 그러한 불평불만을 그저 개인적인 아쉬움으로 결론짓게 만들 정도로 모든것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개인적 아쉬움” 일 뿐이다 라는 것으로 결론 지어 질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말이다.
무엇보다 Trash Talk 는 이 앨범을 기점으로 하드코어 펑크 리바이벌의 선구자의 타이틀을 넘어서 최강자의 타이틀을 얻는데 성공 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하드코어 펑크 팬들의 호평을 넘어서 힙스터 언론쪽의 강력한 호평도 얻어 내는데 성공했고, 10-20대 지지세력의 수를 폭발적으로 증가 시키는데에도 성공했다. 심지어 Download Festival 과 같은 메이저 무대에서도 잦은 출연을 하기도 했다. 타협이라는 단어가 생각조차 안 날 정도로 극단적으로 개조한 하드코어 펑크 사운드와 무모할 정도의 철두철미한 DIY 애티투드를 가지고 준-메이저까지 올라가고야 말았던 이들만의 저력은 펑크/하드코어의 40여년 역사에 있어서 거의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일종의 사건이다. 그리고 이러한 신화를 기록 할 수 있었던 것은 서서히 불이 붙기 시작한 음악적 성장세, 다양한 청자/평단으로 부터 받은 주목, 이를 놓치지 않고서 적절한 시기에 매우 퀄리티의 앨범을 만들어 내고 발표한 귀신같은 타이밍의 환상조화 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제대로 된 하드코어 펑크 애티투드를 가지고 말이다. 그 결과물이 Eyes And Nine 이다. 2000년대 펑크/하드코어 마스터피스의 범주를 넘어 버린, 세기의 헤비 사운드 마스터피스로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는 앨범이라는 점을 추가로 남길 수 밖에 없는 앨범 말이다.
- Mike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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