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icidal Tendencies – World Gone Mad (Suicidal Records, 2016)
80 하드코어 펑크의 대명사였고, 하드코어와 헤비메탈의 장점을 제대로 믹스 시키며 그 두 음악간의 간극을 단숨에 좁힌 언더그라운드 사운드의 혁명을 선사한 밴드였으며, 독특한 하위 문화 패션 센스와 그것을 바탕으로한 감각 넘치는 머천다이즈 발매로 스트릿 패션에도 한 획을 그었던 Suicidal Tendencies 의 전성기는 확실히 지난지 오래다. 펑크와 메탈의 스트레이트한 묘미를 한껏 발휘한 80년대 명작들, 그것을 그대로 이어 가면서 좀 더 진지한 음악적 깊이와 내면 세계 탐구를 보여주며 Metallica 의 블랙 앨범만큼의 위용을 보여 주었던 The Art Of Rebellion (1992), 딱 거기까지 였다. 시원스런 욕설과 스피드로만 모든걸 해치우려 했던 뜬금포 앨범 Suicidal For Life (1994) 의 대실패, 메이저 레이블로부터의 해고,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해서 이탈하는 멤버들로 인해 SxTx 는 단숨에 무너졌다. 라인업을 추스리고 발표한 차기작이자 재기작들인 Freedumb (1999), Free Your Soul And Save My Mind (2000) 에서 보여 준 초기 하드코어 펑크로의 회귀는 조롱만을 얻을 뿐이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그 이후 밴드는 추억팔이 투어, 머천다이즈 장사에만 열을 올렸다. “조만간 아주 멋진 새 앨범이 곧 나옵니다” 라는 코멘트는 과하게 남발 되었고, 지나친 “새 앨범 곧” 드립은 Guns N’ Roses 의 Chinese Democracy 와 거의 맞먹을 정도였다. 13년만에 등장한 새 앨범 13 (2013) 이 예상을 깨고(?) 진짜로 발매가 되었다는 점, 괜찮은 퀄리티를 보여주며 “추억팔이” 에 정당함을 부여 했다는점, 계속 멤버가 바뀌어도 보컬리스트 Mike Muir 의 끝장나는 카리스마와 밴드 매니징의 끝을 제대로 보여 주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당신이 촉이 빠르다면 이렇게 꽤나 디테일하게 “SxTx 는 물이 갔어요” 말하는 이유가 뭔지 아주 잘 알 것이다. 거두절미하게 말하자면, 징글맞게 끌고 또 끌었던 최근작 13 이 발표 된 지 3년만에, 그것도 몰락기의 SxT 의 좋지 않은 특징중의 하나였던 “새 앨범 곧 나옵니다” 언론 플레이도 거의 없이 World Gone Mad 라는 신보가 2016년 9월말에 발표 되었다는 점, 그리고 이 앨범이 아주 괜찮다 못해 “메이저 레이블 이탈 후 SxTx 앨범 중에서 최고” 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쾌작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렇다. World Gone Mad 는 아주 괜찮은 앨범이다.
