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lly Talent – Afraid Of Heights (Warner Music/The End, 2016)

Billy Talent – Afraid Of Heights (Warner Music/The End, 2016)

메이저 레이블 Atlantic/Warner 에서 데뷔했고, 4장의 앨범을 발표 했지만 크게 상업적으로 성공한 이미지가 아니기에 Billy Talent 라는 밴드 자체를 심각하게 받아 들이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Billy Talent 는 2000년대 초중반의 팝펑크와 이모를 근간으로 한 대중적인 코드의 포스트 하드코어 음악을 논하는데 있어서 빠트린다면 매우 곤란한 밴드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메이저 필드에서의 상업적 성과는 미비함 그 자체였을지 몰라도, 이들이 남긴 4장의 앨범 모두는 상업적인 결과를 과하게 남기려는 꼼수가 너무나도 과했던 2000년대 초중반의 메이저 팝펑크/대중적 포스트 하드코어씬의 흐름과는 다른, 음악적인 부분을 무엇보다 신경쓰며 남다른 존재감을 인상적으로 남긴 바 있는 밴드였기에 그러하다. 이들은 펑크/하드코어라는 음악 특유의 파워풀함과 스피디함을 소홀히 하지 않으며 특정 장르음악 특유의 매력을 십분 발휘 해 냈으며, 그러면서도 메이저 필드 밴드답게 양질의 기타팝 제조능력을 기반으로 한 대중적인 어필 또한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 두가지를 뒤섞고 조율 해 내는 이들만의 실력과 센스 또한 남달랐으며, 이를 베이스로 한 Billy Talent 라는 밴드만의 아이덴티티 구축 또한 매우 강렬했다. 이는 2000년대 중반에 유난히도 많았던, 이들이 몸담고 있었던 대중적 펑크씬에 유난히 많았던 “펑크인척 하던 음악성 미달의 애들용 소비음악” 밴드들과는 차원 자체가 달랐던 것이었다. 그러한 음악적 암흑기에 대단한 음악적 족적을 남긴 Thrice, The Early November, Thursday, Taking Back Sunday, Alexisonfire 등과 같은 아이콘 밴드들과 더불어 반드시 거론 될 레벨이라고 해도 그리 틀린말은 아닐 것이다. 더불어서 Alexisonfire, Comeback Kid, Nomeen 등과 함께 2000년대 초중반에 적잖은 존재감을 남긴 바 있는 캐나다 펑크/하드코어씬의 열기의 주역 중 하나로도 빠트려서는 곤란할 정도로 자국 캐나다와 미국에서의 큰 인정을 받았다는 점 또한 거론 해 두면 좋고 말이다. (그러한 캐나다 펑크/하드코어 밴드들 중에서 이들만 메이저 아티스트였다!)

허나 이들은 상업적으로 잘 되지 못했다. 자국인 캐나다에서 꽤나 큰 성공 (차트 상위 입상, 자국내 음악 시상식에서의 수상 등) 을 거두며 자국내에서 빅 밴드 반열에 든 건 사실이다. 허나 미국 시장에서는 아니었다. 이들의 남다른 음악적 강렬함을 따져 본다면 이는 매우 아쉬운 결과였다. 데뷔 시절부터 미국 시장에 메이저로 데뷔했지만, 미국 밴드가 아니었기에 그렇게까지 레이블측의 푸쉬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었을 것이다. 더불어서 The Used, My Chemical Romance 와 같이 유행에 민감한 10대 펑크 애호가들이 혹 말한 패셔너블한 구석이 전혀 없었기에 빅 힛트는 애초부터 무리였던 점도 있고 말이다. 허나 펑크/하드코어의 역동성, 양질의 기타팝 제조 능력을 근간으로 한 대중성과 음악적 깊이의 존재감은 놀라우리만큼 매 앨범마다 제대로 유지 되었다. 이들은 힛트 앨범 1-2장 내고 음악적 아이디어가 고갈되던 밴드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실력에 비해 인기가도를 달리지 못했지만, 놀라우리만큼 빠르게 음악적/상업적으로 골고루 완벽히 망해버린 2000년대 이모/팝펑크/대중적 포스트 하드코어 음악씬에서 매 앨범마다 합격점 이상의 퀄리티를 유지 해 오며 자신들만의 존재감을 어필 했다는 점 하나만으로 이들의 가치는 충만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신작이자 밴드 통산 5번째 풀렝스 앨범인 Afraid Of Heights 는 그동안 Billy Talent 라는 밴드가 보여 주었던 장점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앨범이다. 그와 동시에 가파르지는 않으나, 확실히 누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설득력 넘치는 또 한번 음악적 변화와 상승곡선을 진하게 그려내고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3년 텀으로 앨범을 발표하던 이들이 비교적 긴 시간이라 할 수 있는 4년만에 발표하는 만큼 음악적인 장점들이 충만하다. 음악적 스타일상 큰 변화는 없다. 펑크/하드코어적인 파워풀함과 다이내믹함을 이용한 양질의 기타팝, 그 두가지 요소가 지닌 음악적 매니악함의 표출과 이상적인 밸런싱이라는 지금까지 4장의 앨범들에서 해 온 이들만의 음악 제조 방식은 그대로다. 재탕적인 느낌이 좀 강해서 음악적 정체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이러한 작업 공식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앨범이라는 포맷에 어울리만큼의 곡을 쌓아 올리는 방법은 변화없이 진부 할 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쌓여져 만들어진 앨범에 어울리는 “신작다운 새로운 느낌 창출” 만큼은 여전히 발군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음악 스타일의 변화가 거의 없지만, 매력적인 훅을 지닌 곡을 더욱 수월하게 만들어 낸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이들과 비슷한 노선을 걷는 음악적 무게감 중심의 이모/팝펑크 & 포스트 하드코어 컴비네이션 베테랑들이 신작이 발표 될 때마다 신작이라는 간판에 어울리는 좋은 곡을 만드는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말이다.

그래서인가? 신작은 펑크/하드코어적인 스트레이트함 보다는, 아기자기한 멜로디와 리듬을 좀 더 강조하는 다소 느슨하고 여유있는 분위기의 기타팝적인 요소가 좀 더 강해져 있다. 이는 대중성을 지닌 모든 펑크 계열 밴드들의 중후기 앨범들의 특징이기에 그리 낮설거나 새로운 느낌은 아니기에 그렇게까지 심각히 논할 부분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기타팝적인 비중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펑크/하드코어 밴드로써의 아이덴티티가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파워풀함의 구사 또한 여전히 뛰어나다는 점, 기타팝과 펑크/하드코어의 밸런싱에 있어서 전작들보다 더욱 더 뛰어난 센스를 발휘하고 있다는 점을 좀 더 거론할 필요가 있다. 이들과 비슷한 노선을 걷는 동년배 밴드들보다 비교불가의 센스를 보여주고 있기에 그러하며, 이러한 음악적 대단함은 “2000년대 초중반에 이들보다 더욱 뛰어난 음악을 선보이거나, 더욱 강렬한 상업적 파워를 자랑하는 밴드가 있었겠지만, 후반전이라 할 수 있는 2010년대 중반에는 이들이야말로 이 방면의 진정한 챔피언” 이라는 평가마저 꺼낼 정도로 그 음악적 설득력의 강렬함은 너무나도 남다르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신작은 2000년대 초중반의 대중적 코드의 포스트 하드코어 스타일의 전형적인 부분에서 벗어나 이런저런 색다른 음악적 스타일을 수월하게 시도하고 성공 해 낸 한장이라는 점이라는 장점도 있다. 지금까지의 앨범들에서 팝펑크, 하드코어 펑크, 이모 정도만 사용 해 왔다면, 본작을 통해서 밴드는 고전 락앤롤/하드락, 70 펑크, 파워팝 등을 적잖게 시도한 흔적이 진하다. 이 앨범에서 AC/DC, Sex Pistols, Big Star 와 같은 밴드들의 긍정어린 영향력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은 이 앨범만의 색다른 흥미거리라 할 수 있으며, 지금까지의 앨범들에서 보여 준 “펑크/하드코어와 기타팝의 매력이 뛰어난 조화를 이루며 생성되는 Billy Talent 만의 최종 결론 귀결방식” 과 합쳐져 전작들보다 더욱 강렬한 이들만의 팀 컬러를 구축 해 내고 있다는 점 또한 이 앨범만의 장점으로 큰 인상을 남기고 있기도 하다.

이 앨범 Afraid Of Heights 는 표현방식에 있어서는 지나칠 정도로 담백하지만, 그 내면에 숨겨진 음악적 무게감은 굉장히 임팩트하다 못해 “이 방면 스타일의 최고의 결론” 이라고 칭할 수 밖에 없는 요소들로 가득한, 완벽한 한장으로 요약이 가능하다. 변함없는 펑크/하드코어 음악다운 장르적 컬트함이 있고, 그 수치를 철저하게 지키면서 발휘한 양질의 기타팝 제조능력을 기반으로 한 대중적 요소의 친근함도 있다. 여러장의 앨범을 발표 했음에도 불구하고 작곡력은 더욱 좋아졌다는 점, 지금까지 이들이 해 온 장르/스타일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것들을 시도했고 결론도 좋아서 이 앨범의 가치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대수치 또한 높아졌다는 부가적 장점 또한 근사하다. 이 앨범으로써의 가치, Billy Talent 라는 밴드의 지금까지의 커리어의 가치,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 등 다양한 방면에서의 상승세가 있다. 2010년대 초반 들어와 2000년대 초중반의 대중적 이모/포스트 하드코어의 거품밴드들의 몰락, 진정한 음악적 실력파들의 생존만이 두드러지고 있는 와중에 이러한 Billy Talent 만의 선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들이야말로 현재 넘버원” 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0년전 황금기의 명작을 다 따져도, 현재 활동을 다시 재개하며 신작을 통해 다시금 그 실력을 선보이고 있는 2000년대 초중반의 진짜배기 실력파들의 새로운 행보들 보다도 뛰어나다. 그 한마디로 모든것이 설명된다. 대중적 코드의 포스트 하드코어씬의 후반전 MVP 는 무조건 Billy Talent 가 되어야만 옳을 것이다. 2000년대 초중반에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던 네임드들을 죄다 잊어도 좋을 정도로 말이다.

- Mike Villain


Afraid Of Heigh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