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hsahn ? Eremita (Candlelight, 2012)

Ihsahn ? Eremita (Candlelight, 2012)

세 번째 솔로 앨범 After(2010)에 와서야, Ihsahn은 그와 동료들이 함께 일구어낸 Emperor에서 자신의 영향력이 극대화되었던 Prometheus: The Discipline of Fire and Demise (2001)의 그림자를 벗어던질 수 있었다. 사용하는 멜로디와 전개 방식도 이전의 솔로 앨범들에 비해 달라졌고, The Adversary (2006), angL (2008)을 듣고 더 이상 새로워지고 발전할 수 있을까? 라고 느꼈던 우려를 한번에 깨버리면서 자신의 입지를 다시 한 번 증명해 낸 것이다. 2년 주기에 맞춰, 다시금 그는 새 앨범을 들고 나타났다.

지난 앨범에서 The Shining(Norway)의 Jorgen Munkeby가 들려준 색소폰 연주는 흔히들 기대하는 미려함과 더불어 The Shining의 음악에서 들려줬던 파괴적이고 혼돈스러운 모습을 함께 담았고, 이 사운드는 새 앨범 Eremita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다소 공격적인 성향의 곡들이 앞쪽에 배치되어 앨범 전체의 색을 가늠하기 쉽지 않은 것 또한 이전의 솔로 앨범들의 전철을 밟고 있으며 Progressive Metal과 Black Metal사이에서 길지 않은 러닝타임으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요소를 보여주는 것 또한 동일하다.

After 앨범에서 휘몰아치는 멜로디 대신 철저하게 나뉜 멜로디어스한 부분과 리프와 리듬 위주 부분의 배치로 반전을 노리는 것이 좀 더 능숙해졌다. The Eagle and The Snake의 도입부와 절정부의 솔로는 같은 악기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만할 정도로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마지막 곡 Departure(여기서 나오는 여성 보컬은 Ihsahn의 아내이며 Peccatum으로 함께 활동했다)에서의 구성 ? 어쿠스틱으로 시작하여 거침없이 달리며 전개해 나가다 서서히 잦아들어가다 다시 어쿠스틱으로 돌아오며 다시 서서히 광폭해지며 끝난다? 은 그가 이제껏 발표했던 어떤 곡들보다도 뛰어나다. 곡의 분위기는 시작은 어떨 지 몰라도 전개 중에 잦아드는 곡들이 대부분이며 멜로디를 다소 배제하고 템포를 늦추어 음산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런 느낌은 들을수록 Black Metal의 요소보다도 Progressive Metal을 먼저 생각하게 되며 이미 그의 이전 시절을 앞섰다고 할 만한 Progressive Metal 부분이 더 커졌음을 의미한다. 다만 이로 인해 완벽해 보였다 느낄만한 After에 비해 균형이 깨진 것처럼 들리는 것도 맞는 말이며, 곡의 만듦새가 전처럼 번뜩이는 곡들이 많지는 않아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가 더욱 조심스럽다. Ihsahn이라면 또 다른 절충안으로 어떤 완성된 실험작을 가지고 올 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 Matt Villain


The Eagle and the Snake