World Gone Mad 는 지금까지의 SxTx 의 역사를 총 망라한 앨범이다. 말 그대로 다 들어있다. 셀프 타이틀 데뷔작에서의 좌충우돌 80 하드코어 펑크, Join The Army 와 How Will I Laugh Tomorrow When I Can’t Even Smile Today 의 크로스오버 쓰래쉬로의 변화상, Lights…Camera…Revolution! 의 기름진 메이저풍 쓰래쉬, The Art Of Rebellion 에서 보여 준 Metallica 의 블랙 앨범과도 같은 진지함과 모던함, 대책없는 통쾌함을 전해 주지만 왜 필요 이상으로 과거 회귀를 하려는가에 대한 의문의 Freedumb, Free Your Soul And Save My Mind 시절의 아리까리함 까지 아낌없이 전부 다 들어가 있다 이 말이다. 미칠듯한 스피드의 하드코어 펑크, 전형적인 크로스오버 쓰래쉬, 80년대식 스피드 넘버부터 90년대 리드미컬/헤비 그루브, 진지한 헤비/파워 발라드 넘버까지 SxTx 의 모든 스타일이 이 한장에 총 망라되어 있다. 커리어 하이때의 명 플레이어 Rocky George 와 Robert Trujillo 는 더 이상 밴드내에 존재하지 않지만, 그들이 바로 연상되는 화끈한 메탈 기타 솔로잉과 미쳐 날뛰는 광폭 슬랩 베이스 플레이는 여기저기서 마구 튀어 나오고 있다는 점 또한 이 앨범의 장점으로 그 역활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도 하다. 정말 의외의 영입이라 할 수 있는 Slayer 출신의 드러머 Dave Lombardo 의 드러밍 또한 이 앨범의 탐구과제로써 꽤나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Slayer 에서 보여준 것들은 하나도 나오지 않지만, SxTx 의 맛을 제대로 살리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확실히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World Gone Mad 는 예전에 하던것들을 한 소절씩 떼어와서 나름 괜찮게 믹스 해 낸 앨범이다. “재탕” 이라는 것이 좀 많이 티가 나며, 애써 무시 하기도 힘들 정도로 다소 뻔뻔하게 우려 낸 인상이 강하다. 허나 흥미롭게도 이 앨범은 “재탕” 보다는 “응용을 통한 새로운 무언가” 를 창조 해 낸 인상을 매우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새 앨범” 이라는 포맷에 어울리는 앨범이기 때문일 것이다. 재탕이긴 재탕이지만, 굳이 그런 표현을 최종적으로 쓰고 싶지 않을 정도로 새 앨범다운 흥미진진함을 다양하게, 그리고 깊게 만들어 냈다. SxTx 의 모든 역사가 담겨 있으며, 그 긴 커리어에서 탄생 된 다양함을 매우 체계적으로 잘 정리 해 냈고, 이를 바탕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함을 유지 해 나가도 있다는 점 또한 이 앨범의 장점이기도 하다. 다소 논란꺼리였던 초창기 하드코어 펑크로의 회귀가 정당하다는 점을 결국 이 앨범을 통해서 증명 해 내고야 만다는 점, 싸이코틱한 Mike Muir 의 흥미로운 캐릭터성이 뛰어난 음악적 요소를 타고 그 어떤 때보다 더욱 재미지게 터지고 있다는 점, 연주적인 부분에서 스트레이트함과 테크니컬한 면모의 극단적 표현과 뛰어난 밸런싱이 매우 돋보인다는 점, 이 연주적 요소가 SxTx 의 다양한 스타일의 디테일함을 살려준다는 점 등등, 부가적인 흥미진진함도 꽤나 인상적이기도 하다. 진정한 의미의 “컴백” 을 담고 있는 한장이며, 80년대 쓰래셔들의 요즘 신작들이 지나칠 정도로 과거 영광 재탕인것을 감안 해 본다면 이 앨범의 위용은 정말 남다르다 할 수 있겠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 앨범을 발표하자 마자 리더 Mike Muir 가 “아마도 이 앨범이 SxTx 의 마지막일 것이다” 라는 점을 코멘트 했다는 점이다. 이는 매우 아쉽다. 다시금 SxTx 의 다양한 음악적 뛰어남과 흥미진진함이 마구 작렬 해 대는 World Gone Mad 을 질러 놓고 가긴 어딜가냔 말이더냐? World Gone Mad 는 SxTx 라는 밴드에게 “더해라!” 라는 말을 꺼내게 만든다. 추억팔이 밴드로 20여년을 버텨온 이들에게 그런 말을 하게끔 만드는 이 앨범의 마법은 정말 굉장하다. 순풍에는 돋을 달아야 한다. 딱 한장만 더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기대하고 있겠다. 그때까지 World Gone Mad 를 계속 곰 씹을거 같다. 너무 좋다.
- Mike Vil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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