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bath – S/T (Season Of Mist, 2016)
Immortal 의 프론트맨인 Abbath 의 첫 솔로 앨범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상당히 추한 모양새를 자랑한다. 그는 Immortal 이라는 밴드의 이름 소유권, 그 소유권에서 비롯되는 밴드 수익을 자신이 독차지 하기 위해 나머지 두 멤버 몰래 자신이 이름으로 밴드 소유권에 대한 법적 등록을 하였고, 당연하게 나머지 멤버들이 법적 클레임을 걸어 법정 싸움이 발생 하고야 말았다. “돈을 좀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전략” 은 소유권 법적 투쟁으로 그치지 않았다. Abbath 는 Gorgoroth, Sahg, God Seed 등에서 활약 한 바 있는 블랙메탈 베테랑 뮤지션 King ov Hell 을 베이시스트로, Benighted, Decapitated, Mumakil 등에서 활약 한 바 있는 드러머 Kevin Foley 를 영입하여 솔로 밴드를 구축 (=Immortal 탈퇴) 하여 투어 활동에 나섰고, Season Of Mist 와의 레코드 발매 계약도 성사했다. 그렇게 Abbath 의 셀프타이틀 솔로 앨범은 2016년 1월말에 발매 되었다.
뒷배경이 매우 구릿하기 이를데 없기는 하지만, 그로 인해 그의 솔로 앨범에 대해 미묘한 부정적 색안경이 끼워 지기는 하지만, 그의 셀프타이틀 솔로 데뷔작은 상당히 놀라운 축에 속하는 쾌작 앨범임은 쉽게 부정하기 힘들다. 이 셀프타이틀 앨범은 Abbath 라는 인물이 지니고 있는 그만의 블랙메탈 매너리즘에 대한 지혜로운 현답 이라고 간략하게 표현이 가능한 물건이다. 이 앨범은 Immortal 하면 생각나는 그들만의 패스트 블랙메탈적 묘미, 그리고 그 패스트 블랙메탈이 쉽게 도전 할 수 없었던 할 수 없었던 모던한 센스의 발휘 모두를 담아내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블랙메탈 파이오니어 밴드들의 과감한 음악적 행보” 를 담아낸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충격적 장르 체인지를 선보였던 Satyricon, Darkthrone 이라던지, 지나치게 블랙메탈적 로우함이 줄어들다 못해 아예 심포닉 메탈급이 되어 버린 Dimmu Borgir, 아예 블랙메탈적 기법을 사용하는 프로그레시브 밴드가 된 Emperror & Ihsahn 등등의 과거의 경우와도 꽤나 다른 물건이기도 하다. 새로워 지려고 노력하는 블랙메탈 파이오니어들이 자신들의 초기 스타일과 완벽하게 멀어지는 단호함을 보여 주었다면, Abbath 는 과거 블랙메탈 스타일을 상당히 많이 고수한다.
Immortal 하면 생각나는 거칠고 매섭게 밀어 붙이는 블랙메탈 블리저드는 여전하며 양도 충분하다. 하지만 사운드 프로덕션은 (블랙메탈의 날카로움과 전혀 상관없는) 요즘 메탈코어 밴드들이 연상 될 정도로 곱고 부드러운 느낌의 헤비톤이다. 그 프로덕션에 어울리는 리드미컬함도 있고, 브레이크다운도 있으며, 그루브도 있다. 블랙메탈적인 것들이 잔뜩이며, 블랙메탈적이지 않은, 블랙메탈이 하면 안되는 측면이 강한 것들도 꽤나 묵직하게 들어있다. 하지만 최종판정을 내리자면 이 앨범은 쾌작이 맞다. 과거 Immortal 사운드의 비중이 충분하며, 그들의 커리어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모던한 요소들과의 조율 능력은 상당히 뛰어나 굉장한 음악적 설득력을 발휘하기에 그러하다. 이러한 모던한 변화상은 어느정도 예견된 것이기도 하기에 이질적이라 말해서도 곤란하다. Immortal 의 후기작들인 Sons Of Northern Darkness (2002), All Shall Fall (2009) 에서의 변화무쌍한 곡 흐름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던함을 다시 한번 생각 해 보자는 말이다. 이러한 변화상은 마냥 뜬금 없지만은 않을 것이며, 더 나아가 절대 비난요소가 될 수도 없다. 오히려 블랙메탈 파이오니어 탈-블랙메탈 공식 중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편이라고 칭찬을 해 줘야 할 판이다.
Abbath 솔로 데뷔작은 블랙메탈 파이오니어들이 행한 탈-블랙메탈적인 흐름에서 가장 이상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한장으로 평가를 내릴 수 있겠다. 무엇보다 Immortal 하면 생각나는 과격무쌍한 연주에서 나오는 파괴력은 여전하며, 그 비율 또한 굉장히 크다. Immortal 만의 커리어를 그대로 이어 나간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며, 그러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가운데 프로덕션과 리듬웍을 바탕으로 하여 다양하게 창출 해 내는 모던함의 신선함이 추가된다. 신선한 요소에서 비롯되는 이질감을 블랙메탈에 어울리게 조율 해 나가면서 창출 해 내는 새로운 변화상에 대한 음악적 무게감 & 진득한 설득력의 추가는 이 앨범을 결국 쾌작에 반열에 오르게 만든다. 과거의 로우함에 집착하면 음악적 도태를, 비난여론을 정면으로 돌파하며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하면 제2의 전성기를, 그것이 블랙메탈의 현주소 아니던가? Abbath 의 제2의 전성기는 이 한장에 완벽하게 펼쳐지고 있다. 혼자 다 해 먹겠다고 나간 모양새는 괘씸하긴 하다. 그러나 믿는 구석이 있으면 어느정도의 베짱은 부려 볼 만 하기도 하다. 그 베짱이 꽤나 좋은 인상으로 귀결되는 한장 되겠다. 또한 과거 블랙메탈 스타일을 최대한 존중감 있게 구사하면서 새로운 블랙메탈을 만들어 내려는 노력 및 뛰어난 결과물 도출은 Abbath 가 처음이 아니던가? 좋던 싫던, 인정하던 못하던, 블랙메탈의 현 주소를 이상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가장 멋지게 담고 있는 한장 되겠다. 그렇다. 필청급 되겠다.
- Mike Villain
Count The D